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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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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여 오라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29일 리뷰 총점9.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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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48g | 140*210*14mm
ISBN13 9791167371058
ISBN10 116737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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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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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1998년 단편소설 「미오의 나라」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로 2014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단편소설 「그림자 그리기」로 2018년 이태준문학상,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로 2021년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절정』을 펴냈다. 1998년 단편소설 「미오의 나라」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로 2014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단편소설 「그림자 그리기」로 2018년 이태준문학상,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로 2021년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절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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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31

출판사 리뷰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밤이여 오라》 이성아 장편소설

역사적 안목과 함께 문제의 현재성, 당대성에 대한 감각도 예민하게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 발칸의 땅을 떠도는 한 여인의 우수와 고독을 전하는 깊은 감수성의 언어가 돋보인다.
_‘심사평’ 중에서

밤에 굴복하지 않는,
밤과 맞장을 뜨면서 이겨내는 위대한 영혼들의 서사!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제주4·3평화문학상이 제9회를 맞아 3년 만에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이성아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를 선정했다. 수상작인 《밤이여 오라》는 국가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그 폭력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인물들의 분투를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내전과 인종청소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해온 발칸반도와 한국 현대사의 참혹한 사건인 제주4·3을 동시에 공명시키며 여전히 끝나지 않은 국가폭력에 대한 역사적 질문을 좀 더 폭넓은 문학적 시선으로 옮겨놓았다.
제주 4·3에서 시작해 발칸에 이르기까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유사하게 반복되어온 국가폭력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혹은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되어왔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각자 감당해온 아픈 시간 앞에서 외면해왔던”(소설가 정지아) 희생자의 고통에 대해 감각하게 된다. 전쟁 트라우마로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가족,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젊은 사람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총살 당한 아내를 평생 잊지 못하는 남편, 한순간에 평범한 유학생에서 간첩단사건의 일원으로 둔갑된…… 작가가 그려내는 이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시대의 비극을 외면해왔고 등한시했던 현재 그들의 처절한 생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국가폭력을 분노와 탄식만으로 결론 짓지 않는다. 치유와 화해의 시각으로, 참극의 슬픔이 이해와 연대로 바탕 될 때야 비로소 우리는 그 폭력을 온전히 멈추게 될 수 있게 된다고, 국가폭력의 희생과 피해에 대해 답하고 있다.

삶이 이토록 슬프도록
신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2015년 가을, 독일어 번역가 변이숙은 자신이 번역한 작품의 저자, 마르코의 초대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향한다. 마르코는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였고 이미 중국에서 열렸던 번역 포럼에서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 웬만하면 저자와 거리를 두는 게 번역가의 습관 같은 것이었으나 발칸반도로의 초대라는 말에 자신도 알 수 없는 기운에 빨려들 듯 응하고 만 것이었다. 20년 만이었다. 독일에서의 짧은 유학생활.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이 방향으로는 관심도 갖지 않았었다. 마르부르크의 잿빛 하늘, 작은 스튜디오에서의 생활. 대학 동아리 선배이자 동거인 홍기표. 아마도 그것 때문이었으리라. 기표는 한국에 계신 아버지 환갑잔치에 다녀와 다시 독일에 돌아오면 발칸반도로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었다. 독일에서 발칸은 그리 멀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를 피해서 사진을 찍었다. 어느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화를 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네가 사진 찍는 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누구에게 허락을 받았느냐? 그것은 몹시 언페어한 일이라고, 언성을 높이며 호통을 치더니 사라졌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벌에 쏘인 듯 정신이 혼미해졌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느냐? 그건 언페어한 일이다.”
―본문 43쪽

홀로 독일에 유학 와 우왕좌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던 걸까. 변이숙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기표의 이국에서 유학 정착을 도왔다. 강좌를 소개해주고, 삶의 세간살이를 거들어주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으나, 그는 점점 변이숙의 마음에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집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그에게 변이숙은 자신의 집에 들어와 같이 지내자고 했다. 기표는 약혼자가 있다고 처음부터 말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음악을 고르고 함께 먹을 음식을 요리했다. 좋아하는 음악이 같은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호들갑을 떨어댔다. 자주 웃었고 쉬지 않고 떠들었다. 알게 모르게 자꾸 부딪치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마주 보고 있다고 느낀 순간, 입술이 닿았다.

“너는 누구니?
나는 너에게 누구였니?
그대로 덮어버릴 생각도 했다.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은 내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안 되는 게 있었다.
보이지도 않고 형태도 없던 것들이 부득부득 되살아나 발을 걸었다. 마음을 연다는 게 대화가 통한다는 게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해주었던, 대책 없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던 말들. 말은 비눗방울처럼 둥둥 떠다녔다. 나는 비눗방울에 걸려 넘어졌다.
그때 누나라고 부르던 상운이 떠올랐다.

형이 안기부에 끌려간 것 같아요.” ―본문 69쪽


빨치산의 가족. 빨갱이의 자식. 숱하게 들어왔지만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본 적 없는 말이었다. 토벌대 사이에서 주인집 자식을 찾아내 칼부림을 했던, 그래서 산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뿌리에 대해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무장해제된 건 기표 때문이었다. 기표 앞에서는 그녀는 그 무엇이든 말하고 싶었다. 기표가 걱정되었다. 돌아온다는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귀국했지만 공항에서 안기부에 끌려갔다. 북한에 몇 번이나 갔어? 그 낭떠러지 같은 말을 왜 내게 묻는 것인지. 알고 지낸 독일 교민들이 북한공작원이란 이름으로 둔갑되어 있었고, 기표 또한 마찬가지였다. 안기부에서 나는 북한공작원을 돕는 애인, 약혼자가 있는 간첩의 애인으로 되어 있었다. 회유와 협박, 공포와 공감으로 되풀이되는 수사기법들에 몸과 정신이 점점 잠식되어갔다. 그녀는 버텼다. 자신이 버텨야만 기표를 살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그렇게 버틴 탓에 그녀 뱃속에 있던 어린 한 목숨이 스러졌다.

“톰의 가족에게 최초의 비극은 내전에 끌려간 형의 전사 소식이었다. 그러나 형의 유해보다 세르비아군이 더 먼저 그의 마을에 도착했고 그의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톰의 아버지도 형도 아니었다. 남편이 드리나강의 다리에서 뒤통수에 총을 맞고 죽은 후, 그의 아내가 세르비아 군인들에게 윤간을 당해서 태어난 아이가 톰이었으므로.
“강간은 전쟁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전략이지. 특히 전선이 민간인 지역으로 확대되면 집단 윤간은 내부 결속을 다질 뿐 아니라 굳이 총칼을 들지 않고도 마을을 점령할 수 있는 무기거든. 그 어떤 화력의 무기보다 효과만점이지. 집이고 뭐고 다 버리고 도망가버리니까. 게다가 그들이 우월하다고 믿는 씨도 뿌릴 수 있잖아. 그토록 우월감에 넘치는 민족이라니. 그게 바로 나야.”” ― 본문 131쪽

또다시 국경이었다. 강을 마주하고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땅을 나눴다. 마르코와 함께 북토크에 참석하기 위해 세르비아의 보이보디나, 부코바르를 차례로 여행하고 있었다. 브코바르는 마르코의 고향이었다. 그곳에는 학살이 있었다. 2천여 명이 사살되었고 8백여 명이 실종되었다. 마르코의 가족 또한 그 참극을 겪었다. 몰살당했을 수도 있었다. 마르코뿐 아니라 부코바르에는 마르코와 같은 수많은 마르코들이 그곳을 빠져나오거나 여태 그곳에서 현재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말해주지 않고 설명해주지 않으면 그런 참극이 일어났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장소였다. 높이 치솟은 추모비와 그 너머 반파된 건물이 증거가 되었다. 거리 곳곳에는 총알 자국들 또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민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집단학살한 창고는 기념관이 되었다.

“취조실에서부터 시작된 이명증세와 악몽은 출소 후에도 이어졌다. 악몽은 종종 환각을 불러왔다. 발작처럼 착란에 빠지기도 했다. 착란 속에서 나는 마르부르크에 있었다. 나는 기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텅 빈 우체통을 들여다보면 거기 오도카니 앉아 있는 내가 보였고,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를 내 것인 양 타고 달렸다. 수많은 내가 여기저기에서 기표를 기다렸다. 내가 너무 많아서 기표가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바심쳤다. 때로는 맹렬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쫓기고 있었고 숨을 곳을 찾았다. 마침내 숨었다고 생각한 곳이 갑자기 광장처럼 탁 트이는가 하면 감옥처럼 사방이 막히기도 했다.” ―본문 147쪽

제주4·3에서 발칸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고통의 신음이 세심하게 공명한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정의와 국가라는 명분 아래 자행되어왔고, 그 폭력의 피해와 희생은 고스란히 무고한 시민들이 받아내었다. 소설 속 크로아티아의 마르코, 서울의 변이숙 같은 인물들이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소설은 우리가 등한시해온, 외면해왔던 피해자들을 기억하라고, 국가폭력에 대해 인식하고 사고하는 방법을 달리 하라고 주문한다. 탄식하고 분노하는 일과 함께 피해자를 이해하고 인정해야만 우리는 좀 더 큰 질문으로 폭력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을.

■ 심사평

《밤이여 오라》는 내전과 인종청소의 참혹한 시간을 통과해온 발칸반도의 역사를 한국 현대사의 국가 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세심하게 공명시키면서 국가 폭력에 대한 질문을 좀 더 넓은 시야로 성공적으로 옮겨낸다. 무엇보다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 발칸의 땅을 떠도는 한 여인의 우수와 고독을 전하는 깊은 감수성의 언어가 돋보인다. 쉽지 않은 소설적 구도임에도 이음매를 잘 다독이고 간추렸다는 평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폭력에 대한 탄식과 분노의 이야기를 치유와 화해를 향한 섬세하고 고독한 내면의 분투로 잘 감싸고 있다는 데 심사위원 전원은 흔쾌히 동의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심사위원 임철우 방현석 정홍수

추천평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국가폭력의 실상을 피할 수 없이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4ㆍ3에서 발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폭력의 희생자들이 각자 감당해온 아픈 시간 앞에서 외면해왔던 나는 책장을 넘기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밤이여 오라》의 크로아티아인 마르코는 냉소의 과정을 거쳐 연민에 한 발을 디뎠다. 4ㆍ3 피해자의 후손이자 국가폭력의 희생자였던 변이숙은 긴 방황의 끝에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하며, 이 모든 불운의 기원, 제주로 향한다. 그렇다. 어떻게 해도 밤은 기어이 오고야 만다. 그 밤이 끝나야 새벽이 오는 것이다. 《밤이여 오라》는 밤에 굴복하지 않는, 밤과 맞장을 뜨면서 이겨내는 위대한 영혼들의 서사이다.

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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