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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연금술

한국 근대문학의 새 구상

최원식 | 창비 | 2021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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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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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92g | 153*224*2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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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저 : 최원식 (CHOI, WON-SHIK,崔元植, 호 : 송현(松絃))
1949년 인천에서 출생.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주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인하대 명예교수로 있다. 평론집 『민족문학의 논리』 『생산적 대화를 위하여』 『문학의 귀환』 『문학과 진보』, 연구서 『한국근대소설사론』 『제국 이후의 동아시아』 『한국계몽주의문학사론』 『문학』 등이 있다. 1949년 인천에서 출생.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주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인하대 명예교수로 있다. 평론집 『민족문학의 논리』 『생산적 대화를 위하여』 『문학의 귀환』 『문학과 진보』, 연구서 『한국근대소설사론』 『제국 이후의 동아시아』 『한국계몽주의문학사론』 『문학』 등이 있다.

책 속으로

--- 「프로문학과 프로문학 이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식민지문학에서 발견하는 다른 가능성
민족문학으로의 변신


이 책은 계몽주의 문학을 검토한 1부, 1920년대 신문학운동에서 일제 말까지의 문학 논쟁을 점검한 2부, 같은 시기의 작가론과 작품론을 묶은 3부로 구성되었다. 책 전체를 일관하는 기본 방향을 밝힌 서장 「식민지문학의 존재론」은 이 시기 문학만 아니라 역사 자체를 대하는 일도양단적 시각을 넘어 진정한 탈식민의 길을 모색해온 긴 시간이 응축된 글이다. 해방 후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라앉지 않는 친일 논란 앞에서, 생활세계 도처에 안개처럼 스며든 ‘제국의 추억’ 대신 저자가 주문하는 것은 ‘화해를 위한 기억’이다. “기억 없는 화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14면). 그 바탕이 되는 것은 모방과 이식의 “다양한 접촉을 통한 변이 양상들에 대한 곡진한 검토”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탈식민을 더욱 촉진”하는 것이다(18면).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를 다시 읽으며 근대 가족의 위기와 식민지 지식인의 곤경을 포착하고 식민지 시기 해외혁명파의 국내파에 대한 비판을 재고하는 눈길은 그래서 귀중하다. 만만치 않은 고전문학의 전통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모방과 이식은 일방적일 수 없으니, 이 변이와 전유의 과정에서 식민지문학은 다른 가능성, 민족문학으로의 변신을 잉태한다. 3·1운동 이래 조선 식민지문학이 걸어간 고투의 자취를 좇는 1~3부는 이 가능성을 향한다.
1894~1919년 ‘개화기’로 통칭되는 시기를 저자는 일찍부터 ‘계몽주의 시기’로 명명하고 이를 다시 유길준·서재필의 국한문혼용체·한글체로 대표되는 제1기(1894~1905), 이해조와 이인직의 계몽주의가 각축한 제2기(1905~10), 친일계몽주의가 득세, 신파소설을 거쳐 이광수의 초기 장편이 출현한 제3기(1910~19)로 나눈 바 있다. 제1부의 「두 얼굴의 계몽주의」는 이 중 2기와 3기의 문화운동을 개관한다. 근대적 국민의 탄생을 예비하고 국권회복을 꿈꾼 애국계몽과 친일계몽의 대립 속에서 후자가 득세, 신소설이 통속화하고 일본 신파소설의 번안소설이 유행하다 이광수의 『무정』이 등장하는 이 흐름이 비연속 가운데서도 애국계몽과 연속되고 있음을 파악하고, 계몽주의의 총괄로서 3·1운동의 의미를 밝힌다. 또한 흔히 근대소설의 효시로 알려진 『무정』을 두 흐름의 계몽주의를 통합한, 신소설의 완성이자 근대소설의 길을 연 작품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뿐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 근대문학사 외곽에 방치되었던 안중근의 「장부가」와 그에 화답한 우덕순 「거의가」의 의미를 되새기며 ‘21세기의 동양평화’를 그리고(「「동양평화론」으로 본 안중근의 「장부가」」), 우리 근대소설의 길을 연 염상섭 『만세전』의 선구로서, 전기(傳奇)의 형식으로 전기를 부정하며 고전중편을 총체적으로 해체한 이해조의 『산천초목』을 조명하는(「이해조의 『산천초목』」) 두편은 모두 판본 확정, 면밀한 텍스트 분석, 당대 현실과 작품의 상관성 등을 아우르며 새롭고 폭넓은 시각을 제시한다.
제2부의 제목이 ‘비평적 대화’만 아니라 그 ‘맥락’까지 포함한 것은 여기 묶인 글들이 널리 알려진 문학 논쟁의 정리에 그치지 않고, 현실 사회의 움직임에 긴밀히 조응하며 벌어진 그 논쟁들의 내적 동력을 분석하며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백조』의 양면성」은 1920년대 동인지 트로이카 중 하나인 『백조』를 『창조』 『폐허』와 견주어 읽으며 거기 실린 다양한 시형식의 선진성, 외국문학 소개와 번역의 진보성, 비평의 선도와 창작의 풍성함이라는 독창적 면모를 조목조목 짚고, 근대문학 구축의 과정이 곧 그 극복의 도정이 되는 식민지 조선의 현실에서 『백조』야말로 그 “이중과제의 실천적 담지자”(94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백조』가 내장한 짙은 경향성으로 볼 때 팔봉 김기진의 합류가 『백조』를 분열시켜 프로문학으로 변신케 했다는 통설은 성립하기 어려움을 말하고, 근대문학 건설에서 이광수의 위치를 재설정할 필요를 다시 발견한다.
강제 단절과 과잉 몰두의 연구사를 개괄하며 21세기의 새로운 상황과 역사적 조건에서 자본주의 모순의 극복이라는 프로문학의 ‘알맹이’를 어떻게 창발적으로 탈(재)구축할 것인가를 모색한 「프로문학과 프로문학 이후」는 카프의 결성과 해체를 중심으로 한국 프로문학운동의 의미를 탐사한다. 프로문학운동이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적 현대화 프로젝트지만 조선의 프로문학운동은 민족/국민문학 건설 열망의 표출이며, 프로문학이 해방 직후 ‘민족문학’으로 해소된 사실이 그 성격을 반증하는 것으로 그 근원에는 식민모국의 소비대중과 차별되는 식민지 대중이 있다는 인식이 날카롭다.
제목 그대로 당시 우리 소설의 흐름을 조망한 제3부의 첫 글 「3·1운동을 분수령으로 한 우리 소설의 전개양상」은 3·1운동의 문화적 폭발로서 1920년 신문학운동의 전개 속에 근대단편이 탄생하는 과정, 그 정립자로 호명되는 김동인보다 현진건의 활동을 주목해야 할 이유, 전영택·나도향에 이은 이 시기 최고의 기념비 염상섭 「만세전」의 시대적·문학적 의의를 환기한다. 단편의 단일성을 뛰어넘음으로써 30년대 장편의 시대를 향한 디딤돌 역할을 한 이 중편은 문학적 형식에서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3·1운동이 폭발할 필연성을 묘파한 “가장 뛰어난 문학적 보고”(171면)였으니, 이해조의 「박정화」가 보여준 근대중편의 맹아가 염상섭의 「만세전」으로 확실한 열매를 맺은 것이다. 카프의 결성과 프로문학의 득세로 이어진 이후 시기도 이전 시기 문학과의 단절로만 전개된 것이 아니며, 최서해·이익상·조명희에서 송영을 거쳐 이기영과 한설야로 이어지는 흐름을 살피면서 카프의 급진주의가 신문학운동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한국 근대문학을 고양한 것은 필연이라는 지적을 다시 보게 된다.

‘보유’로 소개하는 이인직의 글씨와 조영출의 연작시 「남사당」, 백석의 연작시 「해빈수첩」 역시 저자의 밝은 눈길이 닿아 의미를 새롭게 띠거니와, 이 책에 묶인 글이 모두 수많은 작품을 정밀한 감식안으로 새로 읽고 다듬은 성과라는 점이 새삼 놀랍다. “나는 무엇보다 텍스트로 귀환한다”(73면)라는 발언에서 보듯 이론과 추상이 아닌 정확한 작품의 독해에서 비롯하는 분석, 고전 전통과 사상 동향, 근현대 역사의 안팎을 종횡하는 통찰이 결합된 독보적인 문체가 모처럼 비평 읽는 즐거움을 일깨운다. 1982년 첫 저서 『민족문학의 논리』를 출간한 이래 40년, 줄기차게 폭과 깊이를 확장해온 최원식의 탐구 여정이 새 한국문학사로 이어질 것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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