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르는 사람보다 잘 아는 사람의 행동을 좀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상대방의 과거 행동을 잘 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정확도를 증가시키는 다른 요인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의 예측이나 예언 그 자체가 상대방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믿고 기대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 자기충족 예언
《피그말리온 효과》는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행위에 대한 예상이나 기대가 바로 그 행위에 영향을 끼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례들을 소개하고, 예측과 실제 사이의 관계 유형들을 설명한다. 예측 대상에 대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심리학?정신병리학?재활의학 등의 의료인들은 교육 종사자들과 비슷한데,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예후에 대한 의사의 견해이다. 환자에 대한 가족과 치료사의 예측 내용이 환자 쪽에 알려졌을 경우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유아원 어린이 가운데에서도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어린이는 비교적 무관심한 대접을 받은 어린이보다 IQ가 거의 10점 정도 높았다. 이러한 내용은 미로 찾기, 스키너 상자 등을 이용한 동물 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수행 능력이 높으리라 여긴 동물은 실제로 높은 수행 능력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낮은 능력을 보여주리라 예측한 동물은 실제로도 낮은 수행 성적을 거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모두 무슨 일이든 기대한 만큼 이루어진다는 자기충족 예언으로 설명될 수 있다.
교사라는 변수 - 불리한 여건 속의 아이들
새 학년이 되면 많은 아이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학교생활을 맞이하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으로는 어떤 한 해를 맞이하게 될지 가늠해보게 된다.
첫 인상에서부터 함께 지내는 동안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는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교사는 학생이 당면하고 있는 불리한 여건이나 환경을 인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교사 스스로가 그러한 불리한 여건이나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후광 효과 때문에 학생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경우 결국 그 평가는 학업 수행에 대한 특정한 기대를 낳게 되며 그 기대는 아이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교사가 예측한 대로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교사의 기대와 그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과 장래에 대한 포부에 차별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류층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교사가 중산층 학교의 교사만큼 높은 기대를 하지 않으며, 학년 수준에 맞게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려는 의지도 강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와 윌슨의 연구(1963)
“학습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키워내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매키넌(1962)
“만일 특정한 지적 능력을 가진 아이에 대해 주어진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그리고 이런 우리의 예측이 아이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아이가 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낼 확률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케네스 클라크(1963)
“하류층 아이들은 교육 분야에서 자기충족 예언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믿고 기다리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 오크 초등학교 실험
로젠탈과 제이콥슨의 오크 초등학교 실험은 하류층이 압도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어느 공립 초등학교에서 실시되었다. 어린이 가운데 무작위로 20%를 선정하여 지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학생들이라고 각 담임 교사에게 통보해주었는데, 8개월 후, 이 ‘놀라운’ 어린이들은 선정되지 않은 다른 어린이들보다 IQ 수치가 더 높아졌다. 교사의 기대에 변화가 생기자, 무작위로 선정된 어린이들의 지적 수행 능력에 실제로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는 교사가 학생에 대해 지적으로 크게 성장하리라 기대하는 경우 학생은 그에 상응하는 성장을 하게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이러한 실험 내용을 연령.능력.성별.소수민족 등의 주요변수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연구에 대한 검토사항들을 밝히며, 열두 명의 놀라운 아이들을 각각 살펴본다. 또, 지적 능력의 만개 과정에 대해서는 기대 효과의 시작, 학년에 따른 기대 효과, 우열반과 성별에 따른 기대 효과, 소수민족인지 여부에 따른 기대 효과 순으로 결과를 확인한다.
그 후, 레인 콘, 더글라스 크라운, 그리고 칼 에드워즈가 수행한 크레스트 초등학교의 실험은 오크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산층이나 중상계급 지역 출신의 아이들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이루어졌다. 전반적인 실험은 오크 초등학교와 같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은 2학기 초에 예비검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교사에게 기대감을 갖도록 한 것이 이미 학생들과 한 학기 동안 접촉하고 나서라면 교사 기대 효과가 약화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는데, 결과는 오크 초등학교 결과와 거의 일치하였다.
위약 효과, 호손 효과, 기대 효과 - 중요한 개념은 ‘기대’
“신약이 약효를 발휘하는 동안 최대로 많은 환자를 치료하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치료행위에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치료 요소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인데, 보통 그런 치료 요소를 ‘위약 효과(Placebo effect)’라 일컫는다.
행동과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호손 효과(Hawthorn effect)’는 노동 조건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했던 호손 서부 전기 회사에서 이름지어졌는데, 근로자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그들의 수행이 향상된다는 효과이다. 이 실험은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근로자와 그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근로자들이 지각할 때 큰 수행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처럼 여러 가지 다양한 효과 속에 내포되어 있는 개념이 바로 ‘기대’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영향을 주는 기대 효과가 존재한다는 점이 바로《피그말리온 효과》의 주 관심사로, 오크 초등학교 실험 결과는 사람간의 기대 효과가 실제의 교육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학계에서 ‘피그말리온 효과’가 지니는 의미
“교사는 마음으로 아이를 조각하는, 교실 안의 피그말리온이다.”
피그말리온의 교육적 원리는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교사가 학생에 대해 지적 성장에 관한 기대를 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학생의 지적 수행 능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교육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학생의 학습력을 이끌어내는 직접적 동인이 교사의 기대감이라는 점에서 그 교육적 함의는 매우 엄청나다. 교사는 마음으로 아이를 조각하는 사람이고, 진정한 조각가는 돌부터 탓하지 않는다. 그 어떤 돌이든 돌을 접하는 그 순간 그 돌이 자기의 손과 끌을 거쳐 하나의 위대한 작품으로 변모할 그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이 바로 조각이 무엇인지를 아는 예술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