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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김현 | 창비 | 2021년 11월 26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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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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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236g | 115*188*14mm
ISBN13 9788936478919
ISBN10 8936478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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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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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80년 출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블로우잡Blow Job」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등, 산문집으로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 둘게요』 등이 있고, 앤솔러지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1980년 출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블로우잡Blow Job」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등, 산문집으로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 둘게요』 등이 있고, 앤솔러지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등에 참여했다. 2012년 짧은 영화 [영화적인 삶 1/2]를 연출했다. 2021년 『낮의 해변에서 혼자』 시집을 냈다.

심야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다. 토요일에는 되도록 낮잠을 자고, 일요일에는 되도록 글을 쓴다. 어제는 목화송이를 가만히 보다가 모시조개탕을 끓이고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눈은 오고요, 다정하여, 족집게로 새치 한 가닥을 뽑았다.

09시까지 출근하고 18시가 되면 퇴근한다. 야근하고 때론 주말에도 일한다. 지난 몇 년간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한의원을 통해 쌍화탕을 종종 복용하였고, 요즘엔 아침마다 홍삼농축액을 미온수에 타 먹고 있다.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 쓸까, 하는 것이고 가장 크게 관심이 사라진 것은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걸 시로 옮겨 적는다. 며칠 전 아침 ‘지옥철’에서는 “아, 씨발, 자빠지겠네.”라는 말을 들었다. 무언가 들킨 기분이 들어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앞사람을 힘껏 밀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은 그 와중에도 태연히 휴대전화로 ‘에코후레쉬세탁조클리너’를 살펴보고 있었다. 인생은 어디까지나 살아 봐야 하는 것.

이런 작가 약력을 보면 누군가는 작가가 신비하지 못하게, 하고 혀를 끌끌 찰 테지만 신비롭게도 이렇게 살고 있음이 작가에게는 가장 신비로운 일이다. 소시집, 시집들과 산문집들을 묶었고, 여러 권의 책에 산문과 소설과 시를 수록했다. 인생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항상 이 영화를 할지, 저 영화를 할지 머뭇거리게 된다. 내일 당신과 영화를 봐야 한다면 그 영화들 중에서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고르겠다.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말했다. “관객들이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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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봄에는 뭐 하세요?」 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 가장 돋보이는 감수성
김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답고, 진실한 이야기들


‘일상과 세계 사이에서 빛나는 이야기’ 에세이& 시리즈로 출간된 이 책은 직장인 김현의 일상과 시인 김현의 문학세계를 넘나든다. 직장인 김현은 늘어나는 체지방(「인생이란 말이야」), 폭등하는 집값(「전철 타고 망원에서 구리 가기」), 동료 프리랜서들의 어려움(「절망」), 층간소음(「간절한 마음」을 사실적이지만 유쾌하게 묘사한다. 여타의 에세이집이 생의 고난을 어둡고 무겁게 고백하는 방식이라면 이 책은 고난 안에서도 희망을 발견해낸다. “인생이 체지방”(15면)이라는 모호한 농담으로 눙치는가 하면, “때때로 우리는 절망뿐인 인생에서 구원을 찾곤 합니다”(165면) 같은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쓰다듬기도 한다.

김현의 에세이는 시종 다정하지만, 그 안에 뼈 있는 ‘한 방’을 품고 있는 점도 매력이다. 주택정책으로 인한 어려움을 술술 풀어내다가 어느 순간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하거나(「싹수」), 천장을 보며 시작한 기억에 대한 가벼운 단상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대한 경고(「누구나 아무나 기억하기」)로 점프하는 식이다.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의 글은 독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데, 김현은 죽음의 상실보다는 그들의 생에 집중한다.(「생명력」 「그때 그토록 무거운」 「웃는 하루」) “어른이란 어디서든 웃음을 터뜨릴 줄 아는 이라는 걸”(145면) 깨쳤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슬픔으로 파고들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죽음에 독자들은 깨끗한 마음으로 공명할 수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의 기억을 담담하게 들려주기도 하지만,(「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지금 연애 중인 ‘짝꿍’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고 진솔한 이야기가 더욱 마음을 붙든다. “잠이 들기 전에 서로의 이마를 짚어주거나 새끼손가락을 잡아주었다 놓는 일”(228면)을 “정말 좋아하는 ‘우리의 일’”(227면)이라고 고백할 때의 해사한 미소가 기분 좋게 전해져온다.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양염」 「아버지 목소리」 「행복한 사람」) 역시 마음을 덥힌다. “아버지가 더 노쇠하기 전에 아버지를 예뻐해야지. 아버지라도 예뻐서 다행이라고 말하면서”(77면) 같은 문장 앞에서 독자들은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고된 출근길을 잊게 하는 묘한 통쾌함,
삶의 와글거림이 마음을 움직이다


이번 에세이집은 창비의 독서 체험 플랫폼 ‘스위치’(switch.changbi.com) 연재 당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독자들은 김현에게 “무더운 출근길을 잊게 해주는 묘한 통쾌함이 있다”거나 “글로 싹을 틔우는 사람”이라며 공개적인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온 바 있다. 그러한 공감은 이 책에 쓰인 이야기들이 각자의 삶과 크고 작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저마다의 호프집이나 까페, 저마다의 출퇴근길을 반추하게 되고 그 안에서 나눈 대화들을 떠올리게 된다. 떠들썩한 생의 와글거림이 배음처럼 깔린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는 그 자체로 “저 깊은 어둠 속에서 (…)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150면) 바라는 김현의 따뜻한 응원이다. 그 응원을 듣다보면, 다정할 수만은 없는 세상 속에서, 하나둘 다정한 마음이 싹튼다.


작가의 말
신내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열차를 타고 갈매 지나 별내 지나 퇴계원을 지나 사릉 지나 금곡 지나 평내호평을 지나갈 때, 황정은의 『일기日記』(창비 2021) 중 “12년 전 어둠이 내린 섬에 은교씨와 무재씨를 남겨두고 소설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그들이 누군가 만나기를 바랐고 그 뒤로도 내내 그걸 바랐다. 그들을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 책을 내고도 몇년 동안 그들을 생각했고 그 밤, 그 길을 가는 두 사람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길에 남겨진 두 사람을 더는 상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거기 없다. 누군가가 그들을 목격했을 테니까”라는 단락을 읽었습니다. 천마산 지나 마석 지나 대성리에서 내려 걸으면서 내내 그 단락이 잊히지 않아서 아무도 없는 길가 나무 의자에 앉아 북한강을 보며 울었습니다. 깨끗하게. 이제는 어디서든 잘 울고, 누구에게든 눈물 보이는 일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세수하면 되니까. 손 씻고. 배가 고파서 ‘착한 닭갈비’에 혼자 들어가 앉아 숯불 닭갈비 2인분을 시켜놓고 맥주 한병을 마셨습니다. 열두 테이블엔 한쌍의 이성애자가, 한무리의 가족들이, 2대 3대가 모인 가족들이 앉아 있고. 그런 밥상 풍경을 볼 때마다 종종 동성애자들은 어디에서 데이트하고 어디에서 서로에게 상추쌈을 싸주고 손을 잡고 걷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고기를 태우고. 가뿐한 마음. 걷고.

기를 쓰고. 글을 쓰고. 오늘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기에. 그 하늘엔 구름. 신(神). 신께 기도하면서(가령, 구내염 빨리 낫게 해주세요) 열차 타고 집으로 돌아와 목욕재계하고 호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다가 오징어링과 야채고로케를 곁들인 카레를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크게 배웠다는 것을 알고. 자랑했습니다. 대성리에서 주워 온 나뭇잎을. 그 나뭇잎은 줍지 않고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가 주워 온 나뭇잎. 벌레 먹은 나뭇잎. 구멍이 두개인 그 나뭇잎은 『일기日記』의 「산보」 위에 얹혀 있고.

얹혀 간다.
문학 하는 삶도, 문학 하지 않는 삶도.
이제 이런 문장을 적을 때면 여러 사람이 자연히 떠오르고. 그것을 기쁨으로 여깁니다.

여기까지 적고 평내호평이라 제목을 붙인대도 어색하지 않겠으나, 언젠가 쓰게 될 시 또는 소설 또는 산문에는 두 사람이, 살짝 닿거나 닿을 듯이 가깝게 지나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얹혀 가는 두 사람이, 신내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남춘천으로 가다가 평내호평역에서 내려 산보하다가 결국 울게 되는 두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정해서 다정하기 싫은.

두 사람, 그밖의 사람들을 목격하는 일.
꽤 오랫동안 그런 걸 쓰기 위해 애썼습니다. 애쓰고 있습니다.

애쓰며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일요일에 경춘선을 타보기만 해도 알게 됩니다. 이 많은 사람이, 이 세월을 허송으로 보내기 싫어서 이토록 절실하게 꼿꼿하게 흔들리며 손깍지를 끼고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웃고 떠들고 눈 감고 기도하며 먼 곳을 향해 간다는 사실을. 자신들을 기다리는 것이 오로지 기쁨뿐이라고 믿으며.

그래도 작가는 말합니다.
기쁨과 슬픔을 평평하게 밀어서 그 반죽을 얇게 떼어
수제비를 끓여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특별히 고마운 것 없는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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