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누적 판매 250만 부 돌파!
〈서점대상 1위〉
수수께끼의 병에 침식된 세계에서 살아남아라!
인간과 대자연, 생명을 가진 존재의 심원한 힘이
진정한 판타지 세계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 땅의 모든 생명에게 바치는 찬가!
알 수 없는 전염병과의 싸움,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용기와 연대감
장기화된 팬데믹에 지쳐 있는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가진 힘과 공포를 익히 잘 알고 있다. 인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 몸을 잠식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중증의 전염병은 동시에 우리의 삶에 파고들어 일상을 앗아간다. 병이 발생하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막막함은 그러나 절망과 슬픔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까지 앗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팬데믹 속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을 봐왔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 하나의 목숨을 이어나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보호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는 전에 없는 생생한 자각을 통해 전염병이 퍼진 세계를 살아나갈 용기를 얻었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 더욱 생생하고 간절하게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 바로 《사슴의 왕》이다. 장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구현은 그 자체로도 완벽한 판타지 소설로서 존재하게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려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을 인식하게 하는 힘은 《사슴의 왕》에만 존재한다 볼 수 있다.
《사슴의 왕》에서 돋보이는 것은 바로 ‘묘사’의 힘이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공간과 인물들의 행동 및 심리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굉장히 세밀하다. 따라서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가 써내려가는 숲과 마을과 인물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작가는 단순히 이야기만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소설 속 모든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도록 서술 방식에 공을 들인다. 때문에 소설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한 편의 아름답고 웅장한 애니메이션처럼 재생되며, 이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는 동시에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슴의 왕》의 작가 우에하시 나호코는 소설가이자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선주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러한 경험은 소설 속에서 소수민족의 생활과 의식, 세계관의 설정 등에 현실성을 부여하면서 사실적인 판타지를 그려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인간의 몸속 세계와 전염병에 대한 의학적 접근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생생한 판타지 세계
작가 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듯, 실증적인 면을 강조하는 작가의 노력은 소설 속 사건들의 현실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사슴의 왕》 속에서 서술하고 있는 병소(病素)에 관한 설명, 전염병의 특성과 전이 과정, 인간의 몸속 세계에 대한 고찰 등은 작가의 세심한 주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작가는 실제 의사인 사촌 오빠의 도움을 받으며 소설 내용을 검증한다. 그뿐 아니라 여러 생물학 서적을 읽으면서 자신이 쓰고 있는 내용들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찾는 동시에,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묘사한다.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제국을 위기로 몰아넣는 ‘흑랑열’이라는 전염병이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질병이 아닌, 현실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여길 수 있게 된다. 전 세계를 뒤흔든 전염병의 위험을 경험한 바 있는 지금의 독자들은 이세계(異世界)를 더욱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성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상처받은 자들의 몸부림과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
우리는 저마다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상실의 대상은 크기나 가치, 기간에 상관없이 모두 우리들 가슴속에 상처를 남긴다. 이때 생긴 상처는 잊고 있다가도 순간순간 떠오르고, 그때마다 우리는 상실한 대상과 그것이 있던, 지금은 비어 있는 공백을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 공백이 사라지거나(사라졌다고 믿거나) 다른 것으로 채워지기 전까지는 계속 괴로울 수밖에 없다.
《사슴의 왕》을 이끌어가는 주체들도 무언가를 상실한 상처받은 자들이다. 누구는 아내와 자식을 잃고, 누구는 부모와 형제를 잃었으며, 누구는 고향과 나라를 잃었고, 개중에는 이 모든 것을 다 잃은 자도 있다. 물론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과 좌절은 비단 소설 속 세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 ‘느꼈고, 느끼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각각의 등장인물의 행동에 쉽게 몰입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결코 낯설다거나 남의 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때로는 파괴적이고, 과격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그들의 감정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그래서 우리는 더욱 그들에게 애정을 갖으며 빠져들게 된다.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바로 등장인물 ‘반’과 ‘유나’, ‘사에’ 세 사람의 관계다. 상당히 이질적인 인물들이 각별한 관계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반과 유나는 죽음의 시간을 견디며 함께 살아남은 ‘동지 관계’며, 반과 사에는 ‘쫓고 쫓기는 관계’다. 그리고 남남인 유나와 사에는 여러 사건을 함께하면서 ‘모녀 관계’ 이상으로 친밀해진다. 공통적으로 소중한 것을 상실한 ‘상처받은 자’인 세 사람은 함께하는 동안 혈연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이를테면 ‘가족’과도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은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는데, 이 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도식화된 가족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운명공동체’와 같다는 것이다. 죽은 아내와 아이를 향한 그리움과 마주하면서 유나를 딸로서 대하는 반과 언제나 그와 찰싹 붙어 있으려 하는 유나,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자석에 이끌리듯 함께하는 사에.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족’은 ‘타인과의 연결’이 더욱 절실해진 지금의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면서 각자가 품고 있는 상실로 인한 상처를 내려놓게 한다.
《사슴의 왕》은 상ㆍ하권으로 구성되어 긴 호흡을 가지지만 결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가의 세밀한 묘사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구성,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유머가 마지막 책장까지 넘겨 확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작가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허구적 상상력에만 기댄 익숙한 판타지 소설이 아닌, 잘 짜인 영화 같은 새로운 판타지 소설로 탄생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전혀 새로운, 진정한 판타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