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YES24 카테고리 리스트

YES24 유틸메뉴

Global YES24안내보기

Global YES24는?

K-POP/K-Drama 관련상품(음반,도서,DVD)을
영문/중문 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Korean wave shopping mall, sell the
K-POP/K-Drama (CD,DVD,Blu-ray,Book) We aceept PayPal/UnionPay/Alipay
and support English/Chinese Language service

English

作为出售正规 K-POP/K-Drama 相关(CD,图书,DVD) 韩流商品的网站, 支持 中文/英文 等海外结账方式

中文

Exclusive ticket sales for domestic and international pop artists

Global yesticket

검색

어깨배너

2월 혜택 모음
슈퍼특가
1/6

빠른분야찾기


루시
미리보기 카드뉴스 파트너샵가기 공유하기
소득공제 EPUB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203
eBook

루시

[ EPUB ]
저메이카 킨케이드 저/정소영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09일 | 원서 : Lucy 리뷰 총점9.1 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13건)
  •  eBook 리뷰 (0건)
  •  종이책 한줄평 (8건)
  •  eBook 한줄평 (0건)
회원리뷰(21건) | 판매지수 72 판매지수란?
상품 가격정보
정가 8,400원
판매가 8,400 (종이책 정가 대비 30% 할인)
YES포인트
추가혜택쿠폰 및 사은품(1종)
추가혜택쿠폰 쿠폰받기
  • 주문금액대별 할인쿠폰

이 상품은 구매 후 지원 기기에서 예스24 eBook앱 설치 후 바로 이용 가능한 상품이며, 배송되지 않습니다. eBook 이용 안내

구매 시 참고사항
구매 시 참고사항
  • 2020.4.1 이후 구매 도서 크레마터치에서 이용 불가
  • 구매 후 바로 읽기 eBook 이용안내
  • 이용기간 제한없음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1/4
광고 AD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9일
이용안내
  •  배송 없이 구매 후 바로 읽기 eBook 이용안내
  • 이용기간 제한없음
  •  TTS 가능 TTS 안내
  •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인쇄 기능 제공 안함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파일/용량 EPUB(DRM) | 50.55MB 파일/용량 안내
ISBN13 9788954683388

관련분류

카테고리 분류

이 상품의 태그

  •  검색 페이지에서 선택된 태그에 등록된 더 많은 상품을 확인해 보세요. 전체보기

이 상품의 이벤트 (9개)

카드뉴스로 보는 책

소개

목차

저자 소개 (2명)

1949년 5월 25일, 서인도 제도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에서 도미니카 출신의 어머니 애니 리처드슨과 친아버지로 알려진 로더릭 포터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이고, 카리브 원주민 외할머니 곁에서 어린 시절 내내 큰 영향을 받는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좋아해서 여러 차례 읽을 만큼 열렬한 독서광이었지만 학교생활에는 그다지 적응하지 못한다. 1965년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학교... 1949년 5월 25일, 서인도 제도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에서 도미니카 출신의 어머니 애니 리처드슨과 친아버지로 알려진 로더릭 포터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이고, 카리브 원주민 외할머니 곁에서 어린 시절 내내 큰 영향을 받는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좋아해서 여러 차례 읽을 만큼 열렬한 독서광이었지만 학교생활에는 그다지 적응하지 못한다. 1965년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1966년 뉴욕으로 건너가 스카스데일에서 입주 보모로 일하기 시작한다. 곧 가족과 연락을 끊고 자발적 유배 상태에 들어가며, 이십 년 뒤 앤티가섬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절연한 채 지낸다. 뉴욕에서 생활하는 동안 야간 학교를 통해 학업을 이어 가며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한다.

이후 사진을 공부하고 비서, 모델, 클럽의 보조 가수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수차례 잡지사의 문을 두드리지만 좀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마침내 십 대 소녀들을 위한 잡지 ≪앤저뉴≫에서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라는 제목으로, 저명한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인터뷰하며 이름을 널리 알린다. 이 무렵부터 보다 자유롭게 글을 쓰기 위해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1976년 ≪뉴요커≫에 구 년 동안 ?마을 이야기?라는 칼럼을 기고하고, 이후 1996년까지 이십 년간 ≪뉴요커≫의 전속 작가로서 활약하며 여러 단편들을 발표한다. 1979년 ≪뉴요커≫의 편집장 윌리엄 숀의 아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앨런 숀과 결혼하고 아들 해럴드와 딸 애니를 얻지만, 2002년 이혼한다. 이때 버몬트에 거주하며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 교수로 자리 잡고, 2004년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된다.

오늘날 카리브 문학을 대표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 인종과 계급, 젠더와 섹슈얼리티, 피식민자 경험과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집요하게 천착하며 고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1983년 단편 소설과 수필을 엮은 첫 책 『강바닥에서(At the Bottom of the River)』를 출간하고, 1985년 자전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첫 장편 소설 『애니 존(Annie John)』을 발표한다. 1988년 앤티가섬의 수탈과 타락의 역사를 신랄하게 고발한 에세이 『어느 작은 섬(A Small Place)』을 펴내며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1990년 『루시(Lucy)』, 1996년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이자 애니스필드울프상 수상작 『내 어머니의 자서전(The Autobiography of My Mother)』, 1997년 페미나상 외국어 소설 부문 수상작 『내 남동생(My Brother)』을 출간한다. 2002년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삶을 그려 낸 『포터 씨(Mr. Potter)』, 2013년 작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짙게 반영한 『그때 지금을 보다(See Now Then)』를 발표한 뒤 다방면에서 작가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2021년 영국 왕립문학학회의 국제 작가로 선정되고, 2017년 인류 역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댄데이비드상, 2022년 파리 리뷰 하다다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용인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번역하였고, 옮긴 책으로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대사들 1·2』,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돌 세 개와 꽃삽』, 『전쟁과 가족』, 『유도라 웰티』, 『진 리스』, 『권력의 문제』, 『핵 벼랑을 걷다』, ...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용인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번역하였고, 옮긴 책으로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대사들 1·2』,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돌 세 개와 꽃삽』, 『전쟁과 가족』, 『유도라 웰티』, 『진 리스』, 『권력의 문제』, 『핵 벼랑을 걷다』, 『일곱 박공의 집』 등이 있다.

만든 이 코멘트

저자, 역자, 편집자를 위한 공간입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남겨주세요. 코멘트 쓰기
접수된 글은 확인을 거쳐 이 곳에 게재됩니다.
독자 분들의 리뷰는 리뷰 쓰기를, 책에 대한 문의는 1:1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출판사 리뷰

회원리뷰 (13건)

매주 10건의 우수리뷰를 선정하여 YES포인트 3만원을 드립니다.
3,000원 이상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일반회원 300원, 마니아회원 600원의 YES포인트를 드립니다.
eBook은 다운로드 후 작성한 리뷰만 YES포인트 지급됩니다.
클래스, CD/LP, DVD/Blu-ray, 패션 및 판매금지 상품, 예스24 앱스토어 상품 제외됩니다. 리뷰/한줄평 정책 자세히 보기
리뷰쓰기

1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리뷰 총점9.0/ 10.0
연령대별 평균 점수는?
  • 10대 0.0
  • 20대 1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9.0
예스24에서 우수작으로 선정한 리뷰가 (1건) 있습니다.
종이책 주간우수작 《루시 Lucy》 - 피식민지 출신 소녀가 자신에게 다가가는 과정
평점9점 | YES마니아 : 골드 n****o | 2022-02-17 | 신고

 

《루시 Lucy》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

 

 

 

‘피식민지 출신 소녀가 자신에게 다가가는 과정’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보고 대개 감탄하곤 한다. 혹은 풍경 속의 현장에 직접 가보고 싶다거나 그 장소의 이력을 궁금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런 것 은 아니었다.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소설 《루시 Lucy》는 이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도시에서 사는 백인 중산층 부부와 이들의 아이를 돌보는 흑인 소녀가 기차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는 길이었다. 창밖에 갈아엎은 밭이 펼쳐진 풍경을 보고 백인 여성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이라고 말한다. 반면 흑인 소녀는 ‘저 일을 내가 안 해도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 장면은 소설 전반부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처럼 동일한 풍경, 혹은 이를 담은 사진을 보고 사람마다 크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풍경을 보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을 지녔기 때문이다.

 

 

소설 《루시 Lucy》는 저자 킨케이드의 자전적 이야기다. 저자는 서인도 제도의 영국 식민지였던 앤티가섬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17살 때 학업을 중단하고 미국 뉴욕 주의 백인 중산층 가정에 입주 보모(오페어)로 일을 시작했다. 화자는 저자의 분신이었다. 화자의 생년월일이 저자와 동일하게 설정되기도 했다. 킨케이드가 대학에서 잠시 사진을 공부했던 것처럼 화자 루시도 사진을 찍는 것으로 나온다. 이 소설은 ‘길지 않은’ 장편소설이지만 꽤나 다양하고 복잡한 층위가 뒤섞여 있다. 식민주의, 여성으로서의 삶과 페미니즘, 가부장제도, 인종주의와 같이 현대인의 삶을 규정하고 있는 틀과 맥락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인종주의적인 측면은 소설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지 않지만, 인종 문제는 소설 속 인물의 배경이 되는 전제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사실 별개의 문제가 아니었다.

 

 

 

 

식민주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과 고통

 

 

앞서 언급한 흑인 소녀의 이름은 루시 조지핀 포터다. 루시는 자신의 이름을 무척 싫어했다. 식민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녀가 태어나 자란 앤티가섬은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 1968년 즈음에도 여전히 영국에 속해 있었다. 1981년에서야 독립했던 이 섬은 공식적으로 무려 349년 동안 식민지였다. 루시의 성 ‘포터’는 예외 없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왔던 조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식민지 현실에서 노예들이 주인의 성을 따랐던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루시의 할머니는 사라져버린 원주민의 후손이었다. 3대에 걸친 여성의 피 속에 식민주의의 잔재가 여전히 흘렀다. 실제로 킨케이드는 《루시 Lucy》의 전편 격인 자전적 소설 《애니 Annie John》를 출간한 해에 딸을 낳았는데, 딸의 이름 역시 애니로 지은 바 있다. 현실의 삶에서도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기반으로 식민주의의 역사가 세대를 건너 이어지고 있었다. 소설 속 인물과 실제 작가의 삶이 맺는 관계는 마치 거울에 비친 대칭 이미지처럼 여겨진다. 작가는 피식민지 여성의 목소리를 다른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잊지 않기를 무엇보다 바랐던 것 같다.

 

 

식민지 모국에서 살아가는 피식민지 여성의 삶은 내게 익숙한 삶을 너머 훨씬 다양한 층위가 존재하고 있음을 말한다. 오랜 시간 피지배자로 살았던 환경에서 개개인이 그 영향력을 떨쳐내기란 역부족이다. 루시와 엄마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줄곧 ‘나는 엄마와 닮지 않았고, 엄마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도 이 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루시는 언젠가부터 엄마가 겪던 두통을 마찬가지로 앓는다. 백인 주인 머라이어의 손을 보고도 엄마를 떠올리는 루시는 ‘자신이 곧 엄마’임을 깨닫는다. “멀리 도망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내가 네 엄마라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내 피가 네 속에 흐르고 있고, 넌 아홉 달 동안 내 뱃속에 있었으니까.”(74)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애증의 관계다. 엄마가 자신과 다르게 세 남동생을 대했을 때, 엄마에 대한 증오가 두드러졌다. 점령국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간 피식민지 여성이 가부장제도를 내면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루시의 가슴에 칼이 꽂히는 순간이었다.

 

 

난 사회적 지위도 없고,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도 없었다. 내겐 기억이 있고, 분노가 있고, 절망이 있었다.”(108) 소설 전반에서 루시가 줄곧 보여주었던 정서가 아닐까한다. 루시에게는 엄마처럼 미운 사람이 없었고, 또 엄마처럼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도 없었다. 내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딸 사이의 애증관계다. 루시는 언제나 자신을 친절하게 돌봐주는 백인 여성 머라이어의 모습에서 엄마를 떠올렸다. 머라이어의 손이 엄마와 닮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도 엄마가 보낸 편지는 읽지도 않고 치워버렸다. 하지만 갑자기 아빠가 돈 한 푼 남겨 놓지 않고 세상을 뜬 다음 큰 빚까지 남겨둔 것을 알게 되자, 루시는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엄마한테 보냈다. 아들이 할 법한 행동과는 사뭇 다른 엄마-딸 사이의 모습이다.

 

 

피식민지인에게 가해진 억압과 왜곡된 가부장제 질서의 모순 때문이었을까. 루시의 대인관계, 특히 남녀 관계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랑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육체적 관계에는 탐닉했다. 일반적인 관계에서 기대되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란 없었다. 자신이 가진 돈을 전부 준 다음 엄마와 손절했던 루시는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살아가고 싶어 했다. 이게 자신이 늘 원했던 삶이라고 생각했다. 겉보기에 루시는 자유를 얻었지만 사랑이 빠진 대인관계에서 행복감과 희열, 소망이 성취되었다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삐걱거리는 그녀의 대인관계는 식민주의와 가부장제가 남긴 상처의 결과였다. 루시에게는 곁에서 자신의 상처를 돌보아줄 사람이 없었고, 스스로도 상처를 돌볼 기회도 놓쳤다. 사랑 없는 공허한 관계에 탐닉했던 것은 더 이상의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던 무의식에서 나온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기만의 키스’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 루시만 고통 받았던 건 아니었다.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의 부모, 머라이어와 루이스의 결혼 생활 역시 파탄을 향하고 있었다. 루이스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식었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애정 표현을 과시했다. 루시는 루이스의 행동이 그저 ‘쇼’임을 곧바로 알아챘다. 게다가 루이스는 가족이 별장에 머물 때, 텃밭을 망친다는 이유로 토끼를 쏘아 죽였다. 이 모습은 피식민지인들에게 가했던 식민지 모국의 행적을 떠올리게 한다. 백인 가족이 토끼를 위해 치러주는 장례 의식을 보면서 루시는 이것이 이들의 삶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허위’라고 여겼다. 이처럼 소설은 백인 중산층 가정의 기만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을 화자의 눈으로 고발하기도 한다. 그녀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폐허라는 사실”(72)을 깨닫게 되었다.

 

 

 

사진 - 분노와 절망, 거짓을 걷어내는 의식

 

 

대인 관계는 언제나 삐걱거리고, 매사에 불만과 분노를 드러내던 루시도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박물관 가기와 책읽기였다. 머라이어는 박물관에서 본 어떤 사진을 좋아했던 루시에게 사진집 한 권을 선물했다. 사진집을 보면서 루시는 지인들을 떠올렸는데, 특히 한 소년에 대해 말했다. ‘두 팔에 커다란 병 두 개를 안고 경쾌하게 걸어가는, 반바지를 입은 아이 모습’(93)을 담은 사진이었다. 틈나는 대로 사진집을 보던 루시는 자신도 사진기를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실제로 킨케이드가 사진학과에서 1년 동안 공부를 했던 이력이 있었던 것처럼, 루시도 사진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인화하여 들여다보곤 했다. 여러 면에서 루시는 작가의 분신이었다.

 

 

소설 속의 화자가 사진을 찍고 결과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상징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의 ‘사진 활동’은 앞서 언급했던 식민주의적 질서에 영향을 받은 인간들의 모습을 비추어 주었다. 다시 말해 허위와 허영, 기만적인 삶에 얽힌 대인 관계로부터 거리를 두고 이를 관찰할 기회를 준 것이다. 또 그녀가 회피하고 가슴 깊이 묻어 둔 상처들을 돌아보게 했다. 사진 찍는 이유를 알지는 못해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그녀는 계속 사진을 찍었다. 루시는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 익명성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자유로움과 더불어 행복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를 기다린 건 공허함뿐이었다. 반면 사진 속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흔들림 없이 응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고통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더라도 말이다. 이 과정은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애도하는 과정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또 타인의 모습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사진의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머라이어의 집에서 나와 독립한 루시는 이제 ‘자신만의 방’에서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녀의 사진기는 렌즈 앞에 있는 대상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다. 결과물은 사진가와 피사체를 기록하며 이들의 현존을 증명했다. 반면 루시는 사진 자체가 모든 진실을 말해주지도 않음을 간파했다. 자신이 인화한 사진을 보면서, “어떤 실재를 찍은 사진이 종국에는 그 실재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건 왜일까?”(97)라고 묻기 때문이다. 루시의 궁금증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사진을 보는 감상자의 경험이나 기억에 따라 사진의 진실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진실과 사진에 보이는 진실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할 수 있음을 직관했던 것. 그녀는 바로 이 점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사진은 이를 읽고 말하는 자에 따라서 언제든 우리를 기만할 수도, 혹은 진실을 말해줄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이점을 이해한 루시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통로로 사진을 활용한다. 촬영자와 감상자가 동일하기에 오히려 현실에 덧씌워진 기만과 허영의 장막을 걷어낼 수 있었고, 거짓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순간 지나가버리는 현실과 달리 사진 속의 현실은 자신의 기억,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마주하며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루시의 사진 활동은 상처를 숨긴 채, 사람들 앞에서 삐뚤어지고 모순된 행동을 보였던 자신과 마주하게 해주었고, 자신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주었다.

 

 

루시의 사진 활동이 소설에서 중요하다고 여긴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자기를 발견하는 글쓰기의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머라이어는 도시 생활을 정리하면서 이탈리아에서 샀던 가죽 장정 공책을 루시에게 선물한다. 침대에 누워 있던 루시는 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신의 이름을 공책에 쓴 다음 이 문장을 썼다. “사랑해서 죽을 수도 있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130) 이어서 루시는 수치스러움이 몰려와 오열한다. 사랑과 신뢰가 깃든 대인관계에 실패했던 것은 또 다시 상처입기 싫었기에 상대방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루시가 사진을 찍고 이를 들여다보는 행위는 식민주의의 영향과 여성의 굴레 속에서 지난한 삶을 살아야 했던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또 자신을 가리고 있던 기만적이고 두터운 장막을 걷어내게 해주었다. 이 과정은 자신과 만나는 글쓰기의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루시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가능성과 사랑이 깃든 인간관계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덧붙임]

루시는 머라이어가 선물해준 사진집 한 권을 보고 사진기를 사겠다고 결심했다. 이 사진집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으로 생각된다. “한 소년의 사진이 특히 그랬다. 두 팔에 커다란 병 두 개를 안고 경쾌하게 걸어가는, 반바지를 입은 아이였다.”(93)라는 대목을 근거로 한다면 말이다. 이 사진은 브레송이 1952년에 파리에서 찍은 흑백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의 배경인 1968년과도 시간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

(아래 사진 참조)


(c) Henri Cartier-Bresson, Paris, 1952

 

 

[책 속으로]

[1] "한 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남자에게 매맞는 여자아이가 있고, 다른 한 곳에는 눈에 보이는 남자에게 목이 베이는 여자 아이가 있구나. 이렇게 넓고 넓은 세상인데 어째서 내 인생에는 선택지가 고작 그 둘뿐이지?" (22)

 

[2] "우리가 그 장면을 똑같이 보고 함께 눈문을 흘릴 수도 있겠지만, 그 눈물의 맛은 다를 것이었다." (29)

- 활짝 핀 수선화가 무리지어 넘실대는 수풀을 보고 한 사람은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은 비통함과 원한만을 느끼는 모습.

 

[3] "내가 머라이어를 사랑했던 때는, 그녀를 보면 엄마가 떠올랐을 때다. 내가 머라이어를 사랑하지 않았던 때는, 그녀를 보면 엄마가 떠올랐을 때다." (49)

 

"머라이어를 보면 볼수록 내가 사랑하는 엄마의 면모가 점점 더 많이 떠올랐다. 손이 엄마 손과 똑 닮았다." (50)

 

[4] "꽤 어렸을 때였는데도 난 잘사는(그러니까 분명 행복한) 사람들은 다들 일 년 삼백육십오 일이 뚜렷한 네 계절로 나뉘는 지역에 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기울어진 자전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곳이었다. 해가 쨍쨍하고 가뭄에 시달리는 단 하나의 계절만 있는 곳." (70)

 

[5] "그리고 틀림없이 난 여자였다. (...) 엄마처럼 되기 싫다는 말을 얼마나 오랫동안 되뇌며 살았던지 그러다가 사정의 전말을 놓치고 말았다. 난 엄마처럼 되지 않았다. - 난 그냥 엄마였다." (74)

 

[6] "남자의 생애는 언제나 책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막 알게 된 참이었으니까." (78)

 

"요즘 깨닫기 시작했는데, 무슨 일을 하든 정확한 방식을 아는 사람들, 그러니까 찻잔을 쥐는 법이나 포크로 찍은 음식을 옷 앞자락에 흘리지 않고 입으로 가져가는 법을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이 세상 대부분의 불행에 책임이 있고, 미칠 일도 빈털터리로 생을 마감할 일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80)

 

[7] "어떤 실재를 찍은 사진이 종국에는 그 실재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건 왜일까? 아직 그 대답은 알 수 없었다." (97)

[8] "자유를 향해 가는 길에서 누구든 재물을 얻고 누구는 죽음을 얻지." (103)

- 폴이 차를 몰면서 대양을 건넜던 위대한 탐험가 이야기를 하면서 ‘자유를 찾아 나서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라고 말하자 로드킬당한 동물을 보면서 루시가 대꾸한 말.

 

[9] "난 내가 그 섬에 존재하게 된 기원이, 내 조상의 역사가 사악한 행위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9)

-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와 사탕수수 농장 등에서 일을 시킨 역사를 가리킨다.

 

[10] "포터라는 성은 틀림없이 우리 조상이 노예였을 때 그 주인이었던 영국인의 성일 것이다." (120)

- 실제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어머니 이름도 로더릭 포터다.

 

[11] "악마 이름을 붙인거야. 루시는 루시퍼를 줄인거지. 하여튼 내 뱃속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얼마나 성가셨던지." (121)

- 자신의 이름이 지닌 의미를 알게 되어 오히려 실패자라는 기분에서 벗어나 의기양양한 기분을 느끼는 루시.

 

[12] "사랑해서 죽을 수도 있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130)

- 루시가 선물로 받은 공책에 썼던 첫 문장.

 

 

2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24 댓글 30 접어보기

한줄평 (8건)

1,000원 이상 구매 후 한줄평 작성 시 일반회원 50원, 마니아회원 100원의 YES포인트를 드립니다.
eBook은 다운로드 후 작성한 리뷰만 YES포인트 지급됩니다.
클래스, CD/LP, DVD/Blu-ray, 패션 및 판매금지 상품, 예스24 앱스토어 상품 제외됩니다. 리뷰/한줄평 정책 자세히 보기
0/5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배송 안내
배송 구분 구매 후 즉시 다운로드 가능
  •  배송비 : 무료배송

반품/교환 안내

※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
반품/교환 방법
  •  마이페이지 > 반품/교환 신청 및 조회, 1:1 문의,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맨위로
예스이십사(주)
대표 : 김석환, 최세라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은행로 11, 5층~6층(여의도동,일신빌딩) 사업자등록번호 : 229-81-37000   통신판매업신고 : 제 2005-02682호 사업자 정보확인 이메일 : yes24help@yes24.com   호스팅 서비스사업자 : 예스이십사(주)
YES24 수상내역 정보보호 관리체계 ISMS인증획득 개인정보보호 우수사이트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서울보증보험
고객님은 안전거래를 위해 현금 등으로 결제 시 저희 쇼핑몰에서 가입한 구매안전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입사실 확인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