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사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 저자의 연구목적은 하류사회를 살아가는, 하류사회의 중심에 있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생활방식, 소비패턴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다. 그것은 왜 중요한가? 젊은 세대가 곧 한 국가의 미래이며 경제성장을 이루어낼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하류사회’란 무엇이고, ‘하류’란 무엇인가? 그가 말하는 ‘하류’는,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렵고 곤궁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물론 빈곤층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생활에 특별히 부족함은 없지만 중류가 되고자 하는 의욕이 없는, 중류에서 내려온 혹은 떨어진 ‘중의 하’를 말한다(상, 중의 상, 중의 중, 중의 하, 하로 나누어 조사).
특별히 33~37세 남자들 가운데에는, 이전 세대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자부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과는 달리, ‘하’와 ‘중의 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48%로 급격히 늘어났다(참고로 우리나라의 200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0~39세 가운데 ‘중의 하’와 ‘하’의 합이 무려 78.7%나 된다). 그들의 생활수준이 실제 ‘하’인 것과는 별개로 계층의식이 이처럼 낮은 데에는 물론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와 낮은 성장률에 있을 것이다.
풍요의 시대에 자라난 젊은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거품경제의 붕괴에 이은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은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어도 일자리가 없는 그들은, 경제 위기에서도 중산층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부모 밑에 있다면 패러사이트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프리터로 근근이 살아가야 했다. 극단적으로는 니트족이나 히키코모리가 되기도 하여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하류사회』에서 미우라 아츠시는 젊은층을, 여성은 며느리계, 밀리언에이제계, 카마야츠 여자계, 갸루계, 보통 여사무원계로, 남성은 젊은 관리직계, 로하스계, 스파(SPA)!계, 프리터계로 나눈다. 상류와 중류도 있지만 대부분 하류를 이루는 그들은 선호하는 음식점, 자동차, 시계, 옷, 사는 곳이 다를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과 심지어는 자녀들에게 대한 기대가 다르다. 여론조사를 통해 분석한 바, 하류의 의식과 라이프스타일은 위의 ‘하류도 체크리스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왠지 개성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30대가 넘으면 다른 계층에 비해 생활만족도가 추락하고 의욕이 사라진다. 같은 세대지만 연간수입에 현격하게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무언가를 희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문제는,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그들의 의식과 라이프스타일이 변하지 않는다면 하류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류사회를 극복하려면 젊은이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하류의식을 지닌 젊은이는 상승에 대한 의욕도, 상승하려는 의지도 없다. 개인적으로도 문제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기회악평등’을 주장한다. (열심히 일해도 성과를 인정받지 못했던) ‘결과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성과주의’를 도입했지만, 양극화 사회에서 일방적인 성과주의는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하류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불평등하게 주자고 주장한다. 소득이 적은 자에게는 더욱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입시 가산점, 도쿄대학 수업료 무료화, 대학수업 인터넷화, 자금원조뿐만 아니라 상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장한다.
또한 양극화 사회에 대한 경제적인 대안으로 상류와 하류에 맞는 마케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상류에게는 더욱 고급스럽고 비싼 상품을 팔고, 수적으로 늘어나는 하류에게는 그에 맞는 상품을 파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매상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하류 마케팅’도 그에 대한 논의와 맞물린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한국 사회 또한 7,8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쳐 중산층이 확대되다가 97년 IMF를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오륙도, 사팔륙, 삼팔선, 이태백이 나온 시점도 이즈음이다. 무엇보다도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중류의식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지금의 양극화 사회는 매우 난감하기만 하다. 어른(?)들은 눈높이를 낮춰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공부를 더 하거나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아예 프리터로 ‘알바’나 하며 사는 편이 자신에게 어울린 방식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류사회』, 양극화 사회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보고서는 우리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2,30대 젊은 세대의 하류화가 우리 사회에 몰고 오는 새로운 지형를 읽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