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클래식이 책에서 다루는 음악은 흔히 ‘클래식’이라 부르는 고전음악이다. 고전음악은 고대 그리스에 기원을 두는 서양음악의 한 갈래로, 그 핵심 레퍼토리는 대략 1700년부터 1940년 정도까지 250년간에 집중되어 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250년이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대에, 그것도 유럽이라는 지극히 한정된 지역에서, 오로지 백인 남성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음악이 오늘날 국경을 넘나들며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고전음악은 유럽의 복잡한 문화사에서 생겨나 제국주의·침략·전쟁·조약·무역의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문화에 받아들여졌다.(48쪽) 이런 사실 때문에 백인 남성 유럽인들의 전유물이었던 고전음악이 ‘만국 공통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미심쩍게 여겨지기도 한다. 마우체리는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이탈리아 음악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이탈리아인’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오늘날엔 더 문제가 된다. 음악과 국가적·인종적 혹은 성별적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태도는 오히려 지난 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고전음악이 민족적·성적 정체성 등을 뛰어넘어 현대인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이유는, 고전음악 역시 음악이 가진 보편적인 언어(상징과 은유)를 통해 인간사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은밀한 이민자로, 국경을 알지 못한다.”(69쪽)마우체리는 음악의 최종적인 해석가란 듣는 이임을 강조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가 흥얼거리던 노래를 들었던 우리는 살아가며 온갖 곳에서 음악과, 또 고전음악과 맞닥뜨리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음악을 경험하고 나름의 음악사전을 만들어간다. 마우체리는 말한다. “여러분은 그 음악이 무엇의 은유인지 늘 배워왔고, 그 언어에 어떤 감정이 담겼는지도 안다. 트럼펫이 연주하는 팡파르나 감상적인 바이올린 독주를 들을 때, 혹은 낮은 현과 베이스드럼이 고동치는 소리에 위험 신호를 감지할 때 그게 어떤 느낌인지를 아는 것이다. 이렇게 날마다 이해를 거듭한 내용이 여러분의 사전에 차곡차곡 더해지는데, 서양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그런 사전을 공유하고 있다.”(60쪽) 우리가 ‘베토벤은 모두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 있다.우리 삶의 사운드트랙을 찾아서하지만 음악은 보편적인 만큼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음악을 언제 처음으로 들었으며 어디서 들었는지, 그것이 당시 다른 사건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따라 그 음악 경험은 자기만의 고유한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음악이 언제, 어떤 배경에서 작곡되었는가 하는 그 역사적 시간이 개인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마우체리는 자신이 태어난 1945년 무렵 만들어진 음악들에 매료되었다고 하면서, 버르토크,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코플런드, 번스타인, 쇤베르크, 힌데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코른골트, 브리튼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태어난 세계를 구현하고 있으며 이들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고백한다.(88~89쪽) 그는 이처럼 자신이 흥미로워하던 코른골트의 음악을 1988년 스승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시골 자택에 찾아가 함께 들으며, 스승의 귀엔 이 음악이 어떻게 들렸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183~184쪽)물론 어떤 음악은, 아니 거의 모든 음악은 시간이 갈수록 처음 들었던 때와는 다르게 들린다. 특히 어릴 때 들었던 음악이 그러한데, ‘어른스러운 주제’의 음악이라면 나이가 들고 삶의 경험이 겹겹이 덧대어지면서 같은 음악이라도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마우체리는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을 〈캡틴 비디오〉라는 SF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웅적인 주제곡으로 처음 접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가, 훗날에야 이 곡이 초자연적인 폭풍을 묘사한 곡임을 알게 되었고 또 자신이 직접 이 곡을 지휘할 때는 ‘죽지 않는 이방인의 비명 소리’ 같은 인상을 받았음을 이야기한다. 음악은 같았지만, 그는 달라졌던 것이다.(97~98쪽)“궁극적으로 고전음악은 여러분의 삶에 깔리는 사운드트랙이 되어준다. 고전음악은 경험의 그 순간을 상기시켜주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집약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이 될 것이다. 그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할 수는 있어도 결코 다른 누구의 것으로 삼을 수는 없다.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면, 연주자가 자기 앞에 놓인 여러 선택지 가운데서 작품에 숨을 불어넣을 선택지를 고르고 골라 그것을 소리로 옮겨낸다. 하지만 해석은 여러분 몫이다. 여러분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껴안지 않으면 음악은 완전한 행위로서 존재하지 않는다.”(291~292쪽)마우체리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말한 ‘음악의 기쁨’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데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적으며 책을 마무리한다. 그가 일생에 걸쳐 누린 그 기쁨을 저마다 찾아가는 데 이 책이 제 몫을 다하리라 기대한다. 마우체리가 쓴 사랑의 편지를 통해 초보자들은 음악의 세계에 발을 딛고, 음악 애호가들은 신선한 귀로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음악을 향한 저자의 기쁨은 전염된다. 열정과 활기가 넘치는 이 입문서로부터 고전음악을 잘 아는 독자들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 『커커스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