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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8437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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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89년생. 한때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나 인생이 요상하게 흘러가서, 이제는 하루 종일 소설을 쓰고 읽는 일을 한다. 근육이 간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걸 아주 잘 알지만 그래도 술을 오래 마시기 위해 매일 세 시간씩 체육관에 머무른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를 썼다. 1989년생. 한때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나 인생이 요상하게 흘러가서, 이제는 하루 종일 소설을 쓰고 읽는 일을 한다. 근육이 간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걸 아주 잘 알지만 그래도 술을 오래 마시기 위해 매일 세 시간씩 체육관에 머무른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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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것대산 막걸리 집 여자 화장실 세 번째 칸
그곳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것대산 끝자락에 위치한 잘 나가는 막걸리 집 옆의 옆에 있는 가게. 산행을 마친 주영과 엄마는 배를 채우고자 그곳으로 들어간다. 청국장과 함께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고 난 뒤 화장실로 향한 주영. 그런데 다시 돌아온 주영 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엄마의 맞은편,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웬 남자가 앉아 청국장을 ‘처’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마음도 잠시, 너무도 태연한 엄마의 얼굴에 주영은 옆자리에 앉아 곁눈질을 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은 33년 인생의 짬밥이자, 그동안 수백 번도 넘게 철판을 깔아왔던 경험 덕택이었으리라. 그러자 남자가 엄마에게 묻는다. “아빠는 오고 있대?” 아빠? 저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놀랍게도 이내 엄용민 씨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부진 체구, 까무잡잡한 피부, M자형 탈모, 숯검정 눈썹. 모든 것이 그대로다. 화가 나면 언제나 모녀에게 보내던 그만의 경고까지. 비웨어, 커션, 그리고 워닝.
그 ‘워닝’ 때문일까, 아니면 취기 때문일까. 몽롱한 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중 옆을 보니, 어느새 세 사람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그곳에는 남성용 구찌 반지갑 하나가 덜렁 남겨져 있다. 주영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지갑을 열어 신분증을 확인한다. 거기에는 아까 엄마가 아들이라고 불렀던 남자의 얼굴이 떡하니 붙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이름 ‘엄주영.’ 그것은 주영이 33년간 써온 이름이었다.

이런 걸 뭐라고 해? 평행 세계?

「“엄마, 그거 알아? 나는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걸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넌 또?”
“내가 남자로 태어났잖아? 학교 다닐 때 애들 괴롭히고, 연애하면서 여자 괴롭히고, 자식 낳으면 맨날 소리나 지르고, 그랬을 거야. 때렸을지도 몰라. 진짜로.”
“무슨 소리야, 너 인성 그렇게 나쁜 애 아니고, 엄마가 그렇게 안 키우려고 기를 썼을 거야.”
그다음에 이어 하고 싶던 대답은 속으로만 뱉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인서울 해서 해방될 때까지 집에서 보고 배운 게 그것뿐인데, 엄마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별수 있었을 것 같아? 십여 년을 그런 집구석에서 커야 했던 아이가 짠, 하고 성인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같은 이름, 같은 주민등록번호, 같은 엄마 아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아까 등산을 할 때 엄마에게 했던 말이 씨가 되어 돌아온 것일까. 어찌저찌 막걸리 집에선 나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주영은 복잡한 마음을 안고 방황하다 우선 지갑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남자 엄주영과 다시 마주하기 위해 용암지구대로 향한다. 그리고 또 한 번 머리를 부여잡는다. 거기엔 ‘최은빈’이 있었다. 주영의 세계에서 그의 베스트프렌드였던, 그러나 어느 날의 싸움으로 한순간에 남이 되었던 옛 친구가.
물론 은빈 역시 주영을 알아보지 못한다. 다만, 남자인 엄주영은 잘 아는 것 같다. 은빈의 입을 통해 들은 남자 엄주영은 주영을 충격에 빠지게 한다. 엄주영, 빨간 줄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패거리의 ‘따까리’였다. 잘나가는 애들한테 빌빌 기고, 망보며 기생하는 존재. 친구들의 힘이 자기의 것인 줄 착각하는 멍청이. 그게 바로 ‘남자’로 태어난 주영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런 걸 평행 세계라고 하던가? 지극한 현실주의자였던 자신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다니…….

감히 내 이름을 걸고 망나니짓을 저질러?

그저 기분 나쁜 꿈이었다 치부하며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 주영의 눈에 자꾸만 한 사람이 아른거린다. 자신을 아가씨라 불렀던 엄마 ‘배중숙’씨. 내 세계에서는 결혼하지 않는 딸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 세계에서는 그보다 더 한 아들을 가지고 있다니, 배중숙 씨는 어디에서도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이 꼴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주영은 결심한다. 엄마를 위해 남자 엄주영을 개과천선시키기로. 그리고 이유는 또 있다. 감히 자신의 이름을 달고 망나니짓을 저지른 죗값도 받게 해야 할 것 아닌가. 탁구와 유도로 단련된 주영의 전완근이 불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연히 뭣도 없는 이 평행 세계에서 혼자 힘으로는 무리인 일. 그런 주영에게 선택지는 하나였다. 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사람, 최은빈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주영은 은빈에게 자신이 평행 세계에서 왔음을 고백한다. 믿지 못하는 은빈에게 주영은 자신의 세계에 사는 은빈의 학창시절을 줄줄 읊는다. 장우혁에서 시작해 김동완을 거친 그의 유구한 덕질의 역사를. 반신반의하던 은빈은 엄마를 구하겠다는 주영의 확고한 마음에 흔들린다. 주영은 은빈과 함께 근무하는 박병옥 경사에게도 그들의 계획을 전하며 설득한다. 마침내 살기 좋은 청주시를 만들자는 명목아래 세 사람은 의기투합한다.
어떻게 하면 남자 엄주영을 개과천선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그의 뒤를 밟던 주영과 은빈은 그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정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려 띠동갑 연하인 연재와. 한마디로 불행에 빠질 여자가 한 사람 더 있다는 것. 배중숙 씨와 연재까지, 그들을 그냥 두고 볼 순 없다. 우선은 연재부터 구하기로 한다. 연재의 친구 다정까지 힘을 보탠 이 팀의 첫 번째 목표가 정해진다. ‘남자 엄주영 결혼 파투내기.’ 과연 주영은 남자로 태어난 자신을 개과천선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명랑하고 발랄하게 뛰노는 문장 사이
숨을 멈추게 만드는 리얼한 현실 고발


평행 세계를 상상할 때 우리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주어진다. 직업, 학벌, 애인 등등 다양한 설정 값을 변경하며 또 다른 '나'의 인생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설재인 작가는 이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요소를 선택했다. 바로 '성별'이다. 그렇게 “내가 만일 남자, 혹은 여자로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우리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이 탄생했다.
그러나 저자는 기발한 상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를 기반으로 본인이 그려낸 세계 속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발한다. 두 엄주영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으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둘 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남자 엄주영만이 아버지의 모습을 답습하고, 더 나아가 여자 엄주영은 ‘불행해질 여자들을 구하고자’하기까지 한다. 그 이유는 소설 전반, 곳곳에서 드러난다. 저자가 여자 엄주영을 비롯해 배중숙, 최은빈, 심연재, 김다정과 같이 그의 주변에 위치한 여자들이 걸어온 길을 통해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는 “나도 너랑 똑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너처럼 되지 않았어.”라고 외치는 여자 엄주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더 이상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그를 응원하면서, 남자 엄주영이 하루빨리 정신을 차리기 바라면서.
이처럼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둘 다 잡는 데 성공한 작품이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한층 노련해진 작가 특유의 완급 조절이다. 각자의 매력을 뿜어내는 인물들과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통통 튀는 탁구공처럼 페이지 위를 오가다가도, 어느 한순간, 어느 한 장면이 우리를 울컥하게 만들기 때문.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은 악행이 만연하는 사회 속에서 사랑은 더욱 빛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 언제나 어떤 환경 속에서도 그 안에 숨어있는 사랑을 찾고 사랑의 연결고리를 엮어내는 작가 설재인의 작품 세계를 적극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소설이다. 올 여름 국내독자들의 마음속에 ‘설재인’이라는 이름이 아로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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