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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저 |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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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다잉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

앤 보이어 저/양미래 | 플레이타임 | 2021년 07월 25일 | 원제 : The Undying: Pain, Vulnerability, Mortality, Medicine, Art, Time, Dreams, Data, Exhaustion, Cancer, and Care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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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6쪽 | 448g | 128*200*30mm
ISBN13 9791190292115
ISBN10 119029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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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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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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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1973년 미국 캔자스주 토피카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2008년 첫 시집 『행복한 노동자들의 로맨스』(The Romance of Happy Workers)를 펴냈다. 2015년에 에세이를 결합한 형식의 시집 『여성에 반하는 의복』(Garments Against Women)을 출간해 2016년 문학 잡지 및 출판사 협의회(CLMP)의 파이어크래커상, 2018년 와이팅 작가상 시 및 논픽션 부문, 2018... 1973년 미국 캔자스주 토피카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2008년 첫 시집 『행복한 노동자들의 로맨스』(The Romance of Happy Workers)를 펴냈다. 2015년에 에세이를 결합한 형식의 시집 『여성에 반하는 의복』(Garments Against Women)을 출간해 2016년 문학 잡지 및 출판사 협의회(CLMP)의 파이어크래커상, 2018년 와이팅 작가상 시 및 논픽션 부문, 2018년 현대 예술 재단(FCA)의 사이 트웜블리상 시 부문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우화와 에세이 등을 묶은 『어긋난 운명 안내서』(A Handbook of Disappointed Fate)를 출간했으며, 2019년에는 마흔하나에 진단받은 삼중 음성 유방암 투병 경험을 녹여 낸 『언다잉』을 발표해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캔자스시티 예술 학교 부교수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영어통번역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영과에서 번역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홈 파이어』, 『목소리를 삼킨 아이』, 『역전이와 경계선 환자의 치료』(공역), 『나는 왜 SF를 쓰는가』(근간)가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영어통번역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영과에서 번역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홈 파이어』, 『목소리를 삼킨 아이』, 『역전이와 경계선 환자의 치료』(공역), 『나는 왜 SF를 쓰는가』(근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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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95

출판사 리뷰

긍정적인 태도를 명령하는 세상에서
치명적인 유방암을 진단받은 시인,
절박한 낯선 형식으로 핑크빛 일색인 유방암 서사에 균열을 낸다

1인칭으로 기록한 개인적인 고통이
“백인 지상주의적 자본주의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과,
유방암으로 죽은 여자들에 대한 애도와,
고통이 매개하는 연대를 향한 소망과 연결된다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2014년 미국 시인 앤 보이어는 마흔하나의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그가 걸린 건 ‘삼중 음성 유방암’, 대단히 공격적이고 생존율도 유난히 낮은 암이다. 보이어는 곧 항암 화학 요법을 받기 시작한다. 비혼모인 그는 치료 기간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번 돈으로 자신과 딸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그사이 『여성에 반하는 의복』(Garments Against Women)과 『어긋난 운명 안내서』(A Handbook of Disappointed Fate)라는 두 권의 책을 펴낸다. 암으로 인한 고통뿐 아니라 암 치료가 유발하는 고통까지 견디며 항암 요법을 마치고 양측 유방 절제술과 유방 재건술을 받는다. 그리고 2019년 그는 투병 과정을 기록한 『언다잉: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을 출간한다.
스스로를 공산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곤 하는 보이어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인종주의의 비정한 폭력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시적 언어로 풀어헤쳐 온 작가다. 『언다잉』은 1인칭으로 쓴 투병기지만 보이어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고통에서 시작해 거듭 바깥 세상으로 가지를 뻗는다. 그는 물리적인 아픔, 몸과 마음 일부를 상실했다는 쓰라림, 혼자라는 외로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한편 그의 증언과 고백은 이윤에 혈안이 된 미국 자본주의와, 천진하고 일상적인 온갖 차별과, 유방암으로 죽은 여자들에 대한 애도와, 고통을 매개로 연결되는 낯선 연대에 대한 소망과 뒤얽힌다.
보이어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질문하면서 문학 형식의 한계에 다다르고자 하는 시인이다. 질병을 포함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살아남은 이들에게 세상은 정해진 서사를 요구한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역경을 극복하고 행복을 쟁취한 개인적인 승리의 서사여야 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맞서는 가장 아름다운 책”(182)을 쓰는 것이 목표인 보이어는 진실을 씀으로써 아름다움을 회복하려 한다. 그리고 그에게는 형식이야말로 진실에 다가가는 동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고통도 상품화되기 마련이고 고통에 대한 이야기 역시 예외가 아니기에 그는 절박함의 산물인 낯선 형식을 통해 이에 최대한 저항한다. 다른 이들과 고통을 나누고 이를 통해 연대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유토피아적인 희망일 수도 있지만 보이어에게는 이것이 “문학이 지닌 의도치 않은 목적”(256)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사적인 이야기, 세상의 잔혹함에 대한 인식, 시적 형식을 결합한 『언다잉』은 유방암을 다룬 기념비적인 저작들의 목록에 새로운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한 매체에서 “뛰어난 유방암 회고록들을 스펙트럼으로 분류할 때 수전 손택의 글이 가장 덜 개인적이고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의 글이 가장 개인적이라면, 『언다잉』은 스펙트럼 전체를 아우른다”고 평가한 이 책은 “질병과 미국 자본주의의 암 돌봄이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 주는 품위 있고 잊지 못할 서사”라는 선정의 변과 함께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번역가 양미래의 노고 덕분에 진실하면서도 모호한, 맹렬하면서도 주저하는, 냉철한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보이어의 산문이 아름다운 한국어라는 옷으로 갈아입었으며, 한국어판 말미에는 『언다잉』이 어떻게 투병의 의미를 바꾸고 있으며 외로움을 쓰기의 필사적인 충동으로 전환했는지를 짚는 전희경(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연구활동가)의 ‘추천의 글’을 실었다.

“유방암은 형식을 흐트러뜨리는 질문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질병이다”
이 세상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거짓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진실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언다잉』은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주로 ‘나’가 주어로 등장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나’는 지배적인 문화의 유혹에 말려들기 쉽다. “좆같은 백인 지상주의적 자본주의 가부장제”(97)는 ‘나’들이 자기 이야기를 말하도록 장려하지만 그로써 특정 내용만을 말하도록 제약을 가하고 이를 통해 이야기의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를 유순한 주체로 길들인다. 오늘날 투병기는 무서운 병마와 맞서 싸워 이긴 개인적인 승리의 서사여야 하며, 더군다나 유방암처럼 젠더화된 질병에 걸린 저자라면 자신의 여성성을 무기로 휘두르는 동시에 여성성을 회복한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에 유방암은 부끄러운 질병으로 여겨져 말하기를 억압당한 주제였다. 반면 핑크 리본과 유방암 인식 캠페인, 긍정적인 태도로 대표되는 오늘날 “그 침묵의 자리는 유방암을 둘러싼 언어가 내는 유례없이 끈질긴 소음이 차지하고 있다”(15). 유방암을 겪은 이들은 “저돌적이고, 섹시하고, 생각이 깊고, 성깔 있는”(93) 생존자가 되어야 한다. 또 이 소음에는 문학도 한몫한다. 많은 문학 작품에서 (유방)암 환자들은 건강한 자를 부각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따름이다. “그런 문학 작품 중에 형편없는 작품은 하나도 없지만, 용서할 수 있는 작품 역시 하나도 없다”(130).
그러므로 보이어에게 유방암은 “형식을 흐트러뜨리는 질문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질병”이다(13). 그리고 이 세상이 요구하는 형식에서 탈피하는 것이 삶과 글쓰기 모두에서 절박한 과제가 된다. “오직 문학을 위해 생존하고자 애쓰는”(131) 그에게 “현시대에 주어진 과제는 침묵을 뚫고 입을 여는 것이 아니라, 툭하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묵살해 버리는 소음에 맞서 저항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15~16).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구성과 내용, 문체에 이르기까지 『언다잉』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보이어는 자신의 유방암 수기가 “고통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고, “현재 상황을 떠받치는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152)고 두려워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썼다. “진실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진실에 관한 글쓰기는 누군가를 위한, 곧 우리 모두인 그 누군가를 위한, 우리를 지구에 붙들어 놓는 사랑의 결속과 우리를 지구에서 몰아내는 고통이 줄다리기하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153). 그렇다면 그 진실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투병’의 의미를 바꾼다”(전희경)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에서 암 환자가 되는 것의 의미를 직시하려는 분투


그러므로 『언다잉』의 1인칭 서사는 개인적인 고통에 머물겠다는 선언보다는 형식적인 결단에 가깝다. 보이어는 암을 진단받은 순간부터 항암 화학 요법을 거쳐 유방 절제술과 재건술에 이르는 과정을 느슨하게 시간순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을 한층 폭넓은 사회적인 불평등 및 차별과 잇는다.
보이어는 공격적인 ‘삼중 음성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전체 유방암의 10~20퍼센트를 차지하고, 여러 유방암 중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가장 적은 데다가 예후도 상당히 좋지 않아 사망률이 유난히 높은”(40) 이 암을 치료하기 위해 그는 항암 화학 요법을 받기 시작한다. 항암 화학 요법은 극심한 고통을 유발할 뿐 아니라 탈모가 상징하듯 그의 몸에서 온갖 것을 앗아 간다. 보이어는 이 고통을 시적인 산문으로 묘사하는 한편 곳곳에서 자신을 괴롭힌 세상의 비정함을 향해 시선을 넓힌다.
보이어의 항암 치료는 ‘암 파빌리온’에서 진행된다. 현대 자본주의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공간이라 할 암 파빌리온에는 입원 치료도, 상주하는 의사도 없다. 끝없는 순환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최대 이익을 위해 체계화된” 이곳에서는 “온갖 방향이 뒤죽박죽 엉킨다. 지식이나 무지가 아니라 돈과 신비화가 기본 방위가 된다”(76). 이뿐만이 아니다. 이윤 추구라는 잔인한 동기는 치료와 수술, 돌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암 자체에 못지않은 고통을 유발한다. 병원은 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기준 삼아 약물을 택한다. 과거에는 유방 절제술을 받으면 며칠간 입원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배액 주머니를 매단 채로 쫓겨나듯 퇴원해야 한다. 그는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휴가가 턱없이 부족해 팔을 쓰지도 책을 들지도 못하는 상태로 일터에 복귀한다. 치료받는 내내 일터 사람들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절대 털어놓지 말라고 조언하곤 한다.
여기에 한층 더 추상적이고 비인격적인 잔혹함이 더해진다. 법은 ‘정상’ 가족이 아닌 주변 사람의 돌봄을 보장하거나 인정해 주지 않는다. 산업화된 세상은 우리 몸과 환경에 갖가지 발암 물질을 심어 넣는다. 연구원들은 연구 결과를 조작한다. 모든 사람이 마치 직장 상사처럼 둔갑해 자기 관리를 종용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암을 진닫받고 치료하지만 지천에 널린 데이터들은 오히려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일쑤며 그리하여 “정보에 의해 거듭 병들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158). 유방암 인식 단체들은 예방과 치료에 대한 기부금을 이용해 수익성 있는 사업을 벌일 뿐 아니라 유방암과 무관하거나 해롭기까지 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삼중 음성 유방암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건 흑인 여성의 사망률이 유난히 높아서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건강과 치료를 개인의 책임으로 만든다. 이런 환경에서 아프고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유방을 잃었다는 사실은 유방암 발병 후에 겪은 가장 중대한 사건에 끼지도 못한다”(174). 『언다잉』은 암보다 더 치명적일지도 모르는 자본주의 의료 산업을 분석하려는 시인의 시도다. 그의 어조는 두려움, 비통함, 분노, 슬픔, 비판 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형식에 대한 고민을 매개로 문학과 비판을 결합함으로써 이 책은 자본주의에 대한 하나의 우화, 고통받는 이들을 한층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정치 및 경제 구조를 탈신비화하는 우화가 된다.

“어떤 여자가 실제로 죽기도 전에 실로 모든 것이
그 여자를 죽이려고 작정하며 달려드는 듯한 세상에서,”
젠더화된 질병인 유방암에 직면해
“자매의 죽음”을 생각한다


유방암은 유방 조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그럼에도 유난히 젠더화되어 있다. 치료뿐 아니라 유방암에 관한 사회적 상상도 여성적인 질병이라는 선입견에 기반하고 있으며 또 이 선입견에 맞추어 환자들을 길들이곤 한다. 그래서 유방암을 앓는 여성 환자들은 투병 과정에서 “개별적이고 정확한 본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박멸”당한다(138).
병에 걸렸을 때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은 여자다. 남편의 서류는 아내가, 자식의 서류는 엄마가 작성하지만 많은 경우 “병든 여자들은 자기 서류를 직접 작성한다”(65). 반대편 광경을 살펴보면 그렇게 작성된 데이터를 해석하는 의사는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지만 “몸을 데이터로 변환하는”(72) 노동은 대부분 여성 간호 인력이 수행한다. 유방암 환자들은 살아남더라도 “버림받고, 이혼당하고, 배우자의 외도를 겪고, 학대당하고, 무능해지고, 해고당하”곤 한다(195). 어떤 사람들은 유방암 환자들을 페티시의 소재로 삼아 웹에 전시한다. 유방암 환자들은 “병원에 머물며 회복할 병상도 얻지 못하고 항암 치료 중에 손상된 인지 기능을 회복할 재활 치료도 받지” 못하지만 이들이 확실히 보장받는 것이 하나 있다. “연방 명령에 따라 행해지는, 어떤 보형물이든 선택 가능한 유방 재건술”(174). 신문에서는 ‘유방암 생존자에게는 태도가 전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다. 미국 암 학회는 유방암에 걸린 여성을 위해 ‘좋은 모습, 더 나은 느낌’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여성에겐 무료 메이크업 키트가 제공된다. 암에 걸린 여자는 곧잘 다른 사람의 슬픔을 증언해 주는 역할을 부여받는 반면 “자신의 입으로 직접 슬픔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곧장 사회적 교정의 대상이 되는 목격자다”(136). 행여라도 유방암 치료에 불만을 표하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어찌 그리 배은망덕하냐고, 마음을 그렇게 못되게 먹으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비난을 가한다.
유방암으로 사망한 소설가 캐시 애커의 최후에 관해 말하면서 보이어가 언급하듯 “어떤 여자가 실제로 죽기도 전에 실로 모든 것이 그 여자를 죽이려고 작정하며 달려드는 듯”하다(220). 이런 이유로 유방암으로 사망한 여자들의 죽음에 느끼는 “비통함은 이 땅을 찢어발기고도 남을 정도”며(195), “핑크 리본이라면 죄다 여자의 무덤에 꽂힌 정복자의 깃발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198).
그래서 보이어는 유방암으로 사망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자매의 죽음”을 떠올린다. 이는 수전 손택이 사용한 표현이지만 손택은 “여자들은 다른 여자를 위해 죽지 않는다”며 “자매의 죽음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대로 보이어는 “자매의 죽음”을 “여자들이 다른 여자를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지는 죽음이 아니라, 서로 유리된 상태에서 나란히 맞이하는 죽음에 가깝다”(14)고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시인 오드리 로드를 인용한다. “나는 살아남지 못한 여자들의 이름을 내 심장에 문신으로 새기고 다닌다. 그리고 그 심장에는 이름 하나가 더 새겨질 공간이, 내 이름을 위한 공간이 남아 있다”(17~18). 『언다잉』은 이렇듯 아픈 여자들이 “서로 유리된 상태에서 나란히 맞이하는 죽음”을 애도하고, 이 여자들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들의 공통적인 고통을 기록하려는 시도다.

개인의 고통을 넘어 집단적인 고통의 교육으로
개별적이면서도 공통적인 슬픔을 위한
눈물 사원을 자처하는 책


삼중 음성 유방암 진단부터 유방 재건 수술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위기, 수치심을 겪었지만 보이어의 유방암은 완치되었다. 그는 운이 좋았고 다른 누군가는 좋지 않았다. 또 많은 친구가 그를 떠났지만 옆에서 그를 돌봐 준 친구들이 있고 이 점에서도 그는 운이 좋았다. 그럼에도 그는 “수시로 외로움”과 “비참함”을 느꼈다. “암 치료를 받는 동안 내가 느낀 기분이란, 이 세상에서 암이라는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작아지고 있었고 암을 겪으면서는 더더욱 쪼그라들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오로지 수익 창출을 위한 기회가 된 듯한 서글픔이다”(300). 그는 투병 과정이 “모두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는 죄다 불합격자가 된 느낌을 받지만, 다들 자기 혼자만 통과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95).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썼다. 공통적이지만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외로움, 비참함, 서글픔을 전달하고 소통하기 위해.
그러므로 『언다잉』은 1인칭으로 쓰인 회고록이지만 목표는 집단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또 다른 ‘승리 서사’로 돌이킬 수 없이 오염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끊임없이 주저함에도 아주 미약하게나마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책 곳곳에서 유방암으로 사망한 여성 작가들과 대화하고, 사망하기 직전까지 “환자들의 끊임없는 고통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핑크 리본과 유방암 ‘인식’ 제고 문화에 저항하고 존엄한 죽음을 지켜 내기 위한” 활동에 매진한 여자들을 언급하고(205), 14세기 ‘나병 환자 반란’이라는 망각된 사건을 불러내고(286~287), 고통을 긍정하는 ‘돌로리스트 운동’을 상기시키며(237), 통곡을 위한 공공 사원을, “개별적이면서도 공통적인 슬픔이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을 상상한다(227).
그런데 이 모두는 고통을 정복하거나 고통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보이어가 남은 힘을 다해 외치는 주장은 ‘고통의 교육’이 가능하며 또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고통이라는 것이 너무나 독보적이고 개인적이어서 전달하거나 소통할 수 없다는 주장을 일축한다. 고통의 형언 불가능성이란 고통받는 자들의 언어를 공유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술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곧장 알아차릴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언다잉』은 이 단순한 사실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는 책, 유토피아적인 소망에 그칠 위험을 무릅쓰고 고통을 통한 결속의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책이다.

추천평

언다잉은 질병과 건강, 예술과 과학, 언어와 문학, 필멸성과 죽음에 관한 우리의 담론들에 개입하는 경이롭고도 긴급한 시도다. ‘이데올로기적인 암 체제’라 이름 붙인 어떤 것을 해부하는 앤 보이어는 삶 자체의 경험을 심원하고도 잊을 수 없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샐리 루니 (『노멀 피플』 지은이)

감상주의를 철저히 배제한 채 암과 ‘발암권’을 설명하는 앤 보이어의 글에는 클리셰라곤 없다. 지극히 특수한 자신의 경험이 환원 불가능하게 사회적임을 입증함으로써 그는 함께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젖힌다.
벤 러너 (『토피카 스쿨』 지은이)

강인하고 시의적절하며 우리를 동요시키는 책. 보이어는 시장이 주도하는 미국 암 돌봄의 잔혹함을 대담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질병과 고통에 관해 내가 이제껏 읽어 본 가장 예리하고 아름다운 글 중 하나를 써냈다.
하리 쿤즈루 (『하얀 눈물들』 지은이)

앤 보이어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목소리며 언다잉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책이다. 이 책은 자신이 아는 것을 우리에게 들려줄 언어를 찾으려는 어느 몸의 절박한 시도다.
조너선 레덤 (『고독의 요새』 지은이)

유방암 인식의 상징으로 도처에 널린 핑크 리본은 오랫동안 논쟁과 조소의 대상이었지만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앤 보이어는 리본의 앙증맞은 고리 부분을 느슨하게 푸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핑크 리본을 파쇄기에 집어넣어 갈기갈기 자른 다음 그것들을 불태운다.
제니퍼 살라이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추천평 (1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형식도 내용도 의미 있는 책
edy***** |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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