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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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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 개정판 ]
위화 저/최용만 | 푸른숲 | 2007년 06월 20일 | 원제 : 許三觀賣血記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4점
편집/디자인
4.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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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2쪽 | 491g | 153*224*30mm
ISBN13 9788971847244
ISBN10 8971847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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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화 세트

    위화 세트 허삼관 매혈기, 인생, 제7일

    전 3권

    위화 저/최용만 등역 | 푸른숲 | 2013년 08월 26일

    38,700(10% 할인)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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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위화 (Yu Hua,ユイ.ホア,余華)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다.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1983)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1988) 등 실험성 강한 중단편소설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첫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1993)을 선보인 위화는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1993)을 통해 작가로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장이머우 감독이...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다.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1983)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1988) 등 실험성 강한 중단편소설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첫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1993)을 선보인 위화는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1993)을 통해 작가로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인생』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이는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 작품은 중국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출간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매년 40만 부씩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허삼관 매혈기』(1996)는 출간되자마자 세계 문단의 극찬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위화는 명실상부한 중국 대표 작가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중국 현대사회를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장편소설 『형제』(2005)와 『제7일』(2013)은 중국 사회에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전 세계 독자들에게는 중국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산문집으로는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등이 있다.

1998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Premio Grinzane Cavour, 2002 제임스 조이스 문학상 James Joyce Foundation Award, 2004 프랑스 문화 훈장 Cheval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 2004 반즈앤노블 신인작가상 Barnes & Noble Discovery Great New Writers Award, 2005 중화도서특별공로상 Special Book Award of China, 2008 쿠리에 앵테르나시오날 해외도서상 Prix Courrier International, 2014 주세페 아체르비 국제문학상 Giuseppe Acerbi International Literary Prize, 2017 이보 안드리치 문학상 The Grand Prize Ivo Andric, 2018 보타리 라테스 그린차네 문학상 Premio Bottari Lattes Grinzane을 수상하였다.
1967년 생으로, 1990년에 한림대학교 중국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에 북경대학교 중문과 대학원에서 당대문학(當代文學)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가랑비 속의 외침』, 위화의 산문집 『영혼의 식사』 등이 있다. 1967년 생으로, 1990년에 한림대학교 중국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에 북경대학교 중문과 대학원에서 당대문학(當代文學)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가랑비 속의 외침』, 위화의 산문집 『영혼의 식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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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둘이 읽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소설
허순용(sellavy@yes24.com)
고등학교 때의 수업 중에 지금도 특이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게 있다. 별명이 마징가 Z인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춘향전』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 날은 교실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남자 고등학교란 대개 싸움과 음담으로 해를 넘기고, 수업 시간이면 자거나 딴짓하는 놈들이 부지기수인 법이다. 그런데 평소 침을 흘리며 자던 아이들이 그날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다들 책에 정신이 팔려 이상한 열기가 교실에 감돌았고, 많은 사람이 한마음이 되었을 때의 그런 힘찬 기운조차 느껴졌다. 모두들 『춘향전』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신이 나서 열강을 하고 우리도 점점 더 『춘향전』속으로 빠져들었다. 다 아는 이야기였지만 그 절묘한 단어구사와 리듬과 해학이 우리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윽고 선생님이 '너무 많이 했으니 그만 하자'고 했다. 그 때 50명이 넘는 경상도 머슴애들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터져나왔다. "안됩니더. 더 하입시더! " 마징가 Z는 놀라고 감동하였으며, 우리는 모처럼 우쭐거렸다. 학생이 공부를 더 하자고 선생님에게 떼를 쓰는 걸 그날 이후 나는 본 적이 없다.

『허삼관 매혈기』는 그에 필적할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 능청스럽고 해학에 찬 말투는 시종 웃음을 짓게 하며, 좀스럽지 않고 시원시원한 문장은 책장 넘어가는 속도에 불을 붙인다. 묘사의 호쾌함과 대화의 생생함은 따를 자가 없고, 포복절도할 장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내는 그 의뭉스러움 또한 견줄 이가 없다. 이를테면 허삼관의 마누라가 아이를 낳는 장면은 거의 『춘향전』수준이다. 대담한 생략, 살아있는 육두문자. 그렇게 낳은 아이들 이름은 또 좀 웃기는가? 첫 아들은 일락이, 둘째 아들은 이락이, 그럼 셋째 아들은? 그렇다 삼락이다. 이들 허삼관네를 비롯하여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닮아 있으며,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못한 것처럼 여겨져 마음이 편한 그런 종류의 인물들이다. 그들은 싸우고 바람피고 게으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하고 다정하며 동정적이다. 요컨대 그들은 그냥 사람인 것이다.

책 전체에 걸쳐 이야기는 황하처럼 넘실대며 삶의 희노애락을 담고 흘러간다. 이야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그 물결을 바라보고 있자면 저절로 마지막 페이지에 달하지만, 소설은 허삼관이 그 고비마다 피를 팔게 되는 사연을 박아둔다. 허삼관은 아홉 차례에 걸쳐 피를 판다. 장가 갈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피를 팔아본 뒤, 돈이 꼭 필요할 때마다 피를 팔러 간다. 그 사연을 여기 다 옮길 수는 없다. 그것은 오직 이 소설의 풍성한 이야기와 플롯 속에서만 감동을 지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마다 허삼관은 조금이라도 피값을 더 벌기 위해 오줌보가 터지도록 물을 마시고, 피를 팔고 난 뒤에는 몸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반드시 돼기고기 볶음과 황주를 마셔야 하며, 최소 석달이 지난 후에 피를 팔아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규정을 때로는 어길 수밖에 없었다는 내막을 전해 두기로 하자.

역사가 어떻고 민족이 어떻고를 얘기하지만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여기 허삼관과 같다. 그러기에 이 작품 속에서는 문화혁명조차도 지극한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는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넘어서는 그 어떤 논리도 없다'는 것이 작가 자신의 인생관이기도 하거니와, 피를 팔아서 일락이에게 국수를 먹이는 허삼관 앞에 문화혁명은 한갓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것이다. 마치 영화 <모던타임즈>처럼 허삼관의 삶을 기록하는 작가의 붓끝은 너무나 활달하고 빠르지만, 그 위트와 해학은 고난의 깊이와 욕망의 소박함으로 인해 더욱 숭고하고 아름답게 화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 피를 파는 사정 자체가 그러하지만, 알고 보니 자기 아들도 아니었던 일락이를 진정한 자기 아들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몸을 망쳐가며 피를 파는 허삼관이 차가운 강물을 사발에 떠서 마시고 벌벌 떨 때, 그의 인간적인 품격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이 작품은 위화(余華)의 최대의 베스트셀러로서 중국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태리 등 여러나라에서 크게 성공하였다. 전작인 『살아간다는 것』은 장이모에 의해 영화화되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우리나라에서 <인생>이란 제목으로 상영되었다.(『허삼관매혈기』도 <햇빛 쏟아지는 날들>, <귀신이 온다>를 만든 지안 웽 감독에 의해 영화화될 것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국내에는 그의 중단편집까지 출간되어 있는데, 『내게는 이름이 없다』는 현대 중국의 소시민 열전이라 할 만하며,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는 폭력과 죽음의 세계를 그린 것으로 중국 현대사에 대한 하나의 은유로 읽힐 수 있다. 여러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의 놀라운 이야기솜씨와 문장력은 이문구에 의해 '문림(文林)의 고수'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허삼관과 우리가 인생을 헤쳐나가는 방법
도서1팀 김성광(comma99@yes24.com) | 2015-06-09
1. 『허삼관 매혈기』는 고단한 인생을 피를 팔며 헤쳐나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오줌보가 터지기 직전까지 물배를 채워 피를 파는 남자.

2. '피'를 팔아 살아간다는 점에서 피는 '노동력'이고, '돈'이다. 허삼관에게 피 파는 법을 처음 알려준 방씨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논밭 일을 하거나 백여 근쯤 되는 짐을 메고 성안으로 들어갈 땐 힘을 써야 한단 말씀이야. 이런 힘은 다 피에서 나오는 거라구 " 이쯤되면 피는 직접적으로 노동을 의미한다.

3.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피'는 노동 그 이상이다. 노동이 일상적이라면, 허삼관의 매혈은 '사건'적이다. 피를 팔아 헤쳐온 인생이라지만, 그가 피를 파는 것은 일생에 열 번이 되지 않는다. 그는 인생의 중요한 혹은 절실한 순간에 피를 판다.

4. 모든 작품은 독자 나름의 경험으로 재해석 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팔게 되는 것'으로 요즘의 사람들에겐 '신용'만한 것이 없다. 신용을 팔아 우리는 부채를 얻고, 그 부채로 등록금을 내고 결혼도 하고 집도 얻고 아이도 키운다. 허삼관이 피를 팔아 하는 일과 거의 완벽하게 동일하다. 게다가 '신용'은 자본주의 경제의 혈액이 아니던가. 이 작품은 '피'라는 매개를 통해 인생과 세상을 동시에 끌어들인다...고 하면 너무 기계적이겠지만 그 겹침이 확실히 묘하다.

5. 중국에도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까. 허삼관은 혈색 좋고 살집 좋은 '혈두'에게 피를 팔고 난 후엔 꼭 '돼지간볶음'을 황주와 곁들여 시켜 먹는다. 벼룩이 간을 뺏기고 난 분노를 (혈색 좋고 살집 좋은) '돼지' 간으로 해소하는 것 같다. 분노를 맨 정신에 토해 낼 자신은 없어서 술기운을 빌리려는 것인지 꼭 황주를 곁들이는데, 짐짓 호기로운 척 테이블을 두 번 쾅쾅치면서 주문한다.

6. 작가 위화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것은 평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평등은 '불평등이 없는' 평등이 아니라, '너나 없이'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로서의 평등으로 다가온다. 노동과 부채로 삶을 꾸려가는 한편,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속으로 분노를 삭히고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이토록 많지 않은가. 이 소설이 익살로 무장하고 있음에도 끝내 큰 공감과 감동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지 않을까.

책 속으로

--- pp.322-323
--- p.162
--- p.207
--- p.111.
---p.167

출판사 리뷰

중국 ‘제3세대 소설가’여화(余華)의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살아간다는 것(活着)》이후 4년 만에 발표된 여화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출간 직후부터 중국 독서계를 뒤흔들며 여화를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작가 목록에 올려놓은 문제작으로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에 소개돼 격찬을 받은 바 있다. 이 소설은 특별히 잘나지도, 그렇다고 선량하지도 않은 허삼관이라는 한 가난한 노동자가 삶의 기본 양식(樣式)과 양식(良識)을 지키고 양식(糧食)을 구하기 위해 아홉 차례에 걸쳐 피를 파는 사연을 기둥 줄거리로 한다. 작가는 서사 진행의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교차 반복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며 이 비극적인 여로(旅路)의 흐름을 원만하게 한다. 국공합작과 문화혁명으로 이어지는 중국 현대사의 거센 물살을 배음(背音)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 건 매혈 여로를 걷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희비극이 교차하는 구조적 아이러니로 드러내면서 한층 정교하고 심화된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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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허삼관 매혈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g*******n | 2015-02-10

영화 <국제시장>을 본 관객 수가 13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나온 한국 영화 중 2위에 랭크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이런 저런 논쟁과 논박이 오고 간 걸로 아는데, 이념 논쟁과는 별개로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영화였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논쟁이나 논박 자체를 문제로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든 아들들은 아버지를 부정하는 존재니깐요. 아버지를 부정하고 극복함으로써 '비로소'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저희 세대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쳤고, 따라서 우리 아들 세대나 우리 손자 세대가 우리를 부정한다고 해서 그걸로 인해 노하거나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거치는 통과의례 같은 과정이니깐요.

다만 '사랑' 혹은 '부성애'라는 것이 부정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의 서운함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냉정하게 뒤돌아설 때 깊은 상처와 슬픔을 느끼게 되듯이 말입니다.

상대방이 "나는 한 번도 너를 사랑하지 않았어."라고 말해도 충격적이지만 "너는 사실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이 없잖아!"라고 말한다면 더 상처가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내 사랑이 그 한 마디로 모두 없었던 것, 가치 없는 것이 되어버린 셈이니깐요.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느끼는 감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어떤 모진 말들도 감수하고 감내할 수 있지만,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잖아요!" "아버지가 나를 위해 도대체 뭘 해주셨나요?"라고 말할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답답하고 아픕니다.

사랑이라는 건 무형의 것이고, 보이지 않으니 증명할 방법도 없지만, 그래도 사랑한 것만은 분명한데,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니 속상할 밖에요.

 

그런데 <허삼관 매혈기>를 읽어 보면, '아버지의 사랑'이 나옵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련되고 폼나는 사랑은 아니지만, 진심이기에 가능한 '진한' 사랑입니다. 촌스럽고 거칠지만 순박하고 질박한 그런 사랑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이것이 바로 아비의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국제시장>을 통해서 기성세대가 바라는 것은 자신을 인정해달라는 건 아닐 겁니다. '내가 너를 위해 이만큼 했다.' '우리 세대가 너희를 위해 이만큼 희생했다.' '지금 너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을 우리가 다 이룬 거다.' 이런 공치사나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마도 한 가장의 아버지가 자식들이나 손주들에게 이 영화를 함께 보러 가자고 권했다면 그 이유는 '이게 바로 내 마음이다.' '내가 이만큼 너를 사랑한다.'를 말해주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 남자들은 감정 표현에 서툴러서 마음은 있어도 말로 잘 표현하지는 못 하니깐요. 그런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서일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사랑합니다.

설사 그게 공치사처럼 보일 수 있고, 가족 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우리 세대의 사랑법입니다. '애국애족'이라는 거창한 말까지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는 '내 사람들' '내 새끼들'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던 셈이지요.

 

물론 분명 공만 있는 것 아닙니다. 공뿐만 아니라 과도 있지요. 그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지요. 최선을 다해 살지만 과오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게 의도적인 것이라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하지만 의도한 것이 아닌, 부족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행한 과오들이라면, 잘못을 인정하니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허삼관 매혈기>는 '가족'이라는 가치가 아직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 배경이고, 문화대혁명 전후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서로 선뜻 받아들이기 어색한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작품의 기저에 흐르는 '가족'이라는 가치는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가족 이기주의'로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모든 사랑은 다 자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서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서 더 확산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피붙이에 대한 사랑은 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허삼관이 보여준 가족애는 '혈연'을 뛰어넘습니다. '피붙이'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허삼관 매혈기> 에서 일락이에게 보여주는 허삼관의 사랑은 그걸 뛰어넘은 것이니깐요. 생부이고 친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기른 정으로, 누가 뭐래도 큰 아들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얼마 전 차승원 씨의 가족사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차승원 씨의 친자인 줄 알았던 큰아들이 알고 보니 아내가 이전 결혼에서 낳은 아이였던 게 드러난 거죠. 이 일로 이 배우는 '국민 호감'이 되었습니다. '낳은 정'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기른 정'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좀더 큰 가족의 개념, 부성의 개념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삼관도 그렇습니다. 일락이가 자기 아들이 아닌 걸 알게 되었을 때 삼관이 보이는 반응들은 일견 '찌질해'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들로 받아들였으니깐요.

가뭄이 아주 심해서 온 가족이 옥수수죽밖에 먹지 못할 때 삼관은 가족들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어서 '매혈'을 합니다. 하지만 자기 아들이 아닌 일락이에게까지 자기가 피를 팔아 장만한 돈을 차마 쓰고 싶진 않습니다. 일견 '찌질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솔직히 그 마음도 이해가 가긴 합니다. 다른 돈은 몰라도 피 판 돈만큼은 쓰고 싶지 않을 수 있지요. 피는 곧 생명이니깐요. 그래서 결국 다른 식구들만 국수를 먹으러 가고 일락이에겐 고구마를 사먹으라고 해요.

하지만 결국 나중엔 일락이를 업고 국수를 먹으러 가지요.

어떻게 보면 참 모자라 보여요. 그래서 사람들은 삼관을 '자라대가리'라고 놀립니다. 비슷한 말로 '뻐꾸기'라는 말도 있죠. 제 자식도 아닌데 키워주는 걸 한심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락이를 등에 업고 국숫집으로 향하는 마음, 그게 진정한 '부성애'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면, 그건 그 순간 허삼관의 진심을 느꼈기 때문일 거예요.

 

이런 에피소드는 작품의 후반부에 한 번 더 나옵니다. 일락이 급성 간염에 걸리고 만 거죠. 그땐 이미 허삼관이 50대였어요. 그때 당시로는 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에요. 이도 여러 개 빠지고 도저히 '매혈'을 하면 안 될 나이인데도,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허삼관은 매혈을 합니다. 젊은 사람도 석 달에 한 번 밖에 못 하는 걸, 아들 살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해서 많이 해요. 자기 죽을 줄 모르고서요.

 

어떤 사람은 과장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서 예수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써 인간들을 구원한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의 보혈'이라고 할 때의 '보혈', 그 값진 피의 대속이요.

'피'는 그만큼 중요한 겁니다. '피'는 곧 생명이니깐요. 그런데 허삼관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죽음까지도 불사해요. '아, 이것이 바로 예수의 사랑이였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위화는 '매혈'이라는 행위를 가볍고 익살적으로 그려냈지만(허삼관이라는 인물의 캐릭터가 그렇습니다), 사실 그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마지막에 아들을 위해 매혈을 불사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아렸습니다. '부모 마음이 다 저렇지.' 싶어서 말이지요. 내가 대신 죽어줄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걸 선택하는 게 부모이니깐요. 그래서 가슴 찡했고 그 행위가 매우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한겨울에 잘 자지도 입지도 못하면서 아들이 입원해 있는 상해의 병원을 갑니다. 임포에서, 백리에서, 송림에서 피를 팔면서요. 사흘 걸러 닷새 걸러 피를 팔면서 상해까지 가서 결국 아들을 살립니다. 

앞 뒤 재지 않고, 계산없이 보여주는 그 사랑이 뭉클했습니다.

 

언제고 허삼관을 만난다면 돼지간볶음에 잘 데운 황주 두 냥을 주문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 전체에 대한 경의의 표현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려낸 일락이가 그 일을 언제까지 기억할지는 모를 일입니다. 자식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면 각자의 삶을 영위하게 될테니깐요. 그렇게 한 세대는 스러지고 다음 세대가 전면에 등장하겠지요. 그것이 인생이겠지요.

그러나 다시 연인간의 사랑으로 돌아가 비유를 해보자면,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또한 부모 마음이기도 합니다. 왜냐? 그만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으니깐요. '매혈'이라는 상징적 행위가 보여주듯, 온 몸과 온 힘을 다 해서. 그것만은 부정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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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소설/중국소설] 위화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다* | 2014-02-19

희극을 안고 시작하는 <허삼관 매혈기>는 허삼관이라는 성안의 생사(生絲) 공장에서 누에고치 대 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_13) 주인공이 피를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삶을 들려준다. 피를 팔아 이야기를 짓는데, 그게 왜 재미있는가 하면 그게 단순히 피를 파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곳에서는 중국 사회, 그리고 중국인들의 특징이 깊게 베어있어 한편의, 긴 단편극을 보는 것 같아 눈 돌릴 틈이 없겠는거라.

 
류진운의 <닭털 같은 나날>은 마치, 도시 사람들을 포장(이야기를 꾸며)을 보태 그들의 행태를 풍자했다면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희극(웃음을 주조로 하여 인간과 사회의 문제점을 경쾌하고 흥미 있게 다룬 연극이나 극 형식) 그 자체였다. 그런데 책에 감정을 쏟아내 읽으려 하면, 껄껄껄 하고 웃다가도 허, 하고 깊게 숨을 셔야 하겠는거라, 이 또한 단순히 소설로 치부할 이야기가 아니니까
!


  80
년대 말 개혁개방의 급물살을 타고 마약정맥주사와 동성애 문화가 밀려들어오면서 중국 정부는 에이즈 예방을 위해 수혈 관련 제품의 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내에서는 채혈을 통해 돈벌이를 하는 혈액은행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당시혈장(血漿)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채혈은 중국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주 채혈 대상은 낙후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월 소득 100위안 미만의 빈농들로매혈 대군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매회 40위안~50위안의 대가를 받고 목숨을 건 매혈을 이어갔다.

수 십 년이 흘렀지만 허구 같은 현실은 현대사회에서도 진행 중이다. 하루에도 몇 건씩 혈액 매매 광고가 인터넷에 게재될 정도로 생계를 위한 매혈 여로를 걷고 있는현대판 허삼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 아주경제 '<취재현장> 현대판허삼관이 말해주는 중국사회의 명과 암'




  /
  /
  <허삼관 매혈기>가 단순히 희극으로 끝이 난다면, 이리도 많은 사람들의 글 속에 담길 수 있었을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중국의 뼈아픈 문화를 다시 보게 됐다. 덤덤하게 그러나 여실히
.
 
 
문화대혁명이라는 것을 허삼관에 비추어 속살을 보게 되니, 대단하다 싶었다. 물론, 부정적으로.
 
어떤 이를 믿고 따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참혹한지 이제서야 알았다, 그 것이 전국민을 움직이는 힘이라면 더더욱.
 
  1949
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고, 마오쩌둥은 공산주의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된 듯하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허삼관 매혈기> 145페이지부터 시작하는데 정말 놀랍다. ‘앞으로는 자기 소유의 논밭을 가질 수 없는 거라구. 전부 국가에 귀속되는 거지. 즉 국가로부터 논밭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거라 이거야’(_145)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앞으로는 어느 집이든 밥을 할 수 없다는 거야. 전부 식당 가서 밥을 먹어야 한다 더군.’(_146)을 시작으로 마오쩌둥의 유토피아적 환상은 고꾸라져 땅으로 처박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식당은 이리저리 문을 닫기 시작하고, 쌀 값이나 밀가루 값은 천정부지로 값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
식구들이 57일간 죽을 마신다고 또 피를 팔았고, 앞으로 또 팔겠다는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고생을 어떻게 견디나……. 이 고생은 언제야 끝이 나나.’ (_167) 이와 같은 참사는 대자보를 시작으로 비판대회가 열리면서 절정으로 치닫다. ‘그들이 비판대회장에서 내 머리를 잘랐을 때 사람들이 웃는 소리를 들었어요. 내 머리카락이 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죠. 그랬더니 바로 뺨을 후려치는 거예요.’(_215)
  ‘
오늘, 우리 집에서도 비판투쟁대회를 열려고 한다. 누굴 비판하느냐? 바로 허옥란을 비판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저 사람을 허옥란이라고 불러야 한다. 엄마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 말이다. 왜냐하면 이건 비판대회니까. 비판투쟁대회가 끝나야 다시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거다
’(_224)


 
가난이, 어디든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면 아마 우리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허삼관을 통해 우리네 아버지를 본다. 한껏 과장된 허옥란을 보며, 엄마들도 더불어 그려진다. ‘피를 팔아만든 목돈으로 돼지간볶음과 뜨끈하게 데운 황주 두어 잔으로 피를 달래고, 피를 팔아만든 35원으로 다양한 거사를 해치우는 허삼관’. 그는 허이, 참 답답하다할 참이면, ‘아이, 된 사람이구먼하고 내뱉게 만드는, 어수룩해 보여도 온정 많고 진국인 게 어쩌면 우리네 옛 선조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피를 팔아 거사를 치르는 일들이 비단, 최하서민층의 일일 뿐일까.

  
땀과 혈을 팔아 돈을 내는 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찌됐던, 우리는 자본주의의 노예니까. 여전히
.
  
그걸 가리켜서 좆털이 눈썹보다 나가기는 늦게 나지만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 (_324)





   -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영화화 된다는 기사를 통해 이 책을 읽게 됐다.
 
무엇보다 캐스팅에서 허옥란이 하지원이라니, 미인이라지만 억척스러워 역할을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하다. 하소용이 누가 될지도 궁금하고!
 
개봉하면 바로 관람해주는 센스를 발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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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뭉클함의 감동에 눈을 뜨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 2007-11-18

"돼지간볶음과 황주주세요.  황주는 데워서요..."

 

이것은 허삼관이 피를 팔고나서 매번 식당에 들러 하는 음식주문 내용이다.  피를 팔고나면 몸의 기가 빠져나가서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두통과 한기가 올 때도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허삼관은 가난한 서민이다.  그러던 어느날 피를 팔면 한 순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땀을 흘려서 버는 돈으로는 근근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일을 살기에도 벅차지만, 피를 파는 돈으로는 집도 살 수 있을만큼 큰 몫돈이 된다.  그래서 허삼관은 처음으로 피를 판 돈으로 결혼을 하기로 한다.

 

허옥란, 그녀는 허삼관을 만나 일락,이락, 삼락이란 이름을 지은 세 명의 아들을 낳는다.  가난하지만 오손도손 행복했던 그들이었는데, 일락이가 허삼관의 아들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된다.  허옥란이 결혼 전 사귀었던 하소용이란 사람의 아이인 것이다.  그런 일락이가 동네 아이와 싸움을 벌려 그 아이의 치료비를 물게 된다.  자신의 아이도 아닌 아들을 위해 치료비를 되기는 싫은 허삼관은 친부인 하소용에게 일락이를 보내지만 그는 일락을 아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책은 중국의 문화혁명기를 전후한 시대에 제목처럼 피를 팔아 삶을 살아간 허삼관이란 가난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도입부에서의 이 책은 지루했다.  허옥란과 허삼관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일락으로 끊임없이 부부싸움을 하는 크게 매력적이지않은 즉 자극적인 붉은 색의 매운 음식이 아닌 멀건 음식의 싱거움의 사건들이 평행선에 줄지어 서서 걸어가는 그런 밍숭함이어서 책장을 넘기는 일이 쉽지않았다.  너무나 자극적인 사건 전개에만 길들어져 버린 탓인지 이 책은 어떤 기후변화도 없는 잔잔한 강가를 거닐고 있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그랬다.  그런 밍숭함과 잔잔함이 지루함으로 나를 옥죄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삐져나오는 웃음을 짓고, 따스해지는 뭉클함에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적셔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그렇게 싫다고 투정부리게 만들었던 그 밍숭함과 잔잔함이 감동이 되어 다시 한번 다른 느낌으로 나를 옥죄어오리라고는 말이다.

 

흉년으로 매일의 끼니를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은 허삼관의 생일이었다.

그날도 저녁으로 옥수수죽을 먹고난 뒤였지만 여전히 허기짐을 떨쳐낼 수 없었던 그 밤, 허삼관은 상상요리를 가족들에게 선사하기 시작한다.  막내 삼락이 부터 요리 주문을 받는다.

튀긴 돼지고기 요리인 홍사오러우를 주문하는 삼락이, 이 요리는 오로지 삼락이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식구들은 자신들의 음식이 나올 때까지는 침을 삼켜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허삼관은 소리친다.."안돼, 이건 삼락이 요리란 말야. 삼락이만 먹어야 해..자 이락이 넌 무슨 요리 먹을래?"  이락이 역시 홍사오러우를 주문한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를 튀기고 그렇게 또 다시 입으로 요리를 하여 이락에게 상상요리를 내미는 허삼관.  나는 이 장면에서 어찌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던지 웃음이 절로 베어나왔다.  일락이 역시 홍사오러우를 주문한다.  그리고 아내 허옥란을 위해 붕어찜을 요리한다.  아이들 침을 삼키는 소리에 허삼관은 이것은 엄마를 위한 요리이며 너희들은 고기 많이 먹었으니 침 삼키지말고 자라고 엄포를 놓는다.  마지막으로 허삼관은 자신을 위한 요리를 시작한다.  돼지간볶음....여기저기 침이 넘어가는 소리들로 그 어둔 밤이 시끄럽다.  결국 허삼관은 "좋아, 모두들 내 음식을 훔쳐먹고 있군.  그러나 오늘은 내 생일이니 인심 쓴다..모두들 돼지간볶음을 맛나게 먹자.."

나는 바로 이 상상요리를 하는 장면에서 이 책이 품어내는 따스함, 그 인간미에 뭉클한 감동의 바다에 빠져들고 말았다.  저자가 끝까지 놓지않고 있던 그 메세지를 이 장면을 통해 비로소 가슴으로 눈을 뜨게된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이 살아내어야 했던 그 지난한 가난의 세월을 모른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조상들이 살아내었던 전쟁이 남겼던 가난의 모짐 또한 모른다.  그들이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견뎌내야했던 그 역경의 세월들엔 그러나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소중한 가족이 있었다.  가난했지만 그래서 주인공 허삼관은 자신의 피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야했지만 잃고싶지않았던 양심이 있었고, 지켜내고 싶었던 가족이 있었다.

 

허삼관은 몇 번의 사건들로 인해 피를 팔아야 했다.  처음은 자신의 결혼 자금으로였고, 다음은 자신의 아들이 아닌 일락이가 친 사고때문에 잃었던 살림을 다시 구해와야 했기 때문이고, 아이들이 커서 농촌 일손지원으로 가게 되었을 때는 아이들이 다시 도시로 배속되어오길 바라는 맘에 그 담당자에게 잘 보이기위해 음식 대접을 한다고 피를 팔았으며, 가난때문에 옥수수죽으로만 연명해야하는 가족이 안스러워 국수를 먹이려고 또 피를 팔았으며,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 닥쳐와 또 아들이 입원한 상하이까지 매혈여행을 하면서 가기도 했다.  허삼관은 그렇게 매번 피를 팔 수 밖에 없는 시대의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가족을 지켜내며 살아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안스럽고 또한 감동적이며 고단해보이던지 우리내 아버지를 보는 듯 하여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진다.

 

처음엔 이 책이 전원일기처럼 뚜렷한 흥미로운 사건이 없는 매일의 단조로운 일상같은 느낌의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중반부부터 마지막 장을 손에서 놓아야 할 때가 되었을 때는 이 책만큼 소중함의 여운을 안겨주는 글을 만난 것은 오랜만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엔 내가 알지못한 중국의 문화혁명기의 전후시대가 배경이다.  그래서 처음엔 그다지 와닿지않았기에 더 지루함을 느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그들이 살아낸 시대의 폭로를 그 고단함을 피를 팔아서 가족을 지켜내고 있는 허삼관을 통해 통렬하지만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뭉클함으로 가득찬 책이다..눈물짓게 하지만 그것은 아파서라기보다 그 아픔을 승화해내고있는 허삼관의 삶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라서 였다.  남의 자식을 뱃 속에 담고 결혼한 아내라고 겉으로는 구박하지만 그런 아내가 자아비판 대상이 되어 거리에서 팻말을 걸고 있어야하고 가족 앞에서조차 비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왔을 때 그녀를 아껴주었던 사람 또한 허삼관이었다.  자기 아들 아니라고 일락이에겐 자신의 피 팔아 받은 돈을 쓰기싫다고 말했던 그였지만, 가출하여 돌아온 일락에게 국수를 사 준 사람 또한 허삼관이었다.  피를 한 번 팔면 적어도 삼개월이 지나야 다시 팔 수 있다고 했지만 죽음을 맞닥뜨리고 있는 일락을 위해 삼 사일만에 다시 피를 팔아 쓰러지기까지 한 사람 또한 허삼관이었다.

 

시대의 아픔을 말하는 책은 많다.  이 책 역시 그 아픈 시대를 살아간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아픔을 투정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켜내고 있는 우리내 이웃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있는 글이었다.

겉으론 투박하고 무뚝무뚝하지만 속내는 사랑으로 펄펄 끓고 있는 그런 우리내 아버지말이다.

너무나 따스한 책이라서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두고두고 긴 여운이 있는 그 따스함에 겨울의 추위조차 위세를 떨칠 수 없는 그런 책이기에 꼭, 독자들이 읽어보길 자꾸만 말하게 되는 책이다.  오래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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