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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 문학동네 | 2021년 07월 27일 리뷰 총점9.7 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359건)
  •  eBook 리뷰 (4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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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78g | 145*210*21mm
ISBN13 9788954681179
ISBN10 895468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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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증조할머니에게서 나로 이어지는 여성 4대의 삶을 담은 소설. 1930년대 황해도에서 백정의 딸로 태어나 모진 세월을 살아낸 증조할머니의 시간은 그를 닮은 나에게 전해져 새 숨을 얻고, 나의 오늘 또한 과거와의 조우를 통해 다시 쓰인다. 부드럽고도 힘있는 문장으로 그린 백 년의 이야기 -소설MD 박형욱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저자 소개 (1명)

삼색 고양이의 날에 태어나 삼색 고양이와 고등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소설가. 타고난 집순이지만 매일 장기간의 세계 일주를 꿈꾼다. 여행, 글쓰기, 고양이, 바다, 친구, 잠을 좋아한다. 콤플렉스와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 삼색 고양이의 날에 태어나 삼색 고양이와 고등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소설가. 타고난 집순이지만 매일 장기간의 세계 일주를 꿈꾼다. 여행, 글쓰기, 고양이, 바다, 친구, 잠을 좋아한다. 콤플렉스와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이 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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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20

출판사 리뷰

추천평

태생지를 빌려 삼천이로, 새비로 서로를 부르며 함께 한 세상을 살아냈던 두 여성의 만남은 우정, 자매애, 사랑이라는 언어를 넘어선 근원성, 어쩌면 목숨과 목숨의 얽힘이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가없이 그립고 정다운 마음들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며 속삭인다. 난 너를 떠난 적이 없어. 아프고 서럽게 살아낸 목숨의 이야기들은 노래가 되어 풀려나오고 읽는 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그 실타래의 한끝을 잡고 자신이 갇혀 있던 상처와 혼돈과 환멸과 슬픔에서, 그 어둡고 혼란스러운 미궁에서 비로소 빠져나온다. 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것은 더 큰 슬픔의 힘이리니. 작가가 창조해낸 특별한 공간 ‘희령’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 오정희 (소설가)

올해의 책 추천평 (766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2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t******a | 2022.11.02
2022
여러 세대 여성들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책
h*******u | 2022.11.02
2022
좋아요
t*****n | 2022.11.02
2022
올해의 책♡
a*******m | 2022.11.02
2022
너무 좋은 책이었어요
o*****y | 2022.11.02
2022
어여야
a*****0 | 2022.11.02
2022
추천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s*******4 | 2022.11.02
2022
추천합니다
m******6 | 2022.11.02

회원리뷰 (40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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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주간우수작 최은영의 밝은 밤을 읽고 - 나 또한 누군가의 밤에 빛이 되길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c********3 | 2022-10-24 | 신고

지하철로 이동 중에 책 읽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어서 "밝은 밤"을 읽을 때에도 다른 책들처럼 지하철에서 읽었다가 하마터면 사연 있는 사람처럼 비추어질 뻔했다. 책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화가 나 얼굴이 시뻘게지기도, 어떨 때는 울컥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곤 하였으니 아마 왜 저러나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완독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난만 가득 담긴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4대에 걸친 가족 내 여자들의 이야기가 고통에 버무려져 있긴 했지만, 다행히도 빛 같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왜 책 제목을 "밝은 밤"이라고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1대인 증조할머니는 백정의 신분으로 일제 때 태어나 온갖 고생이란 고생을 다했고, 2대인 할머니는 사랑도 없는 사기결혼으로 인해 고통받았다. 3대인 엄마는 첫째 딸을 일찍이 세상에서 떠나보내야 했으며, 4대인 주인공 지연은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이혼하고 그 이혼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모를 마주해야 했다. 말 그대로 네 명 모두 어두컴컴한 밤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 제목이 ""이 아니라, "밝은 밤"이었을 수 있던 이유는 그래도 그들의 삶에 빛 같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증조모의 경우, 신분이 단지 백정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심지어 가장 가까워야 하는 증조부까지 증조모에게 살갑지 않았으니, 증조모의 삶은 한동안 달조차 떠있지 않은 시커먼 밤이었을 것이다.

심리학자 중, '해리 할로'라는 사람이 사랑의 본질을 알아보기 위해 '원숭이 애착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은 갓 태어난 원숭이를 엄마 원숭이로부터 분리한 뒤, 우유병이 있는 철사 모형의 엄마 원숭이 모형과 우유병은 없지만 따뜻한 천으로 만들어진 엄마 원숭이 모형이 있는 우리에 넣은 후 태어난 원숭이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심리학자들은 원숭이가 배가 고플 테니 우유병이 있는 철사 모형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새끼 원숭이는 우유병이 없음에도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 모형에 집착하였다. 아기 원숭이는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만을 계속 만지고, 그 모형에만 매달렸다. 이때 심리학자들이 깨달은 것은 사랑은 단지 배고픔을 해소해준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따뜻한 손길에서 생긴다는 것이었다.

증조부는 양민인 자신이 백정인 증조모와 결혼하여 증조모를 일본군인들로부터 구해낸 것이 증조모에게 세상에 없을 아주 대단한 자비와 사랑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양민인 증조부가 백정인 증조모와 결혼했다고 해서, 증조부가 증조모에게 같이 살집 마련했다고 해서, 돈을 벌어다 줬다고 해서, 그것들이 증조모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포근한 눈빛이 된 것은 아니었으니 증조모의 삶은 절대로 밝은 밤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속에서 자신을 아껴주는 새비아주머니를 만난 뒤 증조모의 삶은 "밝은 밤"이 될 수 있었다. 새비아주머니는 증조모가 백정이던 아니던 신경 쓰지 않았다. 증조모라는 사람 자체를 아껴주었고, 사랑해주었다. 새비아주머니가 뭔가 엄청난 일을 해서 증조모에게 빛이 된 것이 아니다. 단지 증조모와 이야기를 나누고, 증조모가 한 밥을 맛있다고 해주고, 증조모를 보며 웃어주는 그런 행동, ,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새비아주머니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증조모의 삶을 밝은 밤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꼭 반딧불이 한 마리 한 마리가 모여 여러 마리가 되면 깜깜한 밤에도 밝은 빛을 내듯이 말이다. 나는 이에 대해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거의 20대 후반이 되어서 대학에 다시 입학하였다. 뭘 하고 싶은지 오랫동안 확신이 서지 않았고, 그랬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데 남들보다 늦게 걸렸다. 대학에 다시 들어갔을 때는 드디어 내가 하고 싶었다는 것을 찾았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여덟 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다행히 대학생활을 즐겁게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중 나와 항상 수업을 같이 듣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대학에 약간 늦게 들어와서 남들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나보다는 아직 훨씬 적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던 밝은 아이였다. 소설 속에 나오는 새비아주머니처럼 말이다. 이 아이는 나와 함께 밥도 같이 먹고 운동도 하고 공부도 같이 해주곤 하였다. 만약 대학에 들어갔는데 이 아이가 없었더라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었더라면,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고 해도 대학 생활하는 내내 힘들었을 것이다. 대학생활이 어두운 밤 같았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이 아이 덕분에 나이를 먹어서도 나름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고,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생각보다 삶에 이렇게나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이처럼 새비아주머니의 행동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증조모에게는 꽤나 큰 빛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힘든 밤이 증조모 대에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이어서 2대인 할머니와, 3대인 엄마, 그리고 4대인 지연의 삶까지 어두움은 이어져갔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삶에 드리워진 어두움은 충분히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증조부가 자신의 가족에게 약간의 빛을 비쳐주었다면 말이다. 만약 증조부가 새비아주머니의 반딧불이 같은 행동을 하려고 마음먹었더라면, 그저 약간의 배려라도 했었더라면, 그저 자신의 부인과 딸을 조금이라도 귀히 여겼더라면, 적어도 어둠이 4대에 걸쳐 드리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증조모가 백정의 신분이었기에, 주위 사람들은 할머니를 보며 '백정의 딸'이라는 상처되는 말을 하였지만, 증조부는 '자신이 양민이니 너도 양민이다'라는 무심한 말만 할 뿐이었다. 무심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증조부는 할머니가 아들이 아니라 그런지 할머니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증조부의 사랑을 항상 갈구하였다. 다행히도 모든 사람이 할머니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니었다. 새비아주머니와 마찬가지로 새비아주머니 딸인 희자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같이 책도 읽고, 이야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사랑 표현에는 서툴긴 하지만 그래도 명숙 할머니의 서툰 사랑까지 받으며 삶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이 오래가지는 못하였다. 새비아주머니와 희자를 떠나 온 가족이 희령에 가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증조부의 중매로 떠밀리듯 남선과 결혼하게 되며, 할머니의 삶은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남편인 남선은 증조부 같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꼭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정작 할머니에게 사랑을 주는 사내는 아니었다.

 

"그즈음 남선은 자주 친구들을 끌고 집에 들어와서 다 같이 담배를 피우며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정당과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격렬한 토론을 벌이곤 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덜 고통받고 더 잘 사는 세상을 꿈꾼다는 말을 하면서도 할머니의 발이 얼마나 부어 있는지, 가끔씩 배가 뭉칠 때마다 할머니가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말하면서 할머니가 벌어온 돈은 아무렇지 않게 앗아갔다. " -본문 중에서...

 

남선은 그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으면서 목소리만 쩌렁쩌렁 큰사람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인 남선은 이미 결혼한 적이 있었으나, 그걸 속인 채 할머니와 결혼하였고, 남선이 남선의 원래 가족을 다시 만나자, 할머니에게는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할머니를 떠나버렸다. 심지어 증조부는 이 모든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를 남선에게 시집보낸 것이었다. 결국 할머니는 자신의 자식을 아비 없이 키울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랑과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할머니는 남편 없이 그 일을 해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결국 길남선도 나쁜 남자이지만 이 또한 증조부의 무심함으로 일어난 것이다. 만약 증조부가 할머니에게 약간의 애정이라도 있었으면, 할머니를 절대 길남선 같은 사람에게 시집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삶이 그렇게까지 비참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증조부는 할머니에게 그만한 애정이 없었고, 결국 자식에 대한 충분한 애정 없는 증조부의 결정은 할머니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어둠 속에 갇히게 했다. 증조부의 생각 없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엄청난 어둠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이 어둠에 덮여있는 와중에도 할머니는 자신의 딸 미선이가 아버지인 남선을 미워하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 할머니는 딸에게 거짓말을 했다.

 

"너희 아버지는 자기 가족이 전쟁통에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나에게 분명히 이야기했으니 나와의 결혼은 중혼이 아니라 재혼이었다.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가족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희 아버지는 우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너를 데려가길 원했지만 내가 요구해서 너는 나와 함께 살게 됐다.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부탁한 것도 나였다. 네가 혹여 아버지를 만나서 상처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할머니의 말에 엄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국민학교 4학년 때의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기에 종종 선의의 거짓말을 하곤 한다. 나 자신조차도 그럴 때가 있다.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도 결국엔 거짓말일 뿐이다. 자신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그 선의의 거짓말이 더 큰 비수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꽂혀버릴 때가 있다. 꼭 부메랑이 바람을 타고 돌아와 더 세게 강타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할머니는 자신의 딸을 너무 사랑하기에 그랬을 것이다. 할머니가 증조부에게 충분한 사랑받지 못한 것이 자신에게는 큰 상처였기에, 적어도 자기 딸은 자신이 아버지에게 느꼈던 그 얼음장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이러한 거짓말은 오해와 오해를 낳고, 결국 엄마 미선에게도, 할머니에게도 더 큰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거짓말 때문에 엄마 미선은 "행복하고 평범한" 가족을 만드는 것에 압박감을 느꼈고, 그 때문에 엄마는 할머니에게 결혼식 전에 모진 말을 했다. 자신을 그냥 아버지에게 보내지 그랬냐고. 그랬으면 다들 편했을 것이라고. 다행히 결혼식날 미선은 울면서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할머니는 그 말 한마디에 미선을 용서했다. 자식을 너무 사랑했던 부모이기에 가능한 용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결혼식을 끝낸 후, 엄마 미선은 잘 사는 듯했지만, 이들의 삶에 불행이 닥쳐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미선의 첫째 딸인 정연이가 죽었다. 딸의 죽음에 미선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어쩔 줄 모르며 미선을 위로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게 독이 되었다.

 

사람 명이 하늘에 달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고 했어. 미선이가 자꾸 자기 탓을 하니까,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데……할머니는 그 말을 듣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딸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란 걸,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내밀고 있던 딸의 손을 자신이 내쳐버렸다는 것을. -본문 중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딸인 미선을 너무 아꼈기 때문에, 미선을 위해 한말이었지만, 미선은 자신의 사랑하는 자식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할머니를 용서 못한 것이다. 여기서 부모와 자식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앞서 미선은 할머니에게 상처가 되는 말인 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여 할머니 마음에 상처를 냈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할머니는 미선을 용서하였다. 하지만, 할머니가 한 말은 미선에게 어떻게 해서든 위로가 되려고 했던 말인데 미선은 그것이 자신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랜 시간 동안 할머니를 용서하지 않았고, 할머니에게 찾아가지 조차 않았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할머니와 미선을 보며 많이 느낀 것 같다. 부모인 할머니는 미선을 너무 사랑하기에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지만, 자식인 미선이 부모인 할머니를 쉽게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꼭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다행히도 지연으로 인해 할머니와 미선의 갈등, 그리고 지연과 엄마 미선의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할머니가 희령에 내려온 지연에게 담담하게 증조모와 본인 그리고 지연의 엄마의 얘기를 하자, 지연은 엄마가 지금까지 어떤 기분으로 살아왔는지 완벽히는 아니지만 적어도 전보다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지연은 자신이 이혼한 것에 대해 엄마가 자신의 편을 안 들어주는 것이 속상하고 마음 아팠지만, 결국 엄마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언니의 죽음에 대해 왜 자꾸 말하지 않으려 했는지, 왜 그렇게 행복하고 평범한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엄마 미선과 딸 지연이 한바탕 싸움을 하고 모진 말로 칼 같은 말로 서로를 겨누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봇물같이 터져 나온 그들의 진실된 속마음은 오랫동안 묵혀왔던 그들의 오해와 갈등을 풀기에 충분했고, 다시 서로를 사랑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4대에 걸친 그들의 어두웠던 밤은 이제는 더 이상 어두운 밤이 아닌 "밝은 밤"이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당연히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이제는 서로를 사랑하려면, 서로에게 빛이 되려면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꺼내보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기에. 그렇기에 지금까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서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은 잊고,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은 아쉽지 않게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에게 솔직하면 될 테니. 그러면 어두운 밤에 여러 반딧불이가 빛을 내어 밝은 밤을 만드는 것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 포근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그들의 삶에도 환한 빛이 깃들어질 테니.

 

이 소설에서 나온 4대에 걸친 가족 내 여자들을 보며 우리도 이렇게 서로에게 빛을 내는 반딧불이가 되면 조금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에 접하는 정치뉴스던 연예뉴스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관대하지 못하다. 자신과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댓글에 할 말 못 할 말을 적어놓고, 자신보다 잘난 사람이 보이면 추악한 질투를 보이며 찍어내리기 바쁘고,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자신은 고고한 척 온갖 욕설을 다 적어놓는다. 그렇게 흉악한 말들은 결국 어떤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어떤 사람들의 마지막 잎새처럼 남아 있는 작은 희망까지 빼앗아가 버리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들 싸움닭이라도 된 것 서로에게 대립하기 바쁘다. 여자와 남자가 싸우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싸우고,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싸우고, 우파와 좌파가 싸우고,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에 바쁘다. 그런 대립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그저 불특정 다수를 더 고통 속으로 몰아낼 뿐이다. 소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건 뭔가 엄청나게 힘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굉장히 별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행동과 말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분란을 없앤다. 그래서 나는 다짐해본다. 별것 아닌 것 같은 행동을 해보기로. 그리고 부디 그 별것 아닌 것 같은 행동이 누군가의 밤에 빛이 되기를 바라본다.

2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21 댓글 12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밝은 밤
평점10점 | g****n | 2022-02-11 | 신고


 

 

[밝은 밤]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 할머니, 엄마, 나로 이어지는 100년의 시간에 걸친 4대 모녀 이야기다. 소설을 읽으며 팔순을 바라보는 나의 엄마, 기억이 나지 않는 외할머니를 떠올려봤다.

 

소설의 배경인 희령을 검색해보니 강원도 회양지역의 옛 지명이라고 나온다. 주인공 서른두 살의 지연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희령으로 이사왔다.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공고를 본 건,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남편의 배신에 힘들어하는 딸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지 아빠와 엄마는 혼자 남을 사위가 불쌍하다고 했다. 마음 둘 곳이 없어 이곳으로 왔을 수도 있었다. 지연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친구 지우 뿐이었다. 바닷가 작은 도시인 희령은 엄마의 친정이기도 하고 열 살때 열흘 정도 지내는 동안 할머니는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주었던 추억이 있는 곳,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할머니와 함께 본 희령의 밤하늘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져 이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와 재회한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두 여인이 찍은 사진을 보며 한 사람은 할머니의 엄마라고 했다. 지연이와 많이 닮은 증조할머니다. 할머니는 지명으로 증조모는 삼천’ ‘새비아주머니로 불리며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증조모가 어떻게 희령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증조모는 백정의 딸로 태어나 핍박받으며 살다 열일곱 살에 증조부를 만나 개성으로 떠났다. 증조모가 떠나올 때 아픈 어머니를 두고 나왔다. 증조부 친구인 새비 아저씨가 돌봐주었지만 열흘이 지나 돌아가셨다. 증조부는 증조모를 알게 되면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했다. 너를 구하기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새비 아저씨가 땅을 빼앗기고 개성으로 오면서 새비 아주머니와 증조모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새비 아주머니는 아저씨 건강 때문에 고향으로 갔고, 친정 오빠가 사상범으로 죽음을 당하자 시댁에서 쫓겨났다. 개성에 잠시 머물다 새비 아주머니는 고모가 사는 대구에서 머물게 된다. 훗날 증조모 식구들도 대구 명숙 할머니 집에서 머물며 할머니는 바느질을 배우게 된다. 증조부가 군대에서 고향 동무를 만났고, 부모님과 형님을 만났는데 피난길에 오르셨는데 황해도 사람들이 희령이라는 곳으로 갔다는 것이다. 대구를 떠나 희령으로 왔지만 증조부 부모님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정착한 곳에서 할머니는 같은 고향 출신인 길남선과 결혼을 하게 된다. 지연의 엄마 미선을 낳고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p14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지연의 재구성을 통해 되살아난다. 증조모는 할머니를 중혼 시킨 것에 증조부를 원망하고, 할머니는 우리 눈에 띄지 말고 죽어버리라고 했다. 지연이 희령으로 온 건 분명 이혼 후에 상처를 줬던 엄마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것이었다. 지연은 원가족으로부터,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처로부터, 상처받을 가능성으로부터, 무엇보다도 진정한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나에 대한 나의 기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연은 엄마와 앨범을 정리하며 엄마가 얼마나 증조할머니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이해하였다. 그러면서 상처 받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새비 아주머니는 딸 희자에게 갈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가라고 했다. 작가의 할머니도 손녀에게 앞으로 멀리 다니라고 지구본을 사줬던 할머니의 마음이 이 소설의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 봤던 다큐멘터리 [미싱 타는 여자들]에서 처럼 우리 세대는 여자가 공부해서 뭐하나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만 잘 가면 되지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밝은 밤]을 읽으며 삼천과 새비의 우정이 너무 따뜻해서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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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밝은 달이 뜨는 최은영 유니버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g**********y | 2022-01-12 | 신고
소설의 배경은 강원도 희령이다. 이혼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지친 지연은 도망치듯 바닷가가 보이는 마을 희령으로 이사를 한 참이다. 최은영 작가는 소설의 주요 배경인 개성과 대구 대전은 실제 지명을 썼지만, 강원도의 한 도시로 상정한 희령은 새로 만들었다. 지연이 과거를 지워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까. 그건 마치 마르케스의 마콘도나 포크너의 요크나파토파처럼 작가가 뜻을 펼치기 좋은 너른 운동장 같다. 한적하지만 뭐든 꾸며낼 수 있는 장소다. 난 최은영의 첫 장편 소설인 <밝은 밤>을 다 읽고 다시 책의 표지를 유심히 살펴봤다. '저기가 희령이란 말이지.'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본 것과 달리 희령의 밤은 분홍빛보다는 불그스름한 기운이 더 느껴졌다. 밝은 달이 떠 있는 희령의 바닷가는 안온한 느낌보다는 깊은 잠에서 깬 개운함처럼 차오르는 열기에 가까웠다. 밤임에도 희한하게 밝아 보이는 그곳은 소설에만 있는 곳이지만, 오직 다정한 이들만 사는 세계라는 점에서 최은영 유니버스의 운신의 폭을 넓혀준 도시다.

지연은 비릿한 열패감과 누구나 예측할만한 비참함에 젖어있다. 자신의 고통이 그저 그렇게 평가받는데 익숙해질 즈음 직장을 옮긴다는 구실로 살던 도시를 떠난다. 새로운 직장에서 쥐 죽은 듯 지내며 나아지기를 바란다.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고 아무도 자신을 궁금해하지 않는 곳이 필요했다. 낯선 이의 동정과 연민을 힘겨워하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신경증이다. 그렇게 앓는 지연은 희령에서 비로소 휴식을 취하게 된다. 우울과 냉담함이 가시지 않는 시간이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바다가 보인다는 위안이 그녀의 몸을 어딘가에 기댈 수 있게 해 줬다. 최소한의 사람만 만나면서 홀로 식사하고 느슨한 산책을 즐기던 지연은 어느 날 어릴 적에 뵌 후로 연락이 끊겼던 외할머니와 조우하면서 이야기는 본류에 합류한다.

소설에서 지연과 이혼한 남편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삶은 꽁꽁 언 강물과 같다." 그러니까 삶은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다는 식의 운명론이다. 가정을 팽개치고 사랑을 볼모로 떠난 자 답다. 결국 이렇게 되려고 모든 일이 벌어졌구나 손을 놓는 식이다. 당위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우선시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맥락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세계관은 그렇게 지연을 옥죄어 왔다. 지연에게 꽁꽁 언 강물은 한 인간을 괴물로 만든 구렁텅이다. 그 괴물의 포효에 주눅 들어 내 처진 존재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모든 걸 기질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면 따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와 지연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대화를 시작한다. 엄마의 얘기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전혀 모르고 살았던 모계의 역사에 빠져든다. 제 처지는 잠시 잊고 고조모와 증조모의 기구한 삶을 들으며 과거로부터 이어진 끈을 더듬어간다. 지연에게 전쟁과 피난 생계와 고통으로 점철한 사정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내 것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는 나의 역사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족보에도 없는 이름을 들추고, 바깥 외자를 쓰는 조상을 안으로 들이는 과정이다. 여성의 미시사를 되짚으며 지연은 탁한 삶을 환기한다.

지연은 이혼한 남편과 식구들을 보고 싶지 않아 희령에 왔다. 지연의 외할머니도 남편과 헤어지고 쭉 희령에 살아왔다. 증조할머니의 오랜 친구인 새비 아주머니도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딸 희자와 함께 희령을 찾는다. 최은영은 여성의 땅을 만들고 거기서 역사가 지운 여성의 삶을 돌아본다. 작가를 비롯한 지연의 삶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모태를 복원한다. 그 과정에서 남자들은 비겁하거나 기껏해야 대의를 위해 죽거나 생계를 위한답시고 위험을 무릅쓴다. 광포한 시대에 더 큰 자취를 남기기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여성들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의도가 어찌했든 무책임하게 떠나버린다. 오갈 데 없이 몰린 여성들은 서로 의지하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다. 최은영이 집중하는 가치는 탈 남성의 세계이고, 그곳에는 예민한 윤리적 감수성, 약한 비위, 중요하고 숭고한 가치에 대한 헌신이 자리한다. 지연은 희령으로 와서도 그간 남편이 한 말을 되새기고 곱씹는다. 내 불행의 발원인 그의 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필사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내어 뻔한 비극 속에 머물지 않기 위해 애쓴다. 남편의 외도까지 참으라고 닦달하는 엄마의 방식을 부정하며 뒤늦게나마 독자적인 삶을 이룩하기 위해 자구한다. 지연과 외할머니의 대화는 그런 의미에서 지연에게는 치료의 한 형태로 느껴진다. 자신의 역사를 되짚으며 속 시끄러운 소리를 잠시나마 밀어내는 과정이다.

소설은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을 불러냈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 피난길을 소설에 그리면서 남성을 배제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여성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 조연이었고 누군가를 빛내주는 헌신 그 자체였다. <밝은 밤>은 아무도 마이크를 주지 않았던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도 있는 힘을 다해서 모욕적인 시대를 이겨내 왔음을 알린다. 누군가의 아내로서 뒷바라지나 하고 누군가의 엄마로서 기능적으로 쓰이는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불을 밝힌다. 소설은 여성들의 처지를 그저 동정하거나 연민하거나 고작 남성들의 장대한 삶을 극적으로 장식하는 꽤 비중 있는 조연 정도로 치부하지 않는다. 지연은 소설 말미에 할머니의 오랜 인연이었지만 격랑의 현대사를 거치며 만날 수 없었던 희자를 불러들인다. 그들을 연결함으로써 아직 끊어지지 않은 모계의 서사를 이어나간다.

이제 지연이 희령에서 할 일은 다 끝이 났다. 할머니는 자신의 손주에게 모계의 서사를 전수했고, 그걸 들은 손주는 이제 다른 도시에서 희령의 기억으로 살아갈 것이다. 펜대를 쥔 자는 선별하여 기억한다. 남기고 기억해야만 하는 위대한 서사를 재단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한다. 이제 더는 무도하게 잊히지 않는다. 대전에 새롭게 정착한 지연은 반려묘가 생겼고, 소도시가 아닌 대도시의 안정된 직장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난 소설 속의 인물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핵심이다. 그 변화에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난 추락과 상승의 움직임을 유심히 본다. 괴물이 되어가면서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가면서도 간절히 구원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있다. 구원을 위해 몸부림치는 자는 숭고하다. <밝은 밤>의 지연은 자신의 추락을 의식하고, 자신의 전락을 구원의 재료로 사용했다. 자신의 실패한 이야기가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 곡절 많은 모계를 이야기로 되살려냈고, 끝내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의 곡선에 올라탔다.

지연은 모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어갔을까. 제 삶에 없었던 증조 고조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어머니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하면서 뭐가 나아졌을까. 고작 모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지연이 밝은 달을 볼 수 있는 요건이 될까. 이건 모호한 위안이다. 지연은 정말 잘해나갈 수 있을까. 난 소설을 읽으며 몇 번이나 역사에서 지워진 존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에서 어떤 이어짐의 안도를 느꼈다. 마치 씻김굿처럼 저 먼 곳에서 떠도는 망령을 저승으로 보내주는 과정을 거친 셈이다. 지워진 존재를 불러내는 것.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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