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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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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 문학동네 | 2021년 07월 27일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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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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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점
회원리뷰(229건) | 판매지수 290,838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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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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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78g | 145*210*21mm
ISBN13 9788954681179
ISBN10 895468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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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증조할머니에게서 나로 이어지는 여성 4대의 삶을 담은 소설. 1930년대 황해도에서 백정의 딸로 태어나 모진 세월을 살아낸 증조할머니의 시간은 그를 닮은 나에게 전해져 새 숨을 얻고, 나의 오늘 또한 과거와의 조우를 통해 다시 쓰인다. 부드럽고도 힘있는 문장으로 그린 백 년의 이야기 -소설MD 박형욱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저자 소개 (1명)

삼색 고양이의 날에 태어나 삼색 고양이와 고등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소설가. 타고난 집순이지만 매일 장기간의 세계 일주를 꿈꾼다. 여행, 글쓰기, 고양이, 바다, 친구, 잠을 좋아한다. 콤플렉스와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 삼색 고양이의 날에 태어나 삼색 고양이와 고등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소설가. 타고난 집순이지만 매일 장기간의 세계 일주를 꿈꾼다. 여행, 글쓰기, 고양이, 바다, 친구, 잠을 좋아한다. 콤플렉스와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이 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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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20

출판사 리뷰

“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더 큰 슬픔의 힘” _오정희(소설가)

증조할머니, 할머니, 그리고 엄마를 거쳐 내게 도착한 이야기
그렇게 나에게로 삶이 전해지듯 지금의 나도 그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과거의 무수한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듯
지금의 나 또한 과거의 수많은 나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서른두 살의 ‘지연’은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희령’으로 떠난다. 희령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공고를 본 건,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연은 도망치다시피 이사를 결심한다. 바닷가의 작은 도시인 희령은 열 살 때 할머니 집에 놀러가기 위해 방문했던 때를 빼면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곳이다.

“‘나아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15쪽)는 시간을 보내며 희령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주말, 지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에서 한 할머니를 만난다. 지연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가끔 마주칠 때면 반가운 내색을 하던 분이었다. 오후의 햇살로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서 할머니는 뜻밖의 말을 꺼낸다.

“아가씨, 내 손녀랑 닮았어. 그애를 열 살 때 마지막으로 보고 못 봤어. 내 딸의 딸인데.”
할머니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손녀 이름이 지연이예요, 이지연. 딸 이름은 길미선.”
나는 할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할머니는 나와 우리 엄마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
우리는 언덕 위에 어색하게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할머니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는데, 나는 할머니가 처음부터 나를 알아봤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
내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야.”(20~21쪽)

어떤 이유에선가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진 탓에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는 그렇게 지연 앞에 나타난다. 지연은 할머니와의 재회에 어색해하고 어려워하면서도 “그런 감정들의 바닥에 깔린 엷디엷은 우애”(23쪽)를 신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만남을 계기로 할머니의 집에 방문하게 된 지연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사진 한 장을 건네받는다. 사진 속에는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두 여자가 미소 짓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은 놀랄 정도로 지연과 닮아 있다. 할머니는 그 여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사람이 바로 자신의 엄마라고. 그러면서 황해도 ‘삼천’에서 백정의 딸로 태어나 핍박받으며 살던 지연의 증조할머니가 어쩌다 양민의 자식인 증조할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삶을 살아내며 이곳 희령으로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밝은 밤』은 지연이 희령에서 새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와 할머니에게 전해듣는 과거 시점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이 이야기 형식의 특별한 점은, 과거의 이야기가 할머니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풀려나오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에게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지연이 재구성한 것이라는 데 있다. 즉 193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증조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현재의 자신에 이르기까지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지연이 자신의 시점에서 꿰어나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게 『밝은 밤』은 두 이야기의 시간을 오가며 사진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오래전 사람들을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그들을 현재에 다시 살려낸다.

“사랑은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
지금 나에게 이른 궤적을 거슬러올라가며 발견하는 사랑의 기원


“시간은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라 얼어붙은 강물”이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동시에 존재한다”(173쪽)고 여기는 전남편의 믿음과 달리, 지연의 재구성을 통해 되살아나는 이야기는 과거 또는 현재의 이야기로 고정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에 부드럽게 섞여든다. 백정의 딸로 태어나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하던 증조할머니가 ‘새비 아주머니’를 만나 처음으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1930년대라는 시간을 벗어나 현재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연에게로 흘러들고, 팔순을 앞둔 할머니는 지연의 이야기를 통과하면서 주름이 깊게 패고 허리 굽히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이든 노인이 아니라 “먹을 것을 투정하지도 않았고 젖니가 나는데도 보채지 않”(74쪽)는 순한 아기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다. 그렇게 인물들은 현재의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수많은 ‘나’를 간직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소설이라는 형식에 대한 작가 최은영의 믿음과 애정을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새비 아저씨는 그만큼 더 사는 거잖아”(81쪽)라는 할머니의 말처럼 과거의 이야기는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엄마를 거쳐 지연에게 전해지며 계속 이어지고, 그렇게 여러 겹을 통과해 도착한 이야기는 현재 지연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니 『밝은 밤』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삶은 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최은영의 아름답고 진지한 대답이라고. 최은영은 소설이 지닌 고유의 힘을 깊이 신뢰하는 정공법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신중하게 내디디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에게로 흘러가는 마음의 물길을 그려나간다. 책을 덮는 순간 완성되는 그 물길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그 물길은, “그곳이 가시덤불”(56쪽)일지라도 아주 적은 사랑이 고여 있기만 한다면 그곳으로 흘러가리라는 것. 햇볕에 데워진 돌멩이를 만질 때 전해지는 온기처럼, 최은영이 발견해 우리에게 건넨 사랑은 이토록 따듯하고 단단하다.

“내게는 지난 이 년이 성인이 된 이후 보낸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의 절반 동안은 글을 쓰지 못했고 나머지 시간 동안 『밝은 밤』을 썼다. 그 시기의 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누가 툭 치면 쏟아져내릴 물주머니 같은 것이었는데, 이 소설을 쓰는 일은 그런 내가 다시 내 몸을 얻고, 내 마음을 얻어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_‘작가의 말’에서

추천평

태생지를 빌려 삼천이로, 새비로 서로를 부르며 함께 한 세상을 살아냈던 두 여성의 만남은 우정, 자매애, 사랑이라는 언어를 넘어선 근원성, 어쩌면 목숨과 목숨의 얽힘이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가없이 그립고 정다운 마음들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며 속삭인다. 난 너를 떠난 적이 없어. 아프고 서럽게 살아낸 목숨의 이야기들은 노래가 되어 풀려나오고 읽는 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그 실타래의 한끝을 잡고 자신이 갇혀 있던 상처와 혼돈과 환멸과 슬픔에서, 그 어둡고 혼란스러운 미궁에서 비로소 빠져나온다. 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것은 더 큰 슬픔의 힘이리니. 작가가 창조해낸 특별한 공간 ‘희령’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 오정희 (소설가)

올해의 책 추천평 (599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좋아요
doo***** | 2021.11.03
2021
여자라면 누구나.
109***** | 2021.11.03
2021
이야기가 시간을 낳고 그 시간 속에 사는 이야기
hjy***** | 2021.11.03
2021
좋다.
kbk***** | 2021.11.03
2021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다..,
ang***** | 2021.11.03
2021
추천합니다
bas***** | 2021.11.03
2021
눈물흘리며 읽은 책입니다
poa***** | 2021.11.03
2021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해지는 책
gga***** | 2021.11.03

회원리뷰 (22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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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명의 YES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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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별* | 2022-02-11


 

 

[밝은 밤]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 할머니, 엄마, 나로 이어지는 100년의 시간에 걸친 4대 모녀 이야기다. 소설을 읽으며 팔순을 바라보는 나의 엄마, 기억이 나지 않는 외할머니를 떠올려봤다.

 

소설의 배경인 희령을 검색해보니 강원도 회양지역의 옛 지명이라고 나온다. 주인공 서른두 살의 지연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희령으로 이사왔다.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공고를 본 건,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남편의 배신에 힘들어하는 딸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지 아빠와 엄마는 혼자 남을 사위가 불쌍하다고 했다. 마음 둘 곳이 없어 이곳으로 왔을 수도 있었다. 지연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친구 지우 뿐이었다. 바닷가 작은 도시인 희령은 엄마의 친정이기도 하고 열 살때 열흘 정도 지내는 동안 할머니는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주었던 추억이 있는 곳,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할머니와 함께 본 희령의 밤하늘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져 이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와 재회한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두 여인이 찍은 사진을 보며 한 사람은 할머니의 엄마라고 했다. 지연이와 많이 닮은 증조할머니다. 할머니는 지명으로 증조모는 삼천’ ‘새비아주머니로 불리며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증조모가 어떻게 희령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증조모는 백정의 딸로 태어나 핍박받으며 살다 열일곱 살에 증조부를 만나 개성으로 떠났다. 증조모가 떠나올 때 아픈 어머니를 두고 나왔다. 증조부 친구인 새비 아저씨가 돌봐주었지만 열흘이 지나 돌아가셨다. 증조부는 증조모를 알게 되면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했다. 너를 구하기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새비 아저씨가 땅을 빼앗기고 개성으로 오면서 새비 아주머니와 증조모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새비 아주머니는 아저씨 건강 때문에 고향으로 갔고, 친정 오빠가 사상범으로 죽음을 당하자 시댁에서 쫓겨났다. 개성에 잠시 머물다 새비 아주머니는 고모가 사는 대구에서 머물게 된다. 훗날 증조모 식구들도 대구 명숙 할머니 집에서 머물며 할머니는 바느질을 배우게 된다. 증조부가 군대에서 고향 동무를 만났고, 부모님과 형님을 만났는데 피난길에 오르셨는데 황해도 사람들이 희령이라는 곳으로 갔다는 것이다. 대구를 떠나 희령으로 왔지만 증조부 부모님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정착한 곳에서 할머니는 같은 고향 출신인 길남선과 결혼을 하게 된다. 지연의 엄마 미선을 낳고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p14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지연의 재구성을 통해 되살아난다. 증조모는 할머니를 중혼 시킨 것에 증조부를 원망하고, 할머니는 우리 눈에 띄지 말고 죽어버리라고 했다. 지연이 희령으로 온 건 분명 이혼 후에 상처를 줬던 엄마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것이었다. 지연은 원가족으로부터,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처로부터, 상처받을 가능성으로부터, 무엇보다도 진정한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나에 대한 나의 기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연은 엄마와 앨범을 정리하며 엄마가 얼마나 증조할머니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이해하였다. 그러면서 상처 받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새비 아주머니는 딸 희자에게 갈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가라고 했다. 작가의 할머니도 손녀에게 앞으로 멀리 다니라고 지구본을 사줬던 할머니의 마음이 이 소설의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 봤던 다큐멘터리 [미싱 타는 여자들]에서 처럼 우리 세대는 여자가 공부해서 뭐하나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만 잘 가면 되지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밝은 밤]을 읽으며 삼천과 새비의 우정이 너무 따뜻해서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 되었다.

 
3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39 댓글 58 접어보기
구매 주간우수작 밝은 달이 뜨는 최은영 유니버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엠*이 | 2022-01-12
소설의 배경은 강원도 희령이다. 이혼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지친 지연은 도망치듯 바닷가가 보이는 마을 희령으로 이사를 한 참이다. 최은영 작가는 소설의 주요 배경인 개성과 대구 대전은 실제 지명을 썼지만, 강원도의 한 도시로 상정한 희령은 새로 만들었다. 지연이 과거를 지워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까. 그건 마치 마르케스의 마콘도나 포크너의 요크나파토파처럼 작가가 뜻을 펼치기 좋은 너른 운동장 같다. 한적하지만 뭐든 꾸며낼 수 있는 장소다. 난 최은영의 첫 장편 소설인 <밝은 밤>을 다 읽고 다시 책의 표지를 유심히 살펴봤다. '저기가 희령이란 말이지.'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본 것과 달리 희령의 밤은 분홍빛보다는 불그스름한 기운이 더 느껴졌다. 밝은 달이 떠 있는 희령의 바닷가는 안온한 느낌보다는 깊은 잠에서 깬 개운함처럼 차오르는 열기에 가까웠다. 밤임에도 희한하게 밝아 보이는 그곳은 소설에만 있는 곳이지만, 오직 다정한 이들만 사는 세계라는 점에서 최은영 유니버스의 운신의 폭을 넓혀준 도시다.

지연은 비릿한 열패감과 누구나 예측할만한 비참함에 젖어있다. 자신의 고통이 그저 그렇게 평가받는데 익숙해질 즈음 직장을 옮긴다는 구실로 살던 도시를 떠난다. 새로운 직장에서 쥐 죽은 듯 지내며 나아지기를 바란다.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고 아무도 자신을 궁금해하지 않는 곳이 필요했다. 낯선 이의 동정과 연민을 힘겨워하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신경증이다. 그렇게 앓는 지연은 희령에서 비로소 휴식을 취하게 된다. 우울과 냉담함이 가시지 않는 시간이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바다가 보인다는 위안이 그녀의 몸을 어딘가에 기댈 수 있게 해 줬다. 최소한의 사람만 만나면서 홀로 식사하고 느슨한 산책을 즐기던 지연은 어느 날 어릴 적에 뵌 후로 연락이 끊겼던 외할머니와 조우하면서 이야기는 본류에 합류한다.

소설에서 지연과 이혼한 남편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삶은 꽁꽁 언 강물과 같다." 그러니까 삶은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다는 식의 운명론이다. 가정을 팽개치고 사랑을 볼모로 떠난 자 답다. 결국 이렇게 되려고 모든 일이 벌어졌구나 손을 놓는 식이다. 당위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우선시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맥락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세계관은 그렇게 지연을 옥죄어 왔다. 지연에게 꽁꽁 언 강물은 한 인간을 괴물로 만든 구렁텅이다. 그 괴물의 포효에 주눅 들어 내 처진 존재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모든 걸 기질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면 따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와 지연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대화를 시작한다. 엄마의 얘기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전혀 모르고 살았던 모계의 역사에 빠져든다. 제 처지는 잠시 잊고 고조모와 증조모의 기구한 삶을 들으며 과거로부터 이어진 끈을 더듬어간다. 지연에게 전쟁과 피난 생계와 고통으로 점철한 사정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내 것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는 나의 역사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족보에도 없는 이름을 들추고, 바깥 외자를 쓰는 조상을 안으로 들이는 과정이다. 여성의 미시사를 되짚으며 지연은 탁한 삶을 환기한다.

지연은 이혼한 남편과 식구들을 보고 싶지 않아 희령에 왔다. 지연의 외할머니도 남편과 헤어지고 쭉 희령에 살아왔다. 증조할머니의 오랜 친구인 새비 아주머니도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딸 희자와 함께 희령을 찾는다. 최은영은 여성의 땅을 만들고 거기서 역사가 지운 여성의 삶을 돌아본다. 작가를 비롯한 지연의 삶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모태를 복원한다. 그 과정에서 남자들은 비겁하거나 기껏해야 대의를 위해 죽거나 생계를 위한답시고 위험을 무릅쓴다. 광포한 시대에 더 큰 자취를 남기기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여성들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의도가 어찌했든 무책임하게 떠나버린다. 오갈 데 없이 몰린 여성들은 서로 의지하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다. 최은영이 집중하는 가치는 탈 남성의 세계이고, 그곳에는 예민한 윤리적 감수성, 약한 비위, 중요하고 숭고한 가치에 대한 헌신이 자리한다. 지연은 희령으로 와서도 그간 남편이 한 말을 되새기고 곱씹는다. 내 불행의 발원인 그의 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필사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내어 뻔한 비극 속에 머물지 않기 위해 애쓴다. 남편의 외도까지 참으라고 닦달하는 엄마의 방식을 부정하며 뒤늦게나마 독자적인 삶을 이룩하기 위해 자구한다. 지연과 외할머니의 대화는 그런 의미에서 지연에게는 치료의 한 형태로 느껴진다. 자신의 역사를 되짚으며 속 시끄러운 소리를 잠시나마 밀어내는 과정이다.

소설은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을 불러냈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 피난길을 소설에 그리면서 남성을 배제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여성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 조연이었고 누군가를 빛내주는 헌신 그 자체였다. <밝은 밤>은 아무도 마이크를 주지 않았던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도 있는 힘을 다해서 모욕적인 시대를 이겨내 왔음을 알린다. 누군가의 아내로서 뒷바라지나 하고 누군가의 엄마로서 기능적으로 쓰이는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불을 밝힌다. 소설은 여성들의 처지를 그저 동정하거나 연민하거나 고작 남성들의 장대한 삶을 극적으로 장식하는 꽤 비중 있는 조연 정도로 치부하지 않는다. 지연은 소설 말미에 할머니의 오랜 인연이었지만 격랑의 현대사를 거치며 만날 수 없었던 희자를 불러들인다. 그들을 연결함으로써 아직 끊어지지 않은 모계의 서사를 이어나간다.

이제 지연이 희령에서 할 일은 다 끝이 났다. 할머니는 자신의 손주에게 모계의 서사를 전수했고, 그걸 들은 손주는 이제 다른 도시에서 희령의 기억으로 살아갈 것이다. 펜대를 쥔 자는 선별하여 기억한다. 남기고 기억해야만 하는 위대한 서사를 재단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한다. 이제 더는 무도하게 잊히지 않는다. 대전에 새롭게 정착한 지연은 반려묘가 생겼고, 소도시가 아닌 대도시의 안정된 직장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난 소설 속의 인물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핵심이다. 그 변화에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난 추락과 상승의 움직임을 유심히 본다. 괴물이 되어가면서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가면서도 간절히 구원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있다. 구원을 위해 몸부림치는 자는 숭고하다. <밝은 밤>의 지연은 자신의 추락을 의식하고, 자신의 전락을 구원의 재료로 사용했다. 자신의 실패한 이야기가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 곡절 많은 모계를 이야기로 되살려냈고, 끝내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의 곡선에 올라탔다.

지연은 모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어갔을까. 제 삶에 없었던 증조 고조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어머니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하면서 뭐가 나아졌을까. 고작 모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지연이 밝은 달을 볼 수 있는 요건이 될까. 이건 모호한 위안이다. 지연은 정말 잘해나갈 수 있을까. 난 소설을 읽으며 몇 번이나 역사에서 지워진 존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에서 어떤 이어짐의 안도를 느꼈다. 마치 씻김굿처럼 저 먼 곳에서 떠도는 망령을 저승으로 보내주는 과정을 거친 셈이다. 지워진 존재를 불러내는 것.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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