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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주의자’ 검사가 바라본 진실 너머의 풍경들

정명원 | 한겨레출판 | 2021년 07월 09일 리뷰 총점9.9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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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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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7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388g | 130*200*30mm
ISBN13 9791160406191
ISBN10 116040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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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세계 #법조인이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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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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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2006년부터 지금까지 16년째 검사로 일하고 있다. 대구에 살고, 대구 인근 지역 근무를 줄기차게 희망한 결과 ‘신라검사’라고 불린다. 줄곧 형사부에서 금융·조세·환경·식품·소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담을 아우르며 ‘통상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나 특출한 실적 없음’ 검사로 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자신 안에 있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국민참여재판 전문 검사로 활약하고 있다. 특수부, 공안부만이 ... 2006년부터 지금까지 16년째 검사로 일하고 있다. 대구에 살고, 대구 인근 지역 근무를 줄기차게 희망한 결과 ‘신라검사’라고 불린다. 줄곧 형사부에서 금융·조세·환경·식품·소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담을 아우르며 ‘통상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나 특출한 실적 없음’ 검사로 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자신 안에 있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국민참여재판 전문 검사로 활약하고 있다. 특수부, 공안부만이 중심인 것처럼 보이는 대한민국 검찰에서 행복한 형사부, 공판부 검사를 꿈꾸며 지금도 2006년식 법복을 걸치고 법정에 나간다.
어디든 조금 외곽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뜨겁고 물컹한 삶의 결들을 헤집으며 명조체의 공소장을 쓰면서도, 공소장 너머의 풍경들과 함께 기꺼이 일렁이는 자가 되고자 한다. 버거운 법률 노동자로서의 삶을 16년 동안이나 무사히 밀고 온 것은, 거악 척결이나 사회 정의 구현 같은 거대한 무엇이 아니라, 친애하는 민원인들이 건네는 복장 터지게 다정한 민원이었음을 이제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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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89

출판사 리뷰

“내가 내어놓은 법률 서비스가
간혹 누군가에게 한 그릇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소보다 불기소를 잘하는
‘외곽주의자’ 검사의 기쁨과 슬픔


저자는 뜨겁고 뭉클한 삶의 결들을 세상에서 가장 간결한 문체로 공소장에 옮기는 것이 검사의 일이지만, 아무리 무심하고 ‘시크한’ 명조체로 쓴다 하더라도 검사의 삶이란 늘 어느 정도 울렁거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소보다 불기소를 잘하는 검사’가 되었다. 불기소장을 쓰는 일은 기소장을 쓰는 일만큼 검사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검사로서의 실적을 평가받는 데는 불리했다. 또한 특수부나 공안부를 지향하지 않는 검사는 의욕이 없는 자, 검사 일에 대한 애착이 없는 자로 평가될 뿐이었다. 이로 인해 저자는 ‘이런 내가 검사여도 괜찮은 걸까’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한 방황과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10년 차 검사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세상이 설정한 중심으로 모두가 달려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루저’라고 부른다 하더라도, 저자는 조금 축축하고 그늘진 외곽의 자리에 ‘이끼’와 같은 존재가 되기로 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생물들의 그늘이 되어주는 이끼처럼, 형사 법정에서 펼쳐내는 생의 비극적 단면에 함께 공감하고 진동하는 누군가가 되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의 외곽 형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외곽주의자에게 이제 그런 류의 이름 붙이기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중심의 질서가 우리를 루저라고 부르든 뭐라고 부르든 별 상관없다. 외곽주의라는 것은 하나의 이념이라기보다 어떤 취향에 가깝다. 중심을 거부하겠다는 높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체질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복잡한 곳, 핫한 곳, 관심이 집중되는 곳, 가장 높고 가장 비싼 곳이 좀 불편할 뿐이다. 그 불편함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겠다는 다소간의 고집이 외곽주의의 실체다._272~273쪽

“울보검사·엄마검사·지방검사·비주류검사…”

평범한 직장인들의 리얼하고, 슬기로운 검사생활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대한민국 검사의 90%인 평범한 ‘직장인’ 검사들의 리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피해자의 사연에 감정이입되어 재판 때마다 우는 검사의 이야기, 곱창집에서 회식을 하다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논하는 검사들만의 진지한 농담, 재판장에서 ‘딥 블루 레이디(새파랗게 젊은 X)’ 소리를 들은 젊은 여성 검사의 에피소드 등 검찰청에서의 평범하지만 색다른 하루하루를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저자를 찾아온 수많은 피해자·민원인·피고인·증인 등 이름만 바뀌어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주거침입죄로 잡혀온 남자가 ‘장 트러블’로 화장실을 가려고 한 것이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 사연, 매주 검사를 찾아와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고 민원을 하는 어느 영감님의 이야기, 사랑하는 연인이 어느 사건의 피고인과 증인으로 함께 법정에 섰다가, 갑자기 증인이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다며 재판을 뒤엎은 사건 등 저자는 자신을 찾아오는 상처 입은 이들에게 한 그릇의 위로를 건넨다.
3부에서는 슬기로운 검사생활을 위한 검사들의 필수 아이템인 보자기·캐비닛에 관한 소개부터 검사들의 ‘석순 문화’에서 비롯된 일상 속 코믹한 일화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검사의 적성’, 여성검사·엄마검사로서의 삶, 조금은 폐쇄적인 검사 세계에서 ‘소심한 자유주의자’를 꿈꾸며 만들어놓은 저자만의 법칙, ‘그냥 인간’이 ‘검사 인간’으로 변이하기까지의 과정 등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4부에서는 ‘외곽주의자’로 살아왔던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유쾌하고도 진중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사법고시생 시절 노량진 학원가의 발 잘린 비둘기를 보며 느꼈던 소회, ‘위로받는 사람들의 국숫집’이라는 이름의 국숫집 사장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 스위스에 가족여행을 떠나 휴대폰을 잃어버린 뒤, 검사 가족답게(?) 금속 탐지기로 휴대폰을 추적했던 일화 등을 읽다보면 키득키득 웃다가도 때론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의 민원인들은 끊임없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며 나와 함께했다. 어떤 날은 화를 내고 어떤 날 은 그들을 달래면서 실은 나도 위로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의 모든 요구에 답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답이 아니라 다만 관계로서만 존재하는 요구도 어딘가에는 있다는 사실, 우리는 서로 답답하고 복장 터지는 관계였지만 어쩌면 그 시절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유일한 벗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15년쯤 지난 어느 날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여사님과 영감님은 안녕들 하실까._124쪽

“혹시 모를 단 한 사람의 억울함도 빚어내지 않기 위해”

법의 논리에 포획되지도,
입증되지도 않는 진실 너머의 풍경들


얼마 전, 모 방송국 TV 프로그램에서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인 ‘정원섭 씨 살인 누명 사건’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이는 경찰과 검찰을 넘어 국가가 주도적으로 고문하고, 거짓 자백을 받아내 한 사람의 인생을 ‘말살해버린’ 사건이었다. 그는 누명을 벗기 위해 30년간을 국가와 싸워 죄를 벗었지만, 사라진 인생에 대한 손해배상은 끝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요즘은 과거와는 다르게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좀 더 명확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범죄 사건을 밝히는 데 오차 범위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CCTV·휴대폰 통화내역·카드결제 내역 등 때로는 모든 증거가 피고인을 지목하는 명백한 사건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증거가 여실할수록 혹시 모를 한 사람의 인생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더 조바심 내며 사건에 임한다. 법정에서 인간에 대한 빈약한 상상력과 경험으로 사람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자들에 의해 진실의 실체가 가려지는 것을 보며 마른 침을 삼키기도 한다. 저자는 법조인의 시선으로 이 책을 썼지만, 그 밖에 법의 논리에 포획되지 않는 세상살이·사람살이를 마치 한 편의 검사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검사의 수사력이 비웃음거리가 되는 위험보다 한 사람의 억울함을 빚어낼 위험이 더 크고 중하다. 그것은 신이 아닌 우리가 감히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정한 원칙이다. 입증해내지 못하는 진실은 사법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것은 때로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인간을 무기력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한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다가갈 수 있는 진실의 가까운 지점이 되는 것이다._108쪽

추천평

판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검사가 쓴 글은 긴장하며 읽게 된다. 스토리텔링이 강한 검사는 특히 위험하다. 판사의 심증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어디 한번’ 하는 마음으로 중심을 바짝 낮췄으나, 프롤로그부터 이끼를 밟고 미끄덩하다 첫 꼭지가 끝나기 전에 머리털이 쭈뼛 서며 중심이 무너졌다. 그 뒤론 뭐, 저자가 가자는 대로 정신없이 달릴 수밖에. 꼭 차안대를 쓴 말 같았다고 할까. 한 순간도 딴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대단한 문장의 흡인력이다. 군말이 필요 없다. 심각하게 재밌다. 피해자로, 피의자로, 민원인으로, 혹은 피고인과 증인으로 이름만 달리하여 출몰하는 상처투성이 사람들에게, 생의 한 귀퉁이를 정성스레 내어 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 얘기를 들려준 사람의 직업이 마침 검사여서 마음 놓였다. 개혁이라는 게 뭐 그리 거창할 게 있을까 싶다. 죄를 묻기 전에 먼저 밥 먹었냐 안부를 묻고, 정량의 범죄 너머 있을 부정량의 그 무엇을 궁금해하며, 조직의 단단한 외곽에서 끊임없이 균열을 꿈꾸는 사람, 삶의 모서리에 마음 다치고 지친 사람들과 국수 한 그릇 같이 먹고 싶다 말하는 사람, 이런 내가 검사여도 괜찮을까 자문하는 사람, 바로 저자 같은 검사가 자주 눈에 띄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바라는 진짜 개혁 아닐까.
박주영 (판사·《어떤 양형 이유》 저자)

재판 도중 피고인이 사라진다. 사기 피해자들이 상복을 입고 검찰청을 방문한다. 방화사건의 증인이 법정에서 갑자기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한다. 검찰 공판부 검사로 오래 일한 저자의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의 복잡함에 대한 기록이다. 사람들이 법정에 서기까지의 사연은 뉴스에서처럼 한 줄로 요약되기 어렵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고하는 사람의 자기성찰은 이 책의 장점이다. “단호함과 성실함을 탑재한 법조인들이 무언가에 대해 확고한 기준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첫 글을 읽고 나면, 책의 나머지 부분도 읽고 싶어질 것이다. 검찰이라는 조직, 동료 검사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끝에 가족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도 놓치지 마시길. 원의 중심이 명백한 한국사회, 그것도 검찰이라는 조직에서 중심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워킹맘의 목소리. 그 누구도 세상살이의 고단함에 지지 않기를 응원하며 읽게 된다.
이다혜 (《씨네21》 기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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