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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달

기록보관소 운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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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수 | 에디토리얼 | 2021년 05월 17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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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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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9119025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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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여름마다 탄천에서 올라오는 썩은 물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그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의유머 공포 게시판에서 ‘다른이의꿈’이라는 필명으로 모호한 장르의 소설을 써왔으며, 이 중 『다른 이의 꿈』, 『느리게 가는 시계』, 『두 번째 달』 등을 출간했다. 특별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두 번째 달』을 쓴 것은 아니다. 소설 속 멸망한 지구의 모...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여름마다 탄천에서 올라오는 썩은 물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그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의유머 공포 게시판에서 ‘다른이의꿈’이라는 필명으로 모호한 장르의 소설을 써왔으며, 이 중 『다른 이의 꿈』, 『느리게 가는 시계』, 『두 번째 달』 등을 출간했다.

특별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두 번째 달』을 쓴 것은 아니다. 소설 속 멸망한 지구의 모습을 시간대별로 묘사해야 했는데,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경각심, 과학적 공상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감성이 이 소설을 통해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두 번째 달』의 판매/배포 이외의 작품에 대한 모든 문의(북토크, 작가 강연, 2차 저작, 판권 수출 포함)는 최이수 작가의 에이전트(idream3463@gmail.com)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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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만약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위기가 지구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아니라면?
이 질문 대신 다음과 같이 가정하는 질문도 던질 수 있다. ‘우리가 지구 가열(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지구온난화 대신 사용을 제안한 용어)을 막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SF의 하위장르 중 하나로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가 있다. 한국에선 복거일 작가의 《비명을 찾아서》가 원조 작품으로 거론되곤 한다. 실제 역사적 사건의 결과를 바꾸어 이를 가설로 삼고 새로운 ‘가상’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사고실험과 비슷한 면이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명을 찾아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의 총격에 죽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풀어 가는 장편소설이다. 한국 독자에게 인기가 많은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내》에서는 2차대전의 승전국과 패전국의 운명이 뒤바뀐다.

《두 번째 달 : 기록보관소 운행 일지》(이하 《두 번째 달》)의 장르를 굳이 따져본다면 변형된 대체역사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두 번째 달》이 바꾸는 것은 역사책에 기록된 사실(史實)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두 번째 달》은 현 시점까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지구적 차원의 경각심이 고조되어 있는 사건이 과거에 발생했던 것으로 간주한다. 그 사건은 다름이 아니라 심각한 온난화가 초래한 지구 생태계의 붕괴를 가리킨다.

억겁의 시간을 저장한 기록장치
작품은 사건의 배경이 다른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적으로 뒤서는 서두의 〈프롤로그〉는 ‘두 번째 달’로 불리는 기이한 인공물의 정체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게 한다. ‘달’이라고 불리기는 하나 그것은 둥글지도, 빛을 반사하지도 않는다. 마치 물리학에 나오는 ‘흑체’처럼 복사에너지를 완벽하게 흡수하여 순수하게 검을 뿐만 아니라 직육면체 기둥처럼 생겼다. 미국 NASA가 덮어버린 ‘두 번째 달’의 비밀은 전직 국장의 폭로로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에 퍼진다. 미국이 두 번째 달을 독차지해 감추려는 것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프롤로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NASA가 ‘두 번째 달’에서 해독해낸 충격적인 기록이다.

바다라는 티핑포인트
SF에서 작품 속 인물의 캐릭터, 주요 사건의 개연성, 플롯의 논리적 연결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관이 중요하다. SF의 세계관에서 과학적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SF의 세계관 구축에 도입된 과학적 사실들은 고증을 거치지만 현실적 제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달》이 구축한 세계관에는 현실 과학과 실제 역사, 미래 과학과 가상 역사라는 톱니바퀴들이 설득력 있게 조립되어 있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들었고, 녹은 이산화탄소는 탄산으로 변해 바닷물을 약한 산성으로 만들었다. 비록 바닷물의 산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 연쇄반응은 상당수의 해양동물이 호흡하는 데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왔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전 세계의 바다에서 물고기 사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양생물의 떼죽음이 시작된 것이었다. […] 이후 약 60년이 지나서 인류는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49쪽)

인용문에서 보이듯 작품의 세계관은 현실의 여러 과학 분과가 보고하는 기후위기에 관한 사실들에 기반한다.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는 대기, 해양, 빙하, 육지 가운데 해양의 역할은 자못 크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의 열용량은 대기의 약 1000배에 이른다.(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 참조) 이는 지구 기후와 순환계에서 바다가 감당한 몫이 크다는 의미이며, 또한 바다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은 수십 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온이 상승하면 이산화탄소을 가두어 둘 수 없어 대기 중으로 배출하게 된다. 탄산음료를 생각하면 된다. 바다가 회복력을 상실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변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해양 사고로 유출된 기름이 바다를 뒤덮거나, 하천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할 경우 기름이나 녹조 제거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작품에서 대기 가열을 급속하게 심화시킨 중요한 요인은 바다에서 증발하여 대기를 급격히 팽창시킨 수증기였다. 수증기 역시 이산화탄소 못지않은 온실가스이다.

8, 10, 12, 14… 손가락 개수가 달랐던 인간의 세계
“인류는 네 개의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육체 능력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인종마다 유전적으로 고유한 특성이 있었고, 학습 능력과 사고방식 역시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정신적 능력의 차이를 부정하는 기록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그 차이를 받아들였다.” (65쪽)

인류사 혹은 문명사의 차원에서 설정된 세계관은 실제 역사와 허구를 넘나든다. 〈인종차별〉이란 장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근래 심각성을 더하는 인종주의 문제를 초고대라는 시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기입한다. 손가락 개수로 구분되는 네 인종이 존재한다는 플롯은 스토리 전개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더한다. 작품 속 세계의 지배계급은 열두손가락 인종이다. 열두손가락 인종은 사회생물학 같은 사이비과학과 통계 조작을 통해 제도적으로 차별을 합법화하여 자신들의 지위와 힘을 공고히 한다.

초고대 인류는 500년간 지속된 인종차별을 극복했지만,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언제일지 알 수 없는 미래를 기약하고자 한다. 산불로 전소된 숲에서도 생명이 다시 움트듯, 그들은 우주정거장을 비롯한 고성능 기계 건조물을 제작한다. 우주정거장에는 최종적으로 여섯 명의 인간이 남겨져 작은 사회를 이루어 부침을 거듭하다 마침내는 두 명만이 남게 된다. 그들은 아홉 살과 열한 살의 어린 형제였다.

작품에서 초고대인은 오늘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기술문명의 건설자로 그려진다. 그들의 문명을 화려하게 발전시킨 것도 과학기술의 힘이었다. 초고대 문명의 역사는 오늘날 우리 인류의 역사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그들은 초지능 인공지능을 제작해 우주에 쏘아 올릴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가졌음에도 지구온난화의 가속을 막지 못했다. 일단 당겨진 방아쇠는 격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건 자명한 이치다.

인공지능에 맡겨진 운명
《두 번째 달》은 인공지능이 일인칭 화자인 소설이다. 부제가 알려주듯 주인공인 인공지능은 호출명이 ‘기록보관소’이며 그것을 제작한 과학자 루오에스로부터 ‘아에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루오에스는 아에록을 만들고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도록 훈련시켰다. 지상의 관제센터가 멈춘 후(즉 인류의 전멸) 작동을 시작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아에록 외에도 특별한 임무가 부여된 인공지능은 여러 대가 더 있다.

능력면에서 아에록을 훌쩍 능가하는 것은 만능형 인공지능인 AuTX-3463이다. 아에록이 지구 공전 궤도를 돌면서 지구 대기 정보 등을 수집·기록·분석해 AuTX-3463에게 보내주면, 주로 소행성대와 목성 주변에 머무는 AuTX-3463이 더욱 고도의 연산을 수행해 지구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할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지상에는 아주 특수한 인공지능들이 동면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조성된 후 활동을 시작한다. 작가는 한번 망가진 지구를 살려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생생히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지구의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들을 확인하는 가운데 테라포밍(terraforming, 행성개조)은 차근차근 진행된다.

지구 개조
아에록이 기록보관소에서 깨어났을 때, 지구는 적도 부근의 온도가 섭씨 80도, 양극지방의 온도가 섭씨 50도, 바닷물의 절반 이상이 증발하며 형성된 두터운 구름층에 뒤덮여 있었다. 대기 중에 증가하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합작하여 지구의 온도는 더욱 끌어올린다. 인공지능들의 임무는 궁극적으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으로 지구를 테라포밍하는 것이다. 지구가 원시 상태로 돌아간 것처럼 뜨거워지고 있으므로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온실가스를 제거해 기온 상승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지구상 최초의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상의 물이 계속 증발하여 대기 중에서 수증기 상태로도 잔존하지 못하고 ‘대기 탈출’(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달아나는 것)을 해버리면, 지구를 냉각시켜 수증기가 강우가 되도록 만들 수도 없다. 소설 속에서 지구 가열은 그런 심각한 단계까지 진행된다. AuTX-3463은 치밀한 계산하에 우주에 존재하는 얼음을 지구로 보냄으로써 만능형 인공지능의 진가를 드러낸다.

생체형 인공지능인 ScPA 시리즈는 모두 9대. 아에록을 제외한 인공지능들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데, ScPA 시리즈의 모습은 글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ScPA는 생명체 진화 담당 인공지능이다. 그것은 줄기세포 같은 만능성을 가지고 있어 그것이 진화시키는 생명체의 생김새를 체현한다. 마치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가령 ScPA가 해양 절지동물을 진화시키고 있다면 그 몸에는 다양한 절지동물의 지체들이 자란다. ScPA는 실패도 하지만 진화의 교본을 참조하고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들을 키워낸다.

최후의 환대, 우정, 사랑
최후의 인간 공동체에서도 최종적으로 남게 된 두 아이는 트살과 나무흐다. 아에록이 작동을 개시하고 136년 만에 우주정거장에서 통신을 요청하는 전파가 들어온다. 아에록은 최후의 인간이 아이들이며, 아이들이 너무 무섭다고 하는 말에 알고리즘에 의한 연산을 따르지 않고 응답한다. 그후로 아에록은 트살과 나무흐의 양육자이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는 교사이자 친구가 된다.

나무흐는 특이한 유전병 탓에 사십대에 죽고, 트살은 기대보다 오래 생존한다. 하지만 트살의 죽음은 아에록에게 의문을 남긴다. 트살의 시신은 우주정거장과 함께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지구의 푸른 바다에 착륙하고 그 지점으로부터 산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희박한 가능성이었지만 트살이 생명의 씨앗을 적기에 ‘파종’했다는 사실이 차차 드러난다.

우주공간은 춥고 광막한 곳이다. 이곳에서 인간의 정신능력을 모사한 기계들과 최후의 두 인간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전파 신호로 연결된 운명공동체가 된다. 인간과 기계의 구분은 이처럼 삭막한 조건에선 무의미하다. 인간다운 아에록, 쌀쌀맞은 AuTX-3463, 수다스럽고 정겨운 ScPA 클론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살과 나무흐의 든든한 반려가 되었다.

비로소 살리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코로나 원년을 지내고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한 지구인의 하루하루가 안녕하길 기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이수 작가는 코로나 시대에 관통하는 목적의식이나 주제의식으로 무장하고 집필한 소설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하간 《두 번째 달》은 코로나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 집필(연재)되고 완결되었다. 올해까지 이어지는 아노말리 상황에서는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 소설이 읽히리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글과 말에서 마주치곤 했던 ‘문명의 이기’란 관용어구는 기술 긍정과 예찬을 함의하고 있었다. 기술은 좋고 필요한 것을 만들었고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은 불요불급한 것들도 만들었다. 후자의 것으로 최악의 예는 전쟁무기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아주 많은 생명이 일거에 죽어가는 순간에 로봇 태권 브이처럼 등장하는 구원의 기술이 없을 때 매번 의아해지곤 했다. ‘대체로 돈 먹는 하마급 기술은 죽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이런 경험이 지나치게 반복된다면 기술 회의주의를 막을 수 없지 않을까.

한 번이라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이 작품에서 인간의 프로그래밍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인공지능들이 대견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낯설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비록 소설 속이긴 하지만, 또한 하필 종말 이후이긴 하지만, 아주 먼 과거의 인류가 복원과 재생을 위한 방향으로 기술을 전향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안도감을 선사한다. 망해버린 세상, 즉 디스토피아를 마음껏 상상하는 것은 SF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현실 속 지구인들은 디스토피아를 관람하며 유토피아를 염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하루 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우주를 가득 채운 가운데 《두 번째 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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