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손보미, 천선란 추천!
셜리 잭슨 상 수상,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2017)
독창성, 퀴어함, 관능, 기이함으로 진동하는 이야기들. _록산 게이
첫번째 단편 「예쁜이수술」에는 목에 녹색 리본이 달려 있는 여성이 등장한다. 욕망에 솔직하고 삶의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그녀는 마음에 드는 남자를 먼저 탐내고, 그에게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잠들 때 내 눈꺼풀 속에서 어른거리는 게 뭔지” 가르친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함께 사는 내내 그녀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내주지만, 단 하나 리본에 손대는 것만큼은 금지한다. 리본에 대한 것은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 여자에게 남편은 “왜 그걸 나한테 숨기고 싶어하는데?”라며 화를 내지만, 여자는 “숨기는 게 아냐. 이건 그냥 당신 게 아니라고” 하고 답할 뿐이다. 이 단편에서 여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들려주는데, 육체적 쾌락을 기쁘게 즐기는 그녀와 달리, 이야기 속 여성들은 늘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외딴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섹스를 하다 갈고리손 살인마를 만나고, 남편을 위해 자신의 간을 요리하며, 담력을 증명하기 위해 한밤중에 혼자 묘지에 갔다 죽는다. 그리고 주인공의 리본이 욕망과 침범, 통제를 상징하게 되면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 그녀에게도 결국 피할 수 없는 파국이 찾아온다.
마차도는 이 소설집에서 섹스와 죽음을 주요한 테마로 삼는데,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목록」과 「현실의 여자들은 몸이 있다」에서 이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목록들」에는 한 여성이 어린 시절부터,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멸망해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섹슈얼한 관계를 맺은 모든 남자와 여자들의 목록이 나열된다. 이 바이러스는 신체 접촉을 통해 감염되지만 취약한 신체는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기에, 주인공은 계속해서 몸과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는다. 「목록들」에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종말이 닥친다면, 「현실의 여자들은 몸이 있다」에서 소멸을 맞이하는 것은 여성들, 그중에서도 특히 퀴어로 추정되는 자들뿐이다. 여자들은 어느 날부터 점점 몸이 투명해지다 결국 형체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방법은 드레스에 투명한 몸이 꿰매어지는 것뿐이다. 소멸의 대상이 되지 않는 남성들과 시스젠더 여성들이 이런 현실에 아랑곳없이 일상을 유지해가는 가운데, 주인공은 여자친구 페트라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무력하게 지켜본다.
8편의 단편 중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하는 「특히 극악한 범죄」는 형식적으로 가장 실험적인 단편이기도 하다. 작가는 TV 드라마 〈로&오더: 성범죄전담반〉의 두 주인공 벤슨과 스테이블러를 소설에 등장시키되, 300편에 달하는 에피소드들의 제목만으로 연상되는 이야기를 새롭게 써나간다. 드라마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설에서도 여성들이 폭행당하고 강간당하고 살해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이 단편을 읽으며 독자는 이런 사건들을 당연한 현실로 여기며 드라마로 만들고 지켜보는 시청자로서의 우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성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가장 강렬하고 독창적인 목소리
마차도의 소설 속 여성들은 대체로 퀴어이고, 때때로 귀신을 보며, 현실과 초현실에서 일상적으로 공포와 폭력을 마주한다. 성폭행으로 추정되는 범죄의 피해자는 포르노 배우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고(「파티에서 난처한 사람」), 조그만 황동 종 두 개가 눈꺼풀 위에서 달랑거리는 귀신들이 여성 수사관을 찾아가고(「특히 극악한 범죄」), 비만대사수술을 받고 날씬해진 여자는 없애버린 자신의 일부를 집에서 발견한 후 지하실에 가둔다(「여덟 입」).
SF, 호러, 디스토피아, 판타지, 우화 등 어느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 소설들은 “연못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한데 모여 섞여”들면서 공통의 정서와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수세기에 걸쳐 쌓아온 여성들의 경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본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존재한다. 작가는 여성이 무엇을 욕망하고 두려워하는지, 혹은 두려워하면서도 욕망하는지를 샅샅이 찾아내고, 굳어지고 내면화된 여성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해체해 작가 자신만의 언어로 새롭게 보여준다. 그렇게 이 책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는 여성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가장 강렬하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생생하게 세상에 내놓는다.
〔 추천의 말 〕
형식적으로 뛰어나고 감정적으로 격앙된 이 단편들을 통해 마차도는 여성의 기억과 갈망, 욕망에 실체와 형태를 부여한다. 캐런 러셀
마차도의 글은 억눌린 신체 에너지와 몰살당한 여성의 날것 그대로의 분노로 가득하다. 여성의 몸은 주체이자 범인이고 무고하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재밌고 그 점이 나는 불편했는데, 내 웃음소리에서 위협을 당하는 작은 개의 낑낑거림과 똑같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루이스 어드리크
느닷없이 나타난 독창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들.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만 말해지지 않은 진실을 포착한 기이한 신화들로 가득한 이 책은 사실주의가 해내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NPR
스팽글과 비늘로 덮인 와일드한 작품. SF, 퀴어 이론, 공포소설 등을 차용한 이 소설집은 앤절라 카터에서 켈리 링크, 헬렌 오이예미로 이어지는 이야기꾼들의 영향력으로 활활 타오른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데뷔작이 이런 관심을 얻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며, 더 많은 관심을 얻을 만하다.
뉴욕 타임스
힘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는 여성을 보여주는 작가의 생생하고 실험적인 렌즈가 놀랍다. 뉴요커
SF와 판타지 요소가 있는 마차도의 소설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독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가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린다. NBC
터무니없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으로, 극히 중대하지만 이전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어떤 순간에 대한 글을 압축해서 써내려간다. 작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온 이야기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전복적이며 에너지 넘치고 즐거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설령 그것이 상처 입은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일지라도, 아니 특히 그런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라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문장의 결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싶을 정도다. 강렬한 페미니즘이 관통하는 이 책은 섹스, 힘, 쾌락, 고통, 그리고 자기혐오에 대항한 싸움에 몰두하는 여성의 몸을 이야기한다. 마차도는 서로 반목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해 대단한 연금술을 성취해냈다. 보스턴 글로브
판타지 같은 전제가 가득하지만, 성적 욕망과 몸의 가변성, 젠더 불평등의 현실이 그 판타지를 진짜 현실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비틀리고 독창적이며 황홀한 이 데뷔 소설집에서 작가는 소름 끼치고 무서운 이야기를 심리적 사실주의와 음울한 코미디에 결합시킨다. 뜨거운 동시에 서늘한 이 이야기들은 독자를 정신없이 흔들어놓는다. 시카고 트리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