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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2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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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63쪽 | 309g | 152*210*20mm |
ISBN13 | 9788987721514 |
ISBN10 | 8987721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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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종이 수염 책을 읽고
나는 어제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빌리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아빠와 아들이 함께 흰 종이로 만든 수염을 턱에 붙이고 노는 모습이 보인다. 근데 아이 옆에 있는 아빠처럼 보이는 어른이 한 쪽 팔이 없었다. 그래서 인지 책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는 6.25사건 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이 책에 주인공 동깅이는 집 사정 때문에 학교에 돈을 내지 못해 쫓겨날 위험에 처한다. 6.25전쟁 이후 동길이의 아버지는 군인으로 투입되어 2년동안 가족에게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동길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계시는 아버지를 복된다. 그러나 동길이의 아버지는 전쟁에서 한쪽 팔을 읽고 돌아오셨다. 그날 밤, 동길이는 아버지에게 학교를 못다닐 수 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동길의 아버지는 어떡해서든 자신이 돈을 벌어 학교에 다니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 동길은 친한 동생 창식에게 비밀이라며 자신의 아버지가 전쟁으로 한 쪽 팔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창식이는 동네친구들과 동길의 아버지는 외팔뚝이라고 놀린다. 시간이 흘러 동길이의 아버지는 흰 종이 수염을 붙이고 뮤지컬 홍보를 한다. 그 모습을 으연히 보게 된 동길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부끄럽다고 생각하여 아버지를 모른체하고 지나간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 가족 중 한 명이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보았다. 내 친구만 다쳐도 속상한데 나의 가족이 다친면 그보다 더 속상할 수 는 없을 거 같다. 예전에 내 동생이 폐렴에 걸려 입원해 있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파할 때마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하며 걱정했었다. 나는 동길이가 자신의 아버지가 외팔뚝이가 되어져 보인걸 보면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겠구나 새삼 알게 되었다. 그때는 6.25전쟁 이후여서 나라는 지키기 위해 한쪽 팔을 읽게되어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죄송했을 것 같다. 그리고 동네 핀구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외팔뚝이라고 놀리며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으니 그 배신감이 오죽할까 싶다.
동길이는 외팔뚝이가 된 아버지를 부끄러워 한다. 솔직히 나는 부모님을 부끄러워 해본적은 없지만 어릴 때 원망했을 때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재네 부모님은 이것도, 저것도 해주시는데 왜 우리 엄마 아빠는 잘해주지 않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어릴때는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이 더 부럽고 좋아보였는데 커보니 바깥으로는 더 착해보이지만 정작 나에게 더 필요하고 더 소중한 사람은 우리 부모님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커서도 아예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우리 부모님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동길이 같이 누가 우리 부모님의 외모를 가지고 놀렸다면 정말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놀린 친구들을 혼내주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6.25이후 사람들의 생활이 무척 어려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절대로 다른 친구들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고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족이 상처를 입었을 때 다른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동길이 같이 누가 우리 부모님의 외모를 가지고 놀렸다면 정말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놀린 친구들을 혼내주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6.25이후 사람들의 생활이 무척 어려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절대로 다른 친구들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고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족이 상처를 입었을 때 다른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우선 이 책에는 3가지 이야기가 있다. ‘흰 종이 수염’, ‘전차 구경’, ‘수난이대’이다.
-흰 종이 수염: 동길이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동길이는 네달 째 학비를 내지 않아서 학교에서 쫓겨났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징용을 가셔서 학비를 내기 힘들다. 동길이는 쫓겨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가 자고 계셨다. 아버지가 징용에서 돌아오신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오셨다는 기쁨도 잠시 동길이는 아버지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아버지의 오른쪽 팔이 사라진 것이다. 오른쪽 팔을 잃었다. 아버지는 학비를 내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동길이는 학교를 계속 다닌다. 동길이가 하교 때 아버지를 보게 된다. 아버지는 극장에 취직했지만 고된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친구가 놀린다. 외팔이라고 말이다. 동길이는 화가 나고 그 친구와 싸운다. 아버지는 동길이에게 간다. 아버지의 수염에서 붙어있던 흰 실이 떨어진다.
-전차구경: 주 조사는 기윤이와 지하철을 탄다. 주 조사는 지금은 부동산에서 일하지만 예전에는 전차 기사로 일했던 터라 지하철이 신기할 나름이다. 주 조사와 기윤이는 지하철을 탄다. 너무 속도가 빠르고 밖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새로웠다. 주 조사는 도착해서 기윤이와 남산에 간다. 주 조사는 기윤이가 말하는 월드콘도, 넘버원도 잘 모르지만 남산에서 오래된 전차를 본 것 만으로도 그저 기쁘다.
-수난이대: 만도는 진수를 기차역에서 기다린다. 진수가 징용을 끝내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만도는 징용에서 한 쪽 팔을 이미 잃은 상태다. 징용에서 돌아온 진수는 다리 한 쪽이 없었고 막대기 두 개를 짚고 왔다. 그것을 본 만도는 진수에게서 등을 돌려버린다. 진수는 힘겹게 아버지를 따라간다.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외나무 다리를 건너야했다. 진수는 한 쪽만 있는 다리로 외나무 다리를 건널 수 없었다. 그래서 만도가 진수를 업어준다. 대신 진수가 만도의 손에 있던 것을 들어준다. 진수는 손이 되고 만도는 발이 된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 3가지 이야기 중 제목과 다르게 ‘수난이대’가 가장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 그 이유는 ‘수난이대’에서 가족의 사랑과 도움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의 사랑을 많이 충분히 많이 받는다. 그런데 가끔씩은 부모님이 나를 안 사랑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동생은 막내대로, 오빠는 첫째대로 많이 사랑해주면서 나는 안 사랑해주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님은 나에게 내가 보드게임을 한 것도 아닌데 나보고 치우라고 할 때도 있었다. 또한 오빠랑 동생이 쓰레기를 식탁에 버리고 가면 뭐라고 안 하고 내가 버리면 뭐라고 할 때도, 똑같은 일을 해도 나만 더 혼난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부모님은 오빠를 오빠대로, 동생을 동생대로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나대로 사랑한다고 느꼈다.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느꼈다. 내가 모를 때도, 내가 못 느낄 때도 언제나 나를 사랑해주고 도와주신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수난이대’에서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지 않다고 느껴도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진수가 징용에서 돌아왔을 때 만도가 등을 돌렸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리워했고 사랑했다는 것을 진수와 만도가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서 알게 되었다.
<흰 수염 종이>에는 이야기 세 개가 함께 있다. 그 중 첫번째 이야기인 <흰 수염 종이>는 주인공인 동길이가 사친회비(사친회(아동 · 학생의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부모와 교사가 상호협력하는 교육적인 민간단체.)를 운영하기 위하여 학부모들이 일정하게 내는 돈)를 못 내 학교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징용 가서 팔 하나를 잃고 돌아온 아버지가 힘들게 돈 벌고 있는 모습을 보고 창식이가 시비를 걸어서 싸움이 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나는 여기서 동길이의 아버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힘든 징용도 가고, 가서 팔도 잃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팔 잃은 동길이 아버지가 힘들게 돈을 벌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창식이가 시비를 거는 그런 나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팔 잃은 동길이 아버지는 장애인인데 그걸로 놀리는 것은 용납 불가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전차 구경’이다. 전차 구경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전차 구경을 가서 옛 날 전차 운전사가 얼마나 멋졌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비행기 조종사를 들먹여 설명해 준다. 할아버지가 운전했던 전차는 이제 역사와 함께 ‘구경거리’가 되게 되었다. 나는 전차 운전사라는 것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기차 운전사? 궁금하다.)
<수난 시대>는 만도라는 아빠가 전쟁에서 진수라는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진수의 아버지는 팔뚝 하나 전체를 잃었다, 만도는 산 허리에 굴을 파는 노동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다이너마이트가 터지고 공습 경보가 울리게 되면 모두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늦게 엎드린 만도는 정신을 잃게 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만도 눈 앞에 팔뚝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게 자신의 것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만도는 계속 이렇게 장애인인채로 살고 있다. 기차역에서 진수를 만난 만도는 진수의 팔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쟁 중에 수류탄 쪼가리에 맞아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모든 사람이 많이 힘들게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들(?)을 읽고 나는 전쟁, 징용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대포, 탱크 같은 전쟁에 필요한 무기가 안 나와있다. 그래도 공포가 약간 있다. 그래서 모든 전쟁이 다 사라져서 아예 없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위해 일로 바쁘셔서 아침에도 저녁에도 잘 볼 수는 없지만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오늘 이 소설을 보며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동길이도 나처럼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나보다 더 간절하게 기다린다. 동길이 아버지는 징용에 끌려가서 쉽게 올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오신 동길이 아버지는 팔 한 쪽을 잃은 채 나타났다. 동길이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 실망했다. 동길이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된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더라면 정말 속상했을 것이다.
동길이 아버지는 팔 하나를 잃어서 할수 있는 것이 없어 흰 종이수염을 달고, 인간 광고판이
됐다. 이리저리 마을을 다니며 동길이의 사천회비를 벌기 위해 돌아다니시는 모습이 그려져너무 속상했다.
동길이는 흰 종이수염을 붙인 아버지가 너무 창피했고, 그런 아버지를 창식이가 놀린다.동길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놀리는 것에 화가 치밀어 창식이를 때려 눕힌다. 동길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동길이는 창식이가 얼마나 얄미웠을까! 아버지를 놀리는 창식이를 나도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동길이 아버지는 싸우고 있는 아들을 하나 남은 손으로 말려보지만 아버지의 어쩔줄 모르시는 모습에 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동길이는 그토록 기다리던 아버지가 돌아오셔서 좋았겠지만 생각지도 않은 아버지의 모습에 처음엔 실먕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정말 짠했던 것이 아닐까!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자랑하는 아버지를 꼭 만나서 두 손 크게 아버지를 안아드리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우리 아버지가 평일에 열심히 일 나가시고 주말조차 쉬지도 못하고 어머니와 집안일을 하는 모습에 짠 했던 적이 있다.
전쟁이 빼앗지 못한 것. 그건 흰 종이 수염이었다. 다른 것도 아닌 흰 종이수염 말이다. 주인 공 동길의 아버지는 6.25전쟁으로 징용에 끌려갔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팍팍한 동길의 집은 가장인 아버지가 없어짐으로서 사친회비를 내기는커녕 입에 풀칠하기조차 버거워 졌다. 이 작품은 어린 동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이어서 진지하거나 어려운 묘사 없이 그저 그 때 상황 그대로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공장처럼 여러 과정을 거친 후에야 두터운 포장으로 덮여지고 나오는 느낌이라면 이건 수제로 만들어 즉석으로 가져다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답게 아버지가 없는 동안 동길은 툴툴거리며 아버지가 돌아오기만 하면 살림이 쫙 펴지고 사친회비도 낼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살아간다. 이게 웬일인가, 아버지가 끌려간 지 2년 뒤, 동길은 학교를 갖다오고 나서 마루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아버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오른쪽 옷자락이 바람에 날려 펄럭거린다. 한 쪽 팔이 없어진 것이었다. 동길은 순간적으로 주춤하고, 아버지가 무서워지기도 한다. 조금 괘씸할 수도 있겠지만 이 반응은 당연한 반응일 수 밖에 없다. 아버지가 없는 동안 아버지만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되며 자나께나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동길에게는 더욱더. 어찌보면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동길은 아버지를 완벽한 사람으로 그렸다. 자신의 사친회비를 내 줄 만큼의 부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런 아버지. 그런 완벽한 아버지가 예상과는 다르게 팔이 없는 채로 나타났으니 공포가 밀려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게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그러다 부엌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수제비 냄새에 아버지의 한 쪽 팔 따위는 동길의 머리에서 밀려난다.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고 나서야 아버지의 없어진 팔이 오른쪽 팔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이 반응은 지극히 아이답고 순수하다. 동길을 철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순수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옆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왼쪽 팔로 겨우겨우 밥을 떠먹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울음을 삼키는데, 동길은 그저 그때그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뿐이다. 내가 이런 묘사를 좋아하는 까닭이 이것이다. 이야기를 흘러가게 하는 주인공 동길은 모르지만 독자들은 알게 하는 전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어린아이의 반응과 묘사를 보면 좀 더 자세히 그에 따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다시 작품을 들여다보자. 아버지가 돌아오시고 바로 다음 날, 외팔이새끼라고 놀림 받기 싫었던 동길이가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아버지는 그런 동길이를 꾸짖다 뜬금없이 극장에 취직했다고 한다.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눈물까지 흘리며 좋아하고, 동길은 갑자기 극장에 취직했다고 하는 아버지가 못 미덥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던 아침이 지나고, 학교에서 돌아온 동길이는 아버지가 흰 종이수염을 만들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동길이가 이건 뭐하는 데 쓰냐고 아무리 물어도 술에 취한 아버지는 취업에 필요한 것이라 얼버무리며 종이수염을 완성해 나간다. 그 다음날, 동길이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중, 몸에는 극장 광고판을 매달고 턱에는 흰 종이수염을 붙인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아버지를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 주위에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는데, 그러던 중 창식이가 아버지의 종이수염을 건들면서 가짜라고 놀려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동길이는 창식이를 마구 때리게 된다. 아버지가 그런 동길이를 말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을 내린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초반, 한 시골마을을 그린 이야기다. 주로 전쟁이 미친 영향과 전쟁이 끝난 후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전반적인 소설의 분위기도 밝고, 꽤 웃긴 구석도 많이 있다. 이런 ‘웃픈’ 분위기는 소설의 중심인물인 아버지와 동길이로부터 비롯된다. 아버지는 슬프고 고달픈 삶 때문에 술도 마시고 울기도 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된다. 여기서 아버지의 진정한 본능을 알 수 있는데, 아무리 우스워도, 아무리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아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것이었다. 설령 그것이 광대라 할지라도 말이다. 부자지간이라고, 동길이도 아버지 못지 않는다. 이야기 초반에 보면, 사친회비를 내지 못해 쫓겨난 아이들은 훌쩍거리고 축 처져 있는데 동길은 맑은 눈을 빛내며 주먹을 꼭 쥐고 불만을 표한다. 그러고는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친구들과 멱을 감으러 간다. 게다가 자신의 아버지를 놀리는 친구를 두고 보지도 않는다. 아버지처럼 절대 힘겨운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다. 절대 지지 않는다. 전쟁은 많은 것을 뺐어간다. 아버지의 한 쪽 팔, 생계....... 하지만 전쟁이 뺏어가지 못하는 것이 단 한 가지 있다. 바로 살아가려는 의지,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동길이 아버지의 한 쪽 팔소매와 종이수염은 같이 펄럭이지만 그 자리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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