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는 있는데, 삼성에는 없는 것은 무엇인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베인 & 컴퍼니가 제안하는 新 로열티 경영
너도 나도 불황이다, 매출이 줄었다며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이런 경기 불황과는 상관없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제품, 브랜드가 있다. 지난 4월 애플의 신제품 뉴아이패드가 시장에 첫선을 보이던 날, 신문지상에는 한국 최초 구매자가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게재되었다. 그는 밤새 애플 매장 앞을 지키고 서 있다가 최초구매자의 행운(?)을 움켜쥐었다고 한다.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면 이렇게 조금이라도 빨리 애플의 신제품을 손에 쥐려는 고객들로 애플 매장 주변이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소위 애플 마니아를 자청하는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개봉기, 사용후기 등 제품에 관한 리뷰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생산해내고, 각종 커뮤니티나 SNS 등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를 동원해 그 경험을 재빨리 공유한다. 이렇게 공유되면 될수록 정보는 더 강화되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사용자의 경험을 통해 애플 제품의 장점을 인지하기도 하고, 구매 결정을 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애플이라는 브랜드만으로도 이렇게 열광하게 만든 것일까? 혹자는 애플의 뛰어난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세련된 디자인 등 ‘상품성’에서 그 답을 찾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애플이 가지고 있는 저력은 비단 뛰어난 상품만은 아니다. 애플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미션을 가지고 애플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온 고객이 꾸준하게 그 안에 머물 수 있도록 고객의 경험을 관리한다. 다시 말해 한 번 애플의 제품을 구매한 사람이 다시 구매를 하고, 그 장점을 주변에 알리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애플은 그 어떤 매체보다 영향력이 큰, 진정한 홍보요원을 확보한다. 바로 충성고객이다.
충성고객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이미 학계와 비즈니스 현장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렇기에 기업은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홍보 마케팅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더구나 오늘날처럼 고객과 직원들이 블로그와 커뮤니티, 트위터, 페이스북,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경험을 공유하는 SNS 시대에는 내부 고객(직원)과 외부 고객의 경험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들의 말 한마디가 광고 홍보 부서에서 세심하게 공들여 제작한 비싼 값의 광고캠페인이나 홍보 메시지보다 훨씬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엇으로 이들 고객과 직원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또 그것이 실제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신간 《고객이 열광하는 회사의 비밀》(원제: The Ultimate Question 2.0)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SNS 시대, 어떻게 고객과 직원 이 고객 감동을 넘어 고객이 열광하는 회사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 ‘순추천고객지수’, ‘순추천고객시스템’, 나아가 ‘순추천고객 리더십’이라는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당신은 이 회사를 추천하시겠습니까?”
고객 로열티 측정에 필요한 단 하나의 결정적 질문
이 책의 저자 프레드 라이켈트는 세계적인 컨설팅 사 베인 & 컴퍼니의 펠로로, 고객 로열티의 경제적 가치를 경영학 사상 최초로 계량화하는 데 성공한 로열티 경영의 대부이다. 그는 고객의 로열티가 높은 기업일수록 업계 평균보다 더 낮은 비용, 더 높은 마진을 얻으며 빠른 성장을 실현한다는 데에 주목하고 고객 로열티, 기업의 미션과 같은 다소 추상적이고 정량화가 불가능한 대상으로 보이는 감정적인 것들을 성과라는 기업 목표와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덕분에 그는 ‘로열티의 수석사제’(이코노미스트), ‘로열티 경영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뉴욕타임즈)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전작을 통해 고객을 분류하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방법을 소개하였는데 고객의 로열티를 이끌어내는 관계의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 NPS(순추천고객지수: Net Promoter Sorce)가 바로 그것이다. 이전까지 고객의 만족도를 규명하기 위해 고안되었던 복잡하고 분석적이기만 한 설문조사 방식과는 달리 고객의 실제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고객을 분류하여 지표를 산출해내는 방법이다. 결정적 질문이란 고객의 추천의사를 묻는 “당신은 이 회사를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사람에게 추천할 의사가 있습니까?”라는 것이다. 고객이 이 질문에 대해 자신의 추천의사를 10점 척도로 밝히면, 9~10점을 준 고객은 추천고객, 7점~8점을 준 고객은 중립고객, 6점 이하를 준 고객은 비추천고객으로 분류한다. 그 다음 추천고객 수에서 비추천고객 수를 빼 순추천고객지수를 산출한다. 저자는 이 순추천고객지수를 관리함으로써 기업은 고객 관계를 개선하고, 사업의 진행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간 《고객이 열광하는 회사의 비밀》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순추천지수를 경영 현장에서 실제 적용하고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법과 조직 전반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의 중요성, 그리고 이의 고취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특히 최초로 NPS라는 개념을 제시한 이래, 이를 도입하여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구체적인 여정을 함께하면서 발견한 모든 가능성과 기회를 보여줌으로써 비즈니스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툴을 제시한다.
애플, 필립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둔 기업들이 채택한 NPS
이 책에서 저자는 NPS를 프로세스화하는 과정, NPS 프레임워크의 중요성을 말한다. 즉 중립고객을 추천고객으로 전환되는 것의 가치를 경제적 성과로 환산할 수 있는 측정 기준, 툴,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지수를 넘어 기업의 리더가 고객 중심의 기업 문화를 직원들 한 가운데에 심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런 적용 방식은 기업의 특색에 맞춰 새롭게 개발되어야 한다.
예컨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NPS를 ‘친구추천지수’로 명명하고 이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액션플랜을 만들어냈다. 처음 시작은 직원들이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담당자라는 명칭 대신 ‘고객서비스 전문가’로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콜센터에 숙박업, 소매업 등 서비스 업종 경력자를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NPS(RTF)를 통해 고객 피드백을 취합하고 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더불어 매뉴얼에 의존하던 콜센터의 스크립트 대신 고객과의 관계와 대인관계 스킬에 집중했다.
애플의 소매사업부 역시 NPS를 통해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2001년 첫 매장을 열었을 때만 해도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등의 혁신적 제품을 내놓기 전이었다. 당시 애플 소매사업부의 책임자이던 론 존슨은 ‘고객과 직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는 미션을 제시하고 NPS를 도입했다. 애플의 직원들은 고객들과 대면하기 전에 3주간 교육을 받는다. 교육의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고객이 좋은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NPS로 고객의 만족도를 측정하고, 비추천고객과는 매장 매니저가 직접 문제해결을 위한 서비스 복구 통화를 실시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객 코멘트와 서비스복구 통화로 제기된 중요한 이슈를 상호 공유한다. 한편 애플의 매장 매니저는 일반 고객을 추천고객으로 전화시킨 직원들의 파악해 동기를 부여하고, 애플 본사의 NPS팀은 전 매장에서 고객 피드백을 취합해 추천고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한다. 애플에 열광하는 고객들은 이렇게 고객의 경험을 관리하는 애플 매장 직원들의 태도에 감동하고,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통해 명확하게 규명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는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로 드러나 가전제품 소매점의 제곱피트당 평균 매출에 비해 4배 이상의 수익을 내게 만들었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유일무이한 방법을 제시한 책
이 책에서는 이런 성공 기업의 사례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지침을 내놓는다. 일단 NPS가 기업 조직 안에 안착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인데, 첫째는 리더, 특히 CEO가 고객 로열티 개선을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이다. 특히나 NPS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도덕적 가치까지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로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안에 NPS 고객 피드백을 접목시켜 체계화하는 것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고객의 피드백을 업무 처리에서 중요한 요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로, NPS를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업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긴 여정으로 인식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 사이에도 관계 맺기가 단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고객이 감동하고 열광하게끔 하려면 꾸준하게 고객의 마음을 읽고,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NPS가 성공하기 위해선 경제적 측면과 동기부여라는 정서적 측면이 탄탄하게 밑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다. 더불어 이들 각각에서 주목해야 할 것으로 동기부여의 측면에서는 ‘사람들을 올바르게 대우하라’는 핵심 아이디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가 NPS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끔 설득하는 것을 짚어낸다.
한편 이 책이 가장 구체화되는 지점은 이런 NPS를 조직 안에서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식이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해줄 것인가?’ ‘어떻게 고객과 소통할 것인가?’ ‘어떻게 고객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지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일선 직원들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턴 파악’이다. 말 그대로 개별 직원이 개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직원들의 일상 업무상 우선순위, 행동의 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현장에서 계속적으로 문제 제기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객 피드백을 기반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중간 관리자는 충성도가 높은 고가치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정책, 프로세스, 상품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로지텍의 경우 고객들이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한 웹캠의 문제가 프로그램상의 충돌에 의한 것임을 파악하고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해 웹캠과 함께 사용될 애플리케이션을 패키지로 제작해 설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를 통해 웹캠의 NPS점수는 1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이처럼 중간 관리자는 고객의 피드백을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의 과정, 다시 말해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과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통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은 추천고객을 늘리고 비추천고객을 줄이는 데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 자원을 배분하고, 조직을 구성할 책임을 가진다. 특히 회사의 최상위 의사결정 과정, 예컨대 예산 편성 프로세스, 전략적 계획 주기, 이사회 등의 모든 핵심 프로세스에 NPS를 통합해야 한다. 이외에도 고객 커뮤니티의 구축이나 조직재편의 필요성과 방식 등을 세밀하게 짚어낸다.
직원 로열티 없이는 고객의 로열티는 기대할 수 없다!
이처럼 이 책은 NPS를 통해 고객이 열광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플랜과 현장에서 부닥칠 수 있는 문제들을 면밀하게 제시한다. 이를 통해 향후 좀 더 잘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경제 분석 시스템의 개선, 내부 부서원들의 참여 유도, 교육 프로그램 개선 등으로 짚어 내는 등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한 가지를 더 짚어낸다면 바로 직원들의 로열티가 없이는 고객 로열티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 NPS와 보상 연계해야 한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매우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NPS가 성과급과 연계되었을 때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럴 경우 NPS는 올바른 학습과 고객 경험 개선 활동 도구가 아닌 점수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으며, 측정 프로세스 개발 및 자신의 임금이 NPS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일선 직원들이 NPS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에게도 NPS가 특별한 도구가 아니라 업무 단계마다 적용되어야 할 프로세스로 받아들여질 때 직원들이 이를 좀 더 잘 활용할 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동기부여까지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편 이 책에서 우리가 더 많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부록’에 담긴 세계적인 기업들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의 NPS 도입의 여정이다. 이미 성공적으로 적용했거나 도입의 단계에 놓여 있는 기업들이 자신의 경험에서 ‘이것만은 반드시 공유하고 싶다’는 것을 그들 자신의 목소리로 밝혀 놓은 이 부분은 어떤 형태의 비즈니스이든, 어떤 규모의 비즈니스이든 현장에서 NPS를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침을 제시해줄 것이다. 고객과 직원들의 경험을 관리하여 최고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마케팅 방식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이 책은 고객의 경험이 더 빠르게, 더 넓게 공유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한 돌파구를 제시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