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언어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단계별로 설명한다.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 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네 가지 방식을 선보이며, 여기서 얻은 정보를 통해 한 사람에 대해 좀더 선명하고 완전한 그림을 그리는 법을 보여준다. 네 가지 방식은 ‘나는 특별해’·‘나는 옳아’(긍정적인 자기상), ‘나는 약해’·‘나는 혼자야’(부정적인 자기상) 등이다. 각 장의 끝에는 ‘실전 요약’을 실어 각 장의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법을 예를 들어 설명할 뿐 아니라 잘못 이해할 수 있는 부분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언급한다. 이 책을 통해 실질적인 요령과 함께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네 가지 관점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통합하는 것이 갖는 이점도 설명한다.
1부(성격 차이 묘사하기)에서는 성격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두 종류의 어휘를 다룬다. 하나는 사람들의 성격을 ‘성실성’이나 ‘우호성’같이 잘 정의된 다섯 가지 일반적 ‘경향성’(빅 5)으로 나누어놓은 것이다. 이처럼 잘 정의된 어휘들을 사용하면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다른 하나는 ‘강박성’ 유형이나 ‘편집성’ 유형처럼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의 ‘유형’을 열 가지(톱 10)로 나누어놓은 것이다. 각 유형은 정도가 약할 때는 조금 눈에 띄는 정도지만, 심할 경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불행하게 만들 만큼 완강하고 부적응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부(성격 차이 설명하기)에서는 사람들의 경향성과 행동 유형을 조절하는 뇌 회로의 발달을 다룬다. 수십 년에 걸쳐 발달한 뇌 회로는 크게 두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유전자’와 ‘환경’이다.
3부(온전한 인간 그리고 온전한 삶)에서는 사람들의 삶에 의미와 목적을 제공하는 가치나 목표를 다룬다. 즉 품성이라고 하는 성격적 측면을 평가하는 데 범문화적인 도덕적 기준이나 문화 특수적인 도덕적 기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또 과거사와 미래의 계획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데, 그들이 결국 무엇을 원하고 어떤 ‘정체성’을 가지는지 그런 이야기를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더 잘 읽기 위한 준비
자신의 삶에서 특정한 한 사람(P라고 하자)을 골라,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떠올린다. 이 책의 내용과 그 사람을 반복적으로 연관 지음으로써 각 관점이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다.
1. P를 고를 때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을 선택한다. 적어도 25세 이상이 좋다. 이 책이 끝날 때까지 그 사람을 이야기할 것이므로 신중히 고른다.
2. P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고 함께한 중요한 경험을 생각해본다. 그 사람의 어떤 특징들이 떠오르는가?
3. P의 성격을 단어, 어구, 문장, 문단으로 표현한다. 이를 정리해 작성해두고 이후에 절대 수정하지 않는다. 이 기술문은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다시 돌아갈 출발점이 된다.
4. 기술문이 짧든 길든 일단 그 표현이 마음에 든다면 이제 책을 들어라.
성격 특질과 행동 유형
빅 5 경향성
성격 특질을 기술하는 단어를 다섯 개의 영역으로 추리고, 루이스 골드버그는 이를 ‘빅 5(BIG 5)’라고 명명했다.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신경증(Neuroticism), 개방성(Openness)이 그것이다(영문의 앞 글자를 따서 OCEAN 혹은 CANOE라고 한다).(32쪽 표 1.1 참조)
빅 5를 발견한 이후로 그것은 세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개인차를 평가하는 토대가 되었다. 외향성·우호성·신경증 등 세 가지 성향은 주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관련한 것이고, 성실성과 개방성은 좀더 일반적인 성향에 관한 것이다.
빅 5로 평가하더라도 각각의 성격 영역은 여전히 어렴풋하게만 느껴진다. 누군가의 성격을 더 예리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인상뿐만 아니라 훨씬 세부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빅 5의 구성 요소(38쪽 표 1.2 참조)다. 이를 통해 사람들 간의 개인차에 대해 좀더 완전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성격이나 행동 유형: 톱 10
정신과 의사들은 임상 경험을 통해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성격이나 행동 유형을 묘사할 어휘들을 만들었다.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는 이 어휘들을 정리하면서 특별히 중요해 보이는 열 가지 성격 유형을 선정했다. 이를 ‘톱 10(Top 10)’이라고 일컫는다. 반사회성 유형, 회피성 유형, 경계성 유형, 강박성 유형, 의존성 유형, 히스테리성 유형, 자기애성 유형, 편집성(혹은 망상형) 유형, 분열성(schizoid) 유형, 분열형(schizotypal) 유형 등이다.
이 중 경계성 유형이나 편집성 유형과 같은 임상적 이름은 일상에서도 똑같이 사용하지만, 다른 유형은 일상용어로 바꿔서 사용한다. 예를 들어, 반사회성 유형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 회피성 유형은 월플라워, 강박성 유형은 통제광·디테일 퀸·일 중독자·완벽주의자, 의존성 유형은 집착남/집착녀, 히스테리성 유형은 드라마 퀸, 자기애성 유형은 이기주의자·나르시시스트, 분열성 유형은 외톨이, 분열형 유형은 괴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런 일상적 단어는 아무렇게나 쓰이곤 하는데,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의 톱 10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유형을 임상적으로 관찰해 더 엄밀하게 정의한 것들이다. 또한 톱 10은 그 사람의 성격 유형이 얼마나 적응적인지 혹은 부적응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유형 중 하나 이상이 계속 극단적으로 나타나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그런 사람을 성격 장애로 진단하기도 한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고방식
정신과 의사 에런 T. 벡은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그들의 사고 과정을 연구했다. ‘인지치료’라고 일컫는 이런 접근은 내담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고방식을 확인하고 재검토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벡과 그의 동료들은 이런 형태의 심리치료를 개발하면서 내담자의 사고 과정을 크게 두 종류로 구분했는데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고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타인’에 대한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이 두 종류의 특별한 사고방식이 톱 10의 유형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밝혔다.(72쪽 표 2.1 참조)
톱 10을 성격 특질의 유형으로 보는 것이나 사고방식의 종류로 보는 것은 모두 인간을 논하고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가치가 있다. 물론 이런 유형을 서로 엄격히 구분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특징을 사용해 어떤 사람을 자기애성 유형의 사람이라고 구분 짓는 것은 우리가 의사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추가적인 관찰과 분석을 통해 그 사람이 진짜 자기애성 유형의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자기애성 유형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도 마찬가지다.
유전자와 환경
1875년, 프랜시스 골턴은 일란성 쌍둥이(35쌍)가 이란성 쌍둥이(20쌍)보다 행동적으로 훨씬 더 유사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유전자의 중요성을 지지하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쌍둥이의 역사, 본성과 양육의 상대적 영향력에 대한 기준〉에서는 “본성이 양육을 압도한다는 결과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똑똑한 부모에게 입양된 아이들이 좋은 교육환경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아이들보다 더 뛰어나지 않다는 그의 또 다른 관찰도 이런 결론을 지지했다. 골턴이 처음으로 사용한 입양아 연구는 유전과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연적 실험 접근법(natural experimental approach)이다. 골턴의 행동 연구가 조금 허술한 면이 있지만, 그가 얻은 결과는 그를 비판한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한편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이 자연선택 과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심오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아이디어는 인간의 본성도 원시적인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윈도 자신의 발견이 반인륜적인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민했다. 그럼에도 다윈은 자연선택을 지지하는 여러 증거를 무시할 수가 없었고, 결국 진화 자체를 매우 경이로운 것으로 보게 되었다.
환경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한 유전인자의 발현과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가, 마이클 미니가 실험한 어미 들쥐의 보살핌이 새끼 들쥐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121~124쪽). 들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여러 다른 분야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선, 유전학자의 경우 이 연구 결과가 환경적 요인 때문에 유전인자에 화학적 변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기뻐했다. 심리학자들은 유전인자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만큼이나 행동 또한 유전인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결과를 반겼다. 그뿐만 아니라 신경학자들은 뇌 회로의 장기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경험의 방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것으로 이해했다. 결국 이들 모두는 우리의 경험, 그중에서도 특히 생애 초기의 경험이 DNA의 후성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의 성격도 변할 수 있다는 이 연구의 실질적인 함의에 감동을 받았다.
품성
벤저민 프랭클린의 13덕목
프랭클린은 좋은 품성을 만들기 위해 먼저 좋은 품성을 이루는 핵심 재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그는 이미 품성의 어떤 특질들이 그 재료가 되는지 비교적 뚜렷이 알고 있었다. 일명 ‘도덕적 덕목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목록을 만들어보고자 했을 때 용어의 문제에 부딪혔다. 같은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쓰는 사람마다 의미가 서로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랭클린은 차라리 많은 단어를 이 목록에 올리는 한이 있더라도, 부가적인 의미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분명한 의미를 가진 단어 13개(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를 선정했다.
왜 품성이 중요한가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이 결코 완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단지 그의 빅 5 경향성만을 알아채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품성에 대해서도 직관적인 인상을 갖게 된다. 그 사람을 더 잘 알수록 우리는 그의 객관적 측면과 도덕적 특성을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특히 도덕적 특성은 우리의 감정적 측면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그에게 더 끌리기도 하고 더 멀어지기도 한다. 성격에 대한 기술이 빅 5와 톱 10에 집중되지만, 사람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것은 문화 보편적 혹은 문화 특수적 기준에 따른 도덕적·감정적 평가다.
정체성
심리학자 댄 매캐덤스는 정체성을 “여러분이 누구인지 정의해주는, 여러분이 만들어낸, 여러분의 개인적 신화”라고 정의했다. 경향성, 행동 유형, 덕목 등이 이런 개인적 신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지만 그 신화가 무엇인지를 말해주지는 못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합적이고 목적지향적이며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자신이 만든 스토리를 통해 알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정체성에 주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그의 처지에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누군가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특별한 사건이나 환경을 고려하면, 그가 직면한 실패와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강인함을 확인할 수가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봄으로써, 그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볼 수 있고 이것은 그의 품성을 더 명확히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체계적 평가
누군가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려고 할 때 먼저 빅 5와 각 구성 요소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빅 5를 알아볼 때 주로 그 사람의 외향성 측면부터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외향성이 가장 평가하기가 쉬운 성격 특질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우호성, 성실성, 신경증, 개방성의 순으로 나아간다
빅 5와 그 구성 요소에 대한 부분을 고려한 후, 다음 단계는 그 사람에게서 매우 두드러진 경향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그러고 난 다음에는 그의 성격이나 행동의 유형을 찾으면 된다. 먼저 그 사람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 때, “나는 특별해”·“나는 옳아”·“나는 약해”·“나는 혼자야” 중 그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이 중 해당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과 관련 있는 톱 10의 유형과 비교해본다.
저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를 따를 것을 권고한다.
1.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점과 성격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기억한다.
2. 빅 5에 대한 윤곽을 잡고 그중 어떤 점이 두드러지는지 살펴본다.
3. 문제가 될 수도 있는 행동 유형들을 찾아낸다.
4. 문화 특수적 혹은 문화 보편적 기준을 이용해 도덕성에 대한 평가를 해본다.
5. 그 사람의 스토리를 들어보고 자신이 관찰한 것과 연관시킨다.
6. 이렇게 관찰한 것을 토대로 매우 중요해 보이는 것을 강조하는 큰 그림으로 통합한다.
이렇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나면, 그 사람이 일반적인 행동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을 보일 경우 그것이 어떤 상황적 요인 때문에 발행한 것인지 알 수 있고, 때로 그에 관한 비일관적 정보들도 통합할 수 있어 그림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살아 숨 쉬는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수가 있다. 물론 가끔은 새로운 정보를 첨가하기 위해 그 그림을 완전히 분해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잘 조직화된 정보는 수정된 직관으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직관을 의식적 수준의 체계적인 사고라고 한다.
지금 그 사람이 당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가당신이 만든 그의 성격 구조와 잘 부합하는가?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그가 처한 특정 상황 때문인가? 혹시 문화적 차이는 없는가? 아니면 그저 환경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일 뿐인가? 여러분이 그에게 그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은 어떻게 하면 당신이 그 사람을 바꿀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그 사람을 더 명확히 이해하고, 마음에 드는 그의 특성과 그렇지 않은 특성을 더욱 뚜렷이 구분하며, 또한 그의 편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 속에서 진정으로 변하는 것은 그 사람과 관계하는 방식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매 순간 변화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사람과 어떻게 관계하고 싶은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그들이 궁극적으로는 우리와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 동시에 우리와 매우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즐거움이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와 같은 세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가를 음미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