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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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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 작가정신 | 2018년 09월 20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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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

출간일 2018년 09월 20일
쪽수,무게,크기 272쪽 | 310g | 128*188*20mm
ISBN13 9791160261059
ISBN10 116026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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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든 문은 잠기고 모든 이는 잠들었으리
깊고 검은 웅덩이는 뒤뜰에 있고 치어들은 어항에서 자라네
깨어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혼자이리”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
경계인이자 주변인으로서의 실존적 고독감을 그린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임재희의 애도 소설집


2013년 첫 장편소설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작가 임재희의 소설집. 한국인 이주민들의 신산한 삶을 묘파한 임재희의 세 번째 작품이자 첫 번째 소설집이다. 그동안 임재희는 구한말 조선인들의 하와이 이민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당신의 파라다이스』에서 사탕수수 집단농장에서 펼쳐지는 네 남녀의 엇갈린 운명을 그려내 “한국 이민소설 장르의 새 장을 여는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두 번째 장편 『비늘』에서는 소설을 쓰는 삶과 그 시간에 대한 고뇌와 그리움을 통해 글쓰기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었다. 강원 철원에서 군인의 딸로 태어나 21세 때인 1985년에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그녀는 스스로 “미국인과 한국인의 중간에 선 ‘경계인’”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은 하지만 거기에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으며, “한국어는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라고 술회하기도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에서 작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민자인 서술자를 내세워 이국적이고 낯선 삶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미국으로 간 이민자’, ‘한국으로 돌아온 귀환자’, 그리고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이라는 세 부류의 인간형을 통해 ‘경계인’ 또는 ‘주변인’의 개념을,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운명에 처한 사람들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이 경계인 또는 주변인에 대하여, 단순히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배제된 자들에 국한하지 않는다. 어느 한곳에 정주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떠도는 그들을 통해 구획된 장소 너머의 공간에 대해 사유하는 힘을 지닌 존재로 그려냄으로써,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결국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이라는 실존적 자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관심작가알림 신청 저 : 임재희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최전방 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덕이었다. 서울에서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다 1985년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에 재외동포 문학상 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언제부턴가 소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낯선 그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있지만 또 어슬렁어슬렁 기쁘게 길을 잃을지 모를 일이다. 2013년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비늘』과 옮긴 책으로 『라이프 리스트』 , 『블라인드 라이터』등이 있다.

목차

히어 앤 데어(Here and There)
동국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
천천히 초록
로사의 연못
분홍에 대하여
압시드(Abcd)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로드

작품 해설 / 허희(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책속으로

동희는 밤이 되면 오랫동안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십 대 때 떠난 한국을 사십 대에 접어들면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불분명한 것들이 오히려 진실 같았다. 캔 맥주나 방금 내린 커피가 손에 들려 있는 날은 더 오래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밤안개가 자욱한 날들이 이어졌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 p.33~34

“어디야, 올케? 안 와?”
“네? 어디를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한 올케의 목소리가 내게 어떤 아득함을 불러일으켰다. 변기통의 오물과 치약이 가득 묻어 있는 채로 굳어 있던 칫솔과 바닥이 시커멓게 타버린 냄비들과 세탁기 안에 꾸덕꾸덕 말라가던 빨래들이 내게 살려달라며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엄마가 혀를 끌끌 차며 돌아섰을 때도 누구에게나 있는 건망증이라고 애써 태연한 척했었는데,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연희야!”
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올케
... 펼처보기 --- p.247

줄거리

히어 앤 데어(Here and There)
한국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동희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왜 이곳을 떠났으며 왜 이곳에 다시 돌아왔느냐고. 동희는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결과보다는 그 이유다. 자신들의 삶의 잣대로 듣고 이해하고 개입하고 싶어 하는 그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은 동희뿐만은 아니다.

동국
남편의 감전 사고로부터 비롯된 동국의 불행은 사고로 인한 딸의 죽음과 피폐한 삶을 사는 아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혈연으로 맺어진 친척들마저 불행으로 휘감긴 자신을 외면하는 현실에서 동국은 그간 부정해온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로 결심한다.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
동생 부부가 사는 미국에 다니러 온 나는 타향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은 동생 부부를 지켜보는 것이 심란하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판소리 LP판을 발견한 나는 왈칵 반가움을 느끼고 나에게 불쑥 한국말로 말을 건넨 여자를 지켜보며 미안하리만치 깊은 위안을 받는다.

천천히 초록
어정쩡하게 미국에서 살다가 어정쩡하게 한국으로 돌아와 사는 나는 자신이 태어난 곳
... 펼처보기

출판사 리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하루 같았다.
홀가분해야 되는데 되레 너무도 많은 것들이
출렁이고 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에는 미국에 살거나 머물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한국적인 것을 찾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 머물러 있지만 한국 사회에 속하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느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방황하지만 끊임없이 한국과 결부된 과거를 환기하고 한국인 또는 한국적인 것들과 교감을 나누려고 한다. “폴은 그런 사람들과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이들에게 한국적인 것은 어떤 기호로 나타나든 기어이 와 닿는다.

한편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미국적인 것을 떨쳐버리지 못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위화감을 느낀다. 특히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된 사람들은 왜 여기에 다시 왔고, 왜 여기를 다시 떠나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는다. 「히어 앤 데어」에서 동희는 그때마다 “단답형의 대답”을 찾아보려 하지만 이민과 귀환의 연유를 명쾌히 밝히지 못한다. 문제는 그런 질문은 그저 질문으로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집요하게 묻는 사람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잠시 흥미를 끌다 사라지는 가십거리처럼 “자기 삶의 잣대로 듣고 이해하고 개입하고” 싶어 했을 뿐. 그럼에도 이들이 한국에서 살기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자신의 근원에 접속하려는 열망 때문이다. 지난날의 기억과 뿌리를 자기 삶과 접합시키려는 노력, 그런 의미에서 임재희 작품 속 등장인물이 향해가는 길 위의 여정은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근원에 가 닿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에 다름 아닌 것이다.

“어디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어디에서 죽느냐의 문제더라고.”
떠나는 자, 돌아온 자, 머무는 자들이
자신의 근원을 향해가는 여정


임재희의 소설에는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도 등장한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것은 무난해 보일지 모르나 거기에도 난관은 많다. 「동국」의 주인공인 동국은 비극의 한복판에서도 한 핏줄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까지 외면당한 채 기댈 곳 없이 살아간다. “친척들은 옷자락 끝에라도 불행의 씨가 묻을까 작은 엄마를 멀리했고 작은엄마는 그들로부터 스스로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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