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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3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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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3쪽 | 460g | 150*220*20mm |
ISBN13 | 9788993480818 |
ISBN10 | 8993480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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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어떤 책을 읽은 지가 오래되면 그 책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해진다. 줄거리는커녕 어떤 이미지만으로 남는 책들도 있고, 애초에 ‘내가 그 책을 읽었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잊혀지는 독서도 있다. 때때로 ‘다 읽은 책장’에 꽂혀진 책들 중 아무리 들여다봐도 낯설은 책을 몇 권 발견이라도 할라치면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책에 밑줄을 긋거나 독서 후에 줄거리를 정리하는 서평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원미동 사람들』의 경우는 흐릿하게 떠오르는 줄거리와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경우다. 상상력이 부족했던지 그 이미지라는 것이 조금 왜곡돼 있기는 했지만.(『만화 원미동 사람들』을 보며 깨달은 사실이다)
그간 『원미동 사람들』은 드라마로 연극으로 얼굴을 달리하며 몇 차례 재탄생 했었다 는데 나는 드라마도 연극도 본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만화 원미동 사람들』의 등장이 좀 의외였고 더욱 신선했다. 내 상상속의 원미동 사람들은 죄다 흑백이었는데, 새로 나타난 원미동 사람들은 컬러풀한데다가 표정도 훨씬 다양했다. 어릴 적 우리 동네와 닮은 것 같았던 원미동이 진짜 어떤 동네 원미동으로 친절하게 그려져 있어서 오히려 낯설기도 한 기분이었다.
『만화 원미동 사람들』은 총 2권으로 구성돼있는데, 그 중 1권에는「멀고 아름다운 동네」, 「불씨」, 「마지막 땅」, 「원미동 시인」이렇게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원작자의 말을 지나서 차례가 적인 장을 넘기면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23통 동네의 모습이 정감 있게 그려져 있다.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덧붙여 있어서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만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글이었던 것을 그림으로 옮긴다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용을 간출여야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아예 통째로 쳐내져서 잘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글로써 전개되어야 온전히 전해지는 감상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서 소설 원미동 사람들과 만화 원미동 사람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기대 했던 부분은 만화 원미동 사람들이 원작을 만화로 재창작 하면서 만화작가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랐던 것과 소설을 읽었던 사람에게도 새로운 작품을 읽은 듯 한 신선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었다. 애초에 기대했던 부분으로 만화 원미동 사람들을 평가하자면 꽤 만족스럽다.
어떤 만화작가들은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만화로 재구성할 때 자잘한 개그컷들을 애드리브처럼 집어넣는 경우가 있다. 만화는 재미있는 것, 웃긴 것 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라도 있는 것처럼 진지한 흐름의 이야기라도 조그맣게 쉬어가는 컷들 추가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작은 이렇지만 이것은 어쨌든 만화니까 만화스러워야(?) 한다는 누군가의 생각을 강요받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또한,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들은 소설의 원문을 옮겨온 듯 쓸데없이 지문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소설을 만화화한다는 것은 서사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이다. 이게 만화인지 삽화가 많이 들어간 소설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인 책들은 만화작가의 역량을 의심하게 한다. 애초에 그런 재창조는 의미가 없는 까닭이다.
『만화 원미동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서 참 괜찮은 작품이다. 쓸데없는 개그컷이 없고 어설프게 웃기려고 필요 없는 컷을 추가하지도 않았다. 아마 작가가 원작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하고 충분히 계산을 했던 모양인지 한 컷 한 컷 절제되어 있고 불필요한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보는 동안 소설의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었고, 이야기의 서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 이 작가는 여백을 참 잘 활용한다.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배경컷이나 대사가 없이 인물의 얼굴만 클로즈업된 컷이 더러더러 보이는데 이런 장면들이 참 많은 이야기를 한다. 지문이 길게 늘어져 있지 않아도 분위기나 인물이 느끼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에 대해 다양한 상징과 의미가 있는 컷들로 묵묵히 자리를 채우더라. 인상적이었다.
이런 부분은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변기현 작가의 다른 만화를 본 적은 없지만 『만화 원미동 사람들』만 두고 본다면 좋은 만화가임에 틀림이 없다. 알고 있던 이야기라도 이렇게 구성하고 저렇게 그려내고 또 그렇게 비워두니 새롭더라. 전에는 읽어내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을 보게된 것 같다. 『만화 원미동 사람들』을 읽으며 내가 갖고 있던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구체화 되는 것도 같았고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더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2권은 질러야지. 흐흐흐흐흐
총천연색 원미동 사람들 서평인데 서평은 흑색이라....
만화를 스캔해서 올리면 안 될 것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한 컷 올려본다.
정신나간 사람들 중에서는 그나마 잘생긴 축에 드는 원미동 시인 몽달씨. 이런 훈남이?! 보면서 흠칫 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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