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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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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 양장 ]
이옥남 | 양철북 | 2018년 08월 14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점
편집/디자인
4점
회원리뷰(12건) | 판매지수 29250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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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

출간일 2018년 08월 14일
쪽수,무게,크기 224쪽 | 438g | 145*200*20mm
ISBN13 9788963722771
ISBN10 8963722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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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흔일곱 살, 한 사람의 기록
우리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가운데 151편을 묶어서 펴낸 것이다.

할머니는 어릴 적 글을 배우지 못했다. 아궁이 앞에 앉아 재 긁어서 ‘가’ 자 써 보고 ‘나’ 자 써 본 게 다인데, 잊지 않고 새겨 두고 있었다. 시집살이할 적엔 꿈도 못 꾸다가 남편 먼저 보내고 시어머니 보낸 뒤 도라지 캐서 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공책을 샀다. 글씨 좀 이쁘게 써 볼까 싶어 날마다 글자 연습한다고 쓰기 시작한 일기를 30년 남짓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할머니는 아흔일곱 살이 되어도 뭣이든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기하다. 그래서 할머니 눈으로 만난 새소리와 매미 소리, 백합꽃, 곡식마저도 새롭게 다가온다. 도시로 나가 사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 작은 벌레 한 마리도 예사로 보지 않는 따뜻한 눈길…… 커다란 사건이 있는 게 아닌데도 다음 장이 궁금해진다. 다음 날엔 또 어떤 이야기가 있나 하는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사람의 삶에 푹 빠져든다. 자식들 이야기에서는 뭉클하기도 하고. 그래서 문득 어머니가 생각나 멈추게 된다.

한 사람의 지극한 이야기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바라며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 삶은 일하고, 밥 먹고, 자식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사는 것이지 않을까. 참 평범하지만 소박한 일상이 주는 힘. 더구나 자연 속에서 평생을 한결같이 산 한 사람의 기록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깊다. 그래서 그 삶이 우리 삶을 위로해 준다.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관심작가알림 신청 저 : 이옥남

1922년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서 태어났다. 열일곱에 지금 살고 있는 송천 마을로 시집와 아들 둘, 딸 셋을 두었다. 복숭아꽃 피면 호박씨 심고, 꿩이 새끼 칠 때 콩 심고, 뻐꾸기 울기 전에 깨씨 뿌리고, 깨꽃 떨어질 때 버섯 따며 자연 속에서 일하며 산다. 글씨 좀 이쁘게 써 볼까 하고 날마다 일하고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 글쓴이가 만난 자연과 일, 삶을 기록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목차


투둑새 소리에 마음이 설레고


풀과 꽃은 때를 놓칠까 서둘고
개구리 먹는 기 입이너
손자 자취방
나간 돈
꿈에 본 것 같구나
까마귀는 일 하나도 않고
늘 곁에 두고 보고 싶건만
하눌님이 잘 해야 될 터인데
뭣을 먹고 사는지
고 숨만 안 차도
작은 딸 전화 받고 막내아들 전화 받고
오래 살다 보니
조팝꽃 피면 칼나물이 나는데

여름
풀이 멍석떼처럼 일어나니


디다볼수록 신기하게만
비가 오니 새는 귀찮겠지
사람도 그와 같았으면
호호로 백쪽쪽
꿈같이 살아온 것이
다 매고 나니 맘에 시원하다
한티재 하늘
강낭콩 팔기
빨간 콩은 빨개서 이쁘고
돈복이가 잘 부르는 노래
지금은 내 땅에 심그니
친구 할매
매미가 빨리 짐 매라고
어찌나 사람이 그리운지

가을
사람도 나뭇잎과 같이


산소에 술 한잔 부어놓고
점심도 안 먹고 읽다 보니
사람이라면 고만 오라고나 하지
도토리로 때 살고
편지
거두미
그 많던 까마귀는 어딜 갔는지
메주 쑤기
부엌이 굴뚝이여
방오달이
믹서기

겨울
뭘 먹고 겨울을 나는지


묵은 장
겨우 눈을 쳤지
왜 그리 꾀 없는 생
... 펼처보기

책속으로

산에는 얼룩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는데 들과 냇가에는
버들강아지가 봉실봉실 피어 있고 동백꽃도 몽오리가
바름바름 내밀며 밝은 햇살을 먼저 받으려고 재촉하네.
동쪽 하늘에는 밝은 해가 솟아오르고 내 마음은 일하기만 바쁘구나.
봄이 오니 제일 먼저 투둑새가 우는구나.
좀 더 늦어지며는 또 제비새끼가 저 공중으로 날아오겠지. --- p.15

개구리가 울었다고 밀양집 할멈이 와서 얘기했다.
그 전에 공수전 갑북이 할멈 살았을 땐 개구리를 구워서
다리를 들고 몸에 좋다고 이거 먹어보라 해서 내가 그기
입이냐고 개구리를 먹는 기 입이너 하고 내밀어 쐈는데,
그 할멈재이도 오래 못 살고 죽었다. --- p.18

콩을 심는데 소나무 가지에 뻐국새가 앉아서 운다.
쳐다봤더니 가만히 앉아서 우는 줄 알았더니 몸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힘들게 운다. 일하는 것만 힘든 줄 알았더니 우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사람이고 짐승이고 사는 것이 다 저렇게 힘이 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힘들게 운다고 누가 먹을 양식이라도 주는 것도 아닌데
먹는 것은 뭣을 먹고 사는지. --- p.45

지금 밖은 조용하다.
오늘 아침에는 작은딸
... 펼처보기 --- p.189

출판사 리뷰

아흔일곱, 할머니가 짓는 맑은 하루하루
그 삶이 주는 다정한 위로


할머니는 아흔일곱 살이 되었다. 눈 뜨면 밭에 가서 일하고, 산에 가서 버섯 따고 나물 캐고, 그걸 장에 내다 팔아 아이들 키우고 이때까지 살아왔다. 일곱 살에 여자는 길쌈을 잘해야 한다며 삼 삼는 법을 배웠고, 아홉 살에는 호미 들고 화전밭에 풀을 맸다. 여자가 글 배우면 시집가서 편지질해 부모 속상하게 한다고 글은 못 배우게 했다. 글자가 배우고 싶어서 오빠 어깨 너머로 보고 익혔지만 아는 체도 못 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남편 죽고 시어머니 돌아가신 뒤에야 글을 써 볼 수 있게 되었다. “글씨가 삐뚤빼뚤 왜 이렇게 미운지, 아무리 써 봐도 안 느네. 내가 글씨 좀 늘어 볼까 하고 적어 보잖어” 하시며 날마다 글자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적은 글은 일기라기보다는 시가 되었다. 그 기록이 소녀처럼 맑다.

할머니는 그저 잠만 깨면 밭에 가서 일한다. 김을 매면서 뽑혀 시든 잡초 보고 미안하고 미안해서 사는 게 모두 죄짓는 일이라 한다. 눈 쌓인 겨울에는 산짐승들이 무얼 먹고 사나 걱정이 한가득이고, 불난리에 집 잃은 이웃을 위해 고이고이 아껴 둔 옷가지를 챙긴다. 농사지은 것들을 장에 내다 팔고 먼 데 자식들 소식에 전화를 기다리고 다시 맞는 저녁에는 그리움이 밤처럼 쌓인다.

그러다 가끔, 몸에 좋다며 개구리를 잡아먹던 갑북네 할멈도 먼저 갔다고 나직이 내뱉고, 비오는 날 일 못 하고 집에 있는데, 옆집 세빠또 할멈이 어찌나 말 폭탄을 터뜨리는지 내일 또 비 오면 올 텐데 어쩌나, 걱정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빵 터진다.
강낭콩을 팔려고 오색에 갔다가 나이 들어서 젊은 사람한테 ‘사시오, 사시요’ 하니 부끄럽지만 그래도 애써 가꾼 생각하며 문전 문전 다닌다. 아흔일곱 살이 되었는데도 어디서든 만나면 깜짝 놀랄 만큼 싫은 사람도 있다. 이웃한테 싫은 소리 듣고 와서 분해하기도 하고, 송이 따러 갔다가 잡버섯에 속았다고 신경질도 낸다. 또 어느 날 하얀 백합을 보고는 깨끗하고 즐거워서 사람도 그와 같으면 좋겠다 한다.

어디 가든 늘 둘이 함께였던 동무 할매도 저세상으로 가고, 먼 산에 눈 오려는지 아지랑이처럼 안개 돌고 바람 부는 날. 밖에 비 오고 조용한 빈방에 똑딱똑딱 시계 소리만 들리는 저녁. 별이 총총 뜬 밤을 지나는 할머니의 날들에서 조용한 풍경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 펼처보기

추천평

손으로 만들어낸 진실, 그 충만함.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겪은 ‘양양 송천리’ 이옥남 할머니의 151편 ‘글자들’은 내 양손에 햇살을 움켜쥐는 듯한 따사로움을 준다. 손으로 만들어 낸 진실, 그 충만함. 나는 이 햇살을 오래오래 받았다. 자연과 생명을 귀하게 대하고 자식과 이웃을 정성스럽게 맞이하며 먼저 간 친구를 그리워하는 인간적이고 위선 없는 세계. 농사짓고 책 읽고 글자 쓰는 자신의 고유한 시공간을 품고 사는 할머니. 이 소박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세속의 욕망과 어그러진 관계로 가득한 현실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한 편 한 편 애틋하고 뭉클하다. 그러다가도 웃음이 빵 터진다. 도토리를 “돌멩이 위에 놓고 망치로 때리는데 자꾸 뛰나가서 에유 씨팔 뛰나가긴 왜 자꾸 뛰나가너 하고 욕을 하고는 내가 웃었다” 하고 쓰신 일기에서는 나도 같이 웃었다. 할머니의 글 감각은 엄지 척! 한없이 고되지만 농사일을 해야 뿌듯해지고, 뉴스에서 나오는 안타까운 사고에는 눈물지으며 도울 방법을 찾고야 마는 이옥남 할머니. 어깨에 힘 하나 안 들인 글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된다. 고맙습니다, 할머니. 삶이 시가 된 글을 저도 읽게 해 주셔서요.
-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백 살이 넘은 어느 수녀님의 일기와 자그마한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서 여전히 두 손으로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부 할아버지와 아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피아노를 치며 단정하게 하루하루를 꾸려 나가는 피아니스트 할머니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것은 좀 멀리 있는 이야기였고, 언젠가는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것이 내 엄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걸, 할머니의 일기를 읽다가, 이제야 깨닫는다. 아흔일곱 이옥남 할머니의 일기에는 삶과 죽음과 강낭콩을 파는 일과 손주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경중이 없다. 여든 넘어 처음 사 본 믹서가 마냥 신기한 마음과 치매를 앓는 열네 살 아래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이 다르지 않고, 애써 꿰어 만든 삼태기를 마지못해 천 원에 팔고 돌아오는 속상한 마음이 몇 남지 않은 동네 친구가 떠난 뒤의 헛헛한 마음에 모자라지 않다. 고추를 말리고 감자를 썩히고 두부를 만들고 김을 매는 할머니의 하루에는, 그 자체로 할머니의 아흔일곱 인생이 온전히 들어 있다. 왜인지, 무용하게 지나 보낸 할머니의 어느 하루가 오히려 더없이 소중하게만 느껴지는 것을, 당신은 알까. 이옥남 할머니는 오늘도 마을회관을 둘러보고, 동네 친구분과 새침하게 다투고, 손주의 전화를 기다리고, 조금씩 아껴 가며 책을 읽고, 당신의 소중한 하루를 일기장에 기록하실 것이다. 당신의 그 하루가, 우리에겐 백년의 지혜입니다.
- 조연주(책 읽고 만드는 사람, 전 문학동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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