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엔딩 한국의 「밀양」,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중국의 「영웅」
원작의 성공적인 영화화 일본의 「게드전기」……
2000년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변화를 읽다
“2000년대의 한국영화 흐름 가운데 필자가 주목하는 경향은 인과론적 스토리텔링과 스타일의 표준이 강요되는 장르영화를 만들면서도 자기 색깔을 놓치지 않는 일군의 감독들의 영화다. (……) 이를테면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임상수, 김지운 등의 영화가 이 경향을 대표한다. 장르의 틀을 완전히 벗어던지지도 않지만 자기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이 절충적인 영화들은 장르의 외연을 넓히도록 주도했다.”
“「영웅」은 북미에서 좋은 박스오피스 성적을 냈지만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에서는 비판을 받았다. (……) ≪워싱턴포스트≫에는 ‘뛰어난 영화이고 유려하며 스펙터클하고 숨을 멎게 만드는 영화이지만 근본적으로 틀려먹은 영화다’라고 언급한 기사가 게재된 적도 있다. (……)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장이머우의 「영웅」이나 천카이거의 「시황제 암살」 또는 다른 상업영화들과 동일한 내적 가치를 많이 공유한다. 그러나 그러한 내적 가치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가주의다.”
아시아 영화란 무엇인가?
아시아 영화의 가치 그리고 그 미학에 대하여
이 책은 ‘아시아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채우는 영화들은 주로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 한국영화, 그리고 일부 유럽 및 호주영화가 있을 뿐이다. 아시아 영화의 가치를 내세우고 아시아 영화의 허브를 자청하는 부산국제영화제마저도 진정한 아시아 영화의 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그 미학을 천착하지는 못했다. 이 책은 그러한 아시아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목적으로 기술되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한ㆍ중ㆍ일 삼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영화에 대한 미학적ㆍ산업적 측면 등을 다루며, 각국의 저명한 영화학자가 집필하여 그 권위를 더했다. 이 책은 아시아 영화의 존재론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해 아시아 영화의 범위와 경계에 대해 질문하며, 아시아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책은 총 세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편에서는 1990년대와 확연히 다른 2000년대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특징을 미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수도권 중심의 중앙 집중형 영화산업 정책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분권형 영화산업 클러스트 정책을 제안했다. 중국편에서는 기존의 중국영화에 대한 소개에 그 한계가 있었음을 인식하고, 한국과 중국의 영화학자들이 본격적인 영화학의 관점에서 영화산업과 미학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있으며, 가장 최근의 중국영화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생생한 중국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시의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한중 상호 간의 관점과 시선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쌍방향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이 책은 세계사적 화두인 중국의 부상을 영화의 코드로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는 물론, 2001년 WTO 가입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영화산업과 미학적 성취를 학술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학자에게도 일정한 지적 자양분을 제공할 것이다. 일본편에서는 기존의 일본영화 연구가 몇몇 감독이나 작품 위주였던 것에 비해, 과거와 현재의 일본 영화산업을 실증적 자료로 분석했으며, 거의 소개되지 않던 영화 비평과 애니메이션의 현재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영화의 내셔널 아이덴티티에 착목하여 제3자적 관점에서 일본영화와 일본인들의 자기 인식이라는 측면을 분석하여, 일본영화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이나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더욱더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 자료가 될 것이다.
신간 출간의의
이 책은 2007년 출범한 ‘아시아영화연구소’의 여러 회원을 중심으로, 부산 영화학과교수협의회 회원 및 국내외 필자의 노고로 탄생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동안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컨퍼러스’에서 발표된 원고들이 중심이 되었고, 이후에 한국ㆍ중국ㆍ일본의 영화 미학과 산업에 관한 논문들이 보충되었다.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연구를 위한 조그만 지평을 이 책이 다시 열기를 희망해본다.
주요 내용
1장 「2000년대 한국영화의 미학과 정체성: 장르의 인과율을 무시하는 상상력」
2000년대 이후 새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는 한국영화의 특징에 관해 서술하고, 2000년대를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모험적인 시기라고 규정하며, 이러한 시대적 특징으로 당대 한국영화 감독들이 산업적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작가의 개인성을 추구하는 영화들을 생산했다고 보고 그 미학에 대해 논한다.
2장 「2000년대 한국의 영상산업 클러스트 정책」
국가 균형발전론에 입각한 지역 영상산업 클러스트 정책을 기술했다. 특?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 이전을 놓고 불거진 영상산업 클러스트 정책에 대한 논의에서 지역의 특색에 맞는 클러스트 육성책을 주창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영상산업 클러스트 정책의 보완을 주장한다.
3장 「변화하는 풍경, 변화하는 삶: 변화하는 아시아 영화」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동남아시아 영화의 여러 면모와 가치를 말했다. 특히 인디 정신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인디영화가 활황을 맞았으며, 현재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4장 「아시아 영화 연구를 사유하기 위한 질문과 제안」
아시아 영화 연구가 기존의 국가별 영화 연구에서 다루지 못한 어떤 것을 다룰 수 있어야 하며, 명목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특정의 공통점을 전제로 하는 실체로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5장 「현대 중국 영화산업 발전의 특징 분석」
중국영화사 100년이라는 거시적 시각 속에서 최근 2년간의 영화산업 성취를 다루었다. 특히 최근 영화산업 발전을 중국 본토 미학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면서, 영화산업의 성취가 영화문화의 발전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6장 「중국식 영화산업 발전모델의 성취와 쟁점」
기존 영화산업 연구가 산업 연구에 치중된 평면적인 연구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영화정책, 시장 시스템, 작품 미학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영화 연구방법을 도입하고자 했다.
7장 「중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문화적 이중성과 지배 이데올로기의 초월성」
최근 중국 대작영화의 미학적 특징을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또한 중국 영화시장을 주도한 「영웅」, 「야연」, 「무극」 등의 중국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정치이데올로기의 견지와 시장 이윤 사이에서 충돌하는 영화 미학의 현 주소를 분석한다.
8장 「중국 영화문화의 새로운 상상력: 6세대부터 포스트6세대까지」
최근 중국 신진 영화감독의 새로운 성과에 주목했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6세대 감독들의 미학적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한편, 최근 청년감독들의 작품 속에서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포스트6세대’ 감독군의 새로운 영화 미학과 주제의식을 소개한다.
9장 「중국의 지방 출신 청년감독: 6세대 이후의 중국영화에 나타나는 청년형상」
최근 중국영화의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온 지방 출신 청년감독들에 주목하면서, 전통적으로 베이징 지역의 영화학과 출신이 주류를 이룬 5, 6세대 감독론의 한계를 설명하고, 「스틸라이프」의 지아장커 감독을 사례로 지방 출신 청년감독들이 이룩한 새로운 미학적 성취와 사회적 의미를 소개한다.
10장 「중국 DV 다큐멘터리 현황에 대한 분석」
중국 DV 다큐멘터리의 생존 환경에 대해 분석했다. DV 다큐멘터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학교 다큐멘터리의 육성과 발전을 제시한다.
11장 「전후 일본의 영화산업」
현재 일본 영화산업을 있게 한 역사적인 흐름을 정리하고, 2000년대 중후반 일본 영화산업의 부흥을 TV 방송국의 참여와 시네마 콤플렉스, 제작 시스템의 변화 등의 요인으로 분석했다.
12장 「새로운 일본영화의 형태: 일본영화의 붐은 왜 일어났을까」
2003년 이후 일본영화가 산업적으로 활황을 맞은 요인들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제작 환경의 변화로는 제작위원회 방식의 일반화와 부가시장의 다양화를 들었으며, 흥행 환경의 변화로는 멀티플렉스의 보급과 확산으로 일본영화 관객층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다룬다.
13장 「전후 일본영화에서의 영화비평 고찰: 1951년부터 1970년까지의 ≪키네마 준포≫를 중심으로」
일본의 주요 영화 잡지에 실린 글과 비평가를 중심으로, 비평이 어떤 것이며 비평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했다.
14장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황과 배경」
현재 일본영화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논점들에 대해 단단한 논리로 분석했다.
15장 「일본영화에서의 내셔널리티와 자기 인식의 변화」
일본문화론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일본영화와 그를 통해 본 일본인들의 자기 인식의 변화를 병치해서 분석했다.
예상 독자층
영화학과 학생, 교수, 영화 제작 및 영화제 관련 산업 종사자
아시아 영화에 관심 있는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