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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예정일 | 2018년 0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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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3.7만자, 약 4.5만 단어, A4 약 86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65962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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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라
추와이홍/이민경
흐름출판/2018.7.16.
sanbaram
요즘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열풍이 대단하다. 그동안 가부장제의 희생양이 되어왔던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시작한 ‘미투’운동으로 그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때 페미니즘의 이상향이라 할만한 가모장제가 실현되고 있는 중국 윈난성 모쒀족의 모계사회를 소개하는 책 <어머니의 나라>가 나왔다. 저자는 싱가포르 및 미국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세계적인 로펌의 고문 변호사로 일하다가 2006년 조기 퇴직을 했다. 이후 그는 여행을 하며 <중국일보>등의 매체에 여행기를 기고하기 시작했다. 중국 윈난성에서 모쒀족과 함께 6년을 보낸 저자는 요즘도 일 년의 절반을 그곳에서 보낸다.
저자는 세계적인 로펌의 기업담당 고문 변호사로 휴식 없는 삶을 살다 조기 퇴직을 하고, 중국을 여행하다 모계사회를 이루고 사는 모쒀족을 만났다. 페미니즘 이상향의 모계사회 매력에 빠져 그들 세계를 알리기 위한 <어머니의 나라>를 집필하였다고 한다. “중국 변방에 위치한 루구호 주변 원난 지역에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모계사회로 잘 알려진 부족이 살고 있었다. 모쒀족이라는 이름의 이 부족은 중국에서 진작 자취를 감추어버린 시공간을 살고 있는 듯했다. 이 부족이 가모장 사회라는 점도 내 마음을 건드렸다. 모계제는 여성의 핏줄을 따라 가족과 친족이 규정되는 방식이고, 가모장제는 가족 내에서 여성을 가장으로 삼는 사회를 일컫는다.(p.8)” 여성이 사회질서의 중심에 있는 모쒀족 사회에서는 여성, 남성 모두 선택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모계제의 중심에 가모장제라는 인류사회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고 자유롭게 살고 있는 그들의 생활을 소개한다.
“우리 모쒀인들에게 열세 살이 되는 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요. ‘어른이 되는 날’이라고 부르지요(P.43)” 태어난 이래로 맞는 열세 번째 봄이자 설날이 성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부터 어른으로서, 온전한 한 사람분의 인간이 되어 성인에게 주어지는 모든 권리를 얻게 된다. “우진과 같이 여성이 성인식을 맞을 때는 추가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모계 친족이 함께 살아가는 집에서 자기만의 방(꽃방)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집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사랑할 자유를 얻는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자매형제, 이종사촌, 엄마, 이모와 삼촌,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p.47)” ‘주혼’이라 불리는 모쒀식의 애정관계를 맺을 자유도 주어진다. 주혼은 남성 아샤오(애인)가 여성과 밤을 보낸 뒤 아침이 되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연인과 결혼을 하거나 남성의 집에 들어가 살거나 그와 함께 독자적인 가족을 꾸려 살지 않는 방식의 관계다. 나이를 먹고 아이를 낳게 되면 이 아이들은 어머니 쪽 가족의 구성원으로 포함된다. 모쒀인이 낳은 아이는 오로지 모계 혈족의 일원으로만 귀속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도권을 쥐는 것은 자신감 넘치는 모쒀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모쒀 여성들은 사회 내에서 높은 위치를 점했고, 일상에서 흥미로운 특유의 에티켓을 지키며 살아갔다. 이는 중국 사회나 서구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서는 거의 보지 못했던 가히 화려한 기교라 할 만 했다.(p.170)” 결국 모쒀인은 남성과 가정을 꾸리지 않으므로 당연하게도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가 그에게 달려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그저 양질의 물을 주는 본분을 다하기만 하면 됐다. 보기 좋은 외관을 갖추는 것 말고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즐겁기 위해서는 쾌활하거나 유머러스한 성격도 이점이 될 수 있었다. 모쒀 여성에게 사랑이란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사건이었다. 이렇게 형성된 모쒀인들의 가모장제의 특징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전 세계를 뒤덮은 가부장제라는 광대한 바다에 둘러싸인 사회지만, 어머니의 나라인 모쒀족은 가부장제에 대안적인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둘째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온전하고 믿음직한 인간으로서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여성을 길러내고 발전시키는 데 더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여성을 중심에 두면서 훨씬 나은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셋째 이등시민인 여성의 자리를 주요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일이 인류 종말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넷째 모든 독신여성들이 다른 여성들보다 불쌍하거나 낮은 등급의 여자가 아니라 혼자임을 기쁘고 명예롭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배우처럼 모쒀 남성들은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모쒀 남성은 건장한 남자의 모습을 연출해야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남성성을 표출할 만한 태도와 몸짓을 익혔다. 또한 모든 자세와 행동에서 남성적인 면모가 뿜어져 나오도록 심혈을 기울여 연출한다. 나는 모든 모쒀 남성들이 집 밖을 나오기 전에 어떤 몸짓을 취할지 여행연습을 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p.203)” 모계사회에 살아가기 위한 남자들의 기본적인 처세술이다. 또한 모쒀 남자들은 마마보이들이다. 가모장제에 살기 때문이다. 모쒀 남성의 또 다른 자리는 자매들이 낳은 아이들에게 삼촌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쒀 남성들은 자신이 아샤오(들)와 낳은 아이들의 아버지로서는 어떤 의무도 가지지 않지만, 어머니쪽 조카들을 돌보는 것에는 책임감을 지닌다. 모쒀 남성이 나이가 들어 집안에서 최고 연장자가 되면, 가장의 형제라는 자격으로 모계 가정에서 가모장과 공동으로 큰 어른 자리를 갖는다. 집 밖에서 그의 역할은 마을 회의와 같이 공동체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가족 대표로 참석하는 것이다. 모쒀 남성이 성인이 되면 자신의 주 역할은 가족 농장에서 고된 일을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체력과 근육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모계혈통으로 계보가 이어지는 사회에서는 아이를 만드는데 일조한 남성이 누구인지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들의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은 모계 가족이며, 세이세이(성관계)를 포함한 모든 것은 모계 가족이라는 중심축 밑에 놓인다. 그러니까 세이세이는 모계 가족에게 일종의 부록같은 것이다. 바로 그것이 모쒀 사회에서 성이 차지하는 위치다.(p.238)” 남성의 외도만을 옹호하는 가부장적 관습은 뻔뻔스러우리만치 불공정하고 비논리적으로 불공평하다. 모든 인간은 같은 욕구와 열망을 가진다. 성적 쾌락은 자연스럽고 좋은 것인데, 사회는 인구의 절반에게는 그것을 즐길 자유를 허락하고 나머지 절반에게서는 빼앗으려 든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학교, 텔레비전, 스마트폰을 통해, 그리고 바깥세상에서 이리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최신 사고까지 속속들이 스며들었다.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어머니의 나라가 독보적으로 유지하던 오랜 생활방식은 기세를 떨치는 중국 가부장제 문화에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이 과정에서 모쒀인들은 모계 혈족의 뿌리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열의를 천천히 잃어갔다.(p.273)” 현대화의 물결이 루구호 주변 마을에 밀려오는 만큼, 그곳에 살던 이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모쒀족과 함께 살았던 6년 새, 저자는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영위하던 이들이 이제 막 성장하는 중국 관광업이라는 기계에 맞아 들어가는 하나의 부품이 된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눈 깜짝할 새 일어난 일이었다. 거의 하룻밤 새 이들이 유지하던 전통의 모든 면모가 새로운 습속과 가치에 도전을 받았다.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이들의 유일한 민속 축제인 거무산신제를 살려내는 것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심지어 모쒀족만이 가진 주혼의 지속 여부마저도 위협을 받는 추세였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연인들이 세이세이 전통에 등을 돌렸다.(p.282)” 이전보다 여유분의 현금이 생기고 더 많은 여가 시간을 갖게 되자, 한때 소작농이었다가 토지임대인이 된 이들은 인생을 즐길 방법을 찾아다녔다. 사냥은 새롭고 현대적인 여가생활로 대체되었다. 모쒀인들은 열광적으로 만찬을 즐기고, 마시고, 도박을 하고, 마약을 하거나 카드놀이를 하면서 시간과 돈을 썼다.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아편이나 헤로인 같이 센 마약을 시도했다. 이들 중 몇몇은 마약 밀매로 감옥에 갔다. “많은 모쒀인 가족들이 현금 경제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면서, 아하 할머니의 자식들도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저마다 쪼개졌다. 내가 사랑했던 아하 가족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p.286)” 이처럼 변화해 가는 모쒀 사회를 저자는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어머니의 나라>를 읽는 내내 티베트의 오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 <오래된 미래>가 생각났다. 우리의 60여 년 전 생활방식과 비슷한 자급자족 중심의 공동체 생활이 결국 서구문명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며 옛 공동체가 와해되고. 변두리의 빈곤한 촌락으로 변해갔듯이, 모쒀족의 가모장제도 역사 속의 한 장면으로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 되었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도 가부장제의 대안으로 가모장제는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어 페미니즘의 이상향을 실현하는데 상당히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거나 앞장 서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본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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