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Bottom-Up) 투자” 방법인 가치투자의 허점을 보완하는 “하향식(Top-Down) 투자” 기법
오늘날 경제 환경에 적합한 투자전략을 제시한다. 개별 기업의 가치를 앞세우는 상향식 투자 대신, 거시경제와 시장순환을 중시하는 하향식 투자를 권유한다. 상향식 투자에서 간과하는 시장추세 분석도구를 제공한다. (14장에서 40개에 달하는 시장추세 분석도구를 정리한다.)
“2008년 신용위기는 하향식 투자의 필요성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각 분석 도구를 자세히 설명한 다음, 모든 매매 결정에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거시적 추세와 사건을 바탕으로 명확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하향식 방법을 우리 실정에 맞는 우리나라 거시지표를,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가 분석한 “한국의 하향식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지표 Top 5"를 부록으로 수록했다.
가치투자의 허점을 보완하는 투자전략
앤서니 크레센치는 이 책을 통해 거시경제와 시장순환을 중시하는 “하향식 관점”의 투자전략을 설명한다. GDP 성장률, 인플레이션, 금리와 환율, 에너지 가격 등에 대한 경제 추세 분석을 위한 40개의 거시지표를 제시하고 그 범위를 좁혀가면서 지역, 매출액, 가격수준, 경쟁, 시장진입/진출 분석을 통해 현명하게 매매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실행 방법의 하나로 “테마 투자”를 꼽는다. 테마 투자는 경제와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추세, 정부 규제 및 세법의 변화, 세계적 사건 등을 바탕으로 투자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하향식 기법을 말하는데, 테마 투자의 근거가 되는 테마는 매우 거시적인 속성과 미시적인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 테마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한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들의 지출 추세, “친환경” 같은 사회적 이슈, 주택자금대출 재융자 급증 등 다양한 경제 추세, 1990년대 초에 시작된 기업의 구조 조정, 중국의 부상과 세계화 등 세계적 추세. 테마는 무궁무진하다.
테마 투자에 적합한 것으로 ETF(상장지수펀드) 활용,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투자전략에 반영, 장기적 관점의 분산투자 설계,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축소하는 섹터 선택, 시장심리가 과열 또는 냉각될 때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 등을 꼽는다.
특히, ETF 활용을 일반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테마 투자하는 방법으로 꼽는다. ETF는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하나의 바스켓으로 묶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상품들도 이제는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1년 7월 기준, ETF 종목이 100개를 넘었고, 그 자산 규모도 8조를 넘었다. 일반투자자들이 낮은 수수료를 내고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하향식 투자”는 다양한 변수의 상호작용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에 반해, 가치투자자들이 쓰는 “상향식 투자” 방법은 대차대조표를 분석하여 회사의 내재가치를 평가해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종목을 매수하는 방법, 즉 적정 안전마진이 있는 주식만 매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자칫 내재가치라는 요소를 너무 미시적인 관점으로 평가하다 보면 지금의 복잡한 변수에 발목을 잡힐 위험이 크다. 이러한 “상향식 방법”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하향식 방법”이다. 즉, 내재가치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업의 자산 평가, 기업의 유동성 평가, 기업의 장기 재무건전성 평가, 기업의 매출액 증가 추세분석, 기업의 매출원가 분석, 기업의 이익률 분석, 기업의 매출액과 가격 결정력 전망과 같은 기업의 정확도를 높이는 요소에 하향식 방법인 거시적 평가 요소와 변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빠르게 변하는 변수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때 가치투자자들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수단도 상황에 대처할 방법도 없었다. 시장의 거친 가격 등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했다. 상황이 엄청난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데도, 가치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수하는데 몰두했다. 결과는 엄청난 손실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투자 원칙은 훌륭한 투자기법이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현대는 세계가 통합되어 빠르게 효율적으로 발전하는 환경에서는 다소 편협한 점이 있다. 바로 이러한 단점을 “하향식 투자 전략”으로 보완하라는 것이다.
역자 서문
내가 하향식(Top-Down) 투자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밸류리더스 신진오 대표가 주선한 세미나에서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의 환율강의를 듣고 나서였다. 홍 박사는 환율이 기업 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면서, 미국이라면 몰라도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환율을 무시할 처?가 못 된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환율 추이 파악에 필요한 주요 지표도 알려주었다.
환율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은 IMF 사태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서 나도 뼛속 깊이 체험하였다. 그러나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투자의 거장들은 거시경제 변수를 예측할 필요도 없고 예측해보아도 소용없다는 생각이었으며, 상향식(Bottom-Up) 투자만으로도 전설적인 실적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기축통화국가인 미국의 투자자이고, 우리는 미국의 기침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주변국 투자자이므로, 처지가 절대 같을 수 없다. 따라서 나는 환율변동에 돈을 걸 수는 없어도, 환율에 의한 위험이 증가할 때 포트폴리오를 다소 방어적으로 조절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향식 투자를 다루는 책의 필요성을 느꼈다.
홍 박사는 거시경제지표를 다루는 책이 원래 드물고, 체계적으로 저술된 책은 더더욱 드물다는 소중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하향식 투자 서적을 고를 때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서는 곤란하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 앤서니 크레센치는 CFA(공인재무분석사)이다. 이렇다 할 경력이나 근거도 없이 투자를 논하거나 거장을 분석하는 저자도 많은데,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CFA 자격을 갖춘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저자라 하겠다. 크레센치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스티검Stigum의 ?머니마켓Money Market? 공저자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파보치Fabozzi의 The Handbook of Fixed Income Securities에 버금가는 채권분야의 교과서에 해당한다. 게다가 그는 채권시장 전략가 겸 펀드매니저로 23년의 경력을 쌓고 나서, 2009년 채권 왕 빌 그로스(Bill Gross)로 유명한 핌코(PIMCO)에 수석부사장 겸 펀드매니저로 합류하였다. 이 정도면 자격증, 저서, 실전경험 어느 모로 보나 손색없는 전문가라 하겠다.
뜻밖의 거물을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번역에 착수했으나,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크레센치의 독특한 문체였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어서 친근감을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짜임새가 부족해서 의미가 모호해질 때도 있었다. 비문(非文)이 많았고, 내용중복도 잦았으며, 용어선택이 부적절한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써야 할 단어를 빠뜨리고 넘어갈 때가 당혹스러웠다. 비문은 문장을 다시 구성하고, 중복은 생략하며, 용어는 바꾸면 되지만, 저자가 빠뜨린 단어를 추론해서 채워넣기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번역서에는 원문의 형태가 많이 남아있지 않으며, 오역도 많을 것이다. 거시경제 분야에 체계적인 책이 드물다는 홍 박사의 조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러나 펀드매니저에게 중요한 것은 글솜씨가 아니라, 풍부한 경험에서 오는 특유의 관점과 예리한 감각이다. 크레센치 만큼 폭넓은 시야로 세계를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다양한 변수의 상호작용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정말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주요 거시경제지표 가운데는 아마도 투자자 대부분이 전혀 들어보지 못한 변수가 많을 것이다. 이런 지표를 통해서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시야를 넓혀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이 책은 충분한 몫을 하는 셈이다. 특히 재무제표가 부담스럽거나 최근 도입된 IFRS(국제회계기준) 때문에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하향식 투자 기법에 큰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이런 하향식 지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먼저 세계의 거시지표를 바탕으로 원화 환율 추이에 주목하고, 이에 따라 국내 포트폴리오를 조절해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세계를 상대로 투자할 만한 상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가장 유망한 상품이 ETF라고 본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로는 중국, 일본, 브릭스, 중남미 국가 등의 주요 지수를 추적하는 상품도 있고, 금, 금속, 원유, 농산물 지수를 추적하는 상품 ETF도 있다. 아직은 종류도 많지 않고 거래량도 부족하지만, 근래에 ETF가 세계 주요 증시에서 주류 상품으로 성장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주류 상품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아마도 세계의 주요 ETF들이 교차상장 형태로 국내 증시에 상장되면 ETF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에는 거시지표를 이용한 하향식 투자가 크게 주목받게 될 것이다.
홍춘욱 박사가 제시한 “한국의 하향식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지표 Top 5”는 국내 투자자들이 거시지표를 활용하는 데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크레센치가 제시하는 국제 거시지표와 홍춘욱 박사가 제시하는 국내 거시지표를 결합한다면, 주로 미시적 관점에만 사로잡혀 있는 경쟁자들을 훨씬 앞서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을 통해서 여러분의 시야가 한층 넓어지고, 거시지표를 다루는 방법론이 강화되기를 바라는 바이다.---투자 전문 번역가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