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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11년 05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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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무게, 크기 | 110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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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이겨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아주아주 무서운 영화를 보며 공포에 질려 흐르는 땀을 날려보내는 방법, 머리가 아파올 만큼 차가운 얼음이나 냉커피, 빙수, 과일화채를 먹으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부담까지 날려보내는 방법, 물속에 들어가서 아에 나오지 않는 방법, 심각한 사건사고를 접하거나 더위조차 깨달을 수 없을 만큼 미친듯이 기쁘거나 슬픈 감정을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이열치열이라고 아에 더 더운곳이나 매운 음식을 먹는 방법.
하지만 내가 즐기는 방법은 여름을 그냥 여름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어찌보면 방법이 아닐 수도 있고 굳이 표현하자면 개무시?방법이라고나 할까. 그저 읽고싶던 책을 읽고 듣고 싶던 음악을 듣는 어설픈 선비의 여름나기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앨범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야그머 정민아씨의 앨범이다. 정민아씨를 처음알게 된 것은 지난 겨울 모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공개방송 때였다. 공개방송이긴 했어도 째즈를 주제로 한터라 콘서트에 가까웠고 정민아씨의 연주를 3곡넘게 들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날 귀가해서 바로 정민아씨의 사이트를 뒤적여보고 카페도 가입하고 앨범도 구입해서 들었다. mp3가 아닌 CDP에 넣어서 듣고싶은 맘, 그녀의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는 나름의 표현이 내게는 CD를 구매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오아시스는 이전에 발표했던 음반과는 분위기가 사뭇다르다. 때문에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이질감이 첫 느낌이라면 마지막에 남는 여운은 역시나 반가움과 고마움이다. 수록된 9곡 중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곡들의 감상을 적자면,
첫번째 트랙, 여름날에 몽롱한 은 가사가 아에 몽롱몽롱이다.
재밌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한것이 듣다보면 그야말로 몽롱하다.
여름날이 아니라 어느 계절에 들어도 도무지 제정신으로 마지막까지 버텨낼 수 없는 몽롱함이 그 안에 있었다.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이들도 듣다보면 맥주를 사러 나가게 만든다고나 할까.
마시든 말든 옆에 맥주를 두고 맥주맥주맥주~하며 따라부르고픈 음악이 여름날에 몽롱한이었다.
세번째 트랙, 예예예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 하다가 이내 슬퍼졌다.
가야금의 음색이 반갑다가 쓰라린 바람으로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하얀사람, 까만사람, 노란사람, 파란사람...다인종 모두 모였으니 신나게 놀아보자라는 내용인데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누구의 손이라도 맞잡고 강강수월래를 신나게 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음악이 멈추고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는 그 몇초사이에 내가 그러하지 못함을 깨닫고는 맘이 아파왔던거다. 정민아씨가 그것까지 생각을 하셨을런지 몰라도 내가 느끼기에는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차별없이 함께 하자고들 말한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끊임없이 한국내에 인종차별에 관한 기사는 늘 등장하고는 했다. 웃긴것은 마치 일부가 차별을 하고, 나와 전혀 다른 심보고약한 이들만 그런것처럼 남일 대하듯 하면서도 결국 나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이렇듯 웃다가 울리더니 이어진 곡이 네번째 트랙 주먹밥 이다.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하고 정민아씨의 열혈콘서트보다 이노래 UCC로 그녀를 더 많이 알리게 해준 주먹밥은 가사도 재밌고 지나치게 현실적인데다 무엇보다 그녀가 실제 겪은 실화를 노래로 만들었다. 싱어송라이터의 장점은 바로 그것이다. 무서워~무서워~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그녀와 나의 관계가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가 아닌 서로의 이웃이 되어 토닥여주고픈 마음까지 끌어들인다. 다른 악기도 아니고 가야금이 갖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가장 친근하게 표현한 곡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정민아씨의 스타일과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스타일을 가장 잘 살린곡은 5번째 트랙 고래공포증과 9번째 트랙의 봄이다 두곡이다.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갖는 단점 중 가장 큰 것이 이동이 불편하고 메거나 들고서 연주할 수 없다는 제한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자연스레 이웃과 타인의 즐거움을 북돋아줄수는 있어도 주체가 되어 뛰어놀 수 없는 한계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괴로움과 슬픔을 덜어낼 때, 자기 스스로의 상념과 정화를 원할 때는 원치 않아도 차분히 앉아 연주해야 하는 아이러니함 때문에 그 마음이 소리에 제대로 묻어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자체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비단 고래뿐이 아니다. 사는 동안 단 한번도 마주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혹은 마주치려고 노력해도 그럴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고래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알지만 만질 수 없는 고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가진 신비감을 담은 노래가 봄이다 라고 생각된다. 물론 듣는 입장에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테고 정작 정민아씨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어느 누구의 말처럼 작가의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에 내려지는 다양한 비평은 작가의 몫이 아닌 것처럼 내귀에 들리는 그리고 내마음에 퍼지는 정민아씨의 오아시스는 내게 실재와 비실재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가야금을 연주하니까, 전통악기니까, 우리의 것이니까라는 이유로 들어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 모든것을 떠나서 정민아, 그녀의 앨범은 우리 삶의 '오아시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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