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관한 책은 많다. 제목이 그렇게 붙은 책은 물론이거니와 경영자나 정치 지도자, 그리고 어떤 규모이건 조직의 수장이 쓴 자서전들이 넘친다. 이런 책들도 결국 리더십 도서다.
그런 만큼 오히려 정답을 찾기 어렵다는 독자들이 많다. 어떤 조직에서는 리더가 ‘나를 따르라’고 앞장서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맞는 것 같고, 또 다른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하고 자신은 뒤에 물러나서 도움을 주는 ‘서번트 리더십’이 적절한 것 같아서다. 그러나 리더십이란 어쩌면 정형화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닐까. 리더십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 그리고 그 조직의 성격, 마지막으로 리더들이 이끌어야 하는 팔로어(follower)의 처지와 수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세계 대전 속에서 빛을 발한 아이젠하어나 처칠의 리더십이 과연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시대의 벤처 조직에 맞을 수 있겠는가.
그런 이유 때문에 리더십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리더십 연구는 항상 백가쟁명으로 흐를 때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리더십은 ‘이것이 답이다’식의 접근이 아니라 ‘이런 리더십도 효과가 있다’라는 식으로 실제 사례를 들며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 책은 리더십 대가들의 탁견을 한권으로 묶어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보게 함으로써 독자가 속한 조직, 독자가 꿈꾸는 회사에 가장 적합한 리더십을 독자들이 찾을 수 있게 하는 덕목이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이 과제를 리더십 대가들과의 대화로 풀었다. 각 대가들의 이론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례를 들면서 또 각자의 연구 분야나 관심이라는 배경을 공유하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눔으로써 오히려 그 본질을 더 잘 드러내는 방법론을 선택한 것이다. 저자 자신은 이 방법을 “대화는 대가로부터 새로운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지명도 높은 존 코터, 피터 센게, 제리 포라스, 하워드 가드너, 워렌 베니스 등 석학들이 자신이 어떻게 리더십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이론을 형성하게 됐으며 최근의 생각은 무엇인지를 바로 옆에서 말해주는 느낌이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결국 리더십은 위대한 일을 이룩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이다. 작은 일을 성취하는 것에 관한 게 아니다. 리더십은 위대한 일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존 코터)
“직위상의 리더십에 집착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버리는 꼴이다. 현시대에는 어느 곳을 돌아봐도 그런 리더십만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이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피터 센게)
“리더십은 의미와 관련돼있다. 어떤 일에 열정을 느끼는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수를 받지 않고서도 할 의향이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다른 사람들이 동참해서 이룩할 때 신이 나는지…. 이런 것들이 의미와 관련이 있는 사항들이다.”(제리 포라스)
“대부분의 리더는 자아 성찰을 하거나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 큰 관심이 없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자기 자신에게 상당히 만족하는 인물이었다. 동기 부여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데 평생 5분도 채 소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더들은 기본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리더들은 행동을 통해서 생각한다.”(하워드 가드너)
“리더십은 단순히 마케팅 수업과 같은 것이 아닌 인생에 관한 수업이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에 관한 수업이다. 여러분의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이 여러분에게 가장 큰 행복과 영향력, 혜택을 안겨줄 것인지에 관한 수업이다. 누구에게 혜택을 주고 싶은가? 어떤 종류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는가? 무엇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고 좋은 인생을 살게 해줄까?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워렌 베니스)
중국의 차세대 석학으로 주목받고 있는 저자 란류 교수는 주로 서구 출신인 리더십 구루들과 대화하면서 동양적 지혜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이 책 전반에 은근한 형태로나마 동양적 리더십의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서양적 리더십 이론서에만 익숙했던 우리 독자들에게는 그간의 궁금함을 해결할 수 있는 즐거운 독서체험이 될 것이다.
13인의 대가들은 나름의 일가견을 갖고 있지만 저자의 질문은 단 하나의 답을 구하지는 않는다. 리더십 대가들이 그동안 발표한 이론이나 논문, 저작, 인터뷰 등을 제시하면서 왜 하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최근의 생각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인터뷰 당하는 대가들은 그 과정에서 이제껏 밝히지 쪾았던 많은 사례를 들며 자신의 이론을 때론 변호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현대를 대표하는 리더십 사상가들은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그 인터뷰 곳곳에 면면히 흐르는 공통점은 분명 있다. 그것이 저자가 정리해놓은 리더십 규율이다.
'리더십의 여덟가지 규율'
규율 1. 사람들과 교감하기 → 리더는 추종자들과 마음이 통해야 한다.
규율 2. 실패를 거울삼아 배우기 → 리더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가치 있는 교육의 한 가지 형태로 여겨야 한다.
규율 3. 경험 돌아보기 → 나쁜 경험을 포함한 모든 경험을 교육의 형태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율 4. 심사 숙고하기 →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리더십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고 경영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규율 5. 스토리텔링 →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 가장 뛰어난 동기 부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그 어떤 도구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규율 6 스승이 되기 →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을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규율 7. 자기 자신을 알기 → 내면에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 빌 클린턴 전미대통령을 보라. 그에게는 360도 돌아가는, 시야가 넓은 비전은 있으나 내면의 진북(眞北)이 없었다.
규율 8. 자기 자신이 되기 → 결국 스스로 진정한 자신이 돼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대단한 경영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들 사이엔 아무런 공통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남을 모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 책은 세계적인 경영전문가 13인이 리더십에 대한 정의를 대화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한다. 또 진정한 리더라면 가져야 하는 차원 높은 덕목에 관한 경영 대가들의 귀중한 조언들이 빼곡하다. 리더십의 권위자 조셉 바다라코 주니어, 워렌 베니스, 드바시스 채터지, 하워드 가드너, 빌 조지, 쉬 줘윈, 존 코터, 짐 쿠제스, 제임스마치, 제리 포라스, 피터 센게, 노엘 티치, 만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는 모두 각기 다른 문화에서 리더십 향상의 포인트를 찾는데, 저자인 란 류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리더십의 여덟 가지 규율을 서론에 제시함으로서 독자를 대신해서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서로의 신뢰 속에서 사람들과 교감하고, 실패를 거울삼아 배우고, 경험을 돌아보고, 많은 일에 심사숙고하고, 스토리텔링으로 소통하며, 가르치며 배우고... 이런 리더십 덕목들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되면 경영자는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몇몇 대가들은 리더십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조금 특별한 렌즈로 들여다봄으로써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접근, 의식의 확장, 새로운 모델의 리더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리더십을 임상적으로 접근한 만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문학에서 리더의 통찰력을 찾아가는 제임스 마치, 역사에서 리더십을 살피는 쉬 줘윈, 인도 스타일을 통해 미국식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한 드바시스 채터지는 조금 더 인상적일 수 있다. 특히 드바시스 채터지는 오늘날 지혜 없이 똑똑하기만 한 많은 ‘리더’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한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리더의 영성을 강조하는 부분은 이익 창출에만 집중하는 기업의 경영자에겐 외면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0년의 기업을 생각하는 리더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읽는 눈길이 좀 더 천천히 오래 머무를 것이다.
지금 이 시대는 10년, 20년, 30년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리더가 적다. 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경제 불안 요소가 많기 때문에 과거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다. 또한 모든 것이 당장 수치화되고 그 수치로 바로 평가되는 현실 속에서 기업이 단기적 목표에 치중하며 중장기 발전에 대한 비전을 가질 여유를 잃고서 장기적 혜안을 점점 잃어간 탓도 있다. 역시 뭔가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량의 기본기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많은 이미 축적된 인류의 양식을 통해 채워가야 한다. 리더십은 타고나기보다 후천적인 훈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영의 스승들이 말하는 리더십의 기본기를 차근차근 닦기 위해 이 책은 한 권으로 정리된 더없이 좋은 교과서다. 먼저 자기 스스로를 섬세하게 잘 알고 경영함으로써 내면을 강화한 후, 거기서 다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근본적으로 탈바꿈시키며 한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하워드 가드너는 리더의 도전과제로 소통의 방식을 말한다. 사람들이 귀 기울일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내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인데, 자신의 이야기일지라도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너’의 이야기이기도 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삶과 행동방식을 구현해야 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와 실제 살아가는 이야기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아야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 속?서 인터뷰에 응한 13인은 경영과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열정적으로 해왔고, 수많은 저술활동과 강연, 교육 등을 통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전파하면서 수많은 리더들에게 새로운 지침과 영감을 주었다. 이들 13인의 경영구루들은 우리가 오해하거나 막연하게 이해했던 리더십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편안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만가만 이야기해준다. 말을 글로 옮겨놓았으니 궁극적으로 말이라 한결 명쾌하게 읽힌다. 그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은 불가능해도 한 권의 책에 모은 일은 ‘리더십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 할 만하다. 특히 과거와 현재, 서양과 동양, 이론과 실제, 기업현장과 연구현장을 오가는 화려한 사례는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