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본주의의 종말을 말하는가?”
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밝히는 자본주의 문명의 미스터리
역사 원동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루시퍼 원리(The Lucifer Principle)》와 ‘집단 선택주의’에 따라 인류의 진화를 설명한 《집단정신의 진화(Global Brain)》로 과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바 있는 하워드 블룸이 자본주의의 진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을 내놓았다.
《천재 자본주의 vs 야수 자본주의(원제 : The Genius of the Beast)》는 자본주의라는 렌즈를 통해 서구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 자본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갈지에 대한 예측을 담고 있다. “자본주의는 무지비한 야수인가, 천재적인 창조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는 이 책은 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수많은 학자와 언론들은 악독한 경영자들의 탐욕, 모기지 등 잘못된 신용제도, 자본주의의 잔인한 본성까지 붕괴의 원인을 밝히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에 하워드 블룸은 ‘붐과 붕괴’의 사이클은 몇몇 ‘악독한 경영자’ 혹은 ‘잘못된 정책’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태곳적부터 간직해온 유전자 속 ‘진화 엔진’ 때문에 발생한다며 자본주의 역사상 발생한 굵직굵직한 경제위기의 분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이 책은 자본주의를 이제껏 누구도 들여다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본다. 박테리아 세계의 붐과 붕괴, 일이 없으면 우울증을 앓는 꿀벌, 타고난 세일즈맨이었던 플라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에 이른 진짜 이유, 점성학과 해몽에 대한 자본주의적 해석, 허영심이 인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사실, 집단지능을 높인 커피, 켈로그 형제의 자기중심적 사고로 인해 개발된 콘플레이크 등 다양한 학문의 영역에서 펼쳐지는 매혹적인 에피소드들을 통해 자본주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인류 번영에 이바지했는지 자본주의가 가진 가능성을 더 확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밝히고 있다.
자본주의, 무자비한 야수인가, 천재적인 창조자인가?
춤추는 경제의 미스터리, 자본주의의 근본적 메커니즘에 답이 있다!
2008년 미국발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 경제 인프라의 든든한 척추 역할을 하면서 절대로 무너질 리 없을 것 같았던 대규모 금융기관들이 허무하게 쓰러지고, GM, 크라이슬러, 메릴린치, 시티은행 같은 대기업이 붕괴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 앞에서 전 세계 학자와 언론들은 설왕설래를 반복했다. 몇몇 악독한 경영자들의 탐욕, 모기지 등 잘못된 정책 등에서부터 자본주의의 잔인한 본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았다. 과연 자본주의는 무자비한 야수인가? 불황은 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책 《천재 자본주의 vs. 야수 자본주의》는 바로 이러한 도발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역사 원동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루시퍼 원리》와 ‘집단 선택주의’에 따라 인류의 진화를 설명한 《집단정신의 진화》로 과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바 있는 하워드 블룸이 이번 책에서는 자본주의의 진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때로는 훌륭하게 움직이지만 때로는 서툴고 어설프며 삐거덕거리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나는 이 책에서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통찰력을 사용해 최근 비난의 표적이 된 자본주의를 파헤쳐보고자 했다. 이 작업은 인류의 역사를 완전히 다시 쓰는 작업이었다.”라고 이 책을 집필한 의도를 설명한다.
지난 400여 년간의 역사를 분석해보면 경기침체는 매 4.75년마다 한 번씩 오고, 경제대공황은 67년마다 한 번씩 온다고 한다. 누구나 생애에 한 번 정도는 경제대공황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불황을 유발하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일부 악독한 인간의 탐욕이나 잘못된 정책 혹은 기술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타고난 생물학적 유전자다. 블룸은 우리가 속한 집단의 생체 사이클이 변할 때 경제불황이 유발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붐과 붕괴의 사이클은 인류의 성공적인 생존에 결정적 기여를 한 ‘진화 탐색엔진’이라고 역설한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의 메커니즘 속에 숨어 있는 가장 근본적인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 블룸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시작하여 1929년 경제대공황, 1931년 금융위기, 1720년의 남해 버블과 미시시피 버블까지 자본주의 역사상 발생한 굵직굵직한 경제위기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붐과 붕괴의 사이클은 인류를 생존하게 한 결정적 진화 장치였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꿀벌들의 유전자가 붐과 붕괴를 이끈다?!
우주 모든 것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의 비밀을 밝히다!
붐과 붕괴의 사이클은 인간 세계에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다. 박테리아, 조류, 벌 등 집단생활을 하는 모든 것들은 새로운 정보의 탐색, 수집한 정보들의 통합, 용도변경(오래 사용해왔던 무엇인가를 새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다시 말해 배우고, 생각하고, 창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리듬에 따라 이들 집단에서는 붐과 붕괴가 반복되고, 그러면서 창조적 진화의 과정을 밟는다. 블룸은 우주 탄생 과정, 최초의 생명체 탄생 과정, 개체 증가 붐과 급감 현상을 반복하는 생태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우주 모든 것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을 추적한다.
생태계가 붐과 붕괴를 결정하는 주기는 마음에 의하여 움직이는 내부 스위치와 외부 자극에 의하여 움직이는 외부 스위치에 의하여 결정된다. 어느 때에는 내부 스위치가 작동되어 위험성이 큰 탐험에서 현실 정착으로, 분산에서 합체로, 비이성적 과열에서 공포로 옮겨가도록 만든다. 그리고 또 어느 때에는 장려금이나 자원 희소성과 같은 외부적 자극에 의하여 외부 타임스위치가 작동된다. 이 중 블룸이 주목하는 것은 감정의 변화가 주도하는 사이클이다.
블룸은 이와 관련하여 가장 흥미로운 사례인 꿀벌 사회의 붐과 붕괴를 자세히 설명한다. 꿀벌 경제를 좌우하는 감정의 교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설득력 있다. 잔인한 삶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벌들은 ‘집단지능’을 활용한다. 그리고 ‘붐과 붕괴 전략’을 활용해 집단지능을 높이고, 벌집을 생존시킨다. 과열 분위기에 의한 낙관주의와 공포에 의한 보수주의를 오가는 전략, 위험을 감수한 정보 탐색 후 그 정보를 통합하는 전략 등이 벌들의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해 수행된다. 바로 유명한 ‘8자 춤(왜글 댄스)’을 통해서다. (이 춤을 발견한 칼 폰 프리슈는 그 공로로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벌들은 곤충세계 판 붐과 붕괴, 집단적인 우울 모드와 흥분 모드를 오가는 사이클 변화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은 쥐, 침팬지, 박테리아 등 모든 생명체의 생존과 우주의 탄생과 소멸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중요한 것은 천박해 보이는 허영심인가, 현실적인 욕구인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숨겨진 비밀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 블룸은 아이덴티티 비즈니스, 즉 화장 산업에 주목한다. 우리 인간은 의식주를 위한 기본적 도구를 창조한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입술에 바르는 립스틱과 얼굴과 몸에 바르는 파우더를 발명해냈다. 왜 인류에게는 먹고사는 데 전혀 상관없는 몸치장이 그렇게 중요했던 것일까? 왜 화장과 화장 기술은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을까? 왜 화장품 산업은 유지되는 정도가 아니라 끝없이 발전하고 있을까?
인간에게는 어느 집단에 속하고 싶은 욕구와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싶은 욕구가 공존한다. 오늘날 패션과 메이크업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이러한 욕구, 즉 우리가 어느 사회에 속해 있다는 것, 그러나 나만의 개성은 절대 버리고 싶지 않다는 이중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욕구는 자본주의라는 장치가 돌아가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 욕구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욕구는 여러 욕구 중에서 가장 쉽게 무시당하는 욕구이기도 하다. 인간이 가장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욕구이기 때문이다. 허영과 정체성에 대한 욕구는 인간 세계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우리 인류의 조상 중 하나라고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은 억세고, 몸집이 크고, 단단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사냥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타고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는 바로 그들이 ‘지독한 현실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블룸은 반면 허영심이 충만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치장에 탐닉하다가 패션에 필요한 도구, 즉 실과 바늘 등을 발명해냈고, 그렇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추측한다.
우리가 역사의 모든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의 생존과 발전에 결정적인 열쇠 역할을 한다. 장신구, 장난감처럼 겉보기에 별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미래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누가 아는가? 블룸은 오늘날 우리가 ‘천박해 보인다’며 무시하는 것들에 미래 경제를 움직일 키워드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며 그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상징더미는 환상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상의 인프라는 인류를 신세계로 인도했다
다음으로 블룸은 인류를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시켜주는 상징더미(symbol stack)의 세계로 안내한다. 자본주의는 인류가 거래를 시작하고, 문자를 발명하고, 돈을 발명하면서, 즉 ‘상징더미의 확?’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했다. 물건을 상징하는 문자, 가치를 상징하는 돈, 거래를 상징하는 계약서 등의 ‘상징물’의 단계가 하나씩 올라가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상징에 새로운 상징을 더하면서 복잡해졌다.
야수의 천재성, 즉 서구 자본주의 발전의 놀라운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에 기초하여 이룩되었다는 점이다. 당대에는 비실용적이기 짝이 없어 보였던 꿈이 세계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달나라에 가고 싶다는 인간의 ‘환상’은 구조물을 한 층 한 층 올리듯이 구체화되면서 인프라를 구축했고, 결국 달나라 여행을 가능하게 했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페니키아인들의 노력은 인류의 대륙 간 이동을 이끌었으며, 새로운 주거 환경에 대한 비전은 인류 최초의 도시를 탄생시켰다. 자본은 바로 축적된 상상력, 감성, 비전, 환상이라는 블룸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열정, 진화 탐색엔진에 불을 붙이다
새롭게 진화할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매년 출시되는 상품 100개 중에서 살아남는 것은 20개뿐이다. 마케팅,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데도 불구하고, 80개는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에 기업이 인간에게 거짓 욕구를 심어 ‘멍청한 소비 기계’로 전락시킨다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기업이 우리를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업을 컨트롤한다. 아무리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다 하더라도 인간의 환상을 자극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구입하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기업은 우리 입을 억지로 벌려 우리 목구멍에 기업이 원하는 것을 억지로 처넣을 수는 없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원할 때에는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구텐베르크가 인쇄 활자를 발명했을 당시 책은 허영덩어리 그 자체였다. 액세서리, 거울 등을 만드는 세공인이었던 구텐베르크가 인쇄 활자를 발명한 데는 아주 세속적인 욕구가 작용했다는 말이다. 쓸모없고 허영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것을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탄생시킨다. 자동방직기, 비누, 석유 등의 발명과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어떻게 인류 전체의 삶을 향상시켰는지 생각해보면, 자본주의는 그 이전의 어떤 종교나 이데올로기도 보여주지 못한 희망과 믿음을 우리 사회에 제공해왔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에서 마르크시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앙과 이념이 인류에게 빈곤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킨 것은 오로지 자본주의뿐이다.
블룸은 자본주의는 인류의 탄생 때부터 지금껏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진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한계와 종말’이라는 주제에 대한 블룸의 명쾌한 대답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은 현금도, 시장도, 정치도 아닌 ‘인간의 감정’이라고 역설한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다른 사람들의 열망과 욕구를 서로 연결시켜주려고 노력해야만 사회와 경제가 발전한다. 급격한 경기의 부침과 그로 인한 혼란 속에서 ‘야수’와 같은 기업가들이 세상에 기여해야 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자본주의라는 렌즈로 독특하게 바라본 인류의 역사를 방대하게 서술한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일독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