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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 문학동네 | 2017년 06월 28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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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46g | 133*200*20mm
ISBN13 9788954646079
ISBN10 8954646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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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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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에서 자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작품을 2003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이 책에서 고재귀의 사진을 찍...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에서 자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작품을 2003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이 책에서 고재귀의 사진을 찍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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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중에서

출판사 리뷰

올해의 책 추천평 (33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2
가슴아프지만, 몰입감 있고 나의 바깥은 어떤 계절인지에 대해 생각 해 보는 책입니다.
j*********9 | 2022.10.31
2022
재미있는 단편
s****3 | 2022.10.27
2022
문장이 좋아요
c*******7 | 2022.10.26
2022
여느 김애란 작가님의 글 분위기와는 다르게 생동감 넘치고 유머러스하다
w***i | 2022.10.26
2022
추천합니다
w******3 | 2022.10.25
2022
추천
t******0 | 2022.10.24
2021
.
h********7 | 2021.11.03
2021
좋아요
a******q | 2021.11.03

회원리뷰 (25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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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짐작하기 어려운 고통속에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c**6 | 2023-11-02 | 신고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2023) 중 「입동」를 읽고

 

김애란 작가는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지 좋은 이름』이 있다.     

 

책의 제목이 『바깥은 여름』이라는 것이 생경하다. 책 속은 슬프고 차가운 정서이지만, 등장인물들이 갈구하는 여름은 바깥에 있다는 의미로 책의 제목이 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입동」은 일인칭 주인공 시점과 관찰자 시점이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며. 시점이 정해져 있는 서술이 아닌 섞여 있는 시점이 현대소설의 양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화자가 아빠인 것도 인상적이다. 보통의 글에서는 엄마가 화자로서 가슴 절절하게 서사가 펼쳐지는데 아빠가 화자로 등장해 아내에 대해 관찰자적 입장에서 이야기해 나가며 자신의 이야기도 말해주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자정 넘어 아내가 도배를 하자 했다.” (p9)

첫 문장부터 의구심이 든다. 자정이 넘었는데 야식을 먹기도 늦은 밤인데 도배라니? 

아내가 먼저 무얼 하자고 한 게 오랜만의 일이었다고 한다. 벽에 복분자 액이 튀어서 붉은 물이 들어 있었다. 두 달 전,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복분자 액을 돌려보내려는 걸 깜박했다.      

 

우리는 작년에 경매로 나온 집을 반 이상 대출을 끼고 샀다. 영우는 부릉부릉 자동차가 많은 이 집이 좋다고 말했다. 팔 차선 도로에 많은 자동차를 보고 한 말이다. 부모로서 영우가 어린이집을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이십여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 이제 막 어딘가 가늘고 연한 뿌리를 내린 기분. 씨앗에서 갓 돋은 뿌리 한 올이 땅속 어둠을 뚫고 나갈 대 주위에 퍼지는 미열과 탄식이 내 몸 안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p13) 

    

어렵게 마련한 내 집, 20년 동안 갚아야 할 빚 등이 ‘이상한 자부와 불안’으로 다가온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신문지 게임의 참가자가 된 기분이라는 묘사에도 공감이 갔다. 가장의 무게가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반의반 또 반의반 크기로 접힌 종이 위에 외발로 선 채 가족을 안고 부들부들 떠는.” (p14)   

  

가장의 중압감을 절묘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이 땅의 가장들이 크게 공감할 문장 같았다. 점차 정착해 나가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아내는 거실과 부엌의 인테리어에 가장 많은 정성을 쏟았다. 아내가 꾸며 놓은 공간에 영우가 낙서하면 평소답지 않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아내가 가족들을 위해서 집을 얼마나 살뜰하고 지혜롭게 꾸며 나갔는지 보여주는 묘사들이 많다. 식탁과 부엌, 거실과 벽 등 필요한 물건을 놓고 부부를 위한 등받이가 없는 벤치형 의자에, 유아용 접이식 의자 등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일상의 편안함이 엄청난 행복이라는 사실을,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 가족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p21)     

“지난봄, 우리는 영우를 잃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 (p21)     

큰 사건이 밝혀진다. 아!     

 

 

아이를 안고, 만지고, 야단치고, 먹이고, 재우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기적인지 소설에서는 차근차근 설명하듯 묘사해 나간다. 작가가 이 부분부터는 곳곳에 눈물이 흐를 구덩이들을 파 놓은 것 같이 참을 수 없었다.  

    

아이가 죽은 참담한 상황에서 주변인들은 피하거나, 노골적으로 쳐다보면서 2차 가해를 한다. 본인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상황 자체가 먹먹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보험회사 직원이란 근거로 동네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소문이 돈다. 사람들이 무얼 하든 차갑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에 바깥출입을 삼가고 집에서 보낸다.   

  

어린이집에서는 추석 선물로 복분자 액을 보냈다. 평소의 명절에는 없던 선물이었는데 영우 사건, 이후로 학부모들의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행정상의 실수이거나 일부러 보냈거나 어찌 되었든 달갑지 않고 노여운 선물일 게 분명했다.      

 

부엌 벽면에 벤 물이 지워지지 않아 도배하기도 했다. 우리는 위와 아래서 협동작전으로 도배를 한다. 보상금으로 받은 돈을 헐어 빚을 갚자는 아내의 말에 눈물을 쏟을 뻔했다고 한다. 

     

“도무지 방법이 없어 잠을 설치다. 혹 그 돈을 쓰자면 아내가 나를 괴물로 보지 않을까 뒤척인 날들이 떠올랐다.” (p32)    

 

도배를 하는 동안 이사 와서 좋았던 이야기를 한다. 도배하다 영우가 자기 이름을 연습한 자국을 발견한 아내는 끝내 오열한다. 우리는 영우가 너무도 대견해서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여우를 다시 안아보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p35)    

 

아내가 영우를 잃고 어쩌다 바깥에라도 나갈라치면, 불행이 전염되기라도 하듯 피하던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문장이 너무 아팠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아이 잃은 부모의 마음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부부는 공통의 아픔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그렇게 소통한다. 그 큰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부부 말고 누가 있겠는가. 슬픈 두 사람이 서로 소통하면서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문단에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벽지를 위와 아래서 붙잡고 선 부부가 붙이지도 못하고 떨며 온몸으로 흐느끼는 장면이 훤하게, 그 처참한 마음이 그려져서 그 장면 속으로 뛰어 들어가 꼭 안아서 영우처럼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23 댓글 33 접어보기
종이책 주간우수작 죄책감을 건드리는, 그러나 괜찮은 삶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하는 바깥은 여름
평점10점 | a******e | 2023-07-23 | 신고

나는 책을 읽으며 감정이입도 잘 하고, 잘 웃고, 또 잘 우는 편이다. 그런 나의 감정의 갈증을 잘 충족시켜 준 책이었다.

작가님이 문장을 정말 예쁘게 쓰신다. 누군가에게는 거추장스럽고 장식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게 글 쓰는 방법은 배우고 싶었다.

단편들이 너무 좋았다. 너무나도 좋아서 내 죄책감을 건드릴 정도로. 동시에 좋은, 아니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오랫동안 다시 보고 싶은 책이었다.

 

 

입동

: 우리는 누구에게 "꽃매"를 던진 적이 없는가

 

그 꽃이 마치 아내 머리 위에 함부로 던져진 조화처럼 보였다. 누군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악의로 던져 놓은 국화 같았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위로"를 너무 쉽게 던지고 있던 건 아닐까. 오히려 위로라는 명목으로 그만 울라며 그만하면 되었다고 "꽃매" 던지고 있지는 않았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그만 하라는 타박으로 들릴 수 도 있었겠구나.

 

 

노찬성과 에반

: 나의 쾌락은, 타인의 삶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절벽 아래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찬성은 갓길 주변을 초조하게 서성였다. 저기, 아직 사람이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 주위에 모여든 구경꾼들은 ‘어디서 자꾸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찬성이 어른들을 향해 ‘도와달라’ 소리쳤다. 그러면 어디선가 할머니가 나타나 입술에 손을 대며 “쉿” 소리를 냈다. “네가 울면 … 손님들이 깨잖니.”

 

그 누가 10살 어린 아이를 강아지의 목숨 대신 순간의 쾌락을 선택했다고 욕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건 그 아이는 얼마나 가슴 깊이 지고 갈 죄책감이지는 않을까.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역설적으로 과거를 묻어야만 하는 그 마음은 어떨까, 그리고 그 현실을 어린 손자에게 강요해야 하는 할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그리고 돈이 얼마나 인간을 비참하게 하는가 ..

현실, 그리고 돈에 대하여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이 중요한 이유는 어쩌면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일텐데.

 

 

건너편

오래전, 이수가 현관을 나설 때면 ‘저 사람 저대로 사라져버리면 어쩌지, 길 가다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가슴이 저렸던 기억이 났다.

-이수야.

-응.

-나는 네가 돈이 없어서, 공무원이 못 돼서, 전세금을 빼가서 너랑 헤어지려는 게 아니야.

-…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 같아.

 

그때서야 도화는 어제 오후, 주인아주머니를 만난 뒤 자신이 느낀 게 배신감이 아니라 안도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수 쪽에서 먼저 큰 잘못을 저질러주길 바라왔던 것 마냥. 이수는 이제 .. 어디로 갈까? 도화가 목울대에 걸린 지난 시절을 간신히 누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읽으며 남자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지금 나의 사랑이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한 때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다. 그 누군가가 그냥 먼지처럼,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면 어쩌지를 매일같이 진심으로 걱정할 만큼. 그런데 지금은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마음이 사라져서 뿐일까. 그때와 상황이 달라져서는 아닐까. 그 사람과 내가 서로 다른 세상에 있어서, 우리의 현실적인 차이가 커서, 내가 그 사람에게 아까워서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정말 많이 고민했던 문제일 것 같다. 그치만 이러한 현실적인 사랑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지 않을까.

 

 

 

풍경의 쓸모

: 현재를 부끄럽지 않은 순간들로 채우는 것이 미래의 나를 구성한다.

사진 찍을 때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무척 평범한 사람,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작품에서 ‘풍경’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작품을 읽고 난 직후에는 깨닫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선명하지 않을 뿐더러 내가 정의한 게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내린 해답은 작가는 '풍경'을 통해 사치와 현대 문물, 행복, 과거, 그리고 상반된 진실을 가리는 허울인 현실 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 지 궁금하다.

다만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건 현재의 순간이 내 얼굴에 스며들어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비록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겠지만 평생 나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가리는 손

: 나에게 소중한 이가 나의 기대와는 다른 사람이었을 때

 

가끔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온갖 펴안과 해명, 친밀과 초조, 시기와 미소가 공존하는 ‘사회’와 이십사 시간 내낸 연결돼 있는 듯해. 아이보다 먼저 사회에 나가 그 억압과 피로를 경험해본 터라 걱정됐다.

본문 중

SNS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 내 생각과 너무나도 유사해서, 오히려 더 깊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아이 입가에 천진한 흥미랄까, 아는 체랄까 묘한 기운이 어린다.

-틀딱?

그리곤 아차 싶은지 재빨리 미소를 거둔다. 마치 소중한 비밀처럼.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되는 보물인 양 얼른 감춘다. 나는 아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아이가 이상한 말을 뱉어서가 아니라 방금 저 표정을 이미 어디선가 한 번 본 것 같아서.

불현듯 저 손, 동영상에 나온 손, 뼈마디가 굵어진 손으로 재이가 황급히 가린 게 비명이 아니라 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재이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본문 중

이 부분을 정말 열심히 읽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타인에게 상처받을까 걱정하던 나의 소중한 존재가 도리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임을 마주하면 어떡해야 할까. 그리고 그 대상이 혼자 애틋하게, 그러나 넘치는 사랑으로 키웠던 내 아이라면, 아이의 부족함을 마주했을 때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보여 주었다고 믿은 세상 외에 다른 세상에 아이가 존재함을 깨달았을 때에는 바로잡아야 할까, 아니면 그 아이의 인생이니 존중 해 주어야 할까.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명제의 허용 가능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내가 아이를 가져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다.

실제로 독서 모임에서도 어머니들의 최애 소설 중 하나라고 한다 ㅎㅎ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시리가 되물었다.

-어디로 가는 경로 말씀이세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죄송해요. 잘 못 알아들었어요

-…

시리가 사용자의 침묵에 호응하는 일은 드문데 이상했다. 그것도 연거푸 세 번이나 그러는 게. 어쩌면 저 먼 데서 ‘누군가의 상상을 상상하는’ 인간이 이런 일을 예상하고, 프로그램 안에 ‘걱정’을 이식해놓은 것인지도 몰랐다.

 

누군가의 상상을 구현하는 일을 하는 나에게, 이 말을 꽤 깊이 와 닿았다. 나도 저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야지.

 

나는 당신이 누군가의 삶을 구하려 자기 삶을 버린 데 아직 화가 나 있었다. 잠시라도, 정말 아주 잠깐만이라도 우리 생각은 안 했을까. 내 생각은 안 났을까. 떠난 사람 마음을 자르고 저울질했다.

그런데 거기 내 앞에 놓인 말들과 마주하자니 그날 그곳에서 제자를 발견했을 당신 모습이 떠올랐다. 놀란 눈으로 하나의 삶이 다른 삶을 바라보는 얼굴이 그려졌다.

그 순간 남편이 무얼 할 수 있었을까 …. 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가장 여운이 깊은 단편이었다. 그래서 제일 마지막에 배치하지 않았을까

정말 많이 이입하며 읽었다. 나는 사랑하는 이가 다른 이를 구하다가 죽었으면 그냥 화자처럼 그를 원망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히 그걸 믿고 있었고, 남겨질 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에 정말 많이 화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그의 선택을 존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한 것은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에 뛰어 든 것이었으니. 오히려 원망해야 할 것은 목숨을 저울질 한 내 부끄러운 신념 아니었을까.

 

 

 

3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31 댓글 22 접어보기
종이책 주간우수작 바깥은 여름 - 김애란
평점10점 | p****3 | 2017-11-07 | 신고

<입동>
매일 지나치는 모르는 사람들 중 분명 자식을 잃은 부모가 있겠다는 생각하게 되었다내 옆에 있는 사람이저 앞에 가는 사람이 그런 아픔을 지닌 사람일 수도 있겠다그런 아픔을 가지고 어떻게 하루하루 버틸 수 있을까당연한 말이지만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슬픔일까
  
-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
- 어여쁜 헛소리싱그러운 헛소리
  

<노찬성과 에반>
나도 언젠가는 개를 키울 날이 오려나어렸을 땐 그렇게도 키우고 싶더니만 나이가 들면서 책임져야 할 것에 대한 망설임이 많아졌다개 키우고 싶지 않냐는 초딩 조카의 물음에 이모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라는 대답으로 강아지를 키우겠다는 소망과 의지를 꺾어주었다. (엄마의 부탁으로.......) 어리기 때문에어려서 책임의 무게를 잘 몰라서 아이들은 그토록 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나보다
  
- 늙는다는 건 육체가 점점 액체화되는 걸 뜻했다
  

<건너편>
공시생 이수와 경찰 여자친구 도화
비행운에서도 노량진 임고생의 이야기가 있었는데김애란 작가도 임고나 공시 경험이 있나..? 노량진 임고생이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반갑고 뭉클하고 그때의 악몽이 느껴져서 이상하다노량진 임고 이야기가 나오니 문득 드는 생각그때처럼 목숨 바쳐 영어 공부하면 나 진짜 원어민급 될텐데........

- 잠 묻은 눈두덩
- 걱정을 가장한 흥미
-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안에서 여러 번의 봄과 겨울을 난한 번도 제철을 만끽하지 못하고 시들어간 연인의 젊은 얼굴이 떠올랐다
  

<침묵의 미래>
언어가문자가 과연 사라지는 일이 생길까싶었는데 지금과 같은 저출산 추세면 사라지는 언어가 있을 수밖에 없겠다이 소설에서처럼 한 언어의 실사용자가 10명 미만이라서 언어 박물관으로 강제 이주해야 하는 민족 혹은 사람들이 생긴다는 설정은 어쩌면 지극히도 현실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그래도 아직까지는 어렸을 적 공상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을 갖게 하는 낯선 내용이다
  
처음엔 가 대체 누구인지 감이 안 왔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내가 이해력이 딸리나심각하게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나의 마지막 화자라는 구절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이해하지 못했을 듯.
  
- 소수언어박물관
- 살아 있는 테이프
- 오래된 언어 중앙 언어
- 강제이주수집징집사냥
- 이 세계에 단 하나뿐인 언어를 구사하는 마지막 화자
  
  
<풍경의 쓸모>
곽교수와 같은 사람을 조심하자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을 해놓고 신세진 걸 누가 알까봐 도움을 준 사람을 더 멀리하는 배신자와 같은 부류그런 갑질에 농락당하는 을이 너무 많다자존심을 지킬 여력도 없이 모욕을 당하며 살아야 하는 삶이 너무 많아 참 속상하다근데 생각해보면 인간은 어떤 관계에서든 갑을관계를 갖기 마련이다다만갑 스스로가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는즉 누가 부여해주지 않은 권리를 굳이 사용하겠다고 하는 순간 안타까운 을이 생기는 것이다그래서 나도 갑이면서 때론 을이다. (갑자기 항상 갑일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워지네?)
  
사람들은 품위 있는 삶을아니면 그저 보통의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그러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게 해주는 가장 (필수) 기본 장소인 일터에서부터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니 정상적인 삶을 제대로 누릴 수가 있을까
  
이 단편에선 무엇보다 참신한 표현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왔다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작가의 묘사력 +_+
  
- 사진기는 펑시간에 초크질을 하며 현재를 오려갔다
- 아버지가 모닥불 쬐듯 티브이 가까이 앉아 전자파를 쐬고 있는 모습이다
-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한겨울방 한쪽에 잘 개어놓은 이불 같은 사람반듯하고 무겁고 답답한 사람
-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내가 경험한 시간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가리는 손>
마지막 부분에서 미소 짓는 재이의 얼굴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무척 놀랐다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라 재이에게 느꼈던 안타까움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근데 이 소설이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논하려고 한 건지청소년들의 부도덕적인 모습을 이야기하려한 건지 헷갈린다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그 주인공으로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건가.... ‘틀딱이라는 단어를 보면 다문화 문제보다 세대 갈등의 조짐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저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뭔가 좀 슬펐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특히 부모의 국적이 동남아의 한 나라일수록 부적응 사례가 높다언어 사용이 원활하지 못하니 소통도 안 되고외모로 놀림 받거나 따돌림을 받는 일이 많다그러나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지도해본 경험에 의하면 다행히 요즘 아이들은 그런 차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서툰 한국어가 친구들로부터 호감을 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고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어려서부터 TV와 인터넷 덕분에 간접 세계화를 경험해서인지 오히려 편견 없이 대하는 모습이었다외려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과 선입관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나도 예외일 순 없고
  
- 긴 시간이 지난 뒤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 귓바퀴에도 기름이 끼는 나이
- 가진 도덕이가져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
- 시간이 매일 뺨을 때리고 지나가는 기분
- 어느 땐 무언가를 한 사람이 아니라 본 사람이 더 상처 입으니까
- 작은 것들이 나중에 큰 걸 지켜주기도 한다고
-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마치 축소된 세월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자기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을 돕는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나를 희생시킨 후 남은 나의 가족을 생각하면 더욱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인간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죽음이 아닌 이상 그 외의 모든 죽음 너무 무섭고 허망하고 비현실적이다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내 주변만큼은 그 시간이 더디오길.
  
- 계속 보면 눈에 파란 물이 들 것 같은 하늘
- 제가 이해하는 삶이란 슬픔과 아름다운 사이의 모든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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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바깥은 여름》 시간은 상실된다, 그러나.
평점10점 | r*******n | 2017-08-11 | 신고

오랜 만에 친구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가끔 그들과 내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요즘 유행이다 싶은 것들, 혹은 이미 유행도 한참 전에 지나서 이제는 다들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전혀 모르고 있는 건 당연하고, 그들에겐 소소한 일상들이 내겐 너무도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 투성이였으니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생활이 3년 정도 되었는데, 나와 그들 사이의 거리는 어느 새 3억 광년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유리 볼 속 겨울' 처럼,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가 바로 내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욕실 유리컵에 꽂힌 세 개의 칫솔과 빨래 건조대에 널린 각기 다른 크기의 양말, 앙증맞은 유아용 변기 커버를 보며 그렇게 평범한 사물과 풍경이 기적이고 사건임을 알았다.

                                                                                               -'입동' 중에서

 

 <입동>에는 아이를 잃어 버린 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지난 봄, 오십 이 개월이 된 아이를 잃어 버린다. 아이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막을 수 있었다고 자책하기에는 너무도 사소한 사고로 말이다. '가끔은 열 불이 날 만큼 말을 안 듣고 말썽을 피웠지만 딱 그 또래만큼 그랬던,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는지 제 부모를 안을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던, 이제 다시는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아이'였다. '무슨 수를 쓴들 두 번 다시 야단칠 수도, 먹일 수도, 재울 수도, 달랠 수도, 입맞출 수도 없는 아이'였다. 그리고 남겨진 그들 부부에게 시간은 그렇게 멈춰 버린다. 누가 세상에서 사라졌든 말든,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흘러갔지만, 그들에겐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그대로 였다. 그들만 빼고 지구가 자전하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제자리에 멈춰 선 그들이 바라보는 바깥은 어땠을까. 이제 삼십이 개월이 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그냥 후루룩 읽어 버릴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매일 같이 생각한다. 왜 하필 그날 그 순간에 그곳에 있던 나의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때 그 장소에 있지만 않았더라면 죽지 않았을 텐데, 내가 어떻게든 그 순간을 모면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한시도 잊을 수가 없는 그 생각과 감정들이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생각이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이들은 부재의 무게를 이겨내고 살아가야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그 순간에 세상이 끝난 것만 같겠지만, 시간은 여전히 째깍째깍 흘러가고 우리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으니 말이다. 상실과 결핍의 순간보다, 나는 그 이후의 시간들이 더 마음이 아팠다. 아침은 매일 같이 우리를 찾아오지만 어제와 같은 아침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잃어버린 것은 영원히 되돌릴 수가 없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죽음마저 초월한 그 무엇 같은 건,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 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풍경의 쓸모' 중에서

 

아이와 공원에 산책을 나가면, 매 순간 셔터를 누르게 된다. 자주 어딘가 서보라고, 여기를 보라고, 웃으라고 말하며 순간을 붙잡아두곤 한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뀐다고 할 정도로 아이가 금방 자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좋은 순간, 행복한 상황은 금방 지나가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순간을 남겨 두지 않으면 시간과 함께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아는 어른이라는 사실이 가끔은 슬프다. 그냥 그 순간을 오롯하게 느끼고, 호흡하고, 눈에 담으며 즐겨도 좋을 텐데.. 나는 언제나 풍경은 보지 못하고 그 속에 서 있는 아이만 바라보고 만다. 그렇게 찰칵하는 동작과 함께 순간은 과거가 되어 버린다.

 

 

<풍경의 쓸모>에는 가족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더블폴트의 삶을 살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강사인 정우는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중 교통사고를 낸 대학교수 대신 가해 운전자가 된다. 그런데 그는 정우의 교수 임용에 좋은 말을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임용을 강하게 반대한다. 가족들을 남겨두고 집을 나가 재혼을 한 아버지는 돈이 필요하다고 그에게 연락을 해온다.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사진이라는 모습으로 행복한 순간을 연출하는 것이, 어차피 매순간 뭔가를 잃어버리게 마련인 삶 속에서 그나마 기대와 긍지를 담고 있는 거라는 걸 안다는 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그 검댕이 자기 내부에 자신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암호를 남긴. 상대가 한 말이 아닌, 하지 않은 말에 대해 의문과 경외를 동시에 갖는. 그런데 무슨 말을 하다 여기까지 왔지? 그래, 엄마랑 아빠는....지쳐 있었어. '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 던지게 돼 있거든.

                                                                                       -'가리는 손' 중에서

 

김애란의 이번 작품집에 등장하는 이들은 계절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상실과 결핍의 슬픔을 견디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바깥은 여름인데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는 삶은 계절을 느낄 수 없다. 너무 이른 아이의 죽음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사는 부부, 타인을 위해 죽은 남편을 이해해야 하는 아내, 가족 같은 개가 편하게 죽을 수 있도록 혼자 힘으로 안락사를 준비하는 소년 등.. 그들 모두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과 뜨거운 열기 가득한 여름이라는 계절은 감당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지나가고 인생은 흘러가게 마련이지만, 누군 가에게는 어느 한 순간부터 그저 상실된 시간, 멈춰진 삶인 것이다.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그를 닮은 아이를 낳아, 알콩 달콩 가족을 이루는 꿈을 꾼 적이 없다. 연애를 할 때도 당시에는 죽고 못 살만큼 좋았던 그와 미래를 꿈꾸지 않았다.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현재에 충실했을 뿐. 그랬던 내가 어쩌다 보니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일상에 닳고, 육아에 지쳐서 이렇게 평범한 생활을 그리워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김애란의 신작을 읽으면서 내가 놓쳐버린 수많은 선택들과 내가 잃어버린 결핍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는 손에 쥐고 있는 것, 혹은 앞으로 손에 넣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잃어 버린 것, 지금은 손에 없는 것,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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