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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7년 0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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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152*225*22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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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상상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라는 슬로건으로 승리를 따냈다. 이명박도 ‘경제’로 사람들을 현혹해 대통령이 됐고 그 강박관념으로 4대강에 수십조 원을 쏟아 붓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시급한 현안인 일자리 문제로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했다.
일자리가 있어야 일을 하고, 그래야 돈이 돌고, 그래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9년간의 보수정권은 낙수효과를 운운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많은 사람들이 분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이 책 ‘일자리 혁명 2030’은 앞으로 20년 내의 일자리 변화를 중심으로 본 미래전망서다. 크게 4개의 챕터로 나눠 1)미래의 사회를 전망, 2)미래의 일을 전망, 3)미래의 생존을 전망, 4)미래의 잠재력을 전망한다.
1)미래의 사회를 전망하다,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절벽이 가져올 변화, 다가올 세 번의 디지털 혁명에 주목, 거대 기업은 무너지고 ‘긱 이코노미’의 시대,라는 각론과 함께 ‘누구나 기본소득을 받는 세상’, ‘생활비의 무료화로 달라지는 산업풍경’이란 소주제를 이야기한다.
특히 이 두 소주제가 굉장히 흥미롭다.
[p 54.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 스쿨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앞으로 20년 안에 미국 내 현존하는 직업의 47퍼센트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는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면서 오늘날 일자리의 45퍼센트가 자동화될 것. 이를 ‘기술적 실업’이라고 하는데... 즉,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사라진 시대에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다른 소득 수단에서 받는 수입 외에 정부나 공공기관이 국가에 소속된 모든 시민에게 일정한 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이다. 오늘날 보편적 기본소득은 핀란드를 비롯해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다.
p 58. 기본소득제도 반대론자들의 주된 논리인 기본소득이 노동 공급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 예로 인도에서는... ... 사람들은 기본소득으로 안정감을 느꼈고, 그런 안정감을 얻은 이들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결심했으며 자연히 생산성도 더 높아졌다.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전보다 부드러워지고 자원봉사 활동도 더 많이 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본소득은 소득 불평등을 어느 정도 줄이는 것뿐 아니라 개인의 협상 능력을 강화해 착취에 대한 압박감을 해소시킨다. 또한 기본소득을 받음으로써 갖는 안정감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용을 불러일으킨다.]
빈부의 격차는 심해지고 가난은 여전히 대물림되며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당장 할 수밖에 없는 일을 선택한다. 그나마 일자리라도 있다면 다행스러운 지금의 사회구조에서 개인의 일탈과 격차의 대립, 사회적 위화감은 높아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의 안정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에 관한 문제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 보장이라는 거다. 최저임금부터 노동력 착취, 위화감 조성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 중 가장 직접적인 방안 중 하나다.
흔히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치라고 하는데, 배울 사람이 있어야 가르칠 게 아닌가. 당장 기본적인 생활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억지로 가르치고, 가르쳤으니 알아서 살라고 하는 건 무책임을 넘어서 국가적 방관이다. 국가의 존재이유는 물리적 보호를 넘어서 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의무가 있다. 자유주의 경쟁을 내세워 도태되는 건 개인의 문제라는 따위의 사고방식은 기득권의 아집이며 독선이다. 누구로부터 그러한 기득권을 빨아냈는가. 그러한 절차가 온전히 정의롭고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잘못된 걸 말하고 바로 잡고 모두가 어우러지는 사회에서 문명은 발전해왔다. 기득권의 끝없는 득세에서 한 시대가 멸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반복하며 역사가 이어져왔다. 현재의 발달된 문명에서 멸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모습은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서 익히 봐온 디스토피아에 다름 아니다(여기서 새로운 시대의 뜻은 새롭게 발전된 모습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숫자의 흐름에 불과한 시대라는 의미다.)
이 얘기를 길게 하는 건, 이 책이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은 다수의 시민들에게 좋은 혜택이 돌아가고 누릴 수 있는 게 미래사회의 모습이라는 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은, 미래사회의 트렌드를 논하는 수많은 책들은 나올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은 세상과 사회는 디스토피아니까. 그런 디스토피아를 우리가 알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역설적이 아니라면.)
책에서도 기본소득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기본적인 조건이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아울러 그러한 사회로 갈 수밖에 없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생활비의 무료화로 달라지는 산업풍경’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좋은 혜택의 모습이 그려진다.
2) 미래의 일을 전망하다,에서는 일자리 혁명이 일어날 7대 산업을 중점으로 소개한다.
로봇,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디지털 통화, 증강현실, 바이오, 안보,라는 소주제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로봇’이다.
[p 93.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 스쿨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2034년이 되면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의 47퍼센트가 자동화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자동화가 즉각적으로 확실히 이뤄질 분야는 단연 제조업이다.]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 20가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럼 ‘로봇이 고용되면 인간은 모두 실업자가 되는가’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미래는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기계가 인간이 수행하던 위험하고 힘든 일을 대신하는 동안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아낼 것이다.”
좀 더 살펴보면,
[p 86. 미래는 일자리 경제에서 자아실현 경제로 전환됩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일을 해야 먹고산다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데 2050년경이 되면 경제 패러다임이 변해서 일할 필요가 없는 경제, 즉 자아실현 경제가 도래합니다. 한마디로 사회는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두가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게 된다는 시나리오죠.]
예전에 가끔, 현대문명에서 사람들이 너무 뇌를 쓰지 않는다, 문명의 혜택으로 사람들의 머리가 깡통이 될 수도... 라는 식의 글들을 볼 때가 있었다. 볼 때마다 의아했다. 전화번호 몇 개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암산을 잘 못한다고, 남의 글을 복사해 짜깁기하고 제 것인 냥 한다고(물론 이건 잘못이지만.), 너무 편리해졌다고 등등... 해서 사람들이 머리를 안 쓰는 깡통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 그럼 지금의 현대문명은 어떻게 발전을 해왔지? 소수의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이만큼의 문명을 만들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시대에 맞춰 머리를 쓰는 방식,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다. 주판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계산기가 있는데 굳이 쓸 필요는 없다. 가뜩이나 외울 게 많은데 전화번호 수십 개를 외울 필요는 없다. 짜깁기는 잘못된 거지만 수많은 정보를 검색, 뽑아내어 인용하는 등의 글의 구성 능력 등은 높아졌다. 과거에 비해 엄청난 지식을 머리에 담고 활용하는 현대인의 머리가 어떻게 깡통이, 과거보다 퇴화됐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시대와 사회에 맞춰 변화된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직업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존재했던 타이피스트를 지금은 찾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일자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건 사회가 정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건 당연하겠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인류는 변화를 거듭하면서 진화해왔다. 미시적으로 우리의 인생 또한 변화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중요한 건 다가올 미래의 일을 전망하고 이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과 미래의 트렌드를 다루는 책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기계도 스스로 학습하는 시대인데 말이다.
[p 123. 인공지능은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단어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머신 러닝’이다. 인공이라는 단어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머신 러닝은 사람이 시켜서가 아닌 ‘기계 스스로’ 학습을 한다. 따라서 머신 러닝의 정의는 ‘이전의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계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계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3) 미래의 생존을 전망하다,에서는 ‘10년 후 당신과 당신의 자녀에게 필요한 것’이란 부제로 ‘새로운 교육모델’, ‘인간과 기계의 공존 시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 ‘어떤 리더가 살아남는가’ 등을 이야기한다. 개인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이를테면,
[p 186. 가까운 미래에는 대학교가 아니라 3개월짜리 마이크로 칼리지의 시대가 온다. 미래의 일자리 연구 결과 2030년이 되면 평생 근로자는 일생 동안 여섯 번 정도 자신의 경력을 ‘리부트’한다. 새로운 일자리에 맞도록 재교육을 여섯 번 받는다는 말이다. 가능하면 최소한의 시간에 끝내야 하므로 전통적인 4년제 대학교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미 인력을 신속하게 재교육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3개월짜리 마이크로 칼리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p 208. 현재 많은 직업들의 요구 사항인 4년제 학위는 18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시에는 교육이 아니고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해서 광범위한 주제를 공부하는 게 합당했죠.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하루에 12시간을 정보를 소비하는데 씁니다. 그렇다면 4년이라는 긴 시간과 많은 돈이 들어가는 대학에서 광범위한 학습을 받는 것이 여전히 필요할까요? 기회비용이 너무나 큽니다. 만일 학습 내용의 광범위함을 제거한다면 2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도중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는 3개월짜리 마이크로 학위도 가능합니다.]
대학에서의 전공이 연관된 직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완전히 다른 일일 경우 취업해 새로운 교육을 받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그것이 기업들이 이런저런 스펙을 요구하거나 경력자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겠다. 무엇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상당히 소모적이다. 이런 점이 소득의 불균형, 개인의 격차,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다. 당장 써먹지 않을, 언제 써먹을지 모를 교육을 받는다는 건 교양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일이다. 맞춤형 전략이란 말을 흔히 듣는 시대에서 확실한 마이크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4) 미래의 잠재력을 전망하다,에서는 인도와 중국의 미래, 기업의 성패를 가를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p 278. 우리는 다만 이렇게 바뀌는 시대를 인식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10~20년 동안 존재했던 일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지금까지 했던 공부, 지금까지의 공부 방식을 전혀 다른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이자, 그동안 소통했던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 이전과는 다른 수입원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등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앞으로 몇 년간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변화를 ‘나쁜 것’으로 치부하고 거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 나갈지 지금부터 모두가 고민했으면 한다.]
미래의 트렌드를 다루는 책들이 나오는 이유는 호기심을 넘어 미리 대처하자는데 방점이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손을 놓고 운을 믿으며 흐름에 휩쓸리듯 살아가는 것만큼 불안한 삶과 미래는 없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게 불확실성을 줄이고 보다 나은 미래를 기분 좋게 상상하며 살아가게 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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