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대통령, 고이즈미 전 총리, 덩샤오핑 전 총서기,
이 세 사람이 집에서 각자 파티를 열기로 했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미국·중국·일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원리에는 어떤 법칙이 깔려 있을까? 이 책은 미국·중국·일본 사람의 기본적인 행동법칙을 알아보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런 행동법칙이 어떤 식으로 맞아들어 가는지 흥미롭게 분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준 설정력’, 중국의 ‘관계 구성력’, 일본의 ‘보편 우선력’에 한국은 어떤 장기로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3국의 조직, 무엇을 동력으로 움직이는가?
국제적인 경영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저자 캐멀 야마모토는 자신의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미국인·중국인·일본인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 분석했다. 저자는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 덩샤오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집에서 각자 파티를 열기로 했다면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미·중·일 3국의 조직운영 방식을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은 일의 분담 방식이나 분업의 형태에서 확연하게 다른 특징을 보인다.
-미국, 기준과 시스템
우선 미국인은 철저한 업무분담 원칙과 상세한 매뉴얼에 따라 행동한다. 부시의 부인 바버라는 남편에게 쇼핑을 부탁하는데, 파티용 식재료 목록과 해당 식재료를 파는 상점, 교통편에 이르기까지 A 물건을 B도로를 이용하여 C 상점을 찾아가서 사라는 식의 꼼꼼한 메모를 남편에게 전한다. 부시는 바로 럼즈펠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럼즈펠드는 곧 10여 명의 협력자를 모아 부시가 있는 곳으로 보낸다. 그리고 이런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에게 ‘부시가 바버라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바버라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요구사항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다. 라이스는 쇼핑할 물품의 양과 걸리는 시간을 치밀하게 분담해 각자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시한다. 일단 시작하면 다른 이가 무얼 하는지 상관하지 않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미국의 특징이다.
-중국, 인맥
중국인은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차부뚜어’라는 중국어 표현대로 적당히, 대충대충 일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중국인은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결과나 목적의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투철하다는 얘기다. 덩샤오핑의 부인은 요리 잘하기로 이름난 상하이 출신 여성들을 불러 쇼핑을 시킨다. 사전에 살 물건을 정하기는 하지만 더 좋은 것이 눈에 띄면 서슴지 않고 품목을 바꾼다. 구입처의 선별도 적당히 한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덩샤오핑의 파티는 훌륭하게 치러진다. 희한하게도 재료들을 적당히, 혹은 강제로 끼워 맞춰 음식을 완성하지만 완성품은 상당히 훌륭하다. 중국인은 융통성이 있고 요령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뒤에서 부인은 그녀들이 일하는 것을 분류하고 평가해 나중에 공표하는 방식을 쓰고 있었다. 평가결과에 따라 상벌이 따르는 것이다. 즉 평가와 체면이 조직 관리의 핵심이다.
-일본, ‘조정’을 통한 팀워크
독신인 고이즈미는 음식 준비에 아내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 여성장관인 다나카 마키코에게 도움을 청한다. 다나카는 쇼핑할 사람과 요리할 사람 10명을 불러 모은다. 모두 서로를 속속들이 안다. 그녀는 대략적인 지시만 한다. 이때부터 일본인의 장점인 철저한 협동정신이 발휘된다. 쇼핑팀과 요리팀은 각기 회의를 열어 일을 나눈다. 작업을 진행하되, 미국인과는 달리 서로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조정’해나가며 보조를 맞춘다. 한 명의 일에 펑크가 나면 여유 있는 다른 사람이 즉시 돕는다. 쇼핑팀은 자기 일이 끝나도 쉬지 않는다. 주방에 들어가 요리팀의 일을 돕는다. 현장 사람들이 스스로 면밀히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실행해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조정을 통한 팀워크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이 일본 조직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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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 되는 행동법칙_ 기준 설정력, 관계 구성력, 보편 우선력
그렇다면 3국의 기본이 되는 행동법칙은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은 “미국이 곧 세계의 기준”이라는 ‘기준 설정력’, 중국은 “인맥이 최우선”하는 ‘관계 구성력’, 일본은 “소속된 집단의 보편적 정서에 따라 행동”하는 ‘보편 우선력’으로 설명한다.
미국인에게 규칙은 절대적이다. 한밤중에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신호등이 고장 나 있어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횡단보도 근처에서 차를 멈춘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도 반드시 교차로에서 차를 세우고 좌우를 확인한다. 물론 그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해진 기준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여기며, 그것을 따르도록 사회적인 압력이 행사된다.
미국은 우수한 몇몇 사람이 시스템이나 기준을 생각하면 이를 민주적인 절차 혹은 규칙에 따라 채택한다. 기준을 채택한 후에는 그 기준이 적어도 당분간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그 기준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며 그 기준에 따라 모든 것이 판단된다. 미국의 능력주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안 내력이나 성장 배경, 학력 따위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잴 수 있는 기준으로 평등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준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파는 데도 천재적이다. ‘닷컴’이라는 인터넷 주소의 기준은 룰론, MBA와 맥도널드의 재료 선별부터 조리 방법 그리고 접객의 방법 등을 표준화시켜 패스트푸드와 체인점이라는 방식을 전 세계에 팔고 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나라로 중국은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중국에서 취엔즈라는 말은 자기를 둘러싼 지인 그룹이란 뜻을 지닌다. 취엔즈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에 따라 인생 역정이 달라진다. 중국인은 평균적으로 100명에서 수백 명의 취엔즈를 두고 있다. 야마모토는 30대 후반의 한 중국인 비즈니스맨의 취엔즈 포트폴리오를 예로 들었다. 그의 취엔즈는 세 부류다. 첫째 스포츠 등을 함께 하는 놀이친구로 4∼5명, 둘째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10∼20명이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인 취엔즈는 100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불안정하고 혼돈의 역사를 겪은 지난 1세기에 이어 현대 중국에서 취엔즈는 도움을 주고받고 자신을 지켜내는 사회적 단위로 국가를 초월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일본인의 행동법칙의 핵심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장소’의 보편적인 정서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컫는 장소란, 자신이 소속된 기업이나 기업의 특정 부서일 수도 있고, 학생의 경우에는 학교가 된다. 만약 어떤 서클이나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면 그곳이 바로 하나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정 장소에는 각각 서로 다른 관습과 규칙이 존재한다. 일본인의 경우, 어떤 장소에 들어갔을 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대체로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 그곳에서 해도 괜찮은 것이 무엇인지,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차린다. 그러니까 일본인은 어릴 때부터 ‘특정 장소의 규칙을 감지하는 기술’을 무의식적으로 익혀왔다고 볼 수 있다.
돈에 대한 사고방식_성공하면 부자교, 학력권금, 결과금
미국인에게 돈을 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 즉 선.이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이 부자가 된다’는 신앙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성공하면 부자교의 신도라고 말한다. 성공하면 부자교의 교리는 ‘부자가 되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며, 이는 찬양할 가치가 있다’라고 하는 부자에 대한 예찬이다. 저자는 이러한 교리가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아메리칸 드림이 아름다운 꿈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자는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며, 자랑스러움에 가득 차 있다. 자신은 성공한 사람이며, 자신의 성공은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한편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준과 법률에 따른 정당한 방식’으로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만약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금전적인 부를 누린다면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만약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벌에 처해진다.
중국은 사회적인 구조나 조직이 신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모든 생각의 출발점은 ‘리스크 관리’이다. 돈에 관한 생각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은 학력, 이력, 인맥(취엔즈), 돈을 적절히 조합하는 방식이야말로 그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에 저자는 중국인의 금전관을 이 네 단어에서 한 글자씩 뽑은 ‘학력권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인에게 돈이란 그저 ‘단순한 결과물’이다. ‘무사는 먹지 않아도 이를 쑤신다'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국가 분위기의 일본에서는 돈을 모으는 것이 인생의 목적은 되지 못한다. 물론 돈 버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지 못한다. 경제 활동을 하면 결과적으로 당연히 돈이 모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본인의 정서이다. 그것마저도 돈을 모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돈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식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돈을 벌게 되더라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면서 체면치레하는 것을 사무라이다운 태도라고 생각한다.
직업에 대한 사고방식_업 오어 아웃, 리스크 분산, 평생직장
미국의 직업관은 ‘업 오어 아웃Up or Out’, 즉 ‘일정 기간 내 승진하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긴다. 모든 것에 기준이 명확한 미국 사룈에서는 장대높이뛰기를 하듯 일정 높이의 기준을 뛰어넘으면 좀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정해 나아간다. 만약 뛰어넘기에 실패하면 다른 회사로 옮긴 후 또 다른 장대높이뛰기에 도전한다.
옮긴 새 직장에서 승진을 하면, 그곳에 남아서 좀 더 높은 목표를 향한다. 그러나 만약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면 회사를 옮겨 새롭게 도전하거나,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으면 그쪽으로 옮긴다. 회사를 바꿔도 사회적 기준에 어느 정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곳으로의 이동이 용이하다. 이렇듯 미국의 직업관에는 항상 위를 목표로 향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중국의 직업관은 ‘리스크 분산’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은 거대 조직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경력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리스크 분산을 항상 고려한다. 때문에 미국과 동일한 업 오어 아웃 방식의 이직을 시험해보는 동시에 개인 간의 관계망, 즉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미국형 업 오어 아웃만으로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개인 간의 네트워크를 안전망처럼 펼쳐놓고, 리스크를 최소화해가며 경력을 쌓는다.
일본의 직업관은 ‘평생직장’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도요타맨 혹은 파나소닉맨 등, 어느 특정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회사와 동화되어가는 것을 뜻한다. 마치 천에 염색물이 드는 것과 흡사하다. 하지만 이런 일본에도 미국식 물결이 들어오고 있어, 일부 업계에서는 업 오어 아웃식의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적이지는 않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에서 채용하는 정직원의 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개인의 네트워크에 기대는 중국식 방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적인 장점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의 핵심에는 여전히 평생직장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