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쟈핑와의
날카로운 시선에 포착된 중국 사회의 뒷모습
“비천한 인간은 없다.
비천함은 스스로 만들 뿐이다. ”
중국 문학상을 4차례나 수상하고 미국 페가수스 문학상과 프랑스 페미나 문학상을 수상한 현대 중국의 대표작가 쟈핑와가 농민공의 형상을 그려낸 소설, 《즐거운 인생(원제: 고흥高興)』이 도서 출판 이레에서 출간되었다.
초고층 빌딩과 복잡한 거리가 즐비한 21세기 중국의 화려한 도시 시안 西安. 그 도시의 어느 후미진 골목에 ‘미완성 숙소’라는 안식처가 있다. 파랑새 같은 희망을 찾아 도시로 모여든,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몸을 누이는 곳이다. 칭펑읍에서 화려한 꿈을 안고 시안으로 올라온 가오싱 과그의친구 우푸도이곳에 짐을풀었다. 아무것도가진것없는그들이 도시에서할 수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가오싱과 우푸는 먼저 고향을 떠나 고물장수로 성공한 한다바오의 도움으로 거리의 고물을 줍기 시작한다.
원래 이름이 ‘류하와’였으나 근심 걱정에 에워싸여도 농담 한 번에 웃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이름 역시 ‘지극한 즐거움 (高興) ’을 뜻하는 ‘가오싱’으로 바꾼 청년 ‘류가오싱’. 그는 조금은 모자라지만 성실한 고향 친구 우푸와 함께 고물을 주우면서 도시 생활에 적응해가고, 멍이춘이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멍이춘은 친오빠의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공안에게 줄 돈을 마련하느라 어쩔 수 없이 매춘의 길에 빠져든 처지였지만, 가오싱은 그런 사실에 개의치 않고 그녀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비록 큰돈을 모으지도 못하고 소위 말하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들은 누군가를 속이지도 않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오싱과 우푸, 가오싱이 사랑한 멍이춘, 그리고 또 다른 고물장수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쟈핑와는 ‘고물장수 가오싱’이라는 유머스러운 캐릭터를 창조해 이런 비참함과 처량함이 가득한 중국 사회를 풍자하면서 독자들에게 과연 누가 이들의 운명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현대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예리하게 파헤친 이 작품은 홍콩 싱하오 영화사의 아간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중국의 첫 번째 뮤지컬 영화이기도 한 〈가오싱: 즐거운 고물장수〉는 2009년 제 2회 일본 코미디 영화제의 특별상영작으로 초청되었다.
실존인물 류수전에서 유쾌한 류가오싱이 탄생하다
중국 현대 도시의 뒷모습을 담은 장편소설을 구상하면서 쟈핑와는 어릴 적 죽마고우인 실존인물 류수전에게서 중요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쟈핑와와 류수전은 문화대혁명이 발발하자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었다. 그후, 류수전은군대에입대하고쟈핑와는대학교를 가면서서로다른길을 간다. 어느 설명절, 쟈핑와가 고향으로 돌아와 만난 류수전은 군청 식당에서 요리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위생적이라는 점과 구내식당의 잔반을 가져가 돼지를 사육하는 일로 원성을 얻고 결국 해임되었다. 해임된 후에는 미장일도 하고, 장사도 하는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지만 그는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결국 류수전은 쉰이 넘은 나이에 아들을 데리고 도시로 날품을 팔러 올라간다. 쟈핑와가 생각하기에 고물을 줍거나 석탄을 나르며 생계를 유지하는 류수전의 도시에서의 삶은 매우고달파 보였지만놀랍게도 류수전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자유,그리고 유머가 넘쳤다.쟈핑와는 이런 친구의 모습을 보고 소설을 집필하기로 결심하고 고물장수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탐방하고 실제로 이들과 생활했다고 한다. 이런 작가의 열정으로 《즐거운 인생』은 다른 여타의 농민공 소설보다 현실성이 두드러지며 더욱 관심을 받았다.
“도시가 바로 우리 광맥이야. ”
“도시가 광맥이라니?”
“도시에 고물이 있는 한 우리는 굶어 죽지 않을 거야. 그러니 도시가 우리 광맥이지. 광맥을 뒤지면 우리가 먹고 싶은 밥도 나오고 국수도 나오잖아. 그리고 자고 싶을 때는 자야 돼. 도시 사람들처럼 우리도 삶을 즐겨야 한다고. ” _ 1권 p.99
“하늘은 모두의 하늘이고 땅은 모두의 땅이지 않은가.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아야 하지 않겠나?”
“쬐그만 빈대떡이 한 장 있는데 그쪽이 한입 먹으면 우리 먹을 것이 그만큼 줄어들잖아?”
…나는웃으면서그들과헤어졌다. 우리는도시사람들에게는안중에도없는유령같은존재였지만 그들은 유난스럽게 우리를 깔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똑같은 시골 출신들에게 멸시를 당했다. 나는 우푸와 황바 그리고 씨돼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_ 2권 131~132
시골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오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도시인들은 마땅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하기 싫어했다. 예를 들어 구옥을 철거하는 쿀이나 지하수로를 파는 일, 길을 닦는 일, 강바닥을 파고 모래나 벽돌을 나르는 일, 미장일, 식당에서 그릇 닦는 일, 병자를 간호하는 일 등을 하기 싫어했다. … 이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졌지만 석탄이나 시멘트 차량은 한정이 되어 있어서 매일 저녁 시내 서쪽과 북쪽 교외에 있는 나들목은 전쟁터였다. 싸우고, 다투고, 마치 솥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죽과 똑같았다. _ 2권 p.123~124
화려한 도시의 약자, 농민공 그들의 이야기
농민공 農民工 - 농민도 노동자도 아닌, 고달픈 운명을 짊어진 사람들의 이름
‘중국 농민공, 삼륜차가 집입니다.’
‘중국 농민공, 월 평균 임금 24만원.’
‘중국 농민공, 자살 시위.’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신문을 보면 위와 같은 기사들이 종종 등장한다. 농민공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중국에서는 경제 개혁이 낳은 또 다른 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위의 기사에서 보듯 농민공이라는 계급은 소위 말하는 하위 계급, 중국 사회에서 공공연한 괄시와 천대의 대상을 뜻한다. 《즐거운 인생』은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런 농민공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늘날의 중국 사회는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단순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농민공’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빈곤과 고난에 시달리고 있다. 21세기 들어 무서운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루며 서구 열강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패권국으로 떠오른 중국이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그리 달갑지 않은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농민공들은 빈곤과 사람들의 편견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 중국의 농민공은 두 가지의 형태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1세대 농민공으로 불리우는 부모세대의 농민공을 의미하며 두 번째는 1세대 농민공의 자녀들인 2세대 농민공 혹은 신세대 농민공이다. 이 두 종류의 농민공들은 단순히 부모, 자식세대간의 차이가 아닌 의식의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세대 농민공들은 도시에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지만 신세대 농민공들은 도시에 머물기를 원하다.
《즐거운 인생』의 두 주인공, 가오싱과 우푸의 도시에 대한 생각을 통해 현재 중국 농민공들의 의식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중국 농민공들의 생생한 삶과 생각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쟈핑와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현실을 폭로하고 시대정신에 입각하여 따뜻한 시선으로 농민공의 삶을 낱낱이 파헤친다.
우리는 쓰레기의 부산물이다. 아니, 도시는 우리를 필요로 한다! 환경미화원이나 고물장수가 없는 시안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_ 1권 p.43
여러 사람 앞에서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해서 리샤오마오가 씩씩댄 거잖아. 어때, 배는 좀 꺼졌어? 그럼 가서 옷을 빨자. 옷에서 고약한 냄새가 풀풀 나면 누가 자네 곁에 가까이 오려고 하겠어? 우리는 고물을 줍는 사람이지 고물이 아니야. 경비가 빌라에 자네를 발도 못 붙이게 하는 게 자네의 지저분한 외모 때문은 아닐까? _ 1권 p.69
너는 이 도시를 사랑하지만 이 도시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너는 죽어 화장터로 가고 싶겠지만 네가 거리에서 죽든 어디에서 죽든지 넌 츨터우촌에서 죽을 거야. 병원에서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누가 화장이나 시켜준다고. 꿈 깨라고!” _ 1권 p.216
나는 사흘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옥수수 모종을 보면서 옥수수가 우연히 흙에 섞였다가 생명력을 키우는 비를 흠뻑 맞고 자랐을 거라고 막연히 추측했다. 그리고 지금 저 어린 싹을 삽으로 떠서 옮겨주지 않으면 저 생명력을 오래 지속시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굳센 삶의 의지를 갖고 피어난 천하디 천한 옥수수의 운명이 꼭 우리들 운명과 닮아 있었다. _ 1권 p.259
내 머릿속에는 자살한 농민공 생각뿐이었다. 어째서 건물 아래 있던 사람들은 그에게 뛰어내리라고 부추겼을까? 도시 사람들에게 농민공의 죽음은 원숭이 재주를 구경하는 것과 흡사한 것일까? _ 2권 p.28~29
공원 하나 만드는 데 10억을 퍼붓고 체육관에서 노래자랑 하는 데 수백만 위안을, 이런저런 전람회 개최한다고 수천만 위안을 쏟아붓는지 말이야. 왜 돈 있는 사람들은 도시에만 살고 있어? 농촌은 왜 지지리도 돈이 없는 거야? 우리는 왜 돈이 없는 걸까?” … “도시에서 우리의 삶은 이 쇼윈도와 똑같아. 자네가 고뇌하면 도시도 고뇌하고 자네가 웃으면 도시도 웃지. _ 2권 p.64~65
절망 안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가오싱과 미완성 숙소 사람들
중국 시안시의 미완성 숙소에는 칭펑읍에서 올라온 가오싱과 그의 친구 우푸를 비롯한 고물장 수들이 살고 있다. 하루하루 고된 노동의 연속이지만, 그들의 삶에는 웃음이 넘쳐흐른다.
《즐거운 인생』의 주인공 가오싱은 보통 농민공들과는 다르다. 그는 비록 고물을 주우며 도시의 거리를 떠도는 고물장수이지만 자신에게 비정한 현실을 안겨주는 이 도시를 사랑하고, 도시를 즐길 줄 안다. 도시 사람들에게 무시 받는 농민공들이지만 가오싱은 예외다. 그는 보통의 농민공과는 다르게 많이 배웠으며, 상식도 뛰어나고, 사회에 관심이 많다. 또한 퉁소를 불 줄 아는 가오싱은 괴로운 일이 있으면 퉁소를 불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실어준다. 단순히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비록 고물을 줍지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그런 현실을 비판할 줄도 아는 넓은 안목을 갖춘 인물이다.
남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가오싱은 자신의 처지를 안타깝게만 여기지 않고 웃으면서 그 상황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이런 가오싱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의 고달픈 일상을 통해 작가는 치열하지만 솔직하고 강인한 생명력이 있는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쟈핑와는 중국 농민공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일반 대중들에게 전하며, 인간이 지녀야 할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류하와. 내 몸은 칭펑읍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신장 한쪽을 일찌감치 시안에 팔았으므로 나는 시안 사람이어야 옳았다. 시안 사람! 나는 내 논리가 만족스러웠다. 이래야만 고독함과 오만함이 내게 차올라 빳빳하게 목에 힘을 주고 힘차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_ 1권 p.9
“칭펑읍에서 내 이름이 류하와였을 때 나는 그저 농부였잖아? 장가를 갈 수 있었어? 유쾌하게 지낼 수가 있었어? 진즉부터 난 이름을 바꾸고 싶었지만 칭펑읍 사람들이 인정해줄 것 같지 않았어. 지금 나는 시안에 있지? 시안은 또 다른 세상이야. 나는 유쾌하고 즐거워야 해. 나는 류가오싱이야. 나를 가오싱이라고 부르면 부를수록 더더욱 기쁘고 유쾌해지는 거야. 이해할 수 있겠어?” _ 1권 p.32
나는 시장도 부자도 아니었고 심지어 시안에 호적을 두고 있는 시민도 아니지 않은가! 그녀가 나를 경멸한 까닭도 정작 따지고 보면 다 내 탓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나 스스로를 일깨웠다. 그녀는 혜안이 없어서 나를 기와 조각이나 벽돌 부스러기처럼 하찮은 것으로 여겨서 간직하려하지 않았지만 나는 진주다. 분뇨 위에 놓인 진주이기에 그녀는 나를 알아 볼 수 없었다. _ 1권 p.134
내가 스러나오를 데려가려는 이유는 그를 구제해주겠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우푸나 황바보다 훨씬 재미있어서였다. 내게 잘해주는 사람이라도, 심지어 은인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재미없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발목을 잡고 액운을 안겨주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었다. _ 2권 p.225
가난의 틈새에서 시작된 슬픈 연인의 만남
고달픈 도시의 생활을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가오싱에게 어느 날, 도시에서 살아가는게 다행이라는 사건이 생긴다. 바로 칭펑읍에서 가오싱이 파혼하고 샀던 하이힐과 어울리는 여자를 만난 것이다. 가오싱은 시안에는 반드시'하이힐이 잘 어울리는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희망과 기대를 품고 고물을 주우러 다닌 가오싱 앞에 멍이춘이 등장한다.
멍이춘 역시 미양현에서 올라온 농민공이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를 죽인 전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큰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작은 여인이 도시에 올라와서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멍이춘은 도시의 매춘부가 되었다.
가오싱은 자신이 꿈에 그리던 여인이 매춘부라는 사실을 초반에는 받아들이기 힘겨워한다. 실제 멍이춘은매춘부가아닐 거라며 부정하며, 다른이유로그곳에 있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킨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멍이춘이 매춘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가오싱은 멍이춘이 매춘부라는 사실에 연연하지 않고 그녀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에게 어떻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던 가오싱은 자신도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처지에 멍이춘을 도와준다. 없는 돈을 쪼개서 모은 돈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그녀가 강제수용소에 잡혀 들어간 것을 알고 빼내기 위해 우푸와 함께 센양으로 가서 고물을 줍는 것보다 힘든 노동을 한다. 그녀에 대한 가오싱의 사랑은 한계가 없다. 가오싱은 머리로 계산하지 않는 그런 사랑을 보여준다.
당신에게 마사지를 해주려고 했는데 당신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가시더군요. 2년을 일하는 동안 당신이 말없이 가버린 유일한 남자였어요. 당신이 가버린 뒤 저는 수치심과 연민으로 몸을 떨었죠. 그렇지만 당신이 도덕군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이나 나를 밖으로 불러내는 사람은 돈도 많고 사회적인 지위도 있는 사람들인 반면 당신은 이런 곳에 와본 경험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당신을 비웃을 수가 없었어요. 당신도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여운 사람이 가여운 사람을 만난 셈이죠. _ 1권 p.301
그녀가 순결하지 않다면 나도 순결하지 못한 인간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과연 누구인들 순결하겠는가! 멍이춘은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오직 환경 탓이다.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지 않던가? 그녀와 나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괴로운 삶이지만 우리는 심성만큼은 고결했다. _ 1권 p.306
그녀에게 돈을 주겠다고 결정한 순간 나는 그녀가 내 돈을 쉽게 받지 않으리라고 짐작했었다. … 창녀라는 화제를 죽을힘을 다해 회피했건만 또다시 입에 올리고 말았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녀에게 돈을 준 행위가 그녀를 동정해서였는지 아니면 그녀를 돕기 위해서였는지, 진정 가치 있는 행동이었는지 곱씹어보았다. 물론 그녀를 동정하는 마음도 있지만 나는 순수하게 그녀를 돕고 싶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돈으로 감정을 대변할 수는 없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돈은 내가 멍이춘에게 다가가는 유일한 다리였다. _ 2권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