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문 중에서
대중 매체가 도입되기 훨씬 전에, 그리고 대중 매체가 사람들의 현실 인식 형성에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학자들이 깨닫기도 전에,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유명한 동굴의 비유에서 이미 ‘구성된 현실’이란 개념을 제시하였다. “어둡고 깊은 동굴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조건을 생각해 보라. 동굴 안에는 타오르는 불이 있다. 불은 강렬하게 타오르면서 반대편 벽에 그림자를 던진다. 동굴 속 깊은 곳의 사람들은 묶여져 있으며, 벽과 그림자만을 볼 뿐, 동굴 입구 쪽에서 움직이는 실제 인물들을 볼 수 없다. 단지 벽 위의 그림자 연극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플라톤은 그림자 연극에 음향 효과를 더하였다.
“동굴의 움직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한다고 가정하자. 동굴에 묶여 있는 사람들은 벽에 부딪친 메아리를 들을 뿐이지만 이 소리가 원래의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비유의 교훈은 간단하다. 동굴에 묶여 있는 사람들은 그림자와 메아리만 보고 들으면서, 이를 현실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들은 공통의 그림자 해석법을 발견하고,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며,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벽에 비친 이미지, 움직임, 소리는 실제 대상물처럼 받아들여지고, 그들의 현실 인식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유롭게 벽, 진짜 인물, 실제 움직임, 현실 등의 모든 것을 직접 볼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곧 이전의 현실 인식의 왜곡과 진짜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만일 이 사람이 벽에 묶여 그림자만 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 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가 동료들에게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비웃고, ‘실제’ 현실에 대한 그의 생각을 거부할 것이라고 플라톤은 확신하였다.
동굴 벽의 그림자는 텔레비전, 영화, 컴퓨터의 화면, 신문과 잡지의 그림이나 문장으로 바뀌었고, 동굴 속 메아리는 라디오의 음성과 음향으로 대체되었다. 우리들은 이제 묶여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들 매체의 ‘벽’들은 여전히 외부 세계에 대한 주요 정보원이다. 이 책은 동굴을 뛰쳐나와 대중 매체가 전하는 사회 현실에 대한 많은 연구들의 조사 결과를 모으고 분석하여 그 증거를 가지고 동굴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다. 희망하건대, 우리가 많은 사회 문화 영역의 다양한 연구 분야 자료를 갖추고 나면, ‘동굴로 귀환하더라도’ 플라톤이 예측한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동굴에 돌아온 사람은 자신이 본 진짜 현실을 다른 사람들은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신시키려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결국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상세 소개
1장에서 우리는 매체 특성과 매개된 환경이 ‘외부 세계’에 대한 ‘머릿속 그림’을 형성한다는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의 지적을 살펴본다. 사람들은 사건, 과정, 발생에 대한 매체의 기술과 해석에 점점 더 의존하며,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의 근대적 소통 기술은 세상을 좁히고 있으며, 국가 간, 문화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2장에서 우리는 매체 권력과 우리의 태도, 가치, 정서, 의견에 미치는 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논쟁을 검토할 것이다. 첫째, 우리는 ‘매체 효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매체 효과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들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매체 효과의 발생 과정과 이론을 검토한다.
3장에서 계발 효과와 관련되는 ‘주류화(mainstreaming)’ 개념을 검토한다. 우리는 계발 과정의 성격과 연구 방법, 계발 효과와 다른 매체 효과 간의 차이를 살펴본다. 여기서 우리는 ‘계발 논쟁’을 검토한다. 논쟁은 개별 연구의 개념과 방법론의 토대, 응답자 편향, 측정 도구의 문제에 집중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장에서 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의 계발 연구를 되짚어 본다. 최초의 계발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래로 20여 년이 지났다. 그 이래로 많은 연구들이 개념적 가정과 계발 분석의 방법론과 절차를 탐색·격려·비판·무시·변호해 왔다. 지금 계발이론은 어디에 있는가·
4장에서 ‘계발 심리(psychology of cultivation)’를 살펴본다. 우리로 하여금 매체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심리 과정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매체 계발에 쉽게 넘어가는가· 이 장은 계발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 속성 변인, 계발 과정의 하위 과정 또는 단계들, 그리고 기억 접근, 비판적 매체 소비, 개인적 관여, 개인 경험 등의 심리 매개 요인들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한다. 5장에서는 ‘비열한 세상 징후(Mean World Syndrome)’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회와 문화의 계발 과정에 대한 증거들을 검토한다. 텔레비전과 영화 등의 근대적 매체들은 물론, 비디오게임, 컴퓨터망, 컴퓨터 게임, 가상 현실, 인터넷 등이 인기 있는 사이트로 등장하였다. 거브너(Gerbner)는 우리가 엄청난 ‘폭력 문화로 가득 찬 환경’ 안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장은 두 가지 문제를 살핀다. 하나는 매체 세상이 얼마나 비열한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폭력 매체와 콘텐츠가 세상을 위험하고 비열하며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6장에서는 성과 성역할이라는 재구성된 현실을 검토한다. 대중 매체에 의해 재구성된 현실들 중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문헌으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영역은 성에 대한 묘사와 그것이 성역할에 대한 대중적인 고정관념 형성에 끼친 영향이다. 여성 운동에 대한 관심, 성 편견과 계발에 대한 실증적 연구 성과와, 성역할 이미지를 전파하고, 보존하며, 배양하는 매체 역할을 인정함에 따라 성역할의 사회화에서 미디어가 차지하는 역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연구에서 중요한 관심사 및 주제가 되어왔다. TV 연속극, 영화, 잡지, 광고, 어린이 상업 매체의 성차별적 이미지는 우리의 지각(성, 역할, 속성, 유사점과 차이점)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가· 특히 이 장은 매체의 날씬한 여성 이미지가 식습관 훼손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성행위, 성관계 지각, 음란물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 성과들을 종합한다.
죽음과 죽임의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영역이다.
7장에서 죽음과 죽임, 그리고 매체의 자살 메시지 연구를 보여준다. 특히, 매체 내용은 자살자와 자살 이유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는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8장에서는 ‘MTV의 세상’을 다룬다. MTV는 세계 도처의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뮤직 비디오 채널이다. 뮤직 비디오는 전형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 내용 대신, 환상과 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뮤직 비디오의 ‘꿈 세계’, ‘이야기’와 ‘느슨한 줄거리’는 공격, 폭력, 갈등, 성, 성역할을 묘사한다. 이 장에서는 MTV의 뮤직 비디오와 광고 메시지의 젊은이들에 대한 영향력을 탐구한다. 노인, 흑인, 에이즈 환자, 동성애자, 의사, 아랍인과 같은 특정 집단들의 인상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대중 매체가 우리에게 창조하는 주요한 이미지 중의 하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집단에 대한 틀에 박힌 이미지와 관련된다. 많은 이 집단들에 대해서 우리가 만나고, 배우며, 실제 ‘맞닥뜨리는’ 곳은 TV와 같은 매체다. 9장은 여러 집단의 사회 구성에서 매체가 수행하는 역할을 살펴본다. 우리는 민족, 인종, 직업군, 그리고 다른 사회 부문에 대한 매체의 묘사 내용을 살펴본다.
10장에서는 미국의 이미지가 다양한 국가나 매체 내용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우리는 또한 세계 도처의 다양한 수용자들에게 이들 매개된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미국 이미지를 선택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뉴스와 오락의 국제 흐름에서 미국 매체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다. 둘째, 세계 매체에 대한 미국 매체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셋째, 다양한 사회에 대한 미국 매체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11장에서 매체의 현실 구성 중 전쟁의 이미지, 그중에서도 1991년 걸프전쟁이라는 극적인 형태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12장에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최근 혁신인 인터넷과 정보초고속도로와 가상 현실을 검토하고, 이들 매체의 잠재적 계발 효과를 살펴본다. 가상 현실은 가상인가 현실인가· 이 책의 결론인 13장에서는 ‘비현실 소통’ 과정에 관련된 모든 변인들과 행위자들을 총망라하여, 하나의 개념틀 안에 통합한 역동적 계발 모델(DTC 모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