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PD들이 방송에서 차마 못 한 이야기
1990년 방송 민주화를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탄생, 그 후 권력이나 자본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약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편에서 사실은 사실대로 보도해 온 「PD수첩」. 이 책은 「PD수첩」이란 프로그램을 최초로 기획한 PD부터, 가장 최근 검찰 스폰서 의혹을 보도한 PD까지 효순이 미선이 사건, 황우석 논문 조작 방송, 미국산 소고기 검증 방송 등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의 중심에 섰던 9명 PD를 만나 프로그램 취재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한편, 나아가서 PD저널리즘과 한국 언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과 반성까지를 끌어내고 있다.
지금까지 24권의 인터뷰집을 펴내며 인터뷰의 신경지를 개척 중인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PD수첩」의 핵심 PD들을 만나서 방송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취재 당시의 비화, 진실을 위해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들을 듣는다.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9명 목격자들의 이야기!
「PD수첩」 역대 제작진을 인터뷰한 최초의 책!
미국산 쇠고기 검증 문제를 취재했던 김보슬 PD, 삼성 무노조 문제,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다룬 한학수 PD, 대한민국 검찰의 도덕성에 의혹을 제기한 최승호 PD, 94년부터 「PD수첩」을 연출하고 책임 PD를 맡았으나 MBC 사장 인사 후 논란 속에서 인사 조치 당한 김환균 전 CP, 미선이 효순이 사건 보도로 촛불집회라는 문화현상을 일으켰으며 청와대, 검찰, 국정원 등 한국의 권부를 거시적으로 다룬 최진용 PD, 방송사상 유래없는 방송 주조정실 점거라는 난관 속에서 만민중앙교회 비리 문제를 고발한 윤길용 PD, 초창기부터 수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김상옥PD, 90년대부터 MC를 맡고 십여 년의 세월을 PD수첩과 함께하였으나 광우병 보도 이후 인사조치 당한 송일준 PD, 「PD수첩」 최초 기획자로서 PD수첩을 처음 만들고 제작한 김윤영 PD까지 「PD수첩」의 20년을 총 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홉 명 PD들의 생생한 인터뷰.
PD수첩 20년, 한국 언론 20년을 논하다
주요 신문들의 방송 진출을 위한 방송법 개정, 잇다른 방송사 경영진 교체와 인사이동, 그리고 최근 사장 인사에 불만을 제기하며 근 1달간 이어진 MBC 파업 등 한국 언론 상황은 커다란 변화 속에서 그 향방을 모르고 있다. 이런 시국에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언론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PD수첩」, 그들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였다. PD저널리즘의 생생한 보고이자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자처하는 「PD수첩」의 20년을 정리하고 기념하기 위해, 「PD수첩」 이슈의 중심이 되었던 9명의 역대 PD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에는 9명 PD들의 취재 당시의 생생한 심경과 기록 나아가 현 시국에서 PD수첩과 한국 언론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진실은 먼저 당신을 화나게 한 후에, 당신을 자유롭게 한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모두가 진실을 알기 원하고 진실을 찾는다. 하지만 정작 진실을 눈앞에 들이밀면, 우리는 회피하거나 혹은 화를 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당신을 정확하게 지적할 때, 자신의 치명적인 결점을 직시할 때, 당신은 수용하기보다 화를 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를 사회로 치환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폐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그래서 강한 반발을 일으킨다. 「PD수첩」은 그런 반발로 인한 고통을 숱하게 겪으면서도 용기있게 진실만을 보도하여, 우리 사회의 건강성 회복에 기여해 왔다.
“당신은 「PD수첩」을 아는가”
우리나라에서 「PD수첩」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황우석 사건, 광우병 검증, 만민 교회 사건… 보도하는 이슈들마다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PD수첩」이기에, 모두들 「PD수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PD수첩」은 막연한 이미지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PD수첩의 탄생부터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 가장 처음부터 가장 최근의 기록들, 취재과정의 괴로움과 보람과 성과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 「PD수첩」에 이념적인 색채를 덧칠하려는 시도는 「PD수첩」에 대한 지식을 점점 더 피상적으로 만든다.
「PD수첩」은 한국사회에 PD저널리즘이란 신용어를 탄생시키며, 기존 저널리즘과는 다른, 그 어떤 권부나 이해 집단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보도를 해왔다.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연 「PD수첩」의 20년을 돌아보는 것은 그래서 한국 언론 지형의 20년사를 보는 것과 다름없다.
20년, 사람으로 치면 성년의 나이인 「PD수첩」은 한 시대를 정리하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87년 민주화항쟁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90년 방송 민주화라는 커다란 의제를 품고 만들어진 「PD수첩」. 그러나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관련 방송으로 파업과 방송중단의 풍쓆를 겪으며 그 앞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조를 보였다. 그 후로도 갖가지 고난과 위기를 겪으며,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진실만을 보도해 온 「PD수첩」의 그 켜켜이 쌓인 기록들을,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PD들은 늘 취재수첩을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 지금처럼 위로 넘기는 게 아니라 옆으로 펴는 거다. 그 안에다 취재에 대한 자기의 느낌, 소재 구성 등 잡다한 것을 쓰고 그런다. 그 수첩에 적힌 것을 끄집어내서 영상화하고, 소재화해서 한 번 꾸려나가보자는 뜻에서 「PD수첩」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팀원들을 모아놓고 협박을 한 번 했었다(웃음).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실수하는 건 용서를 하겠는데, 의도적으로 프로그램을 걸고 거래를 하거나 협상을 하는 건 용서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 이유는 「PD수첩」이 타협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고 한 번이라도 인식이 되면 프로그램은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 1장, ‘PD수첩 최초 기획자 - 김윤영 PD 인터뷰’ 중
“ 우리는 당시 확실한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방송에 임했고, 확고한 증언도 많이 확보했었다. 그러나 당시 할렐루야 기도원 원장은 온갖 중환자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 회사를 포위하고, ‘「PD수첩」 팀과 MBC가 사과하지 않으면 여기 모인 모든 중환자들이 다 죽을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매일 고성능 확성기로 떠들며 협박했었다. 2만여 명이 MBC를 둘러싸 여의도 전체가 들썩했다.”
- 3장, ‘PD수첩 초창기의 기록들 - 김상옥 PD인터뷰’ 중
“PD수첩, 진실에 물들다”
「PD수첩」 PD들도 처음에는 놀기 좋아하거나 그저 남들보다 조금 진지한 정도의,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나 「PD수첩」의 이름으로 카메라를 들고, 거짓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습, 허위가 자행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들의 마음 속에서는 뭔가가 끓어오른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저명한 성자가 사실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누군가가 거짓의 탈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을 때, 그리고 그들에게 「PD수첩」 PD라는, 우리 사회에 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있을 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투사가 돼버리고 만다. 억압받는 사람들, 고통받는 약자들, 그들의 이유없는 불행과, 권력과 성역이란 이름으로 자꾸만 덮히는 진실 앞에서 그들은 진실을 위해 싸우고 고난을 자청하게 된다. 그러하니 어쩌면 「PD수첩」이 진실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진실이 그들을 끌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그들이 어떻게 진실을 목격하게 되었고, 진실로부터 선택받는 순간부터 생겨나는 고민과 고통, 철저한 검증과 치열한 논쟁, 그리고 온갖 위기와 협박을 겪어내며 끝까지 진실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무용담이 펼쳐진다.
“국가든 사회든, 그것을 가장 강하게 만드는 토양은 역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다. 「PD수첩」이 ‘그것은 잘못된 거짓의 탑이다’라고 하는 것을 밝힘으로써 빨리 허물어트리는 게 궁극적으로는 국가 사회에 훨씬 더 큰 이익으로 연결되는 거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의 입을 봉하는 것도, 당장은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돌고 돌아서 결국 대한민국의 이익까지 궁극적으로 침해하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니겠나?”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해서 어떤 한 사람은 나쁜 쪽으로, 또 어떤 사람은 선량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재점검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 지금은 「PD수첩」같은 고발 프로그램을 하는 PD이지만 날 때부터 그렇게 돼 있던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그런 위치에 잇게 된 것일 뿐이다. 세상 어느 직업이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냥 직업으로서의 PD라는 일을 하다보니까 남을 비판하고 때로는 고발하게 된 것일 뿐이다. 늘 겸손하게,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못지않게 사람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5장, ‘성역을 넘어서 상식으로 - 송일준 PD 인터뷰’ 중
“대중들의 잘못된 환상을 깨줄 의무도 가지고 있다. 대단히 고통스런 각성이지만, ‘진실은 그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역할도 우리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탐사저널리즘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남다른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를 겪는 데 좌절하지 말고, 끈기와 용기를 가지고 탐사저널리즘의 본령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대정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냉철하게 인식하면서, 결국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용기를 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6장, ‘한국의 권부를 생각한다 - 최진용 PD 인터뷰’ 중
“PD수첩에게 대한민국 언론을 묻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영진 교체와 주요 프로그램 폐지, 신문의 방송 진출을 위한 방송법 개정, 방송광고시장 민영화, KBS 수신료 인상안 추진 ? 현재 한국 언론의 시국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지평의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 언론이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 PD저널리즘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PD수첩에 대한민국 언론을 물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PD저널리즘은 무엇이고, 그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과연 어디일까. 한국 언론의 향방을 고민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를 고민하는 독자들을 이 책으로 초대한다.
“MBC가 마지막 남은 언론이라고들 한다. MBC만이라도 버텨주길 하고 바라는 시선도 있을 테고, MBC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MBC는 구성원들 간의 공감대가 넓고 큰 조직이다. 언론의 사회적 책무, 방송이 공공성에 대한 공감대, 이런 것들이 MBC를 버티게 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다. 언론이 살아남아 있다면 인권침해 문제라든가 다른 여러 가지 억압적인 조치가 있더라도 그것을 알리고, 문제 제기하고, 고발함으로써 바로 잡을 수가 있다. 그런데 언론이 없다면 그런 것이 하나도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4장, ‘시대의 가장 정직한 목격자 - 김환균 전 CP인터뷰’ 중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좀 더 심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노골적이 됐고, 가장 근원적으로는 어떤 범죄행위를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소권한을 검찰만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를 야기한다. 겸찰을 견제하는 기관없이 검찰이 기소, 수사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이 있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은 지금 보고 있는 현상 그대로 계속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을 거다”
-7장, ‘검찰 스폰서 의혹을 고발하다 - 최승호 PD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