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고민하다가 구매했던 책이다. 제목에 현혹되면 안 되는데, 한 두 번 속은 게 아닌데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급 구매했던 책이었다. 책 표지에 나와 있던 미 국방부 어학훈련이 계속 걸렸다. 영어 교육학 과목 수업을 들으면서 미 국방부가 했던 교육 방식에 문제점이 있었고, 다른 방식을 찾아야만 했던 과정에 대해서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역가가 나름 꿈이었던 내게 통역사가 되었다는 제목은 어찌나 달콤하던지.. 결국에는 책장으로 모셔오게 되었다.

이 책은 ‘근데, 영화 한 편 씹어 먹어 봤니?’ 책 전에 읽었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이 책을 읽고 열 받아서 ‘근데, 영화 한 편 씹어 먹어 봤니?’ 책을 구매해서 읽었다. 내용이 생각보다 너무 부실했다. 영화를 가지고 공부했다는 것이 전부이긴 하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나 상세한 사항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알던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대부분이 자신이 얼마나 잘나가는가 와 주변에 자신이 전도(?)해서 성공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서 읽고 나서 뭔가 허무한 느낌이었다. 이 책 왜 읽었지..? 라는 생각이 가득 찼고, 다른 책도 그런가 싶은 마음에 ‘근데, 영화 한 편 씹어 먹어 봤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서평을 쓰려고 발췌 하면서 다시 읽다 보니 이 책 또한 꽤나 좋은 점이 많이 보였다. (그 때 당시 너무 흥분했던 건 아닌가 싶다;)

내가 ‘근데, 영화 한 편 씹어 먹어 봤니?’ 책을 좀 더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굉장히 상세하게 기록해준 점이다. 본인이 사용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쓸 수 있는 지를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저런 방식으로 했다, 정도만 이야기를 한다. 모든 걸 다 떠먹여 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 궁금하긴 하다. 음성 파일을 뜨는 것부터, 일반적인 동영상 플레이어를 통해 공부를 했던 건지 등등이 말이다.

처음에 읽을 때도 느꼈던 가장 큰 장점은 이 책은 단계를 제시해주고 있다. 처음 로맨스 물로 영화 한 편을 100LS를 한 다음에 자신의 영어 수준 자체를 올리기 위해서 TED나, 강연, 뉴스, 원서 등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지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회화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제대로 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방식 또한 제공해주고 있다. 이 때 그 내용들 중 독특하고 기발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방식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좀 더 제대로 효과가 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부분을 유심이 봐야 할 듯 하다.

‘근데, 영화 한 편 씹어 먹어 봤니?’ 책 같은 경우는 영화 한 편을 씹어 먹는 방식에 대해서 굉장히 세세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면 이 책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영어 능력을 나아지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저 ‘근데, 영화 한 편 씹어 먹어 봤니?’ 책을 먼저 읽어 보고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마지막에 자신이 이야기 해주었던 영어 능력 향상 방법을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주었다. 그대로만 잘 적용해 따라가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두 권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같은 방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인지, 생각하는 방식도 굉장히 비슷하다.

-       외국어는 공부보다 운동에 더 가깝습니다. (p.103)

-       눈이 아닌, 귀와 입으로, 한 편의 강의에 담긴 모든 문장을, 연사가 말하는 속도 그대로 따라할 것.(p. 198)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운동과 같은 연습, 근육처럼 운동으로 키워질 수 있다는 훈련과 연습의 맥락이라는 이야기가 책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최대한 소리를 그 동영상 속 주인공과 똑같이 내도록 하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애초에 한국어와 발성이나 조음 기관 활용 전부가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이 듣기에도 똑같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100LS 단계 : 자막 없이 그냥 보기 – 한국어 자막으로 이해하기 – 영어 자막으로 보되 들리지 않는 구간의 대사 받아 적기 (일단 받아 적고 공부한 후에 입과 귀로 반복하면 훨씬 더 오래 감) – 들리지 않는 구간 반복해서 듣고 말하기 (배우의 대사를 들은 후 그 즉시 성대모사를 하듯 큰 소리로 따라하기) – 그 구간이 완전히 외워질 대까지 따라하기 – 자막 끄고 영상만 보면서 배우가 말하는 속도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 (p.137-141 정리)

난 게으름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게으름의 결정체랄까. 어쩌면 너무 단순한 방법인데,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에게 화가 났던 것 같다. 이처럼 인생에서 쉬운 일이 있는 게 아닌데, 이 책에서 아주 쉬운 얄팍한 사기성 해결 답안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하고 반성하고 저자로부터, 이 책으로부터 어떤 점을 본 받을 지를 잘 생각해서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 지 다시 한 번 절감한 시간이었다.

* 근데, 영화 한 편 씹어 먹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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