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을 포기하고 하나님나라 꿈을 붙잡는다!
주기도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특히 영어로 기도할 때 “Your Kingdom come”(나라가 임하시오며)이라고 하면 가슴이 뛰고 말할 수 없는 전율을 느낀다. ‘킹덤 드림’(Kingdom Dream)에 대한 비전이 가슴에서 샘솟듯 차오르기 때문이다.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_마 6:10
더 높은 가치를 붙드는 법
LA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팜 스프링스라는 곳에 집회 요청을 받고 가게 되었다. 사막 한가운데 200여 개의 골프장을 짓고, 그 안에 주택을 분양해서 전원도시를 형성한 이곳은 미국의 은퇴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에 하나다. 그런데 그 도시에는 이상하게도 가로등이 없었다. 왜냐하면 사막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관광 상품이 밤하늘의 별빛인데, 가로등을 켜면 별빛의 선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가로등을 없애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듣고 나는 무척 감동했다. 가로등이 없으면 밤길에 차가 다니기 어렵고 길을 걷기에도 겁이 나고 위험하지만 밤하늘의 별빛을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것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즉, 낮은 가치를 포기하고 더 높은 가치를 붙잡은 것이다. 이것을 ‘가치 이동’이라고 한다. 사람은 낮은 가치와 높은 가치를 동시에 붙잡고 살 수 없다. 낮은 가치를 포기해야만 높은 가치를 붙들 수 있다.
나는 낮은 가치를 ‘My Dream’(나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가치는 ‘Kingdom Dream’(하나님나라의 꿈)이다. 결국 내 꿈을 포기해야만 하나님나라의 꿈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인생을 살면서 얻은 최종적인 결론은 바로 킹덤 드림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것을 생각하라
얼마 전 교회 성도들과 성지순례를 갔다. 특별히 우리 교회에서는 성지순례라 말하지 않고 ‘아랍 - 이스라엘 선교 꿈 여행’이라 부른다. 성지순례보다 중요한 것이 그 땅을 위해 기도하고 그 땅의 선교를 꿈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향할 때 시내산을 등정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시나이 반도가 온통 사막이라 뜨거운 낮에는 산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개 새벽 2시에 출발해서 오전 10시쯤 하산하게 된다고 한다.
산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낙타를 타고 오르는 방법과 걸어서 오르는 방법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시내산에 오른다는 가이드가 낙타를 타고 간다길래 우리도 다같이 낙타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흑인들을 비롯해서 러시아, 폴란드, 이탈리아, 미국, 중국, 일본에서 온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새벽 2시에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사실 나는 낙타를 타는 것이 쉽고 재미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낙타 등의 두 봉우리 사이가 너무 좁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낙타에 적응하느라 힘이 들었다. 다시는 낙타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오르는데 산 중턱쯤 가다보니 걸어서 산에 오르던 사람들이 지쳐 쉬고 있었다. 꼭대기쯤에는 걸어서 온 사람은 없고 낙타를 탄 사람들만 있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모두들 생생한 표정이었다. 그 순간 낙타 타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낙타 타는 게 힘들었지만 가다보니 어쩔 수 없이 적응하게 되었고 어느새 낙타를 제법 잘 타는 사람이 된 것이다.
더 감사한 일도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느냐 하는 ‘방향의 문제’이다. 걸어가는 사람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혹 바위산에서 넘어지지나 않을까, 오직 발밑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온통 아래만 신경을 쓴다. 계속 발아래만 보면서 불안하게 산을 올랐다. 반면에 우리는 길 안내와 안전은 낙타에게 맡긴 채 위를 바라보며 갔다. 낙타를 타고 그 위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을 때의 그 경이로움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리심을 받았으면 위의 것을 찾으라 거기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느니라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졌음이라 골 3:1-3
칠흑같이 어두운 사막의 밤하늘, 별빛은 찬란하게 빛났다. 그것도 가장 어둡다는 새벽녘 별빛이 비취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쳤다. 수억 개의 별들이 떨어질 듯 반짝거리고 우윳빛처럼 선명한 은하수가 펼쳐진 영롱한 밤하늘만 올려다보며 2,3시간 동안 계속 갔다. 순간순간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는, 정말 감격스러운 시간들이었다.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그것은 마치 ‘마이 드림’과 ‘킹덤 드림’의 차이를 보는 것 같았다. 똑같은 길을 가더라도 아래만 보?서 가는 사람과 위를 바라보며 가는 사람은 ‘공간(空間)의 실존(實存)’이 다르다.
걸어가는 사람을 ‘마이 드리머’(my dreamer), 낙타를 타고 가는 사람을 ‘킹덤 드리머’(kingdom dreamer)라고 하자. 두 사람은 관심도 전혀 다르다. 마이 드리머는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고 그 꿈이 깨어질까 노심초사하지만, 킹덤 드리머는 하나님이 이루실 꿈을 꾸며 인생의 순례 길을 설레는 기대감을 안고 살아간다. ‘자아(自我)의 나라’를 추구하는 마이 드리머와 ‘하나님나라’를 추구하는 킹덤 드리머의 차이, 자기의(自己義)를 구하는 삶의 불안정한 구조와 그리스도로 옷 입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안정된 구조의 차이를 본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_마 6:31-33
발밑을 바라보며 사는 삶은 어떻게 살까, 어떤 직업을 얻을까,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할까, 노후를 어떻게 보장받을까를 끝없이 추구하며 인생을 허비한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아버지가 없는 사람들이 구하는 것이다. 위를 보며 사는 사람들은 하나님나라와 의(義)를 구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져주신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창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미래는 하나님이 책임져주시기 때문이다.
하나님나라의 꿈을 꾸자
더욱이 그 경험을 통해 나는 낙타 타는 훈련을 했다. 산을 오르며 낙타 타기를 훈련했으니 낙타를 타고 사하라 사막도 거뜬히 건널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꿈을 붙잡는 것은 마치 파도타기와 같다. 처음 파도를 타는 것은 힘들지만 자꾸 타게 되면 재미를 느끼게 된다. 우리는 하나님이 일으키시는 거대한 비전의 파도를 타야 한다. 스스로 파도를 일으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일어난 파도를 타는 것은 쉬운 일이다. 나는 이 시내산 경험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하나님나라의 꿈(Kingdom Dream)을 품고 사는 인생이 얼마나 복된지 깊이 깨달았다.
21세기 킹덤 드림의 시대에 마이 드림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마이 드림은 그리스도의 터 위에 나무, 풀, 짚으로 세운 건물이고 킹덤 드림은 같은 그리스도의 터 위에 금, 은, 보석으로 세운 건물이다. 마이 드림은 공력 시험에서 불타 없어질 허망한 꿈이다. 그러나 킹덤 드림은 하나님나라에서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
이 닦아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 만일 누구든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이 터 위에 세우면 각 사람의 공적이 나타날 터인데 그 날이 공적을 밝히리니 이는 불로 나타내고 그 불이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떠한 것을 시험할 것임이라 만일 누구든지 그 위에 세운 공적이 그대로 있으면 상을 받고 누구든지 그 공적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신은 구원을 받되 불 가운데서 받은 것 같으리라 _고전 3:11-15
이제는 나의 꿈, 나의 계획, 나의 야망, 나의 교회의 꿈, 나의 공동체의 꿈과 비전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꿈,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펼치시는 킹덤 드림의 거대한 파도를 타야 한다. 킹덤 드림의 파도를 타기란 오히려 매우 쉽다. 그저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나의 힘을 빼고 파도에 나를 맡기면 된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나는 주님을 만난 이후 나름대로 열심을 다해 선교적 삶을 살아왔다. 나의 생각, 나의 계획, 나의 상상력을 동력으로 비즈니스, 병원, 학교, 미디어, NGO, 교회 등 많은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꿈의 씨앗을 심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한 나무’였다. 의지적으로는 주님을 위해 달려왔건만 결국 ‘마이 드림’을 추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지만, 뿌리 깊은 죄성과 연약함에 무너지기도 했다. 사역과 비즈니스에서 승승장구하기도 했지만, 나의 교만함으로 하나님의 뜻보다 나의 뜻을 앞세우다가 큰 실패와 수치를 당하기도 했다. 어느새 주님의 일이 감당할 수 없이 무거운 짐으로 바뀐 것이다. 그때 하나님께서 강력한 임재를 통해 서서히 내 힘을 빼도록 역사하셨다. 그리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성령님의 만지심을 깊이 경험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나의 어깨에서 ‘마이 드림’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기시고 ‘킹덤 드림’이라는 가벼운 짐을 감당하게 하셨는지, 그리고 파도를 타고, 날개를 달고, 가슴 설레는 기대감을 가지고 달려 나가게 하시는지를 담담하게 기술한 책이다.
나는 조급증 속에 쫓기듯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님은 이 책을 나를 위한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셨다. 책의 발간이 늦추어지는 사이,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행하시는 성령님의 놀라운 역사하심을 보게 된 것이다. 사도행전은 성령행전이다. 나는 대학 시절부터 ‘나도 믿음의 선진들처럼 사도행전 29장을 쓰게 해달라’고 기도해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동안 기도해온 일들이 내게도 일어났다. 지금이 바로 나의 인생에, 우리 공동체 가운데 써내려 가시는 ‘성령행전’을 목도하는 ‘하나님의 때’임을 알았다.
이제 나는 날마다 보좌 앞에 엎드려 성령행전이 계속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모든 것이 죄인 중에 괴수인 내게 긍휼하심을 베푸시는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함께 나누게 되어 기쁘다. 이 부족한 종이 킹덤 드림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신 모든 동역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