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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4월 03일

288쪽 | 392g | 145*210*20mm

ISBN-13

9788954644907

ISBN-10895464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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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수상!
문학 인생 30년, 작가가 새로이 바라본 소설의 내적인 무늬


“쓰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즉각 존재를 환수당하는”, “쓰되, 다른 것이 아닌 소설을 써야 하는” 것이 소설가의 운명이라 말하는 작가 구효서. 올 초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쓴 수상소감에서였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로 등단,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작가에게 더욱 특별한 소식이었으리라. 그의 아홉번째 소설집을 묶는다. 제45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별명의 달인』 이후 4년 만이다.

『아닌 계절』은 삶의 그늘진 구석과 군중 속 개인이 느끼는 고독, 타인에 대한 이해불가능성 등을 그린 전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인물의 이름도 국적도 모호하고 시공간적 배경 역시 불분명하다. 소설의 기본 전제라 여겨지는 현실의 반영과 모방을 버리고 현실 자체를 의심하고 불신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닌 겨울’과 ‘아닌 여름’, ‘아닌 봄’ ‘아닌 가을’로 이어지는 작품의 배치와 이를 아우르는 ‘아닌 계절’이라는 제목, 방점은 ‘아닌’에 찍힌다.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작가의 추천 관심작가알림 신청 저 : 구효서

具孝書 등단이래 누구보다도 치열한 작가정신과 전위적인 형식실험을 보이며 자신만의 이력을 쌓아온 '오로지 소설만으로 존재하는 전업작가'. 서정성과 탄탄한 주제의식, 재미를 겸비한 소설로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아왔으며, 소설 양식과 문체를 늘 새롭게 실험하여 깊고 다채로운 주제의 문학으로 승화하는, 우리 시대 대표 소설가이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1994년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로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2005년 「소금가마니」로 이효석문학상 수상, 2006년 「명두」로 황순원문학상 수상, 2007년 「시계가 걸렸던 자리」로 한무숙문학상 수상, 2007년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으로 허균문학작가상 수상, 2008년 『나가사키 파파』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사회와 권력의 횡포를 고발하는 작품을 즐겨 써 왔으며, 최근에는 일상의 소소함과 눈물겨운 삶의 풍경을 그리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2000년 9월 국내 최초의 신작 소설 eBook 시리즈인 장편소설 『정별(情別)』을 YES24에서 발표했다.

창작집 『노을은 다시 뜨는가』,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 『깡통따개가
... 펼처보기

삶과 죽음, 존재를 보는 시선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무섭고 피하고만 싶었던 죽음을 이제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소멸`이나 `상실`이 삶의 또 다른 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목차

아닌 겨울
세한도
12월 12일─이상에게

아닌 여름
여름은 지나간다
바다, 夏日
하이눈, August

아닌 봄
파인 힐 에이프릴
봄 나무의 말

아닌 가을
Fall to the sky

붙임
충분의 조건─미완과 오류
(구효서&안경수)

책속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의 생리나 생태를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두려움이라는 것에도 생리나 생태 같은 게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것은 언제나 그것을 기피하고픈 예감과 함께 왔고, 예감 이후엔 피할 수 없었고, 닥치고 나면 예감만큼 두렵지 않았으며, 내가 살아 있다는 슬픈 확신이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리가 두려움의 전부일 리는 없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세한도」중에서

나는 지금 여기서 누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하고 중얼거렸다.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누구든 어디든 상관없었다. 분명한 건 각막을 에는 듯한 추위뿐이었다.
---「세한도」중에서

전날의 폭우는 거짓말 같았다. 폭염은 폭우의 흔적을 지우고 폭우는 폭염의 흔적을 지웠다. 하나의 세계에 비가 내리고 개는 것이 아니었다. 비 오는 세계와 비 없는 세계가 감쪽같이, 불연속적으로 번갈아 들었다. 겹친 여러 세계가 차례로 제 몸을 나타내는 원리를 미음이 알 리 없었다.
---「바다, 夏日」중에서

여자는 그 지점에 닿고 싶었다. 그 지점을 지나기 위해, 그 지점에 다다르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그 지점을 지난 자리에서 그 지점을 바라보기 위해서거나.
---「하이눈, August」중에
... 펼처보기 ---「파인 힐 에이프릴」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는 지금 여기서 누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내가 보고 느끼는 현실이 과연 확신할 만한 것인가


첫번째 단편 「세한도」는 “어떤 간발의 차이 혹은 필연의 연쇄”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과 세계의 운용을 그린다. “얼어붙은 허공과 낙서의 허물이 전부인 세상”을 배경으로. 화자인 여자의 두 발에 신겨 있던 “희지도 안 희지도 않”은 슬리퍼처럼,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이 없다. 등장인물들의 소통은 원활하지 못하고 언어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희미해지면서, 벽마다 낙서가 늘어만 가는 마을의 이미지가 도드라진다. 무언가 곧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느낌, 이미 많은 것이 삼켜진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여자가 아는 것은 겨울도 한겨울이라는 것, 그래서 몹시 춥다는 것, 분명한 것은 그것뿐이라는 것이었다.”

‘파’와 ‘하’는 누구인가. 「여름은 지나간다」의 두 중심인물의 기묘한 이름이다. 전쟁통에 헤어졌다가 육십여 년이 지나 재회한 노부부의 이름. 한쪽은 외로움과 배신감으로 가득하여 따져 묻고 싶은 말을 갖고 있고, 다른 한쪽은 변명의 말을 갖고 있으나, 틀어둔 티브이에서 흐르는 소리들과 노부부를 취재하러 온 촬영팀의 짜증스러운 투덜거림뿐, 노부부 사이엔 이렇다 할 대화가 없다. 언뜻 익숙한 내용일지 모르나, 인물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름이나 구체적인 정보가 배제된 설정만으로 유사한 모티프의 다른 소설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낯섦을 마주하게 된다.

「바다, 夏日」의 ‘미음’은 학교 선생님이다. 방파제에 서 있던 아이가 물에 휩쓸려 사라져도, 양식장 주인이 ‘핑재’를 죽이는 광경을 목격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정석이’ 어머니에게 받은 촌지를 ‘케로로’ 어머니에게 우편으로 부치는. 겉모습은 평범하지만 미음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한없이 이질적이다. 이입하고 이해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인물을 앞에 둔 독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상(李箱)의 첫 장편과 제목이 같고, 곳곳에서 이상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 「12월 12일-이상에게」 속 인물 ‘이응’에게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한편 「봄 나무의 말」은 작가가 왼손으로 쓴 작품이다. 질서 정연하고 가지런한 문장과는 거리가 멀고 되다 만 문장과 비문도 있다. 학살과 강간으로 마을이 초토화된 내용과 쉼표가 부족한 문장들이 만나, 읽는 이로 하여금 의도된 혼란 속에 빠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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