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니...
『나라를 사랑하는 50가지 방법』은 미국의 온라인 시민조직 무브온(MoveOn.org) 회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참여 경험을 소개하는 에세이 50편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시민의 활발한 참여활동이 곧 나라를 사랑하는 행동이라는 관점에서 시민정치행동 모델 50가지를 경험담을 통해 제시한다.
2004년 무브온이 시민정치활동의 모범사례를 모으기 위해 회원들에게서 2,500개 경험담을 모았다. 그 중에서 50개를 가려 뽑아 시민연대, 선거참여, 언론개혁, 개인차원의 정치참여, 정치활동 효과적 방안 등 5개 주제별로 나누어 편재한 책이다. 각 장마다 엘 고어 전 부통령,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등이 서론을 써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이 책에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정치를 바꾸기 위해 시민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들로 가득 차 있다. 시민의 자발적 에너지, 관심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모델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창의적이며,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경험담들이다. 해 보자는 제안이 아니라, 실제 체험한 이야기들이다. 더욱이 짧고 명쾌하다. 무엇을 했고, 어떤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군더더기 없이 들려준다. 이야기마다 아이디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하우와 체크사항을 정리한 무브온의 팁(tips)이 덧붙여져 있다.
미국 시민행동의 거대한 힘 - MoveOn.org
현재 50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무브온은 리버럴하고 진보적인 미국의 온라인 시민조직이다. 사실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하지만, 초정파적인 이슈와 가치를 주창하고 실현하고자 행동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그동안 무브온은 시민정치행동의 가장 선진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모델을 제시하여 왔다. 온라인의 강력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오바마 대통령 당선 등 모든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일례로 지난 대선 민주당 예비선거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지지후보를 묻는 여론조사를 했을 때, 24시간 만에 40만 명이 넘는 응답이 있었고, 그 중 70%가 오바마를 지지했었다.
무브온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온라인 연계에 머물거나 정치적 계몽이나 의제 선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조직이라는 점이 무브온의 가장 큰 경쟁력이며 영향력의 원천이다.
이러한 무브온의 성장 비결과 힘은 이 책에 소개하는 다양한 실천프로그램에서 입증되고 있다. “어떻게 당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찾을 수 있고, 어떻게 변화를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그들은 미국사회 변화의 강력한 촉매제인 셈이다.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에 경험담을 쓴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와 공동체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시민행동 아이템 또는 아이디어 하나씩을 제안한다.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아이템들은 자신의 투표 이야기에서부터 청원에 서명하는 일, 티셔츠를 만들어 파는 일, 후보로 직접 나서는 일까지 다양하다. 모두 풀뿌리 시민행동의 실천지침들이다.
직접 경험한 이야기이고 태반이 성공한 이야기인 까닭에 재미있고 구체적이며, 곧장 따라할 수 있는 제안들이다. 교과서적인 설교가 끼어들지 않아 산뜻하고, 이데올로기나 도그마가 아니어서 공감이 간다.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그 일을 통해 자신이 배운 것은 무엇인지, 다른 이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가 명료하다.
50명의 필자들은 경제적 수입에서 직업, 나이, 인종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이라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했다는 점이다. 간혹 유명한 사람들도 있긴 하나 이들도 이 책에 소개한 활동을 통해 유명해진 사람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과 실천의지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창조적으로 모방해야 할 풀뿌리 시민행동 아이템들
시민의 정치참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남다른 것은 시민참여의 여러 과제를 일상에서 스스로 발견하고, 이에 대한 도전과 문제해결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는데 있다.
정치와 사회전반에서 소외된 시민들, 주눅 든 시민들, 분노하는 시민들, 무감각한 시민들에게 이 책은 용기이자 격려이다. 이런 점에서 「허핑턴 포스트>의 아리아나 허핑턴의 “충분히 실천적이고 개인적 차원의 지침을 제시하는 이 책은, 미국정치를 주무르는 거대자본과 거대언론에 의해 무력해지고, 낙담하고 있고, 고립무원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치적 비아그라다”라는 평은 매우 적절한 비유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뚜렷한 메시지는 ‘시민참여 낙관론’이다. 시민들이 정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민의 힘에 대한 긍정과 실증이다. 많은 전쟁과 9/11사태 등을 거치며 미국 사회는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었고, 극심한 패배감에 빠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무브온은 열정적인 시민들의 정치행동으로 바꾸어 나갔다. 그 변화의 기운과 방법들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강력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는 행동주의(Activism)이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없이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다는 원칙은 선포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들의 행동과 실천에 대한 담담한 진술로서 입증되고 있다.
이러한 핵심 메시지는 시민행동에서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연대와 연계의 방안, 이미 정치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와 버린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당당한 역할과 대응, 투표참여와 선거캠페인 참여, 개인적인 차원에서 전개하는 정치활동, 다양한 일상의 계기와 결합하는 정치활동 등을 다루는 각 장에 일관되고 관통하고 있다.
이 책은 시민 정치교본이자, 시민참여 매뉴얼이다. 따라서 정치적 입장을 불문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도 아마존 리뷰에서 “민주당 이야기라는 편견을 버리고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파성 보다 상위 범주인 ‘시민참여’의 문제를 다루는 실천적 전략서라는 성격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안된 50가지 아이템에서 우리들은 저마다 기분 좋은 영감 하나씩은 얻어 창조적 변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 우리들의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판 나라를 사랑하는 50가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사에 무감각해지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여기의 실린 이야기들이 미국의 경험이고, 우리와 정치문화나 제도적 차이가 있기에 이 책이 소개하는 모델들을 우리가 다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시민들의 정치참여에 제약이 많은 우리의 현실에서 부러운 대목도 많다. 그러나 풀뿌리시민참여의 공통의 영역이 존재하며, 무엇보다도 정치에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시민들에게 희망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도 유효하고 적실하다. 여러 가지 새롭게 제안하는 행동모델들도 한국적 시민참여활동으로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시도해 볼만 한 것들이다.
우리는 나라를 사랑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을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만일 당신이 술집에 앉아 분노만 터트리고 있다면 나라사랑의 설렘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고, 지쳐가거나 맹목적이라면 창의적인 사랑 노하우를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무엇인가를 하고 싶게 만들고,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기분으로 읽게 되고, 시민의 힘과 자신의 가능성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만큼이나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그것이 또 스스로를 고양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힘주어 강조하는 책을, 우리가 이 정치의 계절에 만나게 된 것도 참 적절한 타이밍이다. 나라를 사랑한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세상이 위험한 이유는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행동하려거든 이 책부터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