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손자병법』 대중교양서
『손자병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손자병법』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일반 독자가 거리낌 없이 믿고 고를 수 있는 『손자병법』 해설서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저자인 마쥔 교수는 『손자병법』이 읽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죽은 문자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 중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고대 중국인이 사용했던 언어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현대인이 당시의 맥락을 짚어가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인도 이런 상황일진대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는 당연히 더 큰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손자병법』 관련서는 대체로 세 부류로 나뉜다. 한 종류는 원문 해석과 간단한 해설을 붙인 주해서, 또 한 종류는 정비석의 『손자병법』을 비롯한 역사 소설이고 나머지 한 종류는 가벼운 경제경영서 및 처세서이다.
『손자병법』 해설서 가운데 현역 군인이자 군사역사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대중을 위해 풀이한 책으로는 이 『손자병법 교양강의』가 유일하다. 이 책은 북경TV의 ‘중화문명대강당’ 프로그램에서 방송 강의로 중국인들에게 처음 선을 보였고, 방송 시에 뜨거운 반향을 얻었다. 그리고 중국 각지에 ‘손자’ 공부하기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의의 충실함과 재미는 방송의 시청률로 이미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중국에서 책으로 출간된 후 베스트셀러 목록에 꾸준히 들어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어판으로 출간을 준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의 번역은 군사고전 전문번역가인 임홍빈 선생이 맡아주었다. 원서가 고전 중국어와 현대 중국어에 두루 능통하면서도 군사 분야의 전문지식까지 갖추어야 했기 때문에 임홍빈 선생이 최적임자였다. 덕분에 한국 독자는 지금 이곳에서 『손자병법』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원문에 없었던 본문의 핵심적인 전쟁 지도와 뒤에 실린 부록을 통해서 『손자병법』에 대한 풍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장점
첫째, 중국 인민해방군 현직 대령인 마쥔 교수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강의한 책이므로 내용이 학술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 이 책은 추상적인 『손자병법』을 저자가 이해한 방식으로 분해한 후 재구성하여 『손자병법』을 꿰뚫는 지혜와 통찰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저자는 일반 독자도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추상적인 원문을 해석한 후 그에 해당하는 동서고금의 전쟁 사례를 적절하게 덧붙임으로써 원문의 입체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중국 국방대학에서 20여 년간 『손자병법』을 연구한 저자는 북경TV의 요청을 받은 후 대중 강연을 위해 따로 1년간이나 꼼꼼하게 준비했다. 그는 『손자병법』을 연구하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외국 군사전문가들이 국방대학에 와서 강연을 할 때마다 『손자병법』을 거론하는 것을 보면서 국제 군사사에서 이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보통 중국인도 『손자병법』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강의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쥔 교수가 『손자병법』을 강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도 여러 차례 『손자병법』을 강의했다. 그러나 이번 강의의 특징은 축자적 해석이 아니라 『손자병법』을 주제별로 헤쳐 모여 한 다음 풍부한 전쟁 사례를 활용해서 전법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손자병법』은 전체는 6,014자인데, 모두 극도로 추상적인 말로 되어 있다. 『손자병법』은 서양의 군사고전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엄청난 전례를 설명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손자병법』은 어떤 전례도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례를 사용해서 설명하면 일반 대중도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판단했던 것이다.
둘째,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마쥔 교수의 강의는 생생하고 흥미롭다.
그는 강의 중 수많은 데이터를 인용한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의 한 역사학자가 낸 통계에 따르면 인류가 문자기록을 남긴 후 5,560년간 세계적으로 14,531차례의 전쟁이 일어났으며 이는 매년 평균 2.6차례 일어난 것이라고 한다. 전쟁이 없었던 해는 296년간뿐이었고 이러한 전쟁 기간 동안 모두 36.4억 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셋째, 풍부한 사례를 들고 있다.
1988년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교장이 중국 국방대학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신네 학교 중간급 장교들은 전례를 얼마나 알고 있소?”라고 마 교수가 물었다. 그는 80건 정도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마 교수가 독일 괴테 대학에서 유학을 한 적이 있는데, 한 독일군 장군에게도 같은 ?문을 했더니 그도 80건 정도라고 대답했다. 마쥔은 이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한 장교가 어느 정도의 전례를 알고 있느냐가 국가의 군대 선진화를 가늠하는 간접적인 척도라고 말하는 식이다.
마쥔은 자신의 오랜 연구에 근거해서 『손자병법』에서 얻은 깨달음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싸움에서 승리하면 약탈할 생각뿐인 유목민족과는 달리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작전’을 최고 경지로 추구했다는 점에서 농민 군사이론가가 농경민족의 군대를 위해 쓴 책이다.
둘째, 전쟁은 국가의 대사이며 국민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에 관계되는 것인 만큼 온갖 속임수와 편법을 모두 동원하여 승리를 쟁취하게 하는 실용성 있는 책이다.
셋째, 세련된 필치, 심오한 사상, 엄밀한 논증으로 이전의 전쟁 지식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바탕 위에서 군사 문제의 일반 원칙을 뽑았으므로 극도로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쓸모없는’ 책이다.
넷째, 현대인이 『손자병법』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와 관련해서 『손자병법』은 고대 병학의 정화가 담긴 책으로, 지행통일 관념, 주도권 쟁탈 및 수동적 상태 회피의 행동 원칙, 논리적인 분석법 등 전반적인 소양과 사유 능력을 향상하는 데 쓸모가 있는 책이다.
요컨대 동서고금 동서양의 전쟁 사례를 종횡무진하면서 『손자병법』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마 교수의 강의는 밀리터리 마니아에게는 물론이고 일반인에게도 고전을 읽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것이다.
마쥔 중국 국방대학 교수와의 인터뷰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는 중국 신문의 인터뷰 기사가 있어 아래 옮긴다. 이 기사를 보면 중국에서의 군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군인이 무척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아울러 군인이자 학자로서 마쥔 선생이 자신의 고급 지식을 일반인과 나누어야 한다는 지식인관도 확인할 수 있다.
기자: 어떻게 군대의 역사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
마쥔: 어려서부터 내 꿈은 인민해방군이 되는 것이었다. 유치원에 갔을 때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던 장면을 보면서 이렇게 외쳤던 기억이 있다. “공군 아저씨, 안녕!” 대학에 입학한 후 역사를 배웠다. 대학 졸업 후 부대에 배치되었다. 곡절을 겪은 후에도 나는 여전히 군인이 되었던 것이다.
기자: 그렇다면 군인이 된 다음에 군사이론을 연구하게 된 것인가?
마쥔: 무슨 말씀. 내가 올해 56세이다. 아직도 꿈 얘기를 한다면 그건 어설픈 짓이다. 나에게는 직업의식이 있다. 내가 군인인 한, 이 군복을 벗지 않는 한 나는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군사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은 역사상 다른 이들이 했던 싸움을 지금 우리 군인들에게 알려주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싸웠는지 보고 배우려는 것이다. 말하자면 ‘타산지석’이다.
기자: 당신이 군사에 대한 이해는 주로 싸우는 것인가?
마쥔: 군인의 혼은 싸우는 것이다. 한 사람의 군인으로서 부대에 들어가면 당신은 국가의 안정과 하나로 연결된다. 우리는 지금 평화기를 살고 있다. 해방군은 위험이나 재난을 구할 때만 나타난다. 그러나 해방군이 위험과 재난만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군인이 된다는 건 싸우기 위한 것이다.
기자: 그럼 일상생활에서 당신이 연구한 병법, 전술을 쓸 수 있나?
마쥔: 이탈리아의 정치가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병법을 생활에 끌어들인다면 생활을 지옥으로 집어넣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내가 배운 병법은 큰 지혜이며 그 방법론을 배우고 그것의 체계적인 사유를 배우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기자: 당신은 군사전문가이며 국방대학의 교수이기도 하다. 동시에 CCTV ‘백가강단’에서 강연을 하고, 그것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당신의 책과 군사이론서를 비교하면 무엇이 다른가?
마쥔: 유비, 관우, 장비, 조조와 같은 역사 인물은 모두 중국인들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수의 『삼국지』로 그들을 이해했을까? 아니면 나관중의 『삼국연의』로 이해했을까? 분명히 『삼국연의』로 이해했을 것이다. 전쟁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군사가는 병법을 연구할 뿐이지만 민중은 전쟁 속의 지혜를 끌어올려 추상적인 방법론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이 또한 군사역사학자가 상아탑을 벗어나야 할 이유이다. 사람들에게 군사지식을 전파해야 한다. 나의 군사 저서는 그런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