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국 현대문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이다. 중국 고전문학 연구와 비교할 때 현대문학 연구는 상당히 뒤늦게 시작되었지만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국 현대문학 연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초기 저술이 나온 이후 꽤 오랜 시간이 경과하였으므로 기존 저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그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반영한 새로운 현대문학사를 기술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문학사를 쓴다는 것은 작품을 읽고 작가를 이해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일이다. 저자는 그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이 책을 저술하였다.
중국 현대문학은 20세기 초부터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성립되기 직전까지 30년 동안의 중국 문학을 그 대상으로 한다. 이 책 역시 중국 문학이 사회주의 이념의 구현이라는 단일한 방향으로 수렴되기 직전까지, 중국 신문학의 탄생 및 그것의 분화와 발전에 초점을 맞추어 저자 나름의 독특한 서술 관점과 시각으로
다음의 몇 가지 사항에 특히 중점을 두어 기술하고 있다.
중국 현대문학사의 흐름은 중국 현대사의 역동적인 변화와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현대문학의 이해는 문학과 현실 또는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중국 현대문학은 문학의 독자성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낳았다. 이는 중국 현대문학을 단일한 이념으로 체계화할 수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 문학의 근대적 변화로서 신문학의 탄생과 분화와 발전을 서술하면서, 근대적이냐 아니냐, 현실주의적이냐 아니냐, 혁명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와 같은 이원대립적 인식의 틀에 매몰되지 않고 다원적 양상을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그동안 소홀히 취급되었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문학 현상이나 작가와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재평가하여 현대문학사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 현대문학사 서술은 중국 현대문학의 사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신사 또는 문화사의 맥락에서 현대 중국을 형상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통문학에서 현대문학으로 변화ㆍ발전한 현대 중국의 문학 현상과 그것의 사적 전개에 주목하는 것 외에 현대 중국인의 정신적 유동과 그 궤적을 살피는 데도 유념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전통문학이 현대문학으로 변화ㆍ발전해 온 경과를 중시하여 19세기 후반부터 진행된 근대 시기의 문학 개혁을 적극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중국 현대문학이 전통문학과의 대결을 통해 성립되었던 만큼 근대 시기의 문학 개혁은 그 과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는 과거의 문학 전통이 현대문학 작품 속에 어떻게 변용되어 나타나는지 그 양상을 살피고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개별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을 곳곳에 배치하여 독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딱딱한 이론적인 설명이 친밀하게 다가오게 하여 문학사의 흐름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조선’을 형상화한 작품도 일부 소개하여 당시 중국인들의 조선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게 배려하였다.
이 책은 중국 현대문학의 탄생과 그것의 사적 전개의 전체 면모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모두 15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은 중국 현대문학사의 범주와 근대적 문학 의식에 대한 고찰이다. 중국의 ‘현대문학’은 1919년의 5ㆍ4 문학혁명부터 1949년 사회주의중국의 성립까지 대략 30년 동안의 시기의 문학을 말한다. 이 시기를 10년 단위로 구분하는데, 1917년부터 1927년까지의 첫 10년은 문학혁명이 완성되어 근대적 신문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던 때이다. 1928년부터 중일전쟁이 발발하기까지의 두 번째 10년은 다양한 문학 유파와 좌익 문단이 형성되고 창작 면에서 풍성한 수확을 거둔 때이다.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을 거쳐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기까지의 10년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항일문학이 주류를 이루고 사회주의문학이 태동한 때이다. 이 시기에 전통적인 문학 의식을 부정하고 인성이나 개성의 자연스런 표현으로서의 문학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는 새로운 문학 의식이 형성된다.
제2장은 전통의 붕괴와 문학 개혁의 움직임에 대한 서술이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패한 중국의 지식인들은 큰 충격을 받고 구국의 열망으로 유신을 부르짖는다. 이로 인해 서양의 학술 사상이 대대적으로 번역ㆍ소개되는데 서양 사상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다윈의 진화론이었다. 이러한 진화론적 관점에서 소설의 효용성이 크게 중시되면서 문체 개혁과 소설계혁명이 제창된다, 그로 인해 서양소설이 대량 번역 소개되고 견책소설과 같은 새로운 창작 소뎼이 흥성하였다.
제3장은 5ㆍ4문학혁명과 신문학의 탄생에 대한 서술이다. 1911년 중국은 신해혁명으로 봉건 왕조가 무너지고 중화민국이 들어선다. 그러나 위엔스카이에 의해 다시 봉건왕조 체제로 돌아가자 신사상ㆍ신도덕ㆍ신문화를 청년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종합계몽지가 창간되고 사상문화운동이 전개된다. 이러한 사상문화운동을 대중들에게 확산시키기 위해서 문학혁명운동이 일어나고 중국문학은 문학혁명을 통해 전통과 전혀 다른 새로운 근대적인 문학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제4장은 전문적인 문학 단체의 결성과 창작 방법에 관한 서술이다. 문학혁명을 통해 각성된 지식인들은 구문학의 잔재를 일소하고 신문학을 키워나갈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문학단체를 결성하고 정기 간행물을 발간하게 된다. 이들 문학 단체들은 각기 일정한 문학 경향을 드러내었는데 그 경향에 따라 사실주의 혹은 낭만주의와 같은 창작 방법이 표방되기에 이르른다.
제5장은 루쉰의 문학에 관한 서술이다. 루쉰은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인 「광인일기」를 발표하였고 중편소설인 「아Q정전」을 통해 중국 현대문학의 길을 처음 열었다. 이 장에서는 루쉰의 문학 활동을, 중국인의 정신 개조의 필요성을 자각하여 서양의 낭만주의 시인들의 반항 정신과 니체의 초인 사상들을 소개하여 사람을 바로세울 것을 주장한 첫 시기, 작품 창작과 산문ㆍ잡문들을 쓰면서 반봉건사상 계몽운동에 투신한 두 번째 시기, 무산계급 문학 이론에 공감하여 중국 좌익작가연맹의 지도자로서 활동하면서 옛이야기를 새로 엮은 창작소설을 썼던 세 번째 시기로 나누어서 살펴보고 있다.
제6장은 백화 신시의 출현과 다양한 신시 유파의 등장에 관한 서술이다. 중국의 전통시는 수천년 동안 완전무결하게 정제된 격률을 갖추고 지어졌다. 그러나 문학혁명 이후 백화 신시가 등장하면서 중국 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후스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시 형식의 해방을 주장하여 전통적인 격률을 타파한 백화 신시가 역사 진화의 필연이라고 보고 최초로 백화 신시를 발표하였고 이후 다양한 유파의 신시들이 등장하였다.
제7장은 소설 형식의 탐색과 장편소설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관한 서술이다. 신문학의 소설 창작은 문학 단체가 결성되고 직업적인 작가군이 형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혁명문학 논쟁이 일어난 1928년부터 1937년까지의 10년 동안에는 무엇보다 소설 창작이 두드러져 중ㆍ장편소설의 생산이 급증했고 마오둔ㆍ바진ㆍ라오서 등과 같은 대가들이 등장하여 우수한 장편소설을 많이 창작하였다.
제8장은 혁명문학의 제창과 좌익문단의 성립에 관한 서술이다. 무산계급 문학으로서의 혁명문학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28년 창조사와 태양사 두 문학단체가 결성되면서부터이다. 이들 두 단체는 혁명에 복무하는 문학 이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편향성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루쉰을 비롯한 문인들과 혁명문학 논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국민당 정부의 탄압이 강경해지자 내부 분열과 갈등을 지양하고 무산계급 문학을 지향하는 좌익작가연맹을 결성하게 된다.
제9장은 현대 산문 양식의 발전과 분화에 대한 서술이다. 중국의 현대 산문 역시 문학혁명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지어졌다. 초기의 의론적 산문, 즉 잡문은 신사상을 전파하려는 목적에서 사회ㆍ정치ㆍ사상ㆍ문화 등을 비판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백화 산문의 예술성을 입증하는 미문의 소품 산문과 다양한 서정 산문이 발달하면서 19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산문의 창작 경향이 다양해졌다.
제10장은 서양 현대극의 수용과 희극 창작이 성숙되는 과정에 대한 서술이다.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극양식이 발달하여 각 시대별로 독특한 형태의 극이 성행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초 신사상과 생활을 반영하기 위해 사실적인 신극인 문명신희가 출현하였고 이는 5ㆍ4문학혁명 이후 현대 화극이 형성되는 기초가 되었다. 1920년대에 이르러 이론과 공연 실천면에서 화극이 자리를 잡고 극본 창작도 활기를 띠었는데 이 때의 창작 화극은 자유연애와 여성해방 등 반봉건 개성 해방을 주제로 한 것이 가장 많았다.
제11장은 원앙호접파 소설과 통속 문학에 대한 고찰이다. 원앙호접파 소설은 20세기 초 상하이에서 싹트기 시작하여 크게 유행하였는데 주로 남녀간의 애정을 소재로 하여 오락성과 상업성을 추구함으로써 도시의 일반 시민 독자층을 깊이 파고들었다.
제12장은 전쟁 시기의 문단과 작가들의 대응에 관한 서술이다. 전쟁 시기의 중국은 정치 상황에 따라 국민당 통치 지역, 공산당 통치 지역, 일본 점령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각 지역의 문학은 사회제도와 정치ㆍ문화 배경에 따라 크게 달랐는데, 국민당 통치 지역에서는 다양한 유파가 있어 문학 사조와 창작이 비교적 활성화되었고, 공산당 통치 지역에서는 문학의 민족화ㆍ대중화의 경향이 뚜렷하여 농민이 독자 주체로 부상하였다.
제13장은 ‘경파’ㆍ‘해파’ 문학과 선총원, 장아이링, 쳰종수의 소설에 관한 고찰이다. 경파 작가들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북방 도시에서 활동하던 대학교수나 대학생 신분으로서 예술의 독립성, 인성의 표현 관용을 표방하면서 순문학의 길을 주장하였다. 해파 작가들은 도시 생활을 중심으로 한 인간 관계의 적막과 권태, 타락을 주된 소재로 삼아 병태적인 현대 도시의 단면을 묘사하였다.
제14장은 문예정풍운동과 사회주의 이념이 문학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 관한 서술이다. 문예정풍운동은 공산당 근거지인 옌안의 상황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불식시키고 문예활동이 중국 혁명에 봉사할 수 있도록 고취시키기 위해 지식인ㆍ작가들을 대상으로 모택동이 주도하였다. 마오쩌둥은 문예는 노동자ㆍ농민ㆍ병사 그리고 도시의 소자산계급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네 가지 방침을 제시하였다.
제15장은 결론으로서 이 책은 19세기 말부터 1949년 사회주의중국이 성립하기까지의 문학 현상과 작가ㆍ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과도기의 문학 개혁, 5ㆍ4신문화운동 시기의 문학혁명, 신문학의 탄생과 발전, 다양한 문학 경향의 출현과 분화, 항일전쟁시기의 구국 문학, 순문학과 통속문학, 사회주의 문학의 대두 등 중국 현대문학의 문학적 현상과 사적 흐름을 주제와 장르 중심으로 서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