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를 대표하는 본격적인 한식 요리책
음식은 언어를 통하지 않고도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해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는 이처럼 맛있고 정갈한 한국음식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최근 리스컴이 발간한 [KOREAN KITCHEN 코리안 키친]은 세련된 한국 음식의 맛과 멋을 세계인의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면에서 ‘한식의 세계화’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요리책이다.
이야기 하나 - [KOREAN KITCHEN 코리안 키친]
‘한식의 세계화’ 바람을 일으킬 요리책
이 책은 35년간 미국 시카고에서 거주하며 한국 음식을 만든 시어머니와 신세대 며느리가 3년여에 걸쳐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한국 전통의 손맛과 외국 음식의 맛을 적절히 조합해 동서양은 물론 신구 세대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을 짜임새 있게 담았다.
영어와 한글로 레시피를 구성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이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교포나 한인 2세들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부모 세대의 도움 없이도 자신 있게 한식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과서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또한 한인 입양아를 키우는 외국 가정에서도 이 책을 활용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코리안 키친]을 펼쳐보면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의 유명한 메뉴를 비롯해 색다른 한국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서양의 대체 재료들과 향신료, 허브, 소스를 응용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국적 활용이 가능하다. 외국음식에 길들여진 맛에도 전혀 거부감 없이 한국음식 고유의 맛을 살려 요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고기나 비빔밥 등 많이 알려진 한국음식 역시 정확한 영어 표기법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온 가족이 팔을 걷어 부쳤다. 어머니와 며느리가 요리와 스타일링을 나눠서 하고 레시피 번역은 며느리가 전담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교포 2세 아들이 수 차례에 걸쳐 영문 레시피 교정 작업을 했다. 현지 생활용어 그대로 씌어져 네이티브 스피커 입장에서도 표현이 정확하고 글의 흐름이나 문맥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야기 둘 - [코리안 키친]을 만든 사람들
시어머니와 며느리, ‘2대가 함께하는 요리’
[코리안 키친]의 저자는 시카고 중앙일보에 ‘2대가 함께하는 요리’ 칼럼을 연재하는 고부지간 유소연·유정화 씨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 토박이 시어머니 유소연 씨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며느리 유정화 씨는 정갈하고 맛있는 서울음식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과 서양의 실용성을 담아 새로운 한국요리를 완성해냈다.
미국 이민 35년 동안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며 가족들을 위해 한국음식을 만들어 왔다는 저자 유소연 씨는 미국에서 요리대학에 다니며 요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다. 요리공부를 하며 가끔 종강파티 등에 한식을 만들어 교수와 동료들에게 선보이면 너무나 좋아하며 레시피를 물어오는 것을 보면서, 좀 더 체계 있는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키웠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할 때면 심플하면서도 그림 같이 예쁜 프랑스 요리 상차림을 보고 ‘아! 우리나라 음식도 이렇게 세분화해서 예쁘게 차려내면 세계 어느 나라 요리 못지않은 수준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한 것도 이 책을 내게 된 또 다른 동기다.
저자 유소연 씨는 한식 세계화라는 꿈을 갖고 차근차근 밑거름을 다져왔다. 늦은 나이에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요리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외국음식에 대한 지식을 쌓고, 틈날 때마다 한국에 나가 전통요리, 궁중요리, 전통병과 과정을 이수했다. 그것을 기초로 현지 재료와 외국 요리를 접목하여 한국음식 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North Eastern 대학원을 거쳐 현재 Kendall Culinary Art College에 재학 중이다.
공동 저자인 큰며느리 이(유)정화 씨는 한국에서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온 재원. 대학원 졸업 후 결혼을 하면서 새롭게 한국음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시어머니 유소연 씨와 만나 같은 길을 가는 파트너로 찰떡궁합을 이루었다. 정화 씨 역시 그동안 쿠킹 클래스를 이수하고,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코리안 키친]은 그렇게 고부가 3년에 걸친 준비를 통해 일궈낸 작업으로 남다른 의미와 새로운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야기 셋 - [코리안 키친]의 음식들
된장찌개에 버터를 넣는다면?
두 명의 저자가 요리를 시작한 계기는 직업이나 학문이 아닌 생활이다. 때문에 모든 레시피는 독창적이면서도 신뢰할만하다. 외국음식에 길들여진 교포들의 입맛에 거부감 없도록 수십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완성되었다. 불고기의 경우는 20번 이상 수정작업이 이뤄졌다.
된장 특유의 냄새와 맛을 버터를 응?해 보완한 레시피는 어느 요리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버터를 조금 넣어보니 고소하면서도 은근한 맛이 돌았다고 한다. 쌈장의 경우는 마요네즈를 첨가했더니 훌륭한 디핑 소스가 되었다. 재료가 없거나 생소해 한국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외국인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 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레시피를 만든 것도 장점이다.
특히 이 책의 다채로운 스타일링 감각은 펼치는 페이지마다 눈을 즐겁게 한다.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LA 등 미국 주요도시 및 유럽 여러 국가, 일본, 서울 등 각 도시의 내로라 하는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스타일링을 벤치마킹했다.
스타일링을 맡았던 며느리 이(유)정화 씨는 “입체적인 요리로 보이기 위해 음식을 담을 때 쌓거나 세워서 음식의 재료와 색깔이 눈에 띄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한다. 정화 씨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코리안 키친]을 통해 한국음식이 세계로 나가는 데 작은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야기 넷 - [코리안 키친]의 구성
한국인이 즐겨 먹는 120가지 메뉴
이 책에는 평상시 한국인이 즐겨먹는 음식 120여 가지가 담겨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명절, 돌잔치 등 한국의 명절과 음식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책의 끝부분에는 요리의 기본이 되는 육수 만들기, 조리용어 등을 설명해 한국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도왔다.
본문은 애피타이저, 샐러드, 육류와 해산물(메인디시), 국과 찌개, 밥, 국수와 떡볶이, 반찬, 디저트 등 8개 챕터로 나누어 멋지고 먹음직스러운 요리 사진과 음식 만들기 방법을 담았다. 한국 고유음식이 주를 이루지만 자장면, 짬뽕, 초밥, 만두 등 아시아 각국에서 들어와 한국음식화한 메뉴,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메뉴들도 고루 망라되어 있다. 챕터별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애피타이저 챕터에서는 채소와 해물 고기를 활용해 입맛을 돋워주는 전과 만두, 육회 등 15가지 퓨전 메뉴를 담았다.
2. 샐러드 챕터에서는 대표적인 궁중요리인 탕평채를 비롯해 로스편채, 해파리 냉채 등의 한국 고유음식과 호박국수 샐러드, 엔다이브 샐러드 등을 소개했다. 서양의 식재료에 한국의 소스를 응용했거나 그 반대로 한국 식재료에 서양의 소스를 응용한 아이디어 샐러드가 가득하다.
3. 고기와 해산물 챕터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을 활용한 메인요리들로 구성했다. 불고기, 갈비 등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한 한식 메인디시뿐만 아니라 데리야키 치킨, 오레가노 닭다리찜과 같은 퓨전요리,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는 농어와 은대구 요리까지 다양하게 소개했다.
4. 국과 찌개 챕터에서는 한국인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콩나물국과 갈비탕, 삼계탕 등의 메뉴를 만날 수 있다. 그밖에 별식으로 즐길 수 있는 떡국, 매운탕, 전골 등도 소개했다.
5. 밥 챕터에서는 일품요리로 활용할 만한 다양한 별미밥을 소개했다. 김치, 불고기와 더불어 한국음식의 대명사가 된 비빔밥과 김밥, 아시아 공통 퓨전요리라 할 수 있는 카레밥과 회덮밥, 김치를 이탈리아 요리에 접목시킨 김치 리조토가 눈길을 끈다.
6. 국수와 떡볶이 챕터에서는 냉면, 칼국수, 비빔국수 등의 국수류와 떡볶이를 소개했다. 특히 고추장 떡볶이와 간장으로 간한 궁중떡볶이를 나란히 배치해 같은 재료를 가지고 전통과 현대 스타일로 응용하도록 했다. 정통 한국음식은 아니지만 한국에 들어와 새롭게 탄생한 자장면과 짬뽕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7. 반찬 챕터에서는 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등 한국의 전통음식 김치와 저장음식, 나물 등 한국인의 식탁에 거의 매일 오르는 음식들을 소개했다.
8. 디저트 챕터에서는 송편, 떡, 강정, 음료 등 한국인이 즐기는 다과들을 중심으로 명절이나 특별한 날 만드는 인기 메뉴들을 모두 담았다.
* 이 책의 특징
영문·한글 동시 소개, 한국음식 알리는 교과서 ‘한식 세계화’를 내걸고 발행한 책답게 재료와 레시피 등 모든 내용을 영문과 한글로 동시에 설명해 한국의 음식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그밖에 한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교포들과, 한국 음식에 익숙지 않은 교포 2, 3세들에게 한국음식의 정체성을 알리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120가지 요리 총망라 한국인이 즐겨 먹는 요리 120가지를 먹음직스럽고 예쁜 사진, 상세한 레시피와 함께 엮었다. 소개한 음식은 대부분 한국 고유음식이지만 자장면, 짬뽕, 초밥, 만두 등 한국인들이 늘 가까이 하고 즐기는 메뉴들도 고루 망라되어 있다.
애피타이저에서 디저트까지 코스요리로 탄생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인기 요리들을 서양식 코스요리 메뉴로 재구성했다. 애피타이저에 등장하는 해물전은 먹기 좋게 핑거 푸드로 응용했고, 메인 메뉴로 등장하는 요리도 그릇 담음새와 모양을 신경 써서 근사한 한국식 코스 요리로 거듭났다.
한식 조리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한국 음식재료와 조리 용어를 영문으로 쉽게 풀어 설명해 외국인들도 이 책을 통해 우리 음식문화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영문 레시피는 미국 현지 용어에 충실하게 정리했으며 전문가로부터 철저한 교열과 검증을 거쳤다.
활용도가 높은 퓨전 레시피 해파리 겨자채와 무쌈 냉채가 샐러드로 변신했다. 김치는 마티니 잔에 담았고, 메인 메뉴로 너비아니 구이가 등장한다. 떡과 한과는 근사한 디저트 메뉴로 등장했다. 각각의 파트에서 요리 한 가지씩만 익혀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국 가정식 정찬 코스 메뉴를 만들 수 있어 집들이나 손님 초대, 특별한 날 활용하기 더없이 좋다.
서양 향신료와 소스를 적절히 응용 한국 고유의 양념류들은 외국인들에게 새롭기는 하지만 선뜻 가까이하지 못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서양 향신료와 허브, 소스를 전통 한국요리에 응용해 우리 음식을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남다른 스타일링 감각을 배운다 한식은 소박하고 밋밋하다는 관념을 뛰어넘어, 한식도 충분히 세련되고 예쁘게 차려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하고 독특한 퓨전요리뿐만 아니라 그릇, 음식 데코레이션과 센스 있는 스타일링 감각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