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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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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75g | 153*224*20mm |
ISBN13 | 9788996152040 |
ISBN10 | 8996152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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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접하다 보면 역사적 인물에 대한 필자의 평가를 바탕으로 자신도 그 인물에 대해서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호오(好惡)나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이 새로 생기거나 바뀌거나, 지금까지 갖고 있던 감정이 더 강해지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내 경우에는 최근 조선과 관련한 역사책을 몇 권 읽다보니, 호불호 감정이 더 강해진 대표적 인물이 인조와 소현세자였다. 인조에 대해서 불호의 감정이 더 짚어졌다면, 소현세자에 대해서는 연민과 안타까움이 겹쳐지면서 더 호감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러던 차에 읽은 세 권짜리 ‘소현세자’는 그런 호불호의 감정에 더욱 불을 붙였다.
조선사에 기록될만한 치욕, 삼전도의 굴욕을 겪어야 했던 인조, 그리고 세자가 적의 심장부인 심양에 끌려가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된 조선, 소현세자가 심양에서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면, 몇 백 년 전 역사인데도 안타깝지 그지없다.
더욱이 그 고초를 다 겪어낸 뒤에 희망을 품고 돌아온 고국에서 부왕의 냉대 속에 의문을 죽음을 맞이하게 된 소현세자를 회고해보면, 그 운명이 어이없음은 물론이고, 소현세자 개인으로나 조선의 앞날을 생각해보더라도 그의 죽음은 비극이었고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국제정세만 잘 살폈어도 병자호란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 청은 조선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조선이 명과 합심해 청의 후방을 공격하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그러니 명에 원군을 보내지 않겠다는 확약만 했어도 조선 국토가 팔기군의 말발굽에 짓밟히는 참화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중화주의에 찌든 사대부들은 청나라의 힘은 무시하고 여전히 명나라를 추존하는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정세 판단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중화사상이 결국은 임진왜란 종전 이후 불과 몇 십년 만에 다시 전란을 초래했고, 조선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하게 만드는 불씨가 됐던 것이다.
소현세자가 청나라에 볼모로 가야하는 그 당시 상황과 명나라와 청나라의 역학관계 그리고 인조와 사대부들의 입장을 보고 있으면 당시 조선 조정의 무능력함과 사대부들의 중화사상, 그리고 둔한 국제정세 감각에 대해 질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거기에 병자호란이 처절한 패전으로 끝났음에도 조선 조정에서는 아무도 그 패전에 대한 원인을 살피려 하지 않았고, 책임 지려하지 않았다. 인조도 당시 요직에 있었던 관리들을 잠시 관직에서 물러나게 했다가 다시 요직에 기용하는 자충수를 두었으니, 전란 전이나 후나 조정은 달라진 게 없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그런 조선이었기에, 조선 말 영친왕이나 덕혜옹주같이 일본의 볼모로 끌려가는 세자와 왕족이 또다시 등장하게 된 것을 보면 역사에서,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도 반성도 취하지 않았던 조선 조정이었기에 이때 이미 조선 망조는 예견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선 조정에서는 여전히 수구 세력들이 판을 치고 있는 사이 심양에 있던 소현세자는 국제 정세에 눈을 뜨게 된다. 청을 따라 명나라 수도에 함께 입성하면서, 대국으로 믿었던 명나라가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소현세자는 명의 멸망에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새삼 힘의 위력을 실감하게 됐다. 그는 청에 들어온 서양문물과 서양문화를 접하면서 서서히 성리학 이외의 사상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런 차 그토록 염원했던 귀국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야와 경험을 갖춘 것이 도리어 소현세자에겐 파국의 빌미가 된 걸 보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은 조선의 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소현세자의 급작스러운 죽음에서 인조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반정으로 광해군을 내쫓고 보위에 오른 인조는 왕위에 대한 집착이 유난했던 왕이었다. 소용 조씨의 치마폭에 싸여 정세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인조, 그는 귀국한 세자를 냉대하고 마니, 한마디로 못난 아비였을 뿐 아니라, 못난 왕이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소현세자의 죽음에 독살설이 나돌 정도로 의혹이 있는 것도 인조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뿐더러, 그가 며느리 강빈 마저 사약을 내려 죽이고, 소현세자와 강빈 소생의 세 손자를 모두 제주도로 유배를 명하는 대목에선 권력 앞에선 핏줄도 안중에 없는,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일뿐이었다. 전란 중과 그 후 수습과정에서 인조가 보여준 비겁함도 그렇지만, 그에겐 오로지 자신의 보위만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이 시기에 하필 인조 같은 소양을 지닌 이가 아버지였고, 당시 왕이었다는 것은 소현세자의 비극이자, 조선의 비극이라 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런 인조이기에 내 불호의 감정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조선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게 만드는 사건 중 하나가 소현세자의 죽음이다. 만약에 소현세자가 살아서 인조 뒤를 잇는 임금이 됐다면,,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부질없는 가정을 굳이 해보는 의미는 소현 세자의 운명과 그뒤 벌어진 조선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워낙 짙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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