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의 무지개』는 …
2008년도 '제4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
“나는 『창궁의 묘성』과 『중원의 무지개』를 쓰기 위해 작가가 되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두 작품이야말로 아사다 지로의 최대 역작이라 할 수 있다. 2008년도 ‘제42회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아사다 지로의 중국 근대사를 다룬 대하소설이다. 영화 「철도원」과 「러브레터」의 원작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사다 지로는 인간의 내면 심리를 잘 표현한 아름다운 단편과 장편들도 잘 쓰지만, 품격 있고 유장한 대하소설도 펴냈다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에 펴낸 아사다 지로淺田次郞의 최신작 대하역사소설 『중원의 무지개』(전4권)는 10년 전에 발표한 『창궁의 묘성』(전 4권)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중원의 무지개』는 복잡기괴한 중국 근대사의 기록!
『창궁의 묘성』으로부터 약 10년, 장작림張作霖이 최대 군벌로 성장하기까지를 화려한 활극과 함께 그린 모험소설이다. 장작림 밑에서 싸우는 춘뢰春雷와 서태후의 심복 환관인 춘아春兒, 적의 편에 서버린 형제를 둘러싼 인간 드라마이자 청조 멸망 뒤의 온갖 모략에 가득 찬 패권 경쟁을 그린 정치 스릴러까지 숨 막히는 전개가 장장 4권의 책을 관통하고 있다.
이 책은 천명天命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용옥龍玉’의 쟁탈전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복잡기괴한 중국 근대사를 쉽게 그려낸 작가의 수완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악역으로 평가되어 온 장작림을 민중의 지지를 얻은 마적단 두목으로 설정하는 한편, 신해혁명을 성공시킨 손문孫文을 용렬한 인물로 그리는 등 기존의 역사적 평가와는 180도 다른 묘사도 관심을 끈다.
대강의 줄거리
천명을 받은 자만이 소유하게 된다는 황제의 상징, 용옥을 찾아서
중국 청나라 왕조 말기, 혼란한 정세를 틈타 동삼성東三省(만주 지방)에서 유랑민의 아들로 마적이 되어 활약하던 장작림이 어느 날 점쟁이 노파로부터 “너는 만주의 왕자가 된다.”는 예언을 들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예언에 힘을 얻은 장작림은, 천명을 받은 자만이 소유하게 된다는 황제의 상징인 용옥을 찾아 청나라 시조 누르하치의 능을 찾아가 천신만고 끝에 이것을 손에 넣는다.
이때 동행한 자가 이춘뢰였다. 그는 말을 잘 타고 권총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에 장작림이 인력시장에서 고가로 사들인 장사였다. 이춘뢰는 어렸을 때, 극빈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뛰어나온 과거를 가진 인물로 청나라의 실권자 서태후가 총애하는 환관인 이춘운의 친형이었다.
장작림과 이춘뢰는 그 뒤 중앙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동삼성 일대에서 마적들을 규합하여 차차 두각을 나타낸 뒤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해나간다.
이 무렵 동삼성 총독은 서세창徐世昌이었다. 그는 청나라 군부를 장악하고 있던 군기대신 원세개袁世凱의 절친한 친구로 생각이 깊고 박식한 인물이다. 이에 반해 즉흥적이고 야망에 불타는 행동파인 원세개와 서로 보완관계를 이루면서 정권의 핵심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서세창은 만주에서 발호하고 있는 장작림의 위협을 보고하기 위해 북경으로 간다. 그는 서태후를 배알하여 만주의 실정을 보고한다. 또한 원세개와 더불어 노쇠한 서태후가 죽은 뒤 누가 황제가 될 것인지 깊이 상의한다.
왕조의 멸망 속에 뒤엉킨 영웅들의 한판 승부
어느 날 원세개는 앞서 무술변법 때 자신이 배신했던 광서황제가 유폐되어 있는 영대瀛台(잉타이)로 찾아간다. 완전히 정신이 혼미해진 것으로 알고 있던 황제는 맑은 정신으로, 원세개에게 용옥을 손에 넣어 약체화된 왕조를 멸망시키고 나라를 구하라고 명한다.
그 무렵 만주에는 한 사람의 일본군 장교가 등장한다. 장작림의 동향을 보고하라는 사명을 띠고 온 육군소위 요시나가 마사루. 그러나 그는 차차 마적들의 매력에 강하게 이끌려 그들과 행동을 같이하게 된다.
요시나가의 어머니 치사는 도쿄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하숙을 경영하고 있으나 하숙 외에도 돌보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즉 무술정변이 실패한 뒤 일본으로 망명한 정치계의 거물인 양문수와 그의 아내 영령인데, 그녀는 바로 이춘뢰와 이춘운의 여동생이었다. 양문수는 일본에 망명하여 와세다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쇠약해가고 있는 서태후는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자기 손으로 이 왕조를 멸망시키자는 것이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더 이상 청나라 왕조는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 하루빨리 새로운 세력이 일어나지 않는 한 수천 년을 이어온 중화의 나라는 지구상에서 자치를 감추게 될 것이다, 그런 결론에 이른다. 이에 서태후는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유폐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광서황제와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연락을 취하고, 같은 목적을 위해 거의 동시에 죽음을 택한다.
죽기 직전에 서태후가 다음 황제로 지명한 것은 불과 세 살인 부의였다. 부의가 황제가 되자 원세개는 일단 베이징에서 추방되지만, 황족들은 군대를 통솔하지 못하고 결국 그를 다시 불러들인다. 원세개는 천명이 자기에게 있다고 공언하면서 총리대신에 취임하지만, 이것도 잠깐 동안에 지나지 않았다. 신해혁명이 일어나 손문 등이 남경에서 중화민국을 건국했던 것이다. 이에 원세개는 혁명파와 손을 잡고 부의에게 퇴위를 강요한다. 결국 부의는 중화민국의 우대 조건을 받아들여 퇴위를 결정함으로써 청나라 왕조는 종말을 고한다.
이로부터 정세는 급변에 급변을 거듭한다. 혁명파는 손문을 임시 대총통으로 추대했으나 손문은 군사력이 없었으므로 원세개와 타협하여 그를 임시 대총통으로 추대한다. 그러자 원세개는 수도를 남경에서 다시 북경으로 옮기고, 정식으로 대총통이 되어 혁명파를 탄압하여 독재체제를 확립한다.
원세개의 야망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본의 굴욕적인 21개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황제 추대 운동을 후원케 하여 드디어 1916년 1월에 황제가 된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맹렬한 원세개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구미 열강의 압력을 받아 얼마 되지 않아 원세개는 사임하고 울분 끝에 생을 마감한다.
‘동북의 왕’ 장작림은 과연 ‘중원의 무지개’를 잡을 것인가?
이처럼 중앙 정계가 혼란에 빠져 동삼성에 대한 통제가 약화되는 기회를 틈타 만주에서는 장작림이 더욱 힘을 강화시켜 나간다. 그 배경에는 만주의 고관이었던 왕영강이 있었다. 그는 무력만 있을 뿐 행정과 조직에 어두웠던 장작림의 브레인이 되어 이 마적의 집단을 명실상부한 정치세력으로 육성시켜, 민중의 존경을 받는 장작림을 ‘동북의 왕’으로 군림케 한다. 이렇게 되자 중앙정부에서 파견되어 오랫동안 총독으로 있던 조이손趙爾巽이 스스로 그 자리를 물러남으로써 만주는 사실상 장작림의 ‘국가’가 된다.
여기서 장작림은 중원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천명의 상징인 욕옥을 가지고 있는 그는 중원을 장악하여 천자가 되겠다는 꿈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다. 그의 막료 대부분은 이에 반대했으나, 막강한 그의 권위에 등을 돌릴 자는 없었다. 드디어 그는 1백 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만리장성을 넘기 위한 대장정의 길에 오르는데…….
“모르는 것이 있거든 만주의 바람에게 물어보도록 해!” -장작림
주요 등장인물
▶ 마적 관련
· 장작림(백호 장) ┃ 마적의 총두목으로 만주의 실권을 장악한 총남파. 뒤에 중화민국으로부터 육군 제2사단장(중장)에 임명되나 귀속할 뜻은 없다. 그의 병력은 1백만 명.
· 이춘뢰(뇌가) ┃ 오당가. 인력시장에서 장작림에게 팔려와 그의 선봉장이 된 장사. 극빈한 집안에서 태어나 집을 뛰쳐나왔다. 동생은 자금성 대총관 태감 이춘운.
?· 마점산(수방 · 수가) ┃ 이춘뢰와 함께 선봉장 역할을 하는 마적. 가난 때문에 지주와 관계를 맺은 아내를 용서하지 못하고 버린 것을 후회한다. 뒤에 역시 비적이 되어버린 아내를 비극적으로 사살하게 된다.
· 장경혜(호대인, 서오) ┃ 이당가. 팔각대에서 두부 장사를 하는 마적의 남파. 마적으로 서는 장작림의 선배이지만 그 밑에서 부두목으로 있다.
· 장작상(백묘) ┃ 삼당가.
· 탕옥린(천리마) ┃ 사당가.
· 요시나가 마사루 ┃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일본군 장교. 어학력을 인정받아 만주에 건너가 봉천에 부임. 장작림과 절친하다.
· 왕영강(민원)┃ 만주의 유능한 고급 관료였으나 조급한 성격 탓으로 실직하고, 뒤에 장작림을 만나 그의 브레인이 된 지식인.
· 은화 ┃ 도박으로 몸을 망친 남편과 자식들을 살해한 아픈 과거를 가진 여자. 남편이 죽고나서 마적들의 잔심부름을 하다가 이춘뢰의 아내가 된다.
· 장학량(한경) ┃ 장작림의 장남. 장작림은 천명이 자기에게 있다고 믿어 천명의 징표인 용옥을 그에게 준다.
· 두찬의(찬찬) ┃ 마점산의 아내.
· 정훈풍 ┃ 마점산과 두찬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 진일두(전발) ┃ 북양육군에 종군하여 만주에 온 소년. 북경에서는 이발사였으나 장작림에게 매료되어 마적 견습생이 된다.
▶ 왕실 관련
· 서태후(자희, 노불야) ┃ 청나라 제9대 함풍황제의 측실. 반세기 가까이 정치의 실권을 잡고 있는 여걸.
· 이춘운(춘아) ┃ 빈농의 아들로 환관이 되어 서태후의 총애를 받은 대총관 태감. 이춘뢰의 동생.
· 광서황제(재첨, 만세야)┃ 서태후의 조카. 불우하게 일생을 보낸 제11대 황제.
· 순친왕 재풍 ┃ 선통황제의 아버지. 어린 황제의 섭정왕.
· 선통황제 부의 ┃ 청나라 제12대 황제. 서태후의 지명으로 3세에 즉위했으나 1912년에 퇴위한다. 청나라 최후의 황제.
· 장수안(미세몽 장) ┃ 서태후의 숨겨진 손녀. 변장을 하고 밀정으로 활약한다. 토머스 버튼과는 연인 사이.
· 부준 ┃ 한때는 황태자였으나 문란한 생활 때문에 궁전에서 추방된 황족. 베이징 시내에서 부랑자의 두목이 되어 원세개의 생명을 노린다.
· 진국공(재택) ┃ 서양문화를 동경하는 황족. 광서황제와는 재종형제 사이.
· 난금 ┃ 이춘운의 의형제인 환관. 뒤에 이춘운의 부탁으로 자기가 모시던 광서황제에게 독을 올린다.
▶ 군인 및 관료
· 원세개(위정) ┃ 과거에는 실패했으나 권모술수에 능해 출세한다. 북양육군의 군사력을 배경으로 청나라 대신을 거쳐 총리대신이 되어 혁명파와 함께 선통황제를 몰아내고 중화민국 임시 대총통이 되었다가 곧 실각한다.
· 서세창(국인) ┃ 생각이 깊고 박식한 행정가로 원세개의 정권 장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양문수(사료) ┃ 과거시험에 장원으로 급제한 수재로 광서황제의 심복이었으나 무술변법으로 쫓기는 몸이 되어 일본으로 망명한다. 일본에서의 성은 야나가와. 춘뢰, 춘운과 동향.
· 송교인(어부, 득존) ┃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혁명파로서 두각을 나타낸다. 원세개의 정적인 동시에 손문과도 노선을 달리한다.
· 조이손(공양) ┃ 63세에 성경장군이 된 이후 청나라, 중화민국에서 동삼성의 장관을 지낸 걸출한 인물. 장작림의 대두로 봉천을 떠난다.
· 원금개(결산) ┃ 동삼성의 자의국 부의장으로 조이손을 보좌하고 있다.
▶ 기타 인물
· 오카 게이노스케 ┃ 일본 신문 만조보의 기자. 오랜 동안 북경 특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 토머스 버튼 ┃ 뉴욕 타임스의 민완기자. 오카 게이노스케와 친하다.
· 에드먼드 트리로니 백하우스┃ 뛰어난 어학실력으로 북경대학 객원교수가 된 영국인.
· 요시나가 치사 ┃ 요시나가 마사루의 어머니. 도쿄에서 청나라 유학생을 상대로 하숙을 하면서 양문수의 가족을 돕는다.
· 영령(야나가와 린) ┃ 이춘뢰와 이춘운의 여동생. 어렸을 때 양문수의 도움으로 상경. 무술변법 때 양문수와 함께 일본에 건너가 그의 아내가 된다.
· 백태태 ┃ 양가둔의 예언자. 타타르족의 여자 점술사.
· 평중청(소평) ┃ 이춘운이 신뢰하는 어린 환관.
▶ 청조淸朝 개국 관련
· 누르하치 ┃ 17세기 초 여진족의 여러 부족을 통일하여 청나라의 시초를 닦은 태조.
· 다이샨 ┃ 17세기 초 여진족을 통일한 누르하치의 차남. 청나라 건국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 헤칸(홍타이지)┃ 누르하치의 여덟째아들. 청나라 왕조의 기초를 닦는다.
· 쑤르하치┃ 누르하치의 동생
· 추옌┃ 누르하치의 맏아들. 아버지의 미움을 받고 죽는다.
· 이자성┃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농민반란의 지도자. 명나라 최후의 황제인 숭정황제를 자살에 몰아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