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마디로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동서고금에 걸쳐 오래된 가장 보편적이면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한 과학자의 성실한 답이다. 철학에서, 문학에서, 그리고 예술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지만, 과학에서 명쾌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답한 것이 처음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아인슈타인을 비롯하여 20세기의 몇몇 과학자들이 신의 존재를 주장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유물론에 근거한 무신론에 대한 유신론의 제안이라는 의미를 지녔을 뿐, 인간의 존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라고 묻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레오 김은 암과 싸우는 의학의 전투사이다.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을 개발하면서 만난 많은 암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그는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의문에 빠졌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인간 존재와 환경에 관한 다양한 과학 분야를 탐험하면서 최근 21세기의 이론들까지 섭렵했다. 그리고 인류의 유산으로 전해온 종교의 가르침들을 과학과 나란히 놓고 과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성실하게 답을 작성했다. 레오 김은 과학과 종교라는 양대 산맥에 구름다리를 건설하고 그 위를 코끼리를 앞세우고 오가면서 과학의 부족한 부분을 종교의 가르침으로, 종교의 막연한 확신을 과학의 입증으로 연결시키면서 두 분야가 미래에 상호 보완하여 우리의 의문을 해소시켜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4퍼센트밖에 채워지지 않은 컵
우주는 4퍼센트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로 채워져 있다. 무한우주와 평행우주가 논의되는 것은 바로 이 행방불명의 에너지와 물질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의 96퍼센트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천체물리학자이며 현재 뉴욕 시의 헤이든 천문관 관장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우주의 역사를 폭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미스터리 속 가장 깊숙이 숨겨진 부분이 기원과 관련된 것임을 발견했다.”고 했다. 타이슨은 우주가 언제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정말 모른다고 고백하는 21세기 과학자들을 대변한다. 21세기 과학이 평행우주, 우주의 팽창, 행방불명의 에너지와 물질 등으로 혼란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의 개념들이 공상적이 된 것이다. 레오 김은 생명의 기원을 아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생명의 기원과 우주의 기원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4퍼센트의 물질에서 생명의 기원이 밝혀진다면 96퍼센트의 행방불명의 에너지와 물질을 모르더라도 우주의 기원은 밝혀질 수 있다는 데서 레오 김은 희망을 갖고 과학의 여정을 시작한다.
실재를 만드는 것은 마음의 관찰뿐이다
우리의 관측 가능한 우주는 무한하거나 엄청나게 많은 다중우주multiverse(혹은 메타우주meta-universe)의 일부, 혹은 하나의 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그러나 우주는 96퍼센트가 비물질로 되어 있다. 즉 정신적, 영적 세계인 것이다. 우주에는 견고한 입자란 없고 오로지 공간을 채우는 에너지 파동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주를 국지적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전체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주를 하나의 전체로 본다는 것은 우리의 행위와 다른 사람의 행위가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작은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주변 물 분자들의 움직임을 바꾸고 미세한 분자의 상호 작용이 바다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하나이며 우리는 우주와 하나인 것이다. 이는 종교적 영적 가르침과도 일치하는데, 힌두교의 브라만은 상호 연결된 코스모스의 연결망cosmic web이다. 세계를 상호 관계의 네트워크로 묘사하는 대승불교의 경전 『화엄경』은 그 네트워크 속에서 모든 사건과 사물이 무한히 복잡한 방법으로 상호 작용한다고 말한다.
레오 김은 우주에 존재하는 것은 에너지와 정보뿐이며, 만물은 정보에 의해 변형된 에너지에 불과하고, 실재를 만들려면 마음의 관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보는 우리 실체의 한 요소를 묘사하는 은유이다. 문제는 정보가 의식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마음-물질의 문제 그리고 의식
레오 김은 정보가 의식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7장 “마음-물질의 문제 그리고 의식”에서 우선 “어떻게 하면 물질을 통해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집착한다. 과학은 뇌의 모든 활동이 정지되면 마음도 사라진다는 주장에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임사체험을 한 많은 사람들의 증언은 이런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레오 김은 우주를 전적으로 마음, 혹은 정신의 산물로 본다. 그는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가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이며, 모든 구성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훀다고 믿는다. 에너지의 형태가 물질이다. 에너지는 비물질이므로 물질 또한 비물질이란 역설이 가능해진다. 마음의 관찰이 확률파동probability wave을 입자로 전환한다는 양자 이론을 지지하는 그는 에너지나 신경세포 같은 분자와 연관된 모든 과정이 양자적 과정과 관련 있다고 본다. 따라서 물질이 마음을 창조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그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정보, 진공, 양자, 원자의 영역이 실재이듯이 그는 의식, 마음, 그리고 에너지의 형태로서의 물질을 실재로 규정한다.
레오 김은 우리는 스스로의 뇌를 바꿀 수 있으며, 그 변화를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마음이 심리학적 상태와 인체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이런 희망이 담긴 것이 8장 “치유의 마음”이다.
치유의 능력이 있는 마음
최면이 마음을 치유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최면치료는 과학으로도 입증된 것으로 뇌가 환자의 인체의 나머지 부분으로 퍼지는 직류 전위를 전환함으로써 통증 신호를 희박하게 만들고 천연 아편인 인체의 엔도르핀 분비량을 증가시킨 사례는 많다. 명상도 또 다른 방법이다. 명상 상태에서 부신피질 호르몬과 아드레날린 분비량이 증가하여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면역기능이 항진되는 등 몇 가지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정상적인 의식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평온한 느낌이 온갖 생각과 인식 그리고 걱정에서 자유로워지는 초월적 경험도 가능한데, 조사에 의하면 전체 명상가의 80퍼센트가 이를 경험했다. 의사이자 임상의학 과장이며 방사선학과 조교수인 앤드루 뉴버그는 뇌의 특정 영역들로 흐르는 혈류를 기록함으로써 명상 중에 뇌 속에 변화가 발생함을 입증했다. 이 변화는 일회적이 아니라 동일한 조건하에서 재현해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도도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들 중 하나이다. 명상과 마찬가지로 기도는 특정한 마음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나 수단이다. 기도에 치유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기도를 올리는 프란체스코 수녀들의 뇌에 변화가 생긴다는 뉴버그의 연구를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과학과 종교의 유사성
우주는 에너지로 차 있는 공간이며, 인체와 뇌 그리고 마음은 에너지의 산물이다. 마음은 우주의 정보를 이용하여 우리의 현실을 창조한다. 마음은 에너지의 파동이므로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에너지는 우주 밖으로 발산된다. 이는 현재 우리가 과학을 통해 추론한 것이며, 지식을 나누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고대 신화와 종교적 교의는 은유로써 우주를 설명했다. 과학의 가르침과 종교적 교의의 차이는 과학은 끊임없이 은유를 수정, 보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들조차 은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은유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그러나 종교와 영적 가르침에서는 자신들의 은유를 바꾸는 일이 드물다. 과학적 정보의 영역은 마음에 대한 바람직한 은유일까? 우리가 몸과 뇌의 활동이 마음의 산물이고 우리 마음의 장소와 상관없이 정보의 영역에 연결되어 있다면, 정보의 영역을 영적인 영역으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적인 사람은 정신이 신체기관에 생명을 불어넣는 불가결의 요소라고 믿는다. 정신적인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곧 에너지라는 동서양의 에너지 은유는 양자 이론과도 맥을 같이한다.
우리는 자가치유와 깊은 지혜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
인체는 에너지를 생성하며, 이 에너지는 심장 기능을 측정하는 심전도나 뇌 기능을 측정하는 뇌전도로 측정이 가능하다. 살아 있는 모든 다세포 기관은 전류를 생성하고, 그 전류는 전기장, 혹은 에너지장을 형성한다. 발레리 헌트는 환경이 인체 에너지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는 강력한 양이온을 머금고 동쪽에서 몰아치는 산타아나 강풍이 인체의 에너지장을 축소시킨다. 반대로 바닷가와 산악 지역에서는 에너지장이 확장되는데, 이는 음이온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부러진 뼈는 뼈 조각을 연결하고 감싸는 조직들이 자라면서 치유된다. 정형외과 의사인 로버트 베커는 골절이나 손상 부위에 8cps의 전기 에너지를 쏘이면 치유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음이 치유를 촉진하고 DNA 수준에 변화를 유발한다.
레오 김은 우주로부터 오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뇌를 고요히 진정시키면 자가치유와 깊은 지혜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을 빅뱅, 에너지, 정보, 그리고 모든 일이 가능한 영원한 실재의 산물로 보기 때문에 무엇이 태어나고 죽는다는 관념을 부정한다. 태어나는 것도 에너지의 형태이고 죽는 것도 에너지의 또 다른 형태라는 것이다. 이 에너지는 신이나 창조주의 개념과 동일하다. 에너지가 생기 없는 우주 속에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네 존재의 미스터리 중심에 있다. 그의 믿음은 윌리엄 블레이크가 “에너지가 유일한 생명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생명의 에너지의 테두리, 혹은 에너지의 외부 경계선이다”라고 한 말과 일치한다.
따라서 사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우리가 말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사후에 영혼, 혹은 정신이 또 다른 상태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그는 유체이탈, 사후세계 경험, 임사체험, 망자 접촉의 많은 사례들을 통해 이를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서로를 일깨울 수 있는 과학과 종교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없다.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이고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지 모른다. 그러나 생명의 특성에 대해서는 과학적 설명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이 고대의 영적 지혜를 받아들이면 21세기 과학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마련할 수 있다. 레오 김은 과학이 인간의 생활양식과 건강에 더 많은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무엇”과 “어떻게”에 대한 진실을 계속 탐구하면서 “왜”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은 고대의 영적 지혜의 의미를 받아들임으로서 과학과 종교의 화해를 당부한다. 그는 과학과 종교가 겸손과 경외감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모든 신비에 다가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으로 그 가르침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더 많은 정보를 강박적룀로 사냥한다. 종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진실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부분들을 받아들이고 잃어버린 신과 정신 그리고 영혼의 조각들을 불러낸다. 과학과 종교는 자신들의 가르침을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지속적으로 일깨울 수 있다. 과학과 종교는 음과 양처럼 서로를 북돋을 수 있는 관계라고 레오 김은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