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과 함께하는 유쾌한 현대미술 이야기
시적 감수성으로 포착한 매혹의 현대미술을 만나다!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현대미술 에세이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이 재출간된다. ‘현대미술은 왜 매혹적인가’라는 화두로 현대인의 지친 감성을 어루만지는 작품을 예리하게 포착한 이 책은, 현대미술의 난해성이라고 하는 한계를 보기 좋게 날려 버린다. 현대미술은 어려운 게 아니라 매혹적이라고 하는 신현림의 유쾌한 독법은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이 출간된 지도 올해로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동안 현대미술 지형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원고를 가필 수정하였다. 그 과정에서 아네트 메사제, 크리스티앙 볼탄스키, 제프 월, 조 레너드, 소피 칼, 로빈 로드, 현대미술의 핵으로 부상한 중국작가 네 명(장샤오강, 위에민쥔, 조우춘야, 펑정지에), 그리고 한국의 젊은 작가 배준성과 정연두에 대한 글이 추가되었다. 이번 개정증보판에서 신현림은 시적 감수성과 현대미술의 매혹이 어떻게 조응하는지, 깊은 내면의 울렁거림을 한 치의 거리낌 없이 낱낱이 보여 준다.
낯설고 기이한 마주침에서 문득 터져 오는 감성과 상상력의 세계
감춰진 시심詩心을 자극하는 현대미술의 매혹을 마주하다
현대미술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늘 고정관념과 상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작업들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성난 젊음이든 고통스러운 절규든 엽기적 발산이든 정치적 저항이든 간에 개인의 감성을 넘어서 시대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넘치는 상상력과 파격으로 점철된 현대미술 작가들의 치열한 작업을 시적 감수성으로 읽어낸 감성 에세이다.
신현림은 그동안 『나의 아름다운 창』 『희망의 누드』 『슬픔도 오리지널이 있다』 등과 같은 사진에세이를 써 왔다.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은 그간의 영상에세이 작업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를 보여 준다. 작가는 그동안 개인의 감성을 풀어내는 방식의 작품 읽기와 소개에 치중해 왔다면, 이 책에선 현대미술이 읽어 내는 현대?현대인의 성감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시 창작과 현대미술 작품의 절묘한 교감을 탐구한다. 이미지와 글이 따로 분리된 존재가 아닌 서로 숨결을 나누고 커다란 우주적 생명력을 이룬다는 작가의 관점이 책 속에 예리하게 살아 있다. 시인의 감성 주파수로 잡아 낸 문화이야기와 한국 젊은 시인들의 시를 함께 곁들여 이 책은 전보다 젊고 풍요로워졌다.“모든 예술은 시詩 정신이 뿌리이며, 가장 시적인 미감을 보여 줄 때 사람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다.”
현대미술이 왜 매혹적인가? 그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이 소개하는 작가들은 대체로 196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들이며, 이 책은 이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젊디젊은 현대미술에 대한 본격적인 안내서이다. 현재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현역 스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대거 소개하고 있다.
현대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선 '이런 것도 미술인가’라는 표현 방식의 파격성에 대한 질문과 '모르겠다, 어렵다'라는 표현 내용의 난해함에 대한 투덜거림, 대략 두 가지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현대미술에 대한 편견과 거부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다, 현대미술은 너무나 매혹적이다'라고 주장한다.
“21세기 세계 미술계에 스타로 떠오른 30대 전후 작가들의 작품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실을 비틀어 풍자하거나, 섹슈얼리티, 정체성, 일상성, 삶과 죽음, 욕망과 상실 등 그 어떤 것을 다루든 비장함 속에서도 유쾌함이 배어 있다. 현대미술이 왜 매혹적인가?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제나 끝에서 끝까지 가려는 정신 때문이다. 작업에 임하면서 온몸을 던져 끝장을 보려는 가열한 예술정신. 그 열렬한 작업은 관객마저 전염시키고 감동시킨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회화가 미술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새로운 눈을 열어 준다. 이미 현대미술에서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등의 장르의 경계는 모호해졌으며, 오브제와 이미지의 관계 중시, 탈회화성, 설치미술,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 디지털 작업 등 상식의 범위를 훌쩍 넘어섰다. ‘무엇을’ 표현하는가 이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집중하며, 관계와 행위, 관객과의 소통 모두가 작품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업해 놓은 작품들을 통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지평을 알 수 있다.
“사진과 미술, 영화 음악, 문학, 건축 그리고 철학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교류하며 배우고 닮는다. 이렇게 장르의 벽을 허물며 손잡는 퓨전 현상의 시대.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이루는 현시점에서 예술 작업을 통해 동시대인이 어떻게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다양한 경향의 예술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소개함으로써 우리 문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비전을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대미술을 보는 신현림의 시각은 따뜻하며 유쾌하다. 미술가들보다 더 악동처럼 눈을 반짝이며 현대미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들이 작품을 통해 내지르는 소리를 듣는다. 세상에 대해 조소하고 저항하며 경계를 넘어 파격의 극단까지 가면서도 다시 경계 안에서 신음하고 사랑을 호소해 오는 걸 온몸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우리에게까지 쉽게 전염되며, 어느덧 현대미술의 너무 매혹적인 모습에 반하게 된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네 가지 코드
현대미술 작가들의 사고방식은 동시대의 감성에서 피어난다. 파격을 추구하며 신선함과 놀라움을 주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거칠게 말해 악바리나 악동처럼 맵고 다부지며 치열하다. 신현림은 상식과 상실에 저항하며 폭력적인 세상에 폭탄 같은 꽃다발을 던지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네 가지 코드(“삶과 죽음”“희망과 웃음”“관계와 소통”“사랑과 섹스”)로 이해한다.
코드 1. 삶과 죽음-“내가 약할 때 나는 강하다”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언제나 죽음과 맞닿아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어떤 사실이 갑자기 눈앞에 또렷이 펼쳐질 때의 당혹감, 산다는 것이 한없이 고달프고 불안해서 누군가의 손이라도 붙잡고 싶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영국 출신의 작가로 21세기 미술계의 선두주자인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하여 장샤오강, 볼프강 틸만, 잭 피어슨, 조 레너드, 조우춘야, 게리 힐, 앙드레 세라노, 론 뮤익 등 절망 속에서 삶을 향한 강한 열망을 노래하는 작가들을 만난다.
코드 2. 희망과 웃음-“사랑은 삶을 구한다”
플라스틱 해바라기. 감정이 절제된 어린아이 얼굴, 박제된 망아지, 임신한 망치……. 기발한 유머와 신나는 꿈은 마술처럼 삶을 구한다. 폭소를 자아내는 유쾌함으로, 때론 상처 받은 영혼을 달래는 레퀴엠처럼 아직 오지 않은 희망을 예찬하는 작품들 속에서 밝은 미래를 예감한다. 나라 요시토모, 위에민쥔, 크리스티앙 볼탄스키를 비롯하여 박이소, 김범, 김홍주, 마우리치오 카텔란, 로빈 로드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코드 3. 관계와 소통-“스크린을 꺼 버리면 사라지는 존재들”
복제시대에 과연 무엇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 내면의 풍경이 사라진 현대인의 삶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살과 살이 닿아도 교감할 수 없는 고립된 현대인의 절규가 고스란히 작품으로 남아 있다. 정광호, 이불, 정연두, 배준성을 비롯하여 아네트 메사제, 사라 루카스, 소피 칼, 모리 마리코, 제프리 쇼, 토마스 그륀펠트 등이 영혼이 사라진 현대인의 모습을 가까스로 구원하고 있다.
코드 4. 사랑과 섹스-“뭔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
섹스와 폭력, 황홀경의 퍼포먼스. 몸과 몸이 엉키고 입술과 입술이 포개어지는 순간 불현듯 상기되는 인간 본연의 매혹을 탐구한다. 삶과 예술을 일치시킨 솔직한 작업들은 쾌락과 고통의 축제가 된다. 래리 클락, 트레시 에민, 제니 새빌, 박혜숙, 제이크와 디노 채프먼 형제 등 성과 육체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