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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김숨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1월 27일 리뷰 총점6.0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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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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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

출간일 2008년 11월 27일
쪽수,무게,크기 278쪽 | 366g | 140*204*20mm
ISBN13 9788932019062
ISBN10 8932019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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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철에 장악된, 지난 날의 녹슬어버린 자화상

‘철’로 상징된 산업사회 이면의 어두운 기억 한 페이지를 차근차근 적어 내려간, 불편하지만 눈을 뗄 수 없고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난날의 자화상이다. 거대한 철선의 완성을 위해 평생을 노동에 힘쓰는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 오로지 철선의 완성을 위해 도구처럼 쓰이다가 마모되고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이미 지나가버린 한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때를 기억하는 이들과 여전히 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번째 장편소설 『백치들』을 통해 70년대에 돈을 벌기 위해 멀리 중동의 모래사막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저자는, 두번째 장편소설 『철』로 나날이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하나의 부속품처럼 살아야 했던, 철저하게 이용되다가 마모되어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었던, 그 시기의 아버지를 작품속으로 불러내었다. 그리고 노동으로부터 소외되고 결국 자기소외된 우리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친족의 얼굴 없는 삶을 자본과 노동 그리고 계급의 문제로 짱짱하게 조여서 그려내고 있다.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관심작가알림 신청 저 : 김숨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나 대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투견』, 『침대』, 『간과 쓸개』, 장편소설로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노란 개를 버리러』이 있으며, 2006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작업’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내다보니, 저기 한 소년이 흑문조의 다리만큼 가느다란 골목을 걸어갑니다. 저 소년은 빈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일까요? 아니면 조금 뒤 빈 택시에 오를 소년일까요? 한 포대의 시멘트로 빚은 달은 골목을 환히 밝히기에는 너무 차갑고 멀리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저는 빈 택시에 소년을 태워 떠나보낸 적이 있습니다. 소년이 택시에 오른 뒤에도 ‘빈 차’ 표시등에 들어온 빨간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에필로그

해설 철의 시대를 기억하라·소영현
작가의 말

책속으로

동틀 녘, 무리를 이룬 발소리가 마을을 흔들어 깨웠다. 그것은 조선소로 향하는 노동자들의 발소리였다. 발소리는 점점 더 규칙적이고 우렁차졌으며 빨라지고 있었다. 김만도는 걸음을 재촉하며, 무리를 이룬 발소리에 자신의 발소리가 무참히 섞여드는 것을 느꼈다. 밤새 낀 안개가 채 걷히지 않아 노동자들은 마치 죽은 물고기가 물에 떠내려가듯 한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무리를 이룬 발소리가 척, 척, 척 만들어내는 울림에 따라 마을은 지진에 든 듯 흔들렸다. 언 송장에 다시 피가 흐르듯, 밤새 죽은 듯 잠들었던 마을이 꿈틀꿈틀 깨어났다. --- p.9

죽은 여자아이에 대한 소문은 순식간에 마을에 퍼졌다. 소문은 이러했다. 건어물 집 여자는 녹이 딸의 막힌 목을 뚫어줄 것이라고 믿고는, 발버둥 치는 딸의 입속으로 녹을 마구 퍼 넣었고, 한 솥단지나 되는 녹을 퍼 넣은 뒤에야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파랗게 질린 딸을 끌어안고 두려움에 떨던 건어물 집 여자는, 늦은 밤 딸을 몰래 광포천에 내다 버렸다. 순전히 녹 때문에 건어물 집 딸이 비명횡사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녹이 몹쓸 병을 낫게 하는 신비한 효험을 가지고
... 펼처보기 --- p. 259

줄거리

땅이 황폐하여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바다가 가깝지 않아 어부가 될 수도 없으며, 공장도 들어서지 않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한 가난한 마을의 북쪽에 조선소가 세워진다. 조선소는 튼튼한 몸을 가진 남자들이라면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내주었고, 그 소식을 듣고 마을 남자들은 물론 타지에서도 건장한 남자들이 조선소에서 노동을 하기 시작한다.

거대한 철선을 만든다는 소문이 무성한 조선소에서는 커다란 용광로에 불을 지피고 많은 양을 철을 생산해낸다. 그리고 곧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일정한 금액의 임금으로 마을은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게 되고, 철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생활도 빠르게 변화해간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노동을 종교처럼 받들고 자신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바꾼 철을 신봉하기에 이른다. 마치 하나의 부속품처럼 노동을 반복하며 그것에 길들여지는 남자들과 무쇠 식칼을 사들이는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여자들, 그리고 생니를 뽑아 그 자리에 쇠로 된 틀니를 해 넣는 것에 혈안이 된 노인들까지, 조선소와 철에 대한 마을의 이 같은 맹목적인 믿음은, 철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녹을 퍼 먹거나 벙어리인 자식의
... 펼처보기

출판사 리뷰

철에 장악된, 지난날의 녹슬어버린 자화상

얼굴 없는 다수, 익명의 그들의 삶이 마모되어간다
아주 천천히……

다시 한 번, 작가 김숨이 불러들이는 아버지 세대에 대한 기억, 『철』


‘철’로 상징된 산업사회 이면의 어두운 기억 한 페이지를 차근차근 적어 내려간 한 편의 소설이 2008년 끝자락에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가상의 마을, 그러나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때로는 잔혹한 우화로, 때로는 적나라한 리얼리즘 소설로 다가오는 이 작품은, 불편하지만 눈을 뗄 수 없고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난날의 자화상이다. 이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한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때를 기억하는 이들과 여전히 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첫번째 장편소설 『백치들』을 통해 7?0년대에 돈을 벌기 위해 멀리 중동의 모래사막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작가 김숨이, 두번째 장편소설 『철』로 나날이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하나의 부속품처럼 살아야 했던, 철저하게 이용되다가 마모되어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었던, 그 시기의 아버지를 다시 한 번 불러내었다. 사막의 모래를 안고 돌아왔던 아버지가 이번엔 녹에 휩싸여 붉게 부식된 모습으로 다시금 독자들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모래’라는 자연의 물질이 ‘철’이라는 인공의 물질로 바뀌었다는 것뿐 아니라, 이 작품은 이전의 『백치들』과 맥을 같이 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사뭇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접어든 후 ‘노동’의 변화와 더불어 일어난 생활의 변화, 그것이 갖는 의미, 또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우리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이 두 작품을 ‘노동’에 대한, 혹은 ‘아버지 세대의 역사’에 대한 연작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백치들』에서 『철』까지 작가의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제목에서부터 그 시선의 차이는 뚜렷이 드러난다. 『백치들』이 ‘노동자,’ 즉 사람에 그 초점을 맞춘 제목이라면 『철』은 ‘노동’ 그 자체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백치’는 그 시대 아버지들에 대한 찬사라고 했던 작가의 말처럼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던 첫번째 장편과는 달리, 『철』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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