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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 문학동네 | 2016년 08월 25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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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96쪽 | 674g | 145*210*35mm
ISBN13 9788954642040
ISBN10 895464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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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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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2002년 진주신문 가을문예공모에 단편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과 「단발장 스트리트」가,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프라이데이와 결별하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장편소설 『캐비닛』으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설계자들』을 2010년에 냈고, 소설집 『잽』이 2013년에 나왔다. 오랜 침묵을 깨고 2016년 세 번째 장편 『뜨거운 피』를 발표했다. 『뜨거운 피』는... 2002년 진주신문 가을문예공모에 단편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과 「단발장 스트리트」가,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프라이데이와 결별하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장편소설 『캐비닛』으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설계자들』을 2010년에 냈고, 소설집 『잽』이 2013년에 나왔다. 오랜 침묵을 깨고 2016년 세 번째 장편 『뜨거운 피』를 발표했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짠내 가득한 이야기로, 건달들의 비루한 삶을 그렸다. 서정보다는 서사를 내세운 작품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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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514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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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뜨거운 피] 그들이 사는 세상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f******5 | 2016-09-30 | 신고

구암이란...

자신의 직업세계와 다른 사람들을 칭할 때 일반인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연예인과 일반인, 군인과 일반인, 정치인과 일반인 등등. 조폭(또는 건달)도 그렇다. 조폭과 일반인. 이 속에는 그 세계를 모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일반인인 거다. 알면 그 세계의 사람이거나 밀접한 연관을 가진 사람이다. 연예인과 매니저, 조폭과 형사 같은. 작품은 구암이란 1993년 부산의 어느 변두리, 가상의 작은 바닷가 공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조폭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익히 떠올릴 수 있는 행태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물과 폭력을 기본으로 밀수를 하고, 무엇이든 독점으로 공급해 이득을 얻으며, 사채와 매매춘이 횡횡한다. 너무 자연스러워 당연하게 보이고 이런 모습이 구암이란 공간과 사람들의 전부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조폭이거나 연관된 사람들이 아니면 전부 일반인이고 일반인은 이 작품에서 의미가 없다. 그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고로 구암에서 평범하게 땀 흘려 일하는 일반인들의 생활은 언급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불법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평범한 일반인들이 도덕이나 윤리란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도 않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이 작품에서의 구암이란 공간은 오로지 조폭과 그에 연관된 사람들의 세계이며,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글이다. 또한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구암이란 변두리 공간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이끌어가는 손영감과 그의 오른팔이자 주인공 희수는 구암을 이렇게 말한다.

[p 414. “이 바다가 뭣이 좋습니까. 소매치기에, 사기꾼에, 포주에, 창녀에, 양아치들하며,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고, 기껏 화해시키려고 자리 마련하면 이야기 쪼매 하다가 결국 욕하고, 술판 뒤집고, 소주병 날아다니고, 대가리 깨지고, 울고, 그래놓고도 또 술 처마시면 서로 껴안으면서 사랑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 지랄이나 하고 자빠지고, 영감님, 저는 마 요즘엔 신파가 딱 싫습니다.” 희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아서 이 바다가 좋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위험하고 전혀 살만하지 않은 곳인데도 그들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구암에서 살아간다. ? 그들은 조폭이고, 이런 구암에서 오래 살아왔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평범하게 땀 흘려 일하는 구암이 아닌, 싸우고 지지고 볶고 그러다 서로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구암에서 말이다. 그러니 구암에서 폭력이 벌어지고 사기꾼이 돌아다니며 매매춘이 벌어진다고 그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자신들과 연관된 일이다. 그건 곧 그들의 일상이란 거다. 그들이 하는 일, 그들과 연관된 일 말이다. 그런 터전에 불길한 변화가 불어온다. 시작은 손영감의 빨래공장이 용강이란 자에게 넘어가면서이고, 결국 다른 조직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였던, 그래서 삼십년 동안 나름 평화로웠던 구암은 영도를 장악한 전국구 조직이 등장하면서 피바람을 맞는다. 양측의 전쟁은 희생을 낳고 희생은 새로운 변화를 만든다. 그 새로운 변화가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작동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고 말이다.

 

아버지란...

모자원이란 고아원에서 자란 희수에게 보스 손영감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피를 나눠준 진짜 아버지가 아닌 같은존재. 그건 적당한 이유만 있으면 언제든 떠나거나 배신해도 용인이 가능한 관계라는 거다. ‘의심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희수는 손영감을 잠시 떠난다. 이십년을 충성한 아버지 같은 존재에게서 애정을 못 받았다는 서운함의 확인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인 인숙과 함께 살며 그녀의 아들 아미를 자식으로 삼아 같은존재가 아닌 진짜 아버지로 살아가려 한다. 불법적인 일을 하지만 나름의 평범하고 단란한 생활을 꿈꾸기도 하고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진다. 조폭이면서 폭력과는 상관없는 일반인의 생활을 바랐다는 것. 구암과 영도의 조폭전쟁은 아미가 도화선 역할을 하지만, 희수가 폭력적인 조폭의 세계를 정말 벗어나길 바랐다면 그는 양아들 아미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함께 구암을 떠나야했다. 이미 조폭세계에서 유명한 아미이고 그만큼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그 세계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험한 마흔 살의 희수라면, 폭력과는 상관없는 평범한 가정을 바랐던 그라면 그래야했다. 하지만 희수는 방관했고 그래서 아미를 잃었으며 인숙을 떠나보냈다.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 같은존재로서의 손영감은 어쨌든 어떤 식으로라도 희수를 그늘에 두고 보호하려했으나, 희수는 아버지란 관계와 위치를 받아들였으면서도 오히려 양아들 아미를 방기했다.

희수는 왜 그랬을까? 손영감이 희수를 말로만 아들 같다고하는 것처럼, 희수 역시 아미를 아들이 아닌 조폭이란 위치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게 당연한 것처럼 보였던 거다.

 

[p 371. 오랜만에 신이 난 아미의 패거리도 모두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거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아니다. 건달의 일이란 건 언제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것이다. 남들이 꺼리기 때문에 건달이라는 직업이 생기는 거고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것은 온전히 아미의 몫이다. 희수는 모처럼 신이 난 아미의 기를 꺾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미가 그 정도도 눈치 채지 못할 바보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족을 보호하고 희생하며 이끌어간다는 아버지란 존재 자체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며, 희수에게는 아버지란 역할보단 조폭세계의 에이스라는 게 더 중요했던 거다.

[p 543. “아버지가 된다는 게 뭔지 아나? 자기가 이 세상에서 좆도 아니라는 걸 아는 거다. 희수 니는 멋있게 사는 게 중요하겠지만 나한테는 그런 게 별로 안 중요하다. 나는 사는 게 중요하다. 나는 그냥, 숨 쉬고 밥 처묵고 찌질하게라도 사는 게 중요하다.”

철진이 한참이나 희수를 쳐다봤다.

 

p 305. “니는 씨발 정신이 없다.” 씨발 정신은 또 뭐냐는 듯 희수가 양동을 쳐다봤다.

니는 너무 멋있으려고 한다. 건달은 멋으로 사는 거 아니다. 영감님에 대한 의리? 동생들에 대한 걱정?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하는 평가? 좆까지 마라. 인간이란 게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

그래서 씨발스럽게 이겨서 얻는 게 뭔데요?”

양동이 이 새끼가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처먹었네, 하는 표정으로 희수를 잠시 쳐다봤다.

그래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단 말이다.]

 

찢어지는 가난에 고아원에서 자란 희수가 아무리 손영감을 만나 그의 그늘에서 살았다고 하더라도 손영감은 진짜 아버지도 아니고 아버지의 관계와 위치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나중에 드러나는 희수에 대한 손영감의 애정과 신뢰, 보상은 희수를 정말 친아들처럼 생각해서 그런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며, 그렇기에 손영감은 언제든 갈라설 수 있는 아버지 같은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런 손영감이 희수에게 진짜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할 영향력은 없다. 자신을 이끌어줄 아버지의 개념이 없는 희수이니 양아들 아미를 방기한 게 이해되고, 그런 희수는 아버지의 역할로 보면 손영감보다 훨씬 못한 존재가 된다. 적어도 손영감은 아들 같은희수를 돌보며 살리기라도 했으니 말이다. 희수는 멋있어 보이는 아버지가 되려고 했지 진짜 아버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핑계조차 댈 수 없다. 그동안 손영감이 보호해주었고, 모자원 출신의 절친한 친구 철진은 이미 스스로 알았으니까. 구암을 보호하려하고 사람들의 분쟁을 나서서 해결하려 했던 희수의 행동과 걱정은 결국 희수 자신을 좋게, 멋있게 보이려는 것으로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희수는 이기적이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다음에야 아버지란 존재의 의미와 역할을 알게 된다.

 

[p 576. “세상에 좋은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는 힘이 없는데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리거든. 아버지는 좆도 힘이 하나도 없는데.” 철진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쩌면 철진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고 희수는 생각했다. 아버지란 좆같은 것이다. 원래부터 좆같았거나 아님 아버지가 되면서 서서히 좆같아졌거나. 문밖에는 칼바람이 불고 무서운 승냥이떼가 돌아다닌다. 아버지는 힘이 하나도 없는데,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린다.]

 

결국 희수는 원래 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 아닌 주인으로, 누군가의 오른팔이 아닌 구암의 보스로 말이다. 그런 희수 옆에 죽은 아미의 절친 흰강이 있다. 마치 손영감과 희수에서 희수와 흰강처럼. 희수는 흰강을 어떻게 대할까? 아미의 일을 교훈삼아 정말 아버지의 역할을 할까?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맨 마지막 희수의 취임식 장면에서 희수는 흰강에게 살인을 지시한다. 정말 아버지의 역할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직접적인 살인을 지시하지는 않을 거다. 희수는 흰강을 자신처럼 보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희수는 이미 가정과 아버지란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자신이 나고 자란 구암에서 타협하며 살아가는 걸 택한다. 자식에게 아버지의 부재가 남기는 대물림의 영향력을 끊고 지긋지긋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의 터전을 유지하려한다. 그에게 남은 건 구암밖엔 없으니까 말이다. 손영감이 그랬던 것처럼.

 

[p 514. “왜 그런지 아나? 너는 이 용강이랑 닮았거든.”

내가 왜 당신 따위랑 닮았는데.”

너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거든. 그런 인간이 갈 곳은 딱 두 군데밖에 없다. 저 바닥으로 계속 추락하거나 아님 저 위로 하염없이 올라가서 왕이 되거나. 둘 다 존나게 쓸쓸하고 무의미한 곳이지... 희수 니는 올라가서 왕이 되어라.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고.”]

 

뜨거움이란...

[p 158. 구암 바다는 큰 조직에게 계륵 같은 곳이었다. 보고 있으면 군침이 돌지만 막상 먹으려들면 먹기도 힘들고 먹어봐야 먹잘 것도 없는 동네였다. 겉보기엔 비리비리해 보이는 구암의 핫바지 건달들도 누가 자기 밥줄을 끊으러 오면 미친 독종으로 돌변했다. 늙은 똥개라도 입에 물고 있는 뼈다귀를 뺏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조폭에 소매치기, 사기꾼, 포주, 창녀, 양아치들이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아가는 곳이 구암의 조폭세계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어떡하든 입에 풀칠하려고 살아가려는 곳이 그곳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가려면 뜨거워야 한다. 일반인의 세계에선 그걸 열정이라 부르겠지만, 조폭세계에서 열정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폭력과 불법과 살인으로 얼룩진 곳에서 열정이란 단어는 고급스럽고 멋있다. 그러니 열정이 아니라 뜨겁게 살아가는 거다. 각자의 생활환경에서 구질구질하게라도 살아가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 삶. 피가 뜨겁지 않다면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잠시도 살아갈 수 없고 죽거나 퇴출된다. 자신이나 누구에 의해 피가 데워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뜨거운 피는 살아가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그리고 그 뜨거운 피가 활화산처럼 폭발할 때 자신은 커다란 분출구멍을 멍에처럼 안고 살아가며 그렇게 흘린 피로 주변은 황폐화가 된다. 뜨거운 피를 분출한 자의 숙명이다.

 

손영감은 그걸 알고 있었기에 조폭끼리의 대거리를 자제하며 살아왔다. 한 번 분출한 희수는 사화산이 되었을까, 아직도 용암이 흐르며 언제든 활성화될 수 있는 휴화산일까?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겠으나, 가족을 데리고 구암을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구암의 조폭세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요원해 보인다. 즉 구암의 조폭세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무엇을 얻어가며 살아가는 게 아닌 어떻게 뜨거운 피를 유지하는가가 중요한 그런 곳이다.

 

[p 414. “이 바다가 뭣이 좋습니까. 소매치기에, 사기꾼에, 포주에, 창녀에, 양아치들하며,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고, 기껏 화해시키려고 자리 마련하면 이야기 쪼매 하다가 결국 욕하고, 술판 뒤집고, 소주병 날아다니고, 대가리 깨지고, 울고, 그래놓고도 또 술 처마시면 서로 껴안으면서 사랑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 지랄이나 하고 자빠지고, 영감님, 저는 마 요즘엔 신파가 딱 싫습니다.” 희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아서 이 바다가 좋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6 댓글 0 접어보기
종이책 주간우수작 구암 바닷가에는 뜨거움이 있었다!
평점10점 | i*******3 | 2016-09-29 | 신고

 

여름 바닷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뙤약볕의 여름 바닷가에는 온갖 군상들이 몰려져 있다. 좀비영화에서나 볼듯한 좁은 공간에 아우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무리들로 인해 좁은 해변가와 바닷가는 발디딜 틈도 없다. 해변에는 빽빽히 드러선 텐트와 파라솔이 있고, 그 텐트와 파라솔에 말도 안되는 자리세를 받는 동네 깍두기 형들도 꼭 있다. 요즘에는 해변까지 치킨과 피자를 시키고, 덕분에 저녁이면 해변가는 그야말로 술판이다. 그리고 그 술판 뒤에는 꼭 욕설과 싸움이 있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따라 매해 여름 바닷가를 찾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거의 찾지 않고 있다. 살면서 산다는 게 어자피 좁은 곳에서 북적거리며 것인데, 굳이 휴가때가지 그 북적거림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깔끔한 것을 추구하는 것일까. 그 북적거리과 아웅다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김언수 작가의 [뜨거운 피]라는 소설은 우리를 북적거림과 아웅다웅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부산의 구암이라는 작은 바닷가이다. 한창때는 유명한 휴양지였지만, 이제는 여름에만 북적거리는 변두리 휴양지이다. 부산에 산 사람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구암 바다는 작가가 만든 가상의 공간이다. 부산에 몇 번 가본적 밖에 없는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몇 번을 인터넷에 구암 바다를 검색해 보았다. 소설의 끝부분에 와서 작가의 글을 읽고서야 이곳이 작가가 만든 가상의 공간임을 알았다. 내가 구암이라는 동네를 실재 장소로 착각한 것은 단지 부산이란 곳의 지명에 무지해서만은 아니다. 작가가 만든 구암 바다라는 공간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기에, 도저히 가상의 공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온갖 군상들이 다 모여있다. 그곳은 항상 북적거리며, 항상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여름철의 한철 장사로부터 주변 사창가와 술집까지, 그곳은 마치 살아있는 공간처럼 항상 북적거리며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구암 바닷가의 실제적인 주인은 만리장호텔의 손영감이라는 인물이다. 마치 동네 복덕방 할어버지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손영감은 선대로 부터 만리장호텔을 운영하면서 주변의 구암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보스이다. 손영감의 인생철학은 '안전제일'이다. 그는 건달이 폼을 잡는 것은 명줄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조직원들에게 검은양복 대신 추리닝을 입게 할 정도이다. 밀수로 들여오는 것도 마약이나 술이 아닌, 중국산 고추가루가 전부이다. 그것도 양심적으로 국산 고추가루를 적당히 넣어서 판다. 그래도 그의 수입원이란 동네주변의 유흥업소나 온갖 구질구질한 사업의 10프로 세금을 받는 것이다. 그가 실질적으로 구암 바다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을 수록 이런 할어버지가 어떻게 온갖 인생 군상들이 모여 있는 구암 바닷가를 장악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소설 막판에서는 이 손영감의 포스가 어주 멋지게 드러난다.


소설의 주인공은 손영감 밑에서 만리장 호텔 지배인 역할을 하고 있는 '희수'라는 인물이다. 40대의 나이에 지금까지 모든 것을 몸으로 때운 인생이다. 손영감 밑에 일하며 감옥도 가고, 칼도 맞고, 가진 돈의 대부분은 노름이나 밑에 애들을 챙기느라 다 탕진했다. 지금은 돈을 값지 못하면 사람의 장기쯤은 동네 슈퍼 물건 팔듯이 파는 황사채라는 인물에게 삼억이라는 거금의 빚을 지고 있다.


이제 그도 건달 인생의 거의 끝자락에 와있다. 육체와 마음은 지쳐 있다. 설상가상으로 손영감은 유일한 혈육인 도다리라는 엉성한 놈을 자신은 밑에 앉혀 놓는다. 희수는 손영감과 도다리 뒤치닥거리와 함께 구암 바닷가의 조잡한 일들을 처리하는라 정신이 없다. 거기다가 부산의 영도라는 전국구 조직과 용강이라는 구암출신의 깡패가 이끄는 동남아 조직까지 구암을 넘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몸으로 막아야 하는 사람은 희수 자신이다.


희수는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하루라도 빨리 이 북적거리는 구암을 떠나고 싶다. 그러나 그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같이 모자원에서 아버지없이 자라서, 18살에 동생들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창년가 된 인숙이를 잊지 못해서이다. 손영감은 인숙이를 잊지 못하고 그녀와 결혼하려는 희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랑 인숙이 사이가 똥구덩이다. 지난 이십 년 동안 안 그랬나? 둘이 좋다고 허우적거려봐야 그냥 똥구덩이 안이다." (P220)


희수에게 인숙이 뿐만 아니라 구암에 둘러쌓여 있는 그 모든 것이 똥구덩이이다. 그는 그 똥구덩이를 매일같이 헤엄친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떠날 수 없다. 과연 희수는 이 똥꾸덩이를 떠날 수 있을까?



나는 누가 뭐라해도 소설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건 점점 소설에서 스토리 대신 예술이나 인문이 그것을 대치하려고 한다. 특히 한국소설이 점점 독자와 벽을 쌓아가면서 스스로 쌓아가는 그 스토리가 사라진 자신만의 그 세계가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다시금 살아나는 스토리 위주의 작가들이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그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캐비넷]과 [설계자들]의 작가 김언수 작가이다.


소설의 스토리가 살아나려면 사실성이 있어야 한다. 소설에서 만든 허상의 세계가 실제 세계처럼 느껴져야 하고, 소설의 인물들이 실제 인물처럼 공감을 느껴야 한다. 바로 이 소설이 그렇다. 작가가 만든 구암이라는 바닷가는 마치 부산의 실제로 존재하는 쇠락해가는 마을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수많은 군상들은 우리가 매일마 만나는 삶에 찌들인 인생들과 너무나 닮아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글에는 그 공간과 그 공간 안의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다. 작가는 이 똥구덩이같이 온갖 군상들로 북적이는 구암 바닷가를 사랑하는 것이 확실하다. 작가는 그것을 '뜨거움'이라고 부른다. 똥꾸덩이에서 사람들과 부비적거리며 사는 것, 그것이 작가에게는 뜨거움이고, 그 뜨거움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밝혔듯이 사라져 가는 뜨거움에 대한 송가이다.


세상은 점점 깔끔해져가고 있지만, 그것이 세상이 좋아졌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도 작가가 이야기하는 그 북적거림과 그 북적거림에서 오는 뜨거움을 이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 뜨거움을 향한 작가의 송가에 같은 마음을 느끼는 이유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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