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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8년 08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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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4쪽 | 510g | 128*188*30mm |
ISBN13 | 9788937832338 |
ISBN10 | 893783233X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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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2일 ~ 2024년 05월 31일
[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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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10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8월 31일 구민회관의 <로마의 휴일> 상영회.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와 같이 에피소드마다 전환점을 찍듯 나오는 이 장면.
주인공들처럼 오랜만에 로마의 휴일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드는 것은 어떨까요?
'싫든 좋든 사람에게는 하늘이 정해 준 역할이라는 게 있는 거야.'
태양은 가득히의 나는 용일을 구원하는, 정무문의 나는 죽은 남편을 대신해 정의를 행할 그리고 나루미는 그런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줄, 프랭키와 자니의 나는 악덕 변호사 아버지로 고통 받는 이시오카를 사랑으로 보듬는, B급 안젤리나 졸리 같은 아줌마는 정의와 복수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부모의 이혼으로 불행에 빠진 유를 바른 길로 인도할, 데쓰야를 비롯한 도리고에 손자집단은 할머니의 '괜찮아' 오라를 되살리는 역할을 갖고 있다.
전작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스즈키 하지메라는 평범한 중년 샐러리맨이 내용을 날짜별로 적어 내려간 일기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영화처럼'은 마치 영화광의 영화에 대한 오마주 같은 옴니버스 형식의 에피소드 모음이다. 각 에피소드의 모티브가 된 동명의 영화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주인공들 삶에 영향을 주며 녹아든다. 영화와 같은 군더더기 없는 속도감이 있는 문체와 스피디한 전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소재들은 하나같이 밝지가 않다. 현실성 없는 정치적 민족적 입장이라는 딜레마, 부조리한 사회, 이혼가정이라는 불우한 환경, 신뢰할 수 없는 부모, 왕따와 소외감 그리고 이탈, 죽음과 상실. 어느 것 하나 어둡지 않은 것이 없는데 가네시로 가즈키는 침몰할 듯 하다가도 잔잔한 이해로, 유쾌한 상황과 유머러스한 말들로 희망적인 결말을 끌어내준다. 감동과 웃음이 적적한 조화를 이루고 있달까. 그리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유명한 영화의 제목들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톡톡하다.
이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죽 읽다보면 필연적으로 에피소드마다 겹쳐지는 단어들을 보게 될 것이다. 마치 숨은 그림처럼 등장하여 놀라움과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제약회사와 약해사건, 유명한 영화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대체 이영화의 제목은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인지), 8월 31일, 구민회관에서 상영하는 <로마의 휴일>, 비디오 대여점 '힐츠'와 나루미, 이소룡의 <정무문>, <대탈주>
태양은 가득히에서 두 주인공은 이소룡과 성룡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를 논하고, 사랑의 샘에서 데쓰야의 영화광 친구 오카는 스티븐 시걸과 장 클로드 반담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센가를 묻는다. 데쓰야는 척 노리스라고 대답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 우린 재일 조선인도, 재일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다른 인간이 될 수 있지. 그러니까, 음, 이런 거야. 불이 꺼지면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또 어떤 등장인물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감이 우리의 머리와 몸속에서 점점 부풀잖아. 그러다 불이 완전히 꺼지면 '팡!'하고 터져버리지. 그때 우리란 인간도 함께 터져서 없어지고, 어둠 그 자체가 되는 거야. 그다음은 스크린에 비치는 빛에 동화되면 그만이지. 그럼 우린 스크린 속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이 될 수 있어. 개똥같은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극장의 어둠 속에 있을 때는 신나고 가슴이 설레는 것 아닐까?"
(p. 31)
첫 번째 에피소드 '태양은 가득히'는 가네시로 가즈키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네시로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전향과 함께 매국노 소리를 들으며 일본인 학교로 전학하지만, 그곳에서 일본인들에게서 차별을 받아야 했다. 인권변호사를 꿈꾸며 게이오(慶應)대 법학부에 진학하지만 대학 1학년 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해 1998년 ‘레볼루션 NO3’로 ‘소설 현대 신인상’을, 영화로 제작됐던 ‘GO’로 나오키 문학상을 받았다. 이런 가네시로의 이력과 에피소드 속 화자인 '나'의 행보가 완벽히 겹쳐 보이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조총련계 학교와 일본계 학교를 번갈아 다니며 경험했던 폭력과 차별, 소외에 대한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을. 그리고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나'와 용일을 치열한 삶을 돌고 돌아 구원으로 이끌었듯 작가 자신을 구원했음을 말이다.
"자네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취해야 할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는 거야. 그럼 자네는 그 사람이 자네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바꿔 말하면, 자네가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야. 그제야 평소에는 가볍게 여겼던 언동 하나까지 의미를 생각하며 듣고 보게 되지.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하고 말이야.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대답을 찾아내려 애쓰는 한, 자네는 점점 더 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될 거야. 왜냐, 그 사람이 새로운 질문을 자꾸 던지니까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더욱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거고. 동시에 자네는 많은 것을 얻게 돼. 설사 애써 생각해낸 대답이 모두 틀렸다고 해도 말이지. 사람이든 영화든 뭐든,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접하면 상대는 더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 그리고 정체되기 시작하는 거야."
(p. 325~6)
정무문의 '나'는 남편의 느닷없는 자살을 이해 못해 어둠의 공포를 느낀다. 보지 않으려고 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포기를 하기에 앞선 아예 남편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루미의 따뜻한 시선 속에 어느사이엔가 상황을 직시하여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밝음을 되찾는다. 프랭키와 자니의 '나'는 어떨까. 무미건조한 우등생의 삶을 박차고 이시오카의 무모한 계획에 과감히 동참했던 것. 이시오카라는 아이를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끌려들어가 제대로 바라보면서 자신과 같은 모습을 이시오카에게서 발견한 것이 아닐까.
르네 클레망 감독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Blazing Sun(1960)’, 이소룡 주연의 ‘정무문精武門:Fist Of Fury(1972)’, 게리 마셜 감독 알 파치노, 미셸 파이퍼 주연의 ‘프랭키와 자니Frankie And Johnny(1991)’,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주연의 서부극 ‘셰인’을 리메이크한 ‘페일 라이더Pale Rider(1985)’, 진 네굴레스코 감독의 ‘사랑의 샘Three Coins In The Fountain(1954)-국내에는 애천으로 개봉’, 그리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영화 윌리엄 와일러 감독 그레고리 펙, 오드리 헵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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