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왜 새로운가?
1. 부동산 관련 책? 엄청 많다. 대부분 투자 내지 투기 관련 주제를 다룬다. 부동산 때문에 큰일이라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정작 부동산을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노동·건강 나아가 인간다운 공동체의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들여다본 책은 없다. 좋은 문제의식을 갖춘 기존의 책들도, 큰 틀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사태를 개탄하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진 못한다. 대안에 있어서도 세금 및 분양 방법, 원가 공개, 건설족 비판 등에 초점을 둔, 협애한 관점이 대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입장일까? 부동산 문제의 해결?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거라 본다. 제대로 문제를 대면하고 정확히 방향을 잡아도 족히 100년은 걸려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누구나 책을 쓰거나 하면, 자기가 제안한 대로 하면 금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듯 말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호기를 부리지 않는다. 왜?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재벌-관료제-언론-지식인-정치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자가 볼 때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혁명을 해도 어려운, 장기적인 구조개혁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 한국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나와 있는 모든 책 가운데 이보다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내용은 없다. 모든 주장과 논리마다 통계적 뒷받침이 확실하다. 박사급 연구자 열 명을 모아도 이보다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정도다. 한국 부동산 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그 어떤 연구도 이 책을 딛고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놀라운 작업을 노동운동 19년 경력의 베테랑 활동가가 해냈다. 노동운동가 손낙구. 그는 왜 부동산 문제를 말하나? 그것은 저자의 삶 속에서 뒷받침된다. 그는 교육?선전 부문의 노동운동을 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최초로 이슈화한 사람이다. 가난한 서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노동운동이라 생각하고 진보라 여기며 살았다. 어떤 추상적 이념이나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기보다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리 사회 하층의 삶이 어떻게 부동산 문제로 이중 삼중으로 억압되고 있는가를 이보다 잘 서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 이 책은 아주 좋은 의미에서 서민적이다. 이 책에서 부동산 문제는 수치로 나타난 가격의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공동체가 어떻게 위협받는가의 문제이자 그 속에서 서민의 삶이 어떻게 이중 삼중으로 나빠질 수 있는가의 문제로 다뤄진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동산 빈곤층, 그중에서도 지하방·움막·굴에 살 수밖에 없는 부동산 극빈층의 실태가 드러난 것도 이 책 저자의 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의 작업 하나하나에는 우리 사회 서민의 삶이 짙게 묻어 있다. 이 책에 나타난 수많은 통계들이 비인격적 기호나 숫자로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모두 그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가장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부동산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었다. 저자는 석 달을 출판사로 출근해 원고를 마무리했다. 출판사 구성원 모두가 예비 독자의 역할을 했고, 기획자이자 편집자의 역할을 했다. 저자의 딸 15세 손해인은 아빠의 책을 위해 삽화를 그렸다. 저자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주었다. 결국 이 책은 저자가 중심이 된 민주적 소통을 통해 매우 실험적인 본문 편집과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당신의 부동산 상식은?
병도 오래 앓으면 거의 의사 수준의 지식을 얻게 되듯, 한국 사회에선 누구나 다 부동산 전문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본인과 주변의 단편적 경험이나 주변을 흘러 다니는 왜곡된 정보를 그냥 반복할 때가 많다. 만약 나도 꽤 부동산 문제는 잘 안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질문들의 답을 예상해 보라. 10개 중 3 문제 정도만이라도 어느 정도 근접한 답을 안다면 당신의 실력은 좋은 편이다.
땅값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서울땅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1,176배
노무현 정부 5년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군구는? 경기도 과천시 95%
노무현 정부 5년간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군구는? 충남 연기군 95.7%
우리나라에서 3.3㎡(평)당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중구 충무로(2억1,157만 원)와 명동(2억988만 원)
대한민국 땅을 팔면 캐나다(한국 면적의 100배)를 몇 벌 살 수 있을까? 여섯 번
서울 은평구 아파트 몇 채를 팔아야 강남구에서 같은 평수 아파트를 살 수 있을까? 네 채
우리나라에서 집을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은 집을 몇 채 소유하고 있을까? 1,083채
우리나라에서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가구가 가장 많은 시군구는? 경기도 용인시
서울시 면적은 국토의 200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0.6%)이다. 그렇다면 서울시 땅값은 전체 땅값 중 어느 정도 비중일까? 3분의 1(31.6%), 1,018조 원
서울시 25개 중 땅값 총액이 가장 비싼 곳은 강남구로 133조 원에 달한다. 강남구 땅을 팔면 서울시 다른 구를 최대 몇 개까지 살 수 있을까? 일곱 개(금천·강북·도봉·중랑·서대문·동대문·동작구)
2006년 말 K씨는 5년 전 3억 원에 분양받아 입주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16㎡(35평형) 두 채를 각각 15억 원에 팔았다. 양도차익만 24억 원을 번 K씨가 낸 양도소득세는 얼마일까? 0원
한국에 비해 인구밀도가 13배나 높은 도시국가이면서도 국토의 81%를 국유화하고 국민 10명 중 9명이 내 집을 장만하는 등 부동산 정책의 모범이 되고 있는 나라는? 싱가포르
각 국가별로 투기에 노출된 국토 비중은 이스라엘 14%, 싱가포르 19%, 대만 31%, 미국 50% 수준이다. 대한민국 국토 중 투기에 노출된 땅은 몇 %나 될까? 70%
“박정희가 도로를 뚫는 ‘길 대통령’이라면 나는 주택을 짓는 ‘집 대통령’이 되겠다”며 주택 200만 호 건설 등 개발 정책을 남발하다 제3차 부동산 투기를 자초한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
부동산 투기 규제 장치를 무려 열일곱 가지나 풀어 버림으로써 ‘10년 넘게 깊이 잠들어 있던 투기의 악령을 흔들어 깨웠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2000년 초 래미안, 푸르지오, 자이 등 브랜드 아파트 등장과 제4차 투기의 배경이 됐던 아파트 분양 제도의 변화는 무엇이었나? 분양가 자율화
전국 3,573개 읍면동 가운데 비닐집?판잣집?움막에 사는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동네는? 서울 강남구 개포1동(1,154가구)과 개포2동(614가구)
한 가정의 총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36%, 캐나다 50% 수준이며 집값땅값이 세계 최고라는 일본도 62% 수준이다. 그러나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하는데 몇 %나 될까? 89%
10대 재벌 중 땅이 가장 많은 재벌은? 1위는 롯데 11조93억 원, 2위는 삼성 7조9,530억 원
고위 공직자 중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382억 원
고위 공직자 중 땅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진태구 충남 태안군수 262억 원
고위 공직자 중 빌딩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330억 원
책의 내용 구성은?
1장에서는 부동산이 왜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따져 본다. 우선 해방 이후 땅값과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살핀다. 또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의 총액을 통계를 동원해 땅?집?빌딩으로 나눠 계산한다. 우리나라 최고 집 부자가 혼자 1,000채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등 극도로 편중된 부동산 소유 실태 역시 자세히 추적한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생긴 불로소득을 계산해 보고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갔는지도 알아본다. 나아가 부동산 가격은 왜 오르기만 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투기의 먹이사슬’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더듬어 본다.
2장은 부동산 투기가 한국 경제를 어떻게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투기는 셋방 사는 인구를 얼마나 불려 놓았으며 내집마련에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더 늘려 놓았는지 수치로 입증한다. 내수 경제가 침체하는 과정과 중소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이전하는 배경에 부동산 투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통계로 따진다. 또 부동산 투기를 거듭할수록 건설업이 비대해지고 기업들이 부동산에 눈을 돌리며 결과적으로 금융이 왜곡되는 ‘토건국가’ 현상을 짚는다. 부동산 투기와 노동쟁의의 방정식도 수치로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3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어떻게 사람의 인생을 갈라놓고 있는지 따진다. 서울 시내 동네별 아파트값 격차가 어떻게 생활의 격차로 이어지는지를 들여다본다. 소득 계층별 주거 생활 격차 편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낡은 단독주택에 살고 부유한 사람일수록 새 아파트에 산다’는 상식을 실제 수치로 입증한다. 부동산과 은행 문턱 격차 편에서는 은행이 서민에게 문턱을 높이면서 투기 자금을 대주고 있는 현실을 따진다. 아파트값과 서울대 합격률의 관계로 시작되는 부동산과 자식 교육 격차 편에서는 부동산 재산 격차 → 소득과 수입의 격차 → 사교육비 격차 → 자식의 학력 격차로 이어져 우골탑이 ‘아파(트)탑’이 된 현실을 분석한다. 부동산과 건강 격차 편에서는 땅값이 많이 오른 동네 사람은 오래 살고 적게 오른 동네 사람은 일찍 죽는 ‘귀신도 곡할’ 현실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부동산 격차와 부동산 빈곤층의 실상을 살펴본다. 집이 100만 채 이상 남아도는데 국민 10명 중 4명이 셋방을 떠도는 이유도 따진다. 부동산 재산 격차가 빈부 격차의 핵심이 되고 있는 실상을 가계 자산의 구성 내역과 직장인의 실생활을 통해 들여다본다. 또 최저 주거 기준 미달 가구에 사는 부동산 빈곤층의 규모와 생활 실태, 지하실?판잣집?비닐하우스?움막?동굴에 사는 ‘부동산 극빈층’의 규모와 실태를 정부 공식 통계를 통해 종합적으로 점검함으로써 투기의 피해가 누구에게 전가되고 있는지도 살펴본다.
5장에서는 대한민국 부동산 100대 부자의 모습을 살펴본다. 집 부자 100명이 소유한 주택 수와 주택 가격, 주택의 크기를 국세청과 행정안전부?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추적한다. 또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 주택 유형별로 집 부자 100명이 어디에 살며 집값은 얼마인지를 알아본다. 재벌을 비롯한 100대 법인이 소유한 주택 재산과 주택 수도 추적한다. 500억 원은 돼야 낄 수 있다는 땅 부자 100명의 땅 재산은 모두 얼마이며, 10명이 서울시 5개 구 면적을 차지하고 100명이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를 독점하고 있는 실상을 짚는다. 100대 법인의 땅 재산과 최신 부동산 부자로 떠오르고 있는 ‘얼굴 없는 100대 빌딩 부자’도 더듬어 본다. 끝으로 2008년에 발표된 전국 5,600여 고위 공직자 부동산 재산을 상위 100명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6장에서는 대안을 찾아본다. 주택 재산을 기준으로 주택 계급을 구분해 맞춤형 주택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제2의 토지개혁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그 첫 단추로 택지 국유화의 경제적 가능성과 실효성을 통계로 따진다. 공영개발 편에서는 국민의 땅인 공공택지를 건설 재벌에 넘기지 않고 100%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선분양제, 분양 원가 비공개, 임대 소득 비과세 등 건설 재벌에게 주어진 부동산 특권의 폐지와 함께 내집마련 지원 대책을 제시한다. 또 무주택자의 5대 스트레스(① 방 빼! ② 방값 올려! ③ 전세를 월세로 ④ 방 안 빠져 이사 못 가 ⑤ 전세금 떼일라)를 풀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끝으로 지하실, 판잣집, 비닐하우스, 움막, 동굴 등에 사는 160만 명에 달하는 부동산 극빈층의 주거 대책을 재원 마련 방안과 함께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