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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8년 03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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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9쪽 | 522g | 153*224*30mm |
ISBN13 | 9788925517209 |
ISBN10 | 8925517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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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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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하나의 단어로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소비"라는 단어를 외칠 것이다. 어떤 인간이든 삶을 살기위해서 태어나면, 소비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재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은 인간과 경제는 서로 뗄래야 뗼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고, 그 경제활동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인간은 재화라는 것에 집착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제 활동이 잦아지면서, 인간은 오히려 주객전도로 그 재화의 속박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물질이라는 것에서 좀 더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할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경제학 패러독스"라는 제목처럼 경제학을 뒤집어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글 같아서 흥미가 생겼다. 더 나은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 일련의 돈을 버는 것을 주제로 한 책이 아닌, 생활상에서 어떻게 경제학이 나와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꼭 물질적으로만 경제학을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넘어가는 선례를 들어서 보여줌으로써, 경제학에 대한 지식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해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른 선례들은 나를 그 상황속에 대입을 해서 내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을때는 부끄러운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지만, 다음에는 이전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물질이라는 것에 속박이라기보다는 적절하게 쓸 수 있는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연습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경제를 학문으로만 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을 casual subject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일상의 경제학을 다룬 책들이 많다 보니 이제는 좀 식상한 감이 있다. 경제학의 대중화는 아마도 행동경제학의 발전과 관계가 깊은 것 같다. 2001년 대니얼 카너먼이 노벨경제학상을 탄 후 행동경제학은 급속하게 대중화되었다. 행동경제학이 원래 일상 속의 인간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다루다 보니, 행동경제학의 연구결과들은 그 자체가 대중적인 파급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행동경제학의 연구결과들은 워낙 경제교양서에 여기저기 소개되다 보니, 막상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이 얼마 전에 나왔지만,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 기존에 다른 책들에서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경제교양서에는 전통경제학의 입장에서 행동경제학이나 게임이론 등을 살짝 첨가해 놓은 책들이 많다. 전통경제학과 신경제학에 대한 뚜렷한 개념 없이 그냥 흥미 위주의 내용을 섞어 놓기도 한다. 신경제학에 기반한 책들은 전통경제학은 틀렸고, 이제 경제학은 새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전통경제학과 신경제학에 대한 개념 없이 책을 읽는다면, 그런 입장 차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학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 없이 한두 권의 경제교양서만 읽고 그게 경제학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삶에 적용한다면, 경제학 책을 안 읽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경제학 패러독스>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특이한 책이다. 이 책은 전통경제학이고, 신경제학이고, 그런 이론들을 애초부터 다루지 않았다. 다만, 경제학은 이 세상에서 원하는 것들을(그러나 얻기 어려운 희소한 것들을) 어떻게 얻어낼 것인가에 관한 학문이라는 아주 단순한 원리만을 제시한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들 중에는 시장에서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기 때문에, 세상을 움직이는 숨은 동기, 즉,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숨은 동기를 알고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가령, 자녀에게 설거지를 시키거나,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거나 하는 문제들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사장이 직원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도 보너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숨은 동기를 이해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반도 대운하와 인센티브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대운하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인센티브와 반대하는 사람들의 인센티브는 무엇인가? 사실 직관적으로는 예상되는 이점에 비해 리스크가 더 커 보이지만, 어쨌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논쟁을 하다 보니, 일반인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란 매우 어렵다. 보통, 이런 논쟁을 할 때에는 양측의 논리적 근거와 근거자료들을 따지게 된다. 하지만 어차피 전문가들끼리 붙었을 때에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나 정치판에서 논의가 진행되다 보면, 일반 국민들이 진실을 알기란 더욱이 어려울 것이다.
대운하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인센티브는 무엇인가? 어차피 이런 대공사가 문제가 있다 한들, 피해는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환경 피해는 더더구나 당장은 느끼기 어렵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잘잘못을 따지게 될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람들은 대통령만 기억할 것이다. 더구나 그 공약을 내건 대선 후보를 찍은 건 국민이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여했으니, 대운하에 관련된 지식인들과 관료들이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개인이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게 될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반면에, 지금 당장 대운하에 찬성함으로써, 신정부에서 한 자리 차지할 수 있고, 대운하의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다른 자리로 영전되다 보면, 아마도 자손 대대로 그 덕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찬성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별로 없고, 이점은 많다. 또, 대운하를 통해 땅값이 오르고(즉, 침체된 지방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바닥에 추락한 지역경제들이 살아나면, 당장은 민심을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운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인센티브는 무엇인가? 그들은 원래 진보진영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들로서는 대운하 문제가 보수진영과의 전선을 구축하는 구심점을 형성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흐트러지고 분열된 진보진영이 결집할 수 있다. 특히 환경운동가들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명분마저 쥐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대운하는 어떻게 진행되든 무조건 환경파괴이다. 그러므로 환경운동가들은 명분과 원칙과 실질적 위험성에 대한 근거들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번 일을 통해 환경운동을 대중화할 결정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만약, 대운하가 너무너무 성공적이라 할지라도, 어차피 환경피해란 장기적으로, 간접적으로 나타나므로, 환경론자들은 그런 경우에도 대운하를 완벽한 성공이라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대운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나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나름대로의 인센티브를 갖고 있다. 우리가 대운하 문제를 판단할 때에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들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움직이는 동기와 인센티브들도 고려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광해군이 후금과 명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할 때, 조정 신료들은 임진왜란 때 도와준 형제의 나라 명을 도와 후금을 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신하들의 주장은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사대부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홀로 실리를 주장하는 광해군은 고립되어 결국 내처졌다. 친명파가 승리한 조정에서는 후금(청)과 등지다가 결국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맞게 된다. 이미 임진왜란으로 쇠락한 조선은 결정타를 맞았다.
그러나, 조선의 지배층은 바뀌지 않았다. 친명을 주장하며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은 서인은 그 후 노론벽파로 이어져 조선이 망할 때까지 집권했고, 조선이 망한 후에도 친일파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산다고 한다. 반면에 광해군은 그가 옳았음이 증명된 순간에도 유배지에서 쓸쓸하게 죽어갔다. 광해군이 신하들과 타협했다면, 나라는 망가졌을망정 왕위는 유지했을 것이다. 광해군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자신의 인센티브와 타협하지 않았다. 아버지 선조처럼, 나라가 어찌되든 자신의 안위를 추구하는 영악한 행태를 보이지는 않았다. 나라가 어찌되든, 국민이 어찌되든 계속 지배층에 머물며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조정 신료들의 인센티브는 보답을 받았다.
복잡계 이론과 진화론으로 경제학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부의 기원>에서는 시장에서의 진화의 규칙을 설정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즉, 사회의 구성원들이 합의한다면, 정치인들과 관료와 지식인들에게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통해 그들이 국민을 위하는 게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국민의 이익이 자신들의 이익과 부합되지 않는다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많다. 역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인들과 전문가 집단이 재벌을 위해서 일하는 게 자신들의 인센티브에 부합될까? 아니면, 구체적인 경제 현안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건망증마저 심한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게 자신들의 인센티브에 부합될까? 부동산 부자들로 이루어진 내각이 부동산 가격이 오르길 원할까, 내리길 원할까?
그러나 <경제학 패러독스>에서 이야기하듯, 인간의 인센티브란 단지 물질적 이해관계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명예를 중시하고, 개인의 도덕성에 엄중한 책임을 부여하는 사회에서는 부자들이 명예를 위해 기꺼이 어느 정도의 물질적 이해는 뛰어넘을 것이다. 또 진화론에서 이야기하듯 인간에게는 공정성에 대한 강한 선호가 자리잡고 있으며, 인간은 공동체에서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을 느끼는 존재이다. 사실 부를 추구하는 것도 이면에는 부를 통해 이성에게 호감을 얻고, 공동체에서 명예와 존경을 얻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숨어 있다.
<경제학 패러독스>는 얼핏 보면, 이제 무슨 경제학 책이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틀, '인센티브'라는 개념으로 인간생활 전반을 파헤침으로써,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앞으로 이런 개념을 내 삶이나 세상사에 적용하면, 많은 부분이 더 명확하게 해명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미술관에서 다리가 아파 앉을 곳을 찾을 때, 낯선 거리에서 맛있는 음식점을 찾을 때, 업무를 분담하고 동기를 부여할 때, 지루한 회의를 하며 하품을 할 때, 조직의 관료주의와 사내정치에 좌절할 때, 순간 순간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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